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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기 보조금 규제 판매점만 ‘한숨’…”우리만 봉인가”

2013.08.09

보조금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올 한해 스마트폰 시장은 온통 보조금과 영업정지로 얼룩졌습니다. 하지 말라는데도 통신사들이 보조금을 너무 많이 준다고 방송통신위원회는 잔뜩 화가 난 것 같습니다. 지난주에는 KT가 올해 초 영업정지 기간에 또 다시 보조금 과열 분위기를 만든 죄로 일주일간 스마트폰을 팔지 못하는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습니다.

방통위가 보조금을 막으니 통신사들은 겉으론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덕분(!)에 수익은 많이 개선됐습니다.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수천만명의 가입자가 매달 현금으로 꼬박꼬박 통신료를 내고 있으니 수입은 크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스마트폰 시장은 어차피 신규가입자는 없고 서로 가입자를 뺏고 뺏기는 번호이동만 남아있는 상황이죠. 그런데 영업비용으로 쓰이는 보조금이 원천적으로 막히다보니 들어오는 돈은 그대로인데, 나가는 돈은 줄어드는 상황이 된 거죠. 마케팅 비용이 약 1천억원 정도씩 줄었다고 합니다.

LGU_KT

문제는 판매점입니다. 보조금 규제의 불똥이 고스란히 판매점에만 몰리고 있는 거죠. 이들은 그동안 보조금을 고리로 영업을 해왔습니다. 통신사로부터 받는 리베이트로 보조금을 더 지급해주거나 위약금을 보전해주거나 하는 식으로 영업을 해왔던 것이죠. 그런데 영업활동의 기본 고리를 쥐어짜니 판매점만 죽어나간다고 아우성입니다. 근본적인 개선책이 아니면 죽는 건 판매점뿐이라는 얘기입니다.

몇몇 판매점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는데 공통적으로 꼽은 문제점은 이렇습니다.

– 여전히 통신사들은 단말기 한 대를 팔 때마다 판매점들에게 50~60만원씩 리베이트를 주고 있다. 이걸 고스란히 우리가 수익으로 가져가면 좋겠지만, 가입자를 끌어들이려면 이 리베이트로 혜택을 줘야한다. 보조금을 더 주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통신사들은 보조금을 27만원 이상 주는 것에 대해 흔적을 남기지 말라고만 한다. 알아서 하라는 거다.

– 일부 판매점은 남은 할부금(위약금) 대납 명분으로 27만원 이상의 보조금을 주고 있는데, 추가 보조금은 가입 후 한 달 뒤에 판매점이 통신사에게서 리베이트를 받은 뒤 가입자의 통장으로 입금해준다. 이른바 ‘페이백’이다.

– 단말기를 판매하면 출고가만큼 세금을 내야 하는데 사실 페이백을 주고 나면 실제 매출은 출고가보다 훨씬 적어진다. 원래 보조금은 영업비용으로 회계처리하고 그만큼 세금을 덜 내야 하지만 27만원 이상은 기록할 수 없어 실제 매출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고 있는 셈이다.

– 여러 판매 채널 중 직접적으로 규제를 받는 것은 오프라인과 온라인 판매점들이다. 제조사가 직접 판매하는 유통점이나 대형 양판점은 보조금 규제에서 벗어나 있다. 이들은 특가라는 이름으로 싸게 판매하니 가입자가 양판점쪽으로 쏠리고 있다. 보조금 제한이 없는 법인 판매 채널을 통해 개인에게 판매되는 경우도 있다. 홈쇼핑도 마찬가지다.

결론적으로 휴대폰 판매를 이끄는 절대 다수의 매장 상황이 엄청나게 어려워졌다는 겁니다. 인터뷰를 진행했던 한 판매점은 27만원 이상 보조금을 주지 않고 페이백도 없이 모범(?) 영업을 해보니 4월 이후 매출과 판매량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방통위의 가이드라인대로 판매하고 있는데 버티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매장을 찾는 소비자도 이런 구조를 잘 알고 있어서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대뜸 “현금 얼마 주나요?”라고 묻는다고 합니다. 특히 대리점 아래의 최종 판매점들은 세금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다고 합니다.

“페이백이 없으면 판매가 안되는데 매출에는 페이백을 넣을 수 없으니 실제 출고가 그대로 매출이 잡히고 세금이 더해집니다. 어느 정도 팔면 과세 구간을 넘어가 큰 세금을 맞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다 보니 페이백을 약속했다가 차일피일 미루며 안 주거나 그 사이 심지어 문을 닫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 판매자는 “휴대폰 판매점은 다단계와 다를 바 없습니다. 잘 되면 반짝 돈을 만질 수 있지만 실제 돈을 버는 곳은 위에 있는 대형 대리점과 통신사 뿐입니다.” 페이백 자체가 음성적인 시스템이니 근거도 없고 어디에 소명할 수도 없습니다.

정상적으로 판매해보려 하면 매출이 줄어들고, 판매점은 결국 매출을 위해 편법을 쓰도록 등 떠밀리고 있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페이백 때문에 ‘폰팔이’처럼 직업이 비하되는 상황마저 겪게되니 답답한 노릇입니다.

보조금 규제가 차별적이라는 점도 판매점들이 꼽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하려면 확실하게 모든 채널을 막아야 하는데 온오프라인 판매점만 집중적으로 규제하고 있다는 거죠. 통신사들은 여전히 양판점이나 법인 판매 채널, 홈쇼핑 등에서 번호이동을 노린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겁니다.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커지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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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점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야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갑니다. “판매를 촉진시키기 위한 마케팅 비용이나 리베이트는 어느 산업에서든 영업에 필수적으로 따라붙는 요소인데, 정부가 나서 더 싸게 팔지 못하도록 하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매장에서 마진을 조절해 싸게 파는 행위를 불법으로 치부하는 건 우리나라 휴대폰 산업 뿐”이라는 겁니다.

시장이 과열되면서 방통위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일부 이용자는 ‘호갱님’이 되어 더 비싸게 구입하고, 그만큼 다른 사람이 싸게 사는 경우도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이 때문에 모두가 비싸게 사야 옳다고 말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발품을 팔아가며 더 똑똑한 소비를 위해 노력하는 이들은 물건을 더 싸게 구입하는 게 당연합니다. 시장경제체제에서 원산지와 재래시장, 대형마트, 그리고 편의점에서 모두 같은 값을 주고 채소를 살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죠.

어쨌든 정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막아준 덕분에 통신사는 마케팅 비용을 큼직하게 줄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윤도 많이 났습니다. 그럼, 소비자들이 단말기를 비싸게 사 주는 대신 그만큼 요금을 깎아줄까요. 통신사들은 장기적으로 영향을 끼칠 통신요금 인하에는 인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예 한번에 털어내는 보조금을 선호할 수 밖에 없고, 그래서 어떤 방법으로든 보조금은 더욱 음성적으로 확대될 겁니다. 방통위가 정말 규제를 하고 싶다면 분기별로 통신사의 실적 중에 마케팅 비용을 얼마나 썼는지 들여다보고 이를 바탕으로 제재를 가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렇게 규제할 수는 없답니다.

물론 보조금 규제가 무조건 나쁘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보조금이 계속 올라간 이유는 통신사와 제조사의 ‘출고가 뻥튀기’도 한 몫 했습니다. 보조금을 단속하면서 출고가가 확 낮아진 것이 그 증거입니다. 99만9천원에 팔던 단말기가 반년만에 60만원대로 뚝 떨어진 사실들 말입니다. 비싼 출고가와 많은 보조금은 스마트폰을 마치 싸게 사는 것처럼 만들어주는 허상이었다는 얘기입니다. 보조금을 규제함으로써 아예 출고가를 정상가로 판매하게 하는 순기능도 있습니다.

이렇게 보조금 규제에는 순기능과 부작용이 함께 합니다. 그래서 보조금을 둘러싼 문제는 단순히 “더 많이 주면 안돼”라고 잘라서 이야기하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소비자들이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는 전체 비용을 줄일 수 있을지, 그 안에서 보조금의 역할은 무엇인지, 적절한 비용이 얼마인지에 대한 고민이 진지하게 먼저 이뤄져야 할 겁니다. 영업 최일선의 판매점 이야기에도 귀를 좀 기울여보면 어떨까요. 실마리가 나오지 않을까요. 휴대폰 판매점은 전국적으로 10만개가 넘습니다.

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