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길의책] 잘 듣고 있습니까?

가 +
가 -

나는 사회생활을 잡지사 기자로 시작했다. 처음에는 기업 보도자료를 갖고 기사를 썼다. 수습 딱지를 떼고선 선배와 함께 취재 현장을 찾았다. 선배기자들은 제품 발표회장이나 기자간담회에서 현장취재 분위기를 접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마침내 이 과정을 거쳐 취재처를 할당받아 인터뷰어가 되어 인터뷰이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시작됐다. 설렘과 걱정이 함께 밀려왔던 시간이 생각난다.

그 시절에는 ‘신속한’ 검색도구도 없었다. 관련 정보들은 선배들이 쓴 잡지기사를 참고하거나 신문을 찾아보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정보들을 취합해 인터뷰 질문을 만들었다. 인터뷰 중 헤매지 않고 질문 내용을 잊지 않기 위해 취재수첩에 질문 내용을 미리 적어 놓고 갔다. 인터뷰를 예상대로 진행한 것이 많지 않다. 내공부족 탓도 있고 이야기를 내 쪽으로 끌고 오지도 못했다.

신입이 질문을 어떻게 했을까 싶은 세월을 지나 어느 정도 시간을 이끌어가기도 했지만, 여전히 어렵고 떨리는 일은 목적을 갖고 누군가와 대화를 이끌어나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현장에서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다. 시간과 공간이 주는 부담도 크다. 그냥 수다 떨고 돌아오는 일이 아니라면 정해진 시간 내 원하는 답을 얻어야 하는 것이다.

어디서 대화를 시작하고 어디서 말을 끊어야 할지 이런 고민을 해본적은 없는가. 이를 위해 나의 방법 중 하나는 신문의 인터뷰 란을 살펴보는 일이다. 신문기자는 기자로서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것들을 알려주고자 한다. 대담의 질문과 답을 통해 대화를 이끌어가는 과정을 짐작해 본다. 신문이나 기자의 성향에 따라 인터뷰 내용의 흥미도가 다르다. 같은 인물을 놓고 한 인터뷰 기사를 보면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좋은 질문은 좋은 인터뷰를 끌어낼 수 있는 첫 번째 요소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데 인터뷰에서 더 중요한 것이 있다면 상대의 말을 잘 듣는 것에 있다고 한다. 잘 들어야 질문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준비해 간 질문만 하고 돌아온다. 예상 질문에 식상한 답을 들을 수밖에 없다. 정작 준비해간 질문을 또 못하고 올 때도 있다.

그럼 좋은 방법은 없을까. 인터뷰를 통해 좋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질문을 하거나 듣는 사람의 시간이 더욱 즐거운 시간으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21년 간 인터뷰전문가로으로 일본 주간잡지 ‘주간문춘’ 대담코너를 맡아오고 있는 저자의 ‘듣는 힘’은 그간 직접 부딪히며 깨달은 인터뷰를 잘 하는 솜씨가 무엇인가를 알게 해 준다. 무엇일까, 이 책을 쓸 만큼의 특별한 경험은? 그것이 바로 상대의 말을 잘 듣는 일이다. 인터뷰 전문가로 활약해 온 저자가 내 놓은 답이 좀 싱거운가. 인터뷰이가 하는 말을 잘 들을 때 그 속에서 ‘숨은 보물’을 건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생생한 단어를 건질 수 있는 것이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질문을 한다. 상대가 대답을 한다. 그 대답 속에서 어떤 의문이 들어 다음 질문을 한다. 또 대답을 한다. 그 대답을 듣고 다음 질문을 한다. 마치 꼬리에 꼬리를 물 듯 자연스러운 인터뷰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칼럼 코너를 집필해 온 저자가 어느 날 인터뷰 업무를 지시받았다. 이 날부터 저자의 고민은 시작되었다. 저자는 인터뷰를 어찌해야 할지 몰라 미리 질문을 써서 현장에 나가기도 했다. 때로는 생소한 분야의 인터뷰는 전 날 자료를 받아 대강 살펴보고 아슬아슬하게 인터뷰이를 만나기도 했다.

초보 시절의 사연을 시작으로 서서히 자신만의 인터뷰 기술을 터득해 가는 저자의 모습에서 대화를 이끌어가는 과정에서 사람을 새로 발견하기도 한다. 수 많은 이야기들을 통해 저자는 사람을 움직이는 좋은 사람은 누구를 두고 하는 말인지 읽는 이로 하여금 느끼도록 한다. 그 사람, 상대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다.

주위 사람을 떠올려본다. 내가 말을 한 일이 더 많은 사람은 누구였고 내가 더 상대의 말을 들어준 사람은 누구였는가를. 어떤 식으로 대화를 이어갈 때 그 시간이 즐거웠는가를 말이다. 저자의 이야기대로 꼬리에 꼬리를 물 듯 말이 끊이지 않고 서로 주고받으며 이어졌던 시간은 있었는지. 느낌을 다르게 만드는 시간의 이유, 듣는 힘이었다.

저자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이야기의 재미는 ‘맞장구’라고 이야기한다. 3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에서 마지막 장 내용은 바로 대화를 즐겁게 만드는 추임새의 활용을 권유한다. 시선을 마주하고 상대의 말에 행동으로 공감해주고 다시 묻는 일을 통해서 내가 집중하고 있음을 인식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그런 요소가 즐거운 대화를 이끌어나간다.

모두 그렇게 하고 있는가.

“중요한 점은 상대의 기분과 똑같이 되려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비슷한 자신의 경험을 찾아내 그때의 기분을 떠올려보는 작업은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것이 상대의 경험과 얼마나 비슷한지는 아무도 잴 수 없다.”

우리의 현실로 돌아와 보면 어떤가. 어떤 이는 듣는 것보다는 자신의 말만 앞세우는 사람이 있다. 다른 사람이 말 꺼내기도 전에 말을 막는 사람도 있다. 다시 대화를 하고 싶은 생각이 꺼려진다. 대화는 말을 해서가 아니라 상대의 말을 들어주고 다시 그 말에 공감하며 상호교감을 하는 것이 바로 대화이다.

리더십 교육 프로그램이 부쩍 늘어났다. 눈에 띄는 주제는 스피치 기술이다. 강좌는 말하는 기술을 알려준다. 듣는 기술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많지 않다.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는 말이 우리 대화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회청문회를 한 번 보자. 의원 당 시간제한이 있기도 하지만 증인을 불러놓고 그로 하여금 답변할 시간을 제대로 주는가. 답은 듣지도 않고 질문한 사람이 답을 내리고 넘어간다. ‘요식행위’라고 지적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이어진다.

우리사회가 복잡해지고 시끄러워지고 있는 현실을 가만히 돌아보면 떠드는 사람은 많지만 귀담아 듣는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남이 말하기 전에 먼저 말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듣는 힘을 강하게 하는 다른 힘은 상호간 대화의 태도이다. 직접적인 언어적 표현이 있고 시선과 표정 등 비언어적인 것이 있다. 바로 말하는 사람의 태도에서 상대가 얼마나 귀 기울이는지 우리는 또한 느낌으로 알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것들이 사람을 움직이게 하고 망설이게도 한다고 말한다.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싶다면 이러한 태도를 몸에 익히는 일은 연습되어야 할 일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상대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는 태도를 가질 것을 주문한다. 여전히 인터뷰가 어렵다고 말하는 저자는 “하지만 어떠한 자리일지라도 먼저 상대의 기분을 헤아리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라고 강조한다.

영업현장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알고 지낸 사람들도 만난다. 좋은 관계는 좋은 대화에서 나온다. 좋은 대화를 위해서는 상대의 ‘가려운 곳’이 어디인지를 먼저 바라 볼 수 있어야 한다. 관심을 갖고 바라볼 때 그것을 찾아낼 수 있다. 말을 하고 싶어 하지 듣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듣는 힘에 대해 누구보다 강조하고 있는 저자는 상대의 심리적 상태를 파악하는 일에도 신경 써 봐 줄 것을 기대한다.

“나는 인터뷰를 할 때 상대의 호흡에 주의를 기울인다. 상대가 이 이야기를 즐기고 있는지 혹은 억지로 질질 끌고 있는지, 이야기 속에 뭔가를 감추고 있는지, 얼른 이야기를 끝내고 싶어 하는지, 더 이상 할 말이 없는데 주저리주저리 늘어놓고 있는 것인지는 상대가 지금 어떻게 숨을 내쉬는가를 보면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상대의 내면 상태도 질문이나 피드백을 선별하는 척도가 된다.”

그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대화를 이끌어간다면 대화의 기술을 익혀나가는 바탕을 이룰 수 있다. 인터뷰는 전문가들의 영역만은 아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의사소통은 대화를 통해 이뤄진다. 묻고 답하는 것의 역할을 주고받으면 훨씬 더 대화가 즐거워진다. 거기에 우리가 부족한 듣는 힘을 갖춘다면 삶의 에너지가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좋은 상사가 되는 것은 부하직원의 말을 잘 귀담아 들어주는 것이다. 직장에서의 대화는 앞에서 대화보다는 뒤에서 하는 ‘뒷담화‘가 더 빈번하다. 그것이 직장생활의 낙이라고도 말하지만, 직접 서로 어떤 것이 부족하고 어려운지를 이야기할 수 있다. 원만하지 않은 직장생활의 원인은 정상적인 대화의 부재에서 온다.

대화의 어려움으로 곤란한 상황이라고 하면 이 책의 도움을 한 번 받아보자. 듣는 힘을 체험한 21년 경력의 저자의 제안을 적용해보자. 발전적인 대화를 위해서는 적극적인 실행이 중요하다.

20130826_power_to_listen

듣는 힘
아가와 사와코
흐름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