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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깊은 실패, ‘우분투 엣지’ 펀딩

2013.08.23

우분투 엣지의 크라우드펀딩이 실패로 끝났다. 140억원 정도를 모았지만, 애초 목표액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이 결과를 꼭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우분투 엣지는 우분투를 설치한 스마트폰이다. 이 스마트폰에 모니터와 키보드를 연결하면 PC용 우분투처럼 쓸 수 있다. 애초 우분투 스마트폰 자체가 우분투의 기본 커널 위에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과 터치스크린에 맞는 인터페이스를 더한 것이기에, PC용 화면 구성을 가져오면 PC처럼 쓸 수 있는 건 당연하면서도 우분투의 가장 큰 강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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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분투를 만든 캐노니컬은 ‘우분투 포 폰’이라는 운영체제를 따로 개발중이었지만 강력한 하드웨어들이 계속 쏟아지면서 스마트폰을 PC처럼 쓴다는 개념을 더했다.

중요한 건 이 개념만으로 사람들이 반응하고 심지어 지갑을 열었다는 것이다. 일단 한 달간 2만7천여명에게 받은 투자금이 1280만달러, 우리돈으로 143억원에 달하는 큰 돈이다. 목표치를 3200만달러, 우리돈 358억원 정도로 너무 높게 잡아 실패했을 뿐 시장성에 대한 가능성은 충분히 본 셈이다.

그래서 우분투 엣지의 최종 투자 유치 실패가 더욱 아쉽다. 실제 시장에서 성공한 기기들은 컨버전스를 강조한 것보다 한두 가지 명확한 구매 요인을 만들어주는 것이 많다. 휴대용 게임기나 MP3 플레이어같은 것 말이다. 점차 비슷한 화면에서 이뤄지는 경험들이 묶이는 것이 추세라면 추세다. 소비자들은 모든 걸 다 때려넣은 제품보다 화면 크기나 기능 면에서 역할을 명확하게 주고 그에 맞는 하드웨어를 입힌 기기에 반응한다. 오히려 여러가지 기능이 합쳐지는 컨버전스는 느리고 조심스럽게 찾아온다.

기능을 합치는 데 가장 큰 장벽은 화면이다. 물론 이를 뚫으려는 시도도 적잖았다. 특히 후발주자들이 이런 경우가 많다. 경쟁사와 같은 가격에 이것도 되고 저것도 된다, 2개를 쓰느니 하나로 쓰는 게 더 편리하고 값도 싸다는 식의 메시지를 마케팅에 앞세운다. 대표적인 게 윈도우8이다. 윈도우8은 비슷한 화면 크기의 노트북과 태블릿을 결합했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윈도우를 태블릿과 결합하기 위해 또 하나의 운영체제 환경을 더한 것이다.

우분투 엣지도 어찌 보면 비슷한 개념이다. 평소에 스마트폰으로 쓰다가 필요할 때 PC로 바꿔쓰는 콘셉트다. 윈도우와 차이점이라면 그 구분을 아주 명확하게 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쓰거나, PC 본체로 쓰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식이다. 여러 기능을 모은 게 아니라 운영체제 하나로 PC와 스마트폰을 뚜렷이 구분하는 해서 쓴다는 것 자체는 매력적이다.

캐노니컬이 직접 제품을 개발하려는 시도는 일단 실패로 끝났지만, 아이디어 자체는 인정받았고 수요에 대한 가능성도 봤다. 무엇보다 지난 한 달간 우분투 하나의 운영체제가 여러 기기에 나눠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널리 알렸고, 우분투 엣지라는 이름도 적잖이 홍보했다. 제품 개발 여건을 갖춘 제조사들이 우분투에 손을 내밀고 제품을 만들어낼 수도 있겠다.

캐노니컬도 투자 유치 실패를 우분투 엣지의 실패로 곧바로 연결짓지는 않는다. 마크 셔틀워스 캐노니컬 창립자는 “우분투 엣지 투자 유치 프로젝트의 실패지, 우분투 스마트폰의 실패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우분투 엣지의 미래는 알 수 없게 됐지만, 우분투 포 폰은 내년 초 OS와 제품으로 판매될 계획이다. 이 스마트폰의 반응이 이후 우분투 엣지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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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