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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 “아직 옥타코어 필요 없어”

2013.08.05

퀄컴이 모바일 칩셋의 코어 수가 많다고 성능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경쟁사들이 ‘옥타코어’ 칩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상황에 대한 반격인 셈이다.

인가젯은 지난주 대만에서 열린 퀄컴 미디어 행사에서 한 기자가 코어 숫자에 대해 이야기를 꺼낸 상황을 기사로 전했다. 이 기자는 경쟁사들이 옥타코어 프로세서를 내놓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퀄컴에게 물었다. 퀄컴은 현재 쿼드코어까지만 칩에 심고 있는데, 고성능 제품에는 삼성이, 저가 제품에는 미디어텍이 8개 코어를 한데 합친 옥타코어 프로세서를 출시하며 퀄컴을 자극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퀄컴의 마케팅 담당자인 아난드 찬스라세커는 “현재 모바일 기기에 옥타코어를 넣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며 “성공하기도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잔디깎기 엔진 여덟개를 모은다고 8기통짜리 페라리와 같은 성능을 내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 주 공개된 미디어텍의 ‘MT6592’ 프로세서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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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텍의 MT6592 프로세서는 ARM의 절전 아키텍처인 ‘코어텍스-A7’로 만든 코어를 여덟개 합친 것이다. 요즘 나오는 코어텍스 A9이나 A15 아키텍처에 비해 성능은 떨어지지만 대신 더 많은 개수를 엮어 고성능을 낸다는 것이다. 특히 미디어텍은 일부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퀄컴의 ‘스냅드래곤600’ 프로세서를 쓴 갤럭시S4와 엇비슷한 성능을 낸다고 밝혀 단번에 관심을 끌었다.

옥타코어를 둘러싼 논란은 올 초부터 있었다. 삼성전자는 올 1월 고성능 코어텍스-A15와 저전력 코어텍스 A-7 코어를 각각 4개씩 넣은 ‘엑시노스5 옥타’ 프로세서를 발표했다. ARM이 설명하는 ‘빅리틀’ 기술이다.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코어를 넣어 고성능이 필요한 곳에는 코어텍스-A15를, 성능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곳에는 코어텍스-A7을 바꿔가면서 쓰는 기술이다. 삼성은 이 엑시노스5를 ‘옥타코어’로 이름 붙였고 퀄컴은 옥타코어로 부르는 것에 대해 숫자 늘리기일 뿐이라고 깎아내린 바 있다.

그럼 퀄컴은 옥타코어 칩을 안 만들까? 현재로서는 그렇게 보인다. 이번 행사에서 아난드는 “소비자의 요구를 채워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모뎀, 배터리, 멀티미디어 성능 등이 하나로 합쳐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가장 빠른 ARM 프로세서는 퀄컴의 ‘스냅드래곤800’이다. 퀄컴의 크레잇 아키텍처는 한 가지 코어로 클럭을 낮춰 저전력 특성을 보이기도 하고, 필요할 때 작동 속도를 아주 높게 끌어올릴 수도 있다. 크레잇 아키텍처는 ARM의 설계도를 그대로 쓴 게 아니라 명령어 세트를 처리할 수 있도록 퀄컴이 직접 설계해서 특성을 다르게 만들었다. 이 아키텍처 덕에 퀄컴은 다른 회사들이 옥타코어를 만들면서 대는 이유를 4개 코어로 적절히 대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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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옥타코어 프로세서를 만든 것은 절전을 위해서이고, 미디어텍의 옥타코어는 생산비를 절감하기 위해서다. 생산이 어렵고 비싼 코어텍스-A15 대신 상대적으로 만들기 쉬운 저전력 코어텍스-A7 아키텍처를 8개 합친 것이다. 퀄컴의 경우 현재 한가지 종류의 코어로 성능과 전력 소비량까지 다 아우를 수 있다보니 굳이 8개를 합칠 필요가 없다. 퀄컴으로서는 시장이 현재보다 두 배 빠른 성능을 요구한다면 옥타코어 프로세서를 내놓겠지만 현재로서는 가격을 올리는 요소만 될 뿐이라고 생각한다.

PC시장도 비슷하게 성능 경쟁이 코어 개수로 옮겨 갔지만 결국 쿼드코어 정도에 클럭당 작동 효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게 자리잡았다. 또한 스마트폰 시장은 딱히 8개 코어가 작동하면서 얻는 효과를 경험한 바 없다.

코어 8개가 동시에 돌며 좋은 성능을 낼 수 있는지는 미디어텍이 처음 보여줄 것이다. 옥타코어가 성능은 낮아도 코어 여러개가 합쳐져 안드로이를 시원스럽게 작동시킨다고 증명해 줄지, 아니면 4코어와 비슷한 성능인데도 숫자만 늘려 마케팅 도구로 삼은 것인지는 오는 11월 미디어텍의 ‘MT6592’가 양산되면 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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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