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페이게이트 대표, “결제 장벽 없어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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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 ‘간편결제’라는 서비스가 붙었다. 이 결제서비스를 이용하면 알라딘 고객은 윈도우 PC가 아니어도 웹브라우저를 꼭 인터넷익스플로러만 쓰지 않더라도 신용카드로 결제를 할 수 있게 됐다. 액티브X 기반의 결제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반겼지만, 결제서비스의 중요한 주체인 카드사들의 시선은 달랐다. 결제모듈에 대한 보안, 승인 문제 등을 문제삼고 나서며 하나 둘 결제서비스를 지원하지 않겠다고 발을 뺀 것이다.

간편결제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이 서비는 결국 한달여가 흐른 지금 현대카드, BC카드, 삼성카드, KB카드, 씨티카드, 신한카드 등이 빠진 채 서비스되고 있다. 존폐의 기로에 서고 만 것이다. 그 사이 액티브X라는 기술적 이슈는 믈론, 인터넷 상점과 카드사 그리고 결제대행업체 사이의 관계도 새삼 주목을 받았다.

뜨거운 이슈의 중심에 결제대행업체 페이게이트가 있다.  바로 간편결제 서비스의 결제모듈을 개발한 곳이다. 논란의 중심에서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한달을 보낸 박소영 페이게이트 대표는 “카드사가 이런 정도까지 반발하고 결국 이렇게 될 거라고 상상도 못했다”라면서 입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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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액인증, 쇼핑몰과 소비자 모두 생각해 만들어

“우리가 잘못하면 물건을 판 사람은 물건은 물건대로 보내놓고 돈은 못받을 수 있어요. 그래서 우리는 정말 이 사람이 카드의 주인이 맞는지, 이 사람이 자기 카드로 물건을 샀지만, 물건을 받고 나서 변심하지는 않을지도 따져봐요. 거래가 부도나지 않게 하는 데 관심이 있지요. 그 연구를 지금까지 했고, 그 중 하나로 금액인증(AA)이라는 시스템을 만들었어요.”

페이게이트는 2009년 ‘금액인증’ 방식을 개발했다. 액티브X나 공인인증서를 쓰지 않고도 결제하는 사람이 신용카드의 주인인지 확인하는 방법이다. 바로 이 금액인증이 알라딘의 간편결제가 액티브X 없이도 작동하는 바탕이다.

금액인증이 작동하는 방식

식당에서 음식을 먹고 신용카드로 계산하려는데 식당 주인은 손님이 카드 주인이 맞는지 미심쩍다. 그래서 식당 주인은 먼저 천원을 결제하고선 손님에게 ‘카드 주인이 맞다면 내가 얼마 결제했는지 지금 알 수 있지 않느냐’고 묻는다. 손님이 ‘천원’이라고 대답했지만, 어쩌다 맞춘 걸지 모를 일이다. 식당 주인은 이번에 2천원을 계산하고 손님에게 다시 묻는다. 손님이 이번에도 정확히 대답하면 식당 주인은 카드 주인이 맞다고 여길 것이다. 그러고나면 앞서 계산한 2건을 취소하고 다시 음식값을 제대로 계산한다.

박소영 대표는 액티브X를 쓰는 기존 방식이 쇼핑몰에 과도한 부담을 준다고 봤다. 액티브X 없는 결제는 소비자뿐 아니라 쇼핑몰도 기다렸을 거라고 본 거다.

“온라인 쇼핑몰은 액티브X 설치와 안심클릭, ISP 결제에 대한 문의 때문에 엄청난 비용을 들여 고객센터를 운영해요. 인증과 결제가 간편하고 쉽다면 전혀 발생하지 않았을 비용이죠. 전국민이 받는 스트레스와 시간 낭비까지 포함하면 카드사는 (페이게이트와 같은) 가맹점과 온라인 쇼핑몰, 소비자에게 엄청난 부담을 떠넘기고 있는 셈이죠.”

그의 말대로 어찌 보면 그동안 쇼핑몰은 신용카드 회사가 해야할 상담을 대신 해온 셈이다. ISP와 안심클릭은 BC카드의 자회사인 브이피(VP)가 만들었는데 2009년 기준으로 시장을 절반 이상 차지하고 있다. (참고: VP 홈페이지)

페이게이트는 2009년 금액인증 방식의 결제모듈을 만들어 바로 결제서비스에 붙이려 했으나 카드사의 반대에 부딪혔다. 박소영 대표는 “사용하려면 정부 승인을 받아오라는 카드사의 입장을 확인하고 오랫동안 준비를 해서 결국 2012년 9월 금감원의 승인을 받았다”면서 “그러나 승인받은 지 1년이 지난 지금 공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사이트는 없었다”고 말했다.

알라딘도 따지고 보면 공식적으로 금액인증을 사용하는 곳은 아니다. 페이게이트는 알라딘에 있던 비인증 거래방식에다가 금액인증 방식을 더해 간편결제를 만들었다.

비인증은 공인인증서나 금액인증처럼 카드 주인과 지금 결제하는 사람이 같은 사람인지 확인하는 절차 없이 결제가 이루어지는 방식이다. 이 방식을 쓰면 카드 주인이 ‘내가 결제한 게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사고가 일어날 위험이 있다. 페이게이트는 결제 사고를 줄이려고 알라딘의 기존 비인증 방식에다 금액인증을 더한 것이다.

정부 승인을 요구해 그걸 해결했으니 이번에는 문제가 없으려니 했는데, 카드사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보안 문제를 걸고 넘어지거나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제대로 검토하는 절차없이 페이게이트와 알라딘이 멋대로 금액인증을 도입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페이게이트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카드사에 계속 검토를 요청해왔다는 것이다. “카드사 대부분은 기존 사용하던 인증 방식이 있어서 그런지 당장은 도입할 계획이 없다며 검토 자체를 거절했어요. 1년 동안 거들떠 보지 않았던 거죠. 제가 전화했는데 아예 만나주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지금에 와서 ‘검토했는데 보안상 문제가 있다’라는 얘기까지 나오니 정말 서운한 거죠.”

결제대행사로서 보안상 문제가 있다는 말은 치명적이었다. 트위터에서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가 페이게이트의 간편결제를 당국에서 승인받지 않았고, 규제상 허용되는 안전한 방법이 아니라고 말한 일은 특히 타격이 컸다. 박소영 대표는 그 글이 올라온 날짜까지 기억했다.

7월6일. 이날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는 트위터로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에게 “액티브X와 공인인증서 없이도 결제가 잘 되는 알라딘”에서 현대카드로는 물건을 살 수 없다며 언제 지원할지를 물었다.

정태영 대표는 당국에서 승인받지 않은 방법이라고만 답했다. 그리고 “규제상 허용되는 안전한 방법이 아닙니다”라고도 말했다. 두 사람의 대화가 트위터에서 공개적으로 오간 후, 7월19일 현대카드의 입장을 담은 기사가 나왔다.

“현대카드에서 보안 문제를 꺼낸 후 저희 고객사에서 전화를 많이 받았어요. 우리와 계약한 곳이 8천 곳이나 되는데 해지하겠다는 분도 있었어요. 알라딘이 쓰는 것과 전혀 다른 결제서비스를 쓰고 있는 곳인데도요. 정태영 대표님 트위터 팔로워가 8만명, 이찬진 대표님 팔로워가 20만명인데요. 합해서 28만명 앞에서 정부 승인도 받지 않은 허술한 결제서비스를 하는 기업이 된 셈이죠.”

이 일이 있고 나서 BC, 삼성, KB, 씨티, 신한카드도 줄줄이 알라딘 간편결제에서 빠졌다.

신용카드사들이 페이게이트의 간편결제에 이런 저런 문제가 있다며 발을 빼고 있지만, 박소영 대표는 그동안 검토조차 안하다가 어쨌든 이제서야 검토하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개발하고 4년, 승인받고 1년 동안 대꾸도 않던 카드사들이 이제야 관련 문서를 보내라고 하니 말이다.

“해외 결제 서비스 들어오면 어떻게 할 건가”

사실 페이게이트는 국내에 금액인증을 퍼뜨리려는 노력을 그만두려 했다. 카드사들이 아무리 요청해도 검토조차 안해주니 말이다. 박소영 대표는 “5월에도 신용카드 회사가 꿈쩍도 안해서 5월 중순부터는 핸드폰 결제 서비스를 세계에 내놓을 방법을 연구하고 있었어요. 알라딘 간편결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글로벌 인증 사업에 집중하기로 마음을 정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박소영 대표는 1998년 11월 페이게이트를 설립했다. 이니시스(옛 이니텍정보서비스)가 설립되기 5개월 전이다. 그때 회사에는 이동산 최고기술책임자뿐이었다. 그때 두 사람은 야무진 꿈을 꿨다.

“한국에서 외국의 물건을 사고 통화와 결제, 언어 장벽은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했죠. 세계의 돈이 한국에 모이게 하고 우리는 중간자 역할을 하며 수익을 만들고 한국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역할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박소영 대표는 10년 넘게 해외 시장을 바라보며 한국이 신뢰받지 못하는 시장이라는 걸 깨달았다. 결제 사고가 잦은 지역으로 악평이 나 있고 국내 소비자도 해외에서 결제 사고가 나면 보호받지 못하는 걸 목격했다. 그는 “해외에 가면 한국 시장을 카드 부도가 많고 보안상 취약한 나라로 생각한다”라며 “또 미국 사람이 국내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서 받아놓고도 못 받았다고 주장하면 국내 쇼핑몰은 돈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게 현실이라는 얘기다.

“한국은 이용자가 매번 비밀번호를 넣게 하죠. 아마존과 이베이는 고객을 편하게 해주고 대신 그 책임을 자기가 져요. 기회비용을 따져 그게 더 이득이라는 거예요. 아마존이나 이베이가 들어오면 결제 대행사는 어떻게 될까요. 더 경쟁력 있고 선진 기술자가 한국에 오면요? 비자나 마스터카드가 들어와서 사업하면 페이게이트야 그들과 일하면 되지만요. 우린 정말 많이 뒤처졌어요.”

박소영 대표는 금액인증 방식이 만약 보안상 문제가 있다면 바로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IT 환경은 끊임없이 변하는데 문제가 있으면 고쳐야죠. 액티브X처럼 10년 전 버전 그대로 놔두고 꼼짝 않으면 안 되죠.”

페이게이트는 IT 벤처 1세대다. 1998년 박소영 대표와 이동산 최고기술책임자가 창업했으며 2012년 약 40 여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직원은 27명이고 사무실은 서울 잠실동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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