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게임 ‘라스트 오브 어스’ 열풍…’대체 블로터가 뭐길래’

2013.08.11

6월 어느날부턴가 트위터에서 블로터를 검색해보면 살벌한 욕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아니 기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해도 이렇게 심한 욕을 하나’ 가만보니 우리 얘기는 아닌 것 같고…

blaoter_twitter

여기에서 언급되는 ‘블로터’는 블로터닷넷의 ‘Bloter’가 아니라 게임 ‘라스트 오브 어스’의 좀비 ‘Bloater’라는 걸 알고 나니 한번 해보고 싶어지는 것은 당연지사. 찾아보니 점수를 짜게 주는 게임 매체들도 만점이 아깝지 않다는 평을 늘어놓는 수작이란다.

거의 1년 넘게 묵혀놨던 플레이스테이션 3를 켰다. 그런데 이 게임, 물건은 물건이다. 사실 이 게임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망설여진다. 놀라운 스토리와 반전이 이어지기 때문에 살짝 이야기를 미리 들려주는 것 만으로도 게이머의 김을 새게 만들 수 있다. 이 게임이 유난히 스포일러 이슈가 많은 이유다. 그래서 스토리는 한 마디도 안 하겠다. 그저 좀비와 군인이 점령한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 달리는 이들의 이야기라는 정도로 마무리한다.

lastofus

먼저 블로터가 뭔지 궁금했다. 블로터에 대해서는 의외로 게임 초기에 튜토리얼을 통해 그 존재를 알 수 있게 된다. 라스트 오브 어스에서는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4단계로 변태한다. 처음 감염된 러너는 아직 감염이 진행되지 않아 눈을 볼 수 있다. 사람과 비슷한 형태를 하고 인공지능도 제법이다. 그 다음 단계가 스토커다. 눈이 서서히 퇴화되면서 청각이 예민해진다. 달리기도 빠르다. 다음 단계는 머리가 완전히 세균으로 뒤덮인 클리커다. 앞을 볼 수 없고 청각은 자그마한 소리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마지막이 블로터다. 온 몸을 감싼 세균이 방어막처럼 작용하기 때문에 칼로 찔러도 소용없고 총알도 튕겨낸다. 들키지 않게 살금살금 도망가는 것이 최선이다. 블로터가 소리를 지르며 달려올 때는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다. 옆에서 보는 사람도 함께 긴장할 정도로 공포스럽다. 일단 한번 접근하면 거의 목숨이 오락가락하기 때문에 몇 번이고 당하다 보면 입에서 욕설이 절로 나온다. 트위터에서 블로터를 욕하는 트윗이 많은지 이해될 정도.

joel-hit-face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의 게임기가 차세대 기기를 계획하고 개발을 준비중일 때쯤, 그러니까 게임기가 황혼기에 접어들었을 때 기기 역사상 최고의 게임이 쏟아져 나오는 경우가 많다. 플레이스테이션도 마찬가지다. 4번째 기기의 발표를 앞두고 기대작이 꽤 쏟아지고 있다. 라스트 오브 어스가 대표주자다.

이 게임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스토리다. 여지껏 좀비를 소재로 한 게임은 많았다. 물리거나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좀비로 변태한다는 설정이다. 라스트 오브 어스는 여기에 잘 갖춰진 한 편의 드라마를 넣었다. 대개 스토리에 치중한 게임들이 이야기 진행과 그래픽에만 집중해 게임 자체로는 재미를 잃는 경우가 많은데 라스트 오브 어스는 격투에 대한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다. 특히 총알이나 칼을 비롯한 무기가 아주 제한적으로 공급되기 때문에 방아쇠를 한번 당기는 데에도 고민을 하게 만든다.

truck-road-block

라스트 오브 어스는 SCE의 개발 스튜디오인 너티독이 내놓은 게임으로 플레이스테이션3에서만 할 수 있다. 예전에는 거의 대부분의 게임이 이런 식이었지만 이제는 한 가지 콘솔에만 특화된 게임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재미있는 현상이 벌어졌다. 게임 전체의 내용을 3시간으로 간추린 동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게임을 다 하는 데는 적어도 10시간이 넘게 걸리는데 그래서 지루한 이동이나 격투신 등을 비교적 짧게 편집해 소개한 영상이다. 게임을 길게 붙들고 하지 못하는 이들이나 플레이스테이션이 없는 이들이 많이 보고 있다. 게임이 즐기는 콘텐츠에서 보는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는 것과도 관계 있다.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이 영상을 볼 수 있는데, 게임을 직접 즐길 계획이 아니라면 영상을 보는 것도 좋겠다.

시스템이나 그래픽 분위기는 너티독의 전작인 언차티드와 비슷한 분위기다. 게임 엔진도 같은 걸 쓴 것으로 보인다. 언차티드도 숨어서 적들의 움직임을 잘 살피고 최대한 격투를 피하거나 조용히 해치우는 것을 요구하는데 라스트 오브 어스는 소리로 긴장감을 이끌어낸다. 그래픽부터 사운드까지 플레이스테이션3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끌어내 초기 바이오하자드나 사일런트 힐을 할 때 느꼈던 오싹함과 긴장감 이상의 것을 만들어냈다. 더 말이 필요 없다. 플레이스테이션3를 갖고 있다면 꼭 챙겨서 해봐야 하는 게임이다.

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