[담벼락포럼] 네이버 논란이 일깨워준 것, ‘공정한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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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는 IT 벤처가 나올 환경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 창조경제를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오해는 마세요. 7월 담벼락포럼에서 이 주제로 얘기를 나눴습니다.

7월 담벼락포럼 주제는 ‘창업 지원 붐 다시보기’인데요. 얘기를 나누다 보니 ‘제2의 네이버·다음이 나올 환경을 만드는 데 필요한 조건’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조건이 네이버의 변화였습니다. 네. 요즘 두드려맞는 그 기업, 네이버를 말하는 겁니다.

포럼 중에 처음 네이버 얘기가 나왔을 때 당황했습니다. ‘창업 지원 붐 다시보기’란 주제에서 벗어난 얘기라고 생각해섭니다. ‘약탈자 네이버’, ‘문어발식 경영’, ‘황제 경영’ 등 비판을 받지만, 포럼 주제와 상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지요. 창업 지원과 네이버 규제 사이에 연결 고리는 없어 보이니까요.

대화가 무르익을수록 창업 지원보다 기업가가 창업해서 성공할 환경 만들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담벼락포럼이 작심하고 한 네이버 비판, 들어보시겠습니까?

담벼락 포럼 이동형 김미균 김범진 황룡

자사 서비스 위주 검색, 신생 서비스 성장 막는다

네이버 얘기는 이동형 나우프로필 대표가 꺼냈습니다. “네이버가 비판을 받는 이유가 뭡니까?”

이동형 대표가 던진 질문 덕분에 ‘약탈자 네이버’, ‘공룡 네이버’, ‘문어발식 경영’, ‘황제 경영’ 얘기가 나왔습니다. 그동안 여러 기사에서 언급된 내용이죠. ‘네이버 규제법’은 정치권이 네이버를 길들이려는 노림수가 있다는 소문도 언급됐습니다. 네이버가 과한 비난을 받는 거란 의견이 있단 얘기도 나왔지요. 네이버가 떼지 못하는 꼬리표 ‘검색에 자사 서비스 우선 노출’도요.

이동형 대표는 네이버가 검색 결과에 블로그나 지식iN, 카페 등 자기 서비스 위주로 보여주는 것부터 꼬집었습니다. 창업 지원책이 도움이 되느냐는 얘기는 어느 틈에 들어가버렸지요.

“2등이나 3등 사업자가 그렇게 하는 건 문제가 안 됩니다. 그런데 1등 사업자가 그렇게 하면 콘텐츠 산업에 부정적이에요. 한국에 거대한 콘텐츠 사업자가 없지 않나요. 지금 네이버 비판은 언론이 다루기 때문에 오히려 흐려졌어요. 네이버는 뉴스에 돈을 주고 트래픽도 주지만, 부동산이나 쇼핑엔 안 그렇습니다. 이쪽은 네이버에 돈을 주고 검색해달라고 하죠. 그러니까 우리나라 부동산 사이트, 영화 사이트, 음악 사이트 같은 콘텐츠 사업자가 없어진 겁니다. 원래는 플랫폼을 깔아주면 콘텐츠 사업자가 살아나야 하지 않나요?”

네이버는 단순한 1등이 아닙니다. 한국 검색 시장 70% 이상을 차지합니다. 독점 수준이지요. 웹브라우저 시작 페이지를 네이버로 설정한 사람은 2명 중 1명입니다. 이 정도면 네이버가 보여주지 않는 정보는 없는 정보나 마찬가지입니다.

“런파이프를 서비스하면서 깨달았어요. 한국에서 옐프가 성장할 수 없다는 걸. (옐프는 미국의 지역정보 서비스로, 윙버스와 비슷하다. 2012년 3월 상장했다. 편집자) 네이버에서 검색하면 윙버스부터 보여주는데 누가 지역 정보 서비스로 네이버를 따라잡을 수 있겠어요?”

얼마 전 제가 겪은 일이 이동형 대표 주장에 적합한 예일지 모르겠습니다. 다음과 네이버가 웹툰을 시작한 때가 궁금해 네이버에서 검색해봤습니다. 네이버 지식백과 ‘한국형 웹툰의 수입 만화 대체 효과’란 게 가장 위에 떴습니다. 책 ‘만화의 문화 정치와 산업’에서 발췌한 글인데, 웹툰 역사를 짤막하게 소개했습니다.

이번에 구글에서 검색했습니다. 위키백과가 맨 위에 나타나고 그 아래 ‘2005년 직원 한 명이 맡았던 네이버 웹툰, 지금은’이란 글이 떴습니다. 예스24가 서비스하는 미디어 ‘채널예스’ 글인데요. 웹툰의 어제와 오늘을 아주 자세하게 소개했습니다. 2003년부터 지금까지 대표 웹툰 작품을 그린 인포그래픽까지 실었습니다.

네이버로만 검색했다면 채널예스의 글은 발견하지 못했을 겁니다. 웹툰 역사를 소개한 기사나 블로그가 없다고 생각했겠지요.

검색 점유율 70%, 심판이 있어야 한다

이동형 나우프로필 대표

이동형 대표는 “초창기 네이버는 검색할 콘텐츠가 없어서 자기가 했다고 하는데 지금도 그렇게 하려면 독립 사업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검색만 떼고 보자는 얘기지요.

내가 학교장인데 우리 학교에 내 아들이 입학했다. 우리 학교에 똑똑한 애가 없어서 좋은 학교 가겠다는 아들을 억지로 우리 학교로 들어 앉혔다.

이게 말이 되나요? 이 학교가 유명하지 않고, 시골에 있는 작은 학교라면 말이 됩니다. 그런데 전국에서 유명한 학교가 이렇게 하면 완전히 바꿔야 합니다.

그럼 네이버 검색은 인터넷 망처럼 중립적이어야 하는 플랫폼인 걸까요. 이동형 대표는 “콘텐츠 사업자에게 검색이 사업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물어보라”며 “결정적이라고 하면 그건 플랫폼”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그런데 콘텐츠 사업자가 크지 못하는 플랫폼입니다. 네이버 말고 갈 만한 부동산 사이트, 영화 사이트, 음악 사이트, 만화 사이트가 있나요?

그렇다고 네이버에 작은 기업, 아이디어에 불과한 서비스까지 배려하며 사업하라고 요구하기는 어렵습니다. 네이버도 그런 걸 요구하지 말라고 합니다. 인터넷 서비스는 제조업과 달라서 클릭 한 번으로 이용자가 빠져나가는 특수한 산업이라면서요. 네이버 경쟁 상대는 구글이 아니라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서비스일 수 있다는 거지요.

그런데 말이죠. 이동형 대표가 얘기한 ‘심판’ 이론을 보면 네이버가 말하는 무한 경쟁은 불공정한 게임입니다. 마치 100kg 권투 선수와 60kg 권투 선수가 맞붙는 것처럼 말입니다. 심판 없는 링에서 경기가 제대로 진행될 리 없습니다. 비슷한 몸집끼리 맞붙어야죠. 또, 심판 아들이 링 위에 올라온 것과 아닐 때가 달라야 하고요.

공정한 플랫폼, 신생 기업이 싹 틔울 토대

네이버 검색이 달라지면, 네이버만큼 성공하는 IT 기업이 나올 수 있을까요. 구글과 페이스북, 마이스페이스를 보면 가능할 것도 같습니다.

이동형 대표는 “페이스북이 등장하기 전 마이스페이스가 있었는데 마이스페이스는 누구 때문에 넘어갔는지 아는가”라며 “구글이 페이스북과 마이스페이스를 공정하게 대했기 때문”이라면서 “구글에서 오바마를 검색하면 오바마의 페이스북 계정이 먼저 나왔다”라고 말했습니다.

구글은 검색 결과를 보여줄 때 링크가 많이 걸린 웹페이지에 우선권을 줍니다. 페이스북에서 글과 인물은 링크로 연결됐지요. 곧 페이스북은 구글의 검색 알고리즘을 잘 활용한 셈입니다. 물론, 구글이 검색 결과에 순위를 매기는 기준을 어느 정도 발표한 덕분일 겁니다.

성공하는 IT 기업이 나오는 데 정부의 창업 지원은 핵심이 아닌 게지요. 돈 좀 쥐어준다고 그 기업을 성공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이동형 대표는 1990년대 벤처 붐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1990년대 후반 IT 창업자가 많았습니다. 그때 네이버, 다음, 엔씨소프트, 넥슨이 돈이 많아서 나왔을까요? 그보다 인터넷 시장이 허허벌판이었던 덕분입니다. 삼성, 현대, SK가 돈이 있어서 창업했을까요? 한국전쟁이 끝나고 허허벌판이어서 기회가 있던 겁니다. 기회가 생겼고, 그걸 차지하고 나면 자기 외에 누구도 기회를 못 찾게 막습니다. 이미 성공한 기업의 경쟁자는 창업자예요. 다른 게 위협이 아닙니다.”

정부와 언론이 할 일은 감시자이자 심판자

성공하는 IT 기업이 나오려면 허허벌판이 필요합니다. 그럼 인터넷 시장이 갑자기 생긴 1990년대와 같은 시기를 기다려야 할까요. 그 날이 언제 올지 모르니 기다리는 대신 비슷한 환경이라도 만들어야 할 겁니다.

방법은 바로 게임의 규칙을 공정하게 만드는 겁니다. 구글이 음식점 정보 출판사이자 서비스 회사인 자가트를 인수했을 때, 검색 결과 상단에 올리지 않겠다고 한 것처럼 말입니다. 네이버뿐 아니라 구글, 애플, 페이스북, 카카오도 공정한 게임의 장이 돼야 겠지요.

이동형 나우프로필 대표 경기하는 사람은 반칙을 선호하게 돼 있다. 반칙을 안 하게 하는 것, 그건 심판이 공정할 때나 가능하다. 그래서 정부가 정책을 어떻게 가져가느냐가 중요하다.

김범진 시지온 공동대표 그런 걸 누가, 어떤 부처가 해야 하는 건가. 공정위인가.

김미균 시지온 공동대표 기관이 하기 전에 이용자가 심판이 되어주면 고마울 것 같다.

이동형 네이버는 ‘판단의 기준은 사용자’라는 말을 한다. 그런데 최종 사용자는 스스로 도덕적으로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김미균 이것저것 비교해서 쓸 기회조차 네이버에 있기 때문 아닌가.

이동형 그걸 언론이 해야 한다. 정책 이전에 언론이 있다. 일반 사람은 그걸 모르기 때문에 언론이 해야 한다. 언론은 깨어 있어야 하고, 시민을 깨워야 한다.

황룡 사이러스 대표 언론은 사람이 관심을 둘 만한, 좋아할 만한 기사를 내보낸다.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회사가 출시한 앱에 관심이 있을 거라고 판단해서 그런 뉴스 위주로 내보내지, 뭔가를 발굴해 새로운 얘기를 내보내는 곳은 많지 않다.

김범진 미래를 알 수 없지만, 3년 뒤를 생각하면 다른 플레이어가 분명히 새로운 규칙을 가지고 나올 것 같다.

이동형 맞다. 조선 시대에 누가 왕이 없어질 거라고 생각이나 했겠나. 그런데 밑에선 누군가 모두가 주인이 되는 세상을 얘기했을 거다.

김미균 인터넷에서 강자는 대한민국에서 포털이다. 해외에는 SNS라는 플랫폼 강자가 나타났다. 정보를 검색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올린 정보로 구성하는 형태인데 이게 검색을 이기는 모습이 보인다.

이동형 포털은 왕이다. 성을 쌓고 왕이 콘텐츠를 다 관리한다. 구글은 법치주의다. 야후라는 왕이 있는데 법을 들고 나왔다. 그러고 페이스북이 나왔다.

김범진 법이나 규칙을 만들고 발표하는 건 누가 해야 하나. 김상헌 NHN 대표 몫인가.

이동형 (고개를 저으며) 선수는 반칙을 해서라도 이기고 싶어한다. 정부와 언론이다. 지금 한국의 문제는 외국 팀이 있다는 거다. 자칫 구글이 장악할 수 있다. 지금 네이버에서 검색을 분리하라고 하면, 네이버는 그렇게 해본 적 없는데 잘 하겠는가. 구글이 한국에 오기 전 첫눈을 키웠어야 했다.

창업 지원한다며 IT 신생기업에 돈 쥐어주는 것보다는 생태계를 만드는 게 우선일 겁니다. 작은 기업이라도 열심히 하면 제2의 네이버가 될 수 있는 환경이요.

네이버 창업자이기도 한 이해진 최고서비스책임자는 사내 강연에서 “기업을 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소프트웨어로 글로벌 기업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라면서 “지금 불가능하다면 징검다리가 돼서 후배들의 발판이 되더라도 계속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런 말을 했다고 해서 이동형 대표 말대로 네이버의 선의에 기댈 수 만은 없겠지요. 그보다 우리가 만들면 어떨까요. 이동형 대표가 포럼을 마칠 무렵 김미균 김범진 시지온 공동대표, 황룡 사이러스 대표에게 “우리 같이 할래요?”라고 말한 게 아직도 귓가에 맴돕니다.

“우리 같이 하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