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길의책] 트럭 방수포의 변신, 프라이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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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탁(FREITAG) 매장에 들어섰는데 넓은 공간에 비해 진열된 가방이 많지 않다. 전시된 것이 다 인가 싶었는데, 아니다. 한쪽 벽면을 채운 진열상자 속에 색색의 가방이 담겨져 있다. 독특한 제작 방식만큼이나 프라이탁의 진열방식은 남다르다.

마치 비밀계좌를 열어보듯 상자밖에 있는 모델번호와 이미지 정보를 살펴보고 상자를 꺼내 그 안에 담긴 가방을 펼쳐 보게 한다. 보물찾기라도 하듯 제품을 상자 속에 숨겨두고 손님이 하나하나 열어보도록 한다. 선택한 가방을 꺼내 좌우 양쪽에 있는 대형 거울 앞에서 자신을 비춰보면 ‘거울 속 사람’이 어떤지 묻는다.

프라이탁의 이런 진열방식은 전세계 매장이 똑같다. 한번이라도 와본 사람은 익숙하지만 처음 방문한 사람에게는 낯설 수 있는 장소. 그러나 프라이탁 가방의 디자인 컨셉을 매장 디자인에도 적용했기에 그닥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작업과정에서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불필요한 과정을 없앴듯 간결한 매장 디자인에서도 프라이탁의 브랜드 디자인 컨셉이 그대로 드러난다.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을 즈음에 가격표를 보고 놀랐다. 상자마다 적혀있는 숫자가 뭔가 싶었는데 가격이었던 것. 평균 30만 원대. 프라이탁은 초기 모델인 ‘메신저 백’ 등 기본 라인의 가방부터 레퍼런스 라인의 고급스러운 가방까지 수많은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데 가격이 100만원에 이르는 제품도 있다.

업사이클링을 표방하는 프라이탁이 트럭 방수포를 세탁하고 가공해서 만든 가방이라 다소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게 아니다. 어딘지 깔끔하지 않으면서도 거친 느낌의 이 가방에 왜 사람들은 돈을 쓰는가?

비싸도 팔리는 제품의 비결

이들의 제품이 잘 나가는 이유는 바로 창업자인 프라이탁 형제의 독특한 스토리에 있다. 프라이탁의 독특한 제품생산과 디자인 전략은 ‘프라이탁-가방을 넘어서’에 담겨 있다.

형제는 자동차의 안전벨트, 자전거의 바퀴 튜브와 트럭 방수포를 디자인으로 새롭게 탄생시켰다. 이것이 바로 프라이탁이다. 전화번호와 광고문구가 새겨진 방수포를 펼쳐놓고 디자인 컨셉에 맞게 재단하고 바느질하여 단 하나뿐인 제품으로 만든다. 하나 뿐인 스타일과 유일한 제품이라는 별칭은 구매자의 소유욕을 더욱 자극한다. 이미 가져 본 사람은 하나 더 갖고 싶어진다.

프라이탁에는 어떤 ‘끌어당김’의 매력이 있는 걸까? 그것은 바로 똑같은 것을 싫어하는 세대의 기호에 부합하는 가방 디자인에 있다. 그럼에도 프라이탁은 자신들이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든다고 말한다. 프라이탁의 마케팅 및 판매를 담당하고 있는 이는 “대신 우리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제품을 개발한다고 할 수 있다. 프라이탁이 자라온 과정을 돌이켜보면 많은 사람들이 이런 우리의 필요에 공감할 수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한다.

프라이탁 형제는 1993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메신저 백’ 하나로 창업했다. 버려진 흙 속에서 금을 발견한 듯 그들의 창업은 전 세계 많은 사람에게 디자인 영감을 전했다. 국내 기업 가운데도 현수막이나 광고판을 활용하여 광고를 만드는 기업이 있다. 이 책은 프라이탁이 걸어온 길과 지금의 상황을 협력업체의 책임자를 비롯해 내부 직원들과의 인터뷰 형식으로 정리한 책이다. 온라인 쇼핑몰 담당자, 카피라이터 등 각 책임자들이 프라이탁 브랜드를 어떻게 만들어가고 확장시키려 하는지 살펴볼 수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동생 다니엘 프라이탁과 형 마르쿠스 프라이탁 형제가 어느 선까지 개입을 하고 직원들과는 어떤 업무형태로 가방을 만드는지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오늘날 프라이탁 브랜드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 그들의 세밀한 작업 스타일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닌가 싶다. 매뉴얼 제작부터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그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어떻게 공유하고 있는가를 읽어 보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모든 작업이 스위스에서 이루어지고 생산된 제품은 각 나라에 개설된 매장으로 배송, 판매된다.

똑같은 것은 안 만든다

이런 힘겨운 과정을 거쳐 나온 제품의 판매를 맡고 있는 프라이탁 총판 관리자 산드라 슈미터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프라이탁 매장 판매원이라면 프라이탁의 이야기를 하루에 적어도 다섯 번은 해야 한다. 제품은 저절로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진출한 지 얼마 안 된 도시에서 프라이탁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냥 비닐 가방으로 볼 것이고, 비닐 가방을 사는 데 150프랑이나 내지는 않을 것이다.”

이 책은 프라이탁 브랜드에 관심있는 사람뿐 아니라 마케팅 관련 일을 하는 사람에게도 유용하다. 마케팅 기법과 이미지 전달의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인가 그 흐름을 잡게 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프라이탁 형제는 방수포 트럭을 그냥 바라보지 않고 자신들의 필요와 연결시켜 관찰하는 가운데 새로운 아이디어를 끌어 올렸다.

다니엘 프라이탁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엄청난 상상력이 필요하다. 미래에 나타날 무엇인가를 통째로, 아주 세부적으로, 또한 장황하게 상상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냥 앉아서 상상하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무엇인가를 만든다. 스케치든, 이야기든, 뭔가 아주 정교한 것이든 상관없다. 어떻게든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을 봐야만 한다. 이때 제약을 받게 되면 종종 자신이 가진 상상력의 힘을 의심하게 된다.” 

‘엄청난 상상력의 힘’

그럼, 프라이탁에 문제는 없는가? 그들의 새로운 고민거리는 무엇인가? 끊임없는 신제품 개발 요구에 모두 대응할 수 없는 노릇. 그렇다고 구매자의 요구를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일 것이다. 특히 새로 들어온 직원이 던지는 새로운 생각이 자신들이 지금까지 구축한 브랜드 이미지와 어떻게 어울리며, 기존의 프라이탁 멤버들은 이들을 이끌고 갈 것인지,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를 놓고 고심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이들 프라이탁 멤버들은 변화를 추구한다. ‘기존의 것을 향상시켜 앞으로 나아가고 새로운 것을 시험해보고 싶은 사람들’이다.

프라이탁은 1993년 창립, 올해로 20년을 맞는다. 브랜드의 안정적인 성공을 이뤘지만 이들 형제의 삶에 큰 변화는 없다. 그들의 변화는 그들의 제품을 통해서만 나타나고 있을 뿐이다. 성공을 하고나면 새로운 일에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직 이들에게 그러한 움직임은 없다. 자신들이 잘 할 수 있는 곳에서 승부를 거는 일을 계속 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토리텔링에 대해 많은 사람이 이야기 한다. 기업은 자신들의 브랜드에 이야기를 집어넣고 공공기관은 캐릭터를 만들어 이야기를 꾸민다. 억지스러운 일이다. 그렇게 해서 이야기가 된다면 뭘 못하겠는가. 프라이탁에는 이렇게 꾸며서라도 갖고 싶어 하는 브랜드의 철학과 스토리를 갖췄다.

마지막으로 책 속에서 한 가지 눈에 띄는 대목이 있었다. 중요한 것은 내부에서 쥐고 있어야 한다는 마르쿠스 프라이탁의 말이다.

대표가 개발자들을 데리고 미국으로 출장을 떠났다. 문제가 발생한 서비스를 버리고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다른 업체가 갖고 있던 솔루션을 들여와 서비스를 재오픈했다. 그런데 시작한 날부터 오류가 나고 문제점은 계속 발생했다. 버그나 서비스 개선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 도입비용으로 솔루션을 내부에서 만들었다면 적어도 기술은 가졌을 것이다. 고객의 데이터를 몇 번 손상시킨 서비스는 그렇게 불명예스럽게 사라졌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우리도 모든 것을 외주로 처리 할 수 있다. 광고는 여기서, 포장은 저기서, 하지만 우리는 총제적 디자인이라는 개념을 좋아한다. 중요한 것들이 대행사를 통해 생산돼서는 안 된다. 바로 우리 손에 쥐고 있어야 한다. 모든 게 회사 안에서 확보돼야 한다.” 

중요한 것을 손에 쥔다는 것은 어떤 조건 하에서도 휘둘리지 않는 기업이 된다는 것이다. 프라이탁은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다.

프라이탁-가방을 넘어서
레나테 멘치 엮음
안그라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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