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써보니] 원숙한 맏형 태블릿, 2세대 ‘넥서스7’

2013.08.27

일주일 가량 써 본 ‘넥서스7(2013)’은 보급형 저가 태블릿이 아니었다. 가격대 성능비를 얘기하는 게 아니다. 새 넥서스7엔 ‘안드로이드 태블릿 가격은 이 정도면 이쯤 되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구글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물론 다른 제조사들은 가격 맞추기에 속앓이를 좀 할 테지만.

1년 사이 넥서스7은 확실한 자리를 굳혔다. 지난해 처음 나올 때만 해도 넥서스7은 가격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간 수없이 많은 안드로이드 태블릿이 아이패드와 비슷한 값에 맞붙었다가 참혹한 결과를 맞았다. 구글은 달랐다. 첫 넥서스7로 ‘차라리 가격을 확 낮추고 크기도 7인치로 바꾸자’는 메시지를 던졌다.

시장도 곧바로 화답했다. 제품이 널리 깔리면서 생태계도 만들어졌다. 안드로이드 태블릿 시장은 빠르게 성장했고, 넥서스7의 위상도 달라졌다. 돌아보면 그게 딱 1년만이다. 어느새 넥서스7은 안드로이드 태블릿의 기준이 됐다. 그리고 이제 2세대 넥서스7이 등장했다. 한국은 1차 출시 국가로 꼽혀, 판매를 코앞에 두고 있다.

지난주 넥서스7의 첫인상에 대한 기사가 나간 뒤 여러 반응이 돌아왔다. ‘베젤 모양이 어색하다’, ‘성능이 모자라진 않을까’, ‘화면이 기대된다’ 등의 반응이 눈에 띄었다. 넥서스7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대개 비슷한 시선으로 바라보리라.

nexus7_9

베젤 이야기부터 해 보자. 베젤 문제는 아무래도 크기와 관련이 있다. 새 넥서스7은 1세대와 비교하면 폭은 줄어들고 길이는 길어졌다. 그리고 얇아졌다. 한 손으로 쥐어도 손 안에 쏙 들어온다. 얇으면 보통 손에 쥘 때 감이 썩 좋지 않은 경우가 있는데, 넥서스7은 편하다. 가로폭이 114mm로 1세대의 120mm보다 6mm 좁아졌지만, 화면 크기는 그대로다. 6mm가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손에 쥐었을 때 차이는 상당하다. 무게는 50g 줄어 290g인데, 얇고 손에 쏙 들어오는 기분 덕분인지 보기보다 가볍게 느껴진다. 스마트폰 하나 쥐고 있는 것 같은 무게다. 무엇보다 들고 있을 때 손목에 부담이 확실히 줄었다. 뒷판을 우레탄처럼 씌운 덕분에 한 손으로 쥐어도 잘 미끄러지지 않는다. 지하철에 서서 전자책을 읽는 정도라면 한 손으로 쥐기에도 부담 없다.

nexus7_4

위·아래 베젤이 길어진 건 좀 뜻밖이다. 이렇게 늘릴 필요가 있었을까. 두께와 폭을 줄이고 카메라를 넣는 대신 길이를 희생한 셈인데, 차라리 배터리 용량을 줄이고 베젤을 줄였으면 어땠을까. 사진으로 보면 줄어든 폭과 늘어난 길이가 한눈에 들어온다. 처음에는 디자인의 균형이 어색해 보일 순 있는데, 실제로는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새 넥서스7은 스테레오 스피커를 넣었다. 가로 보기 상태에선, 그러니까 동영상이나 게임을 할 때는 스피커를 스테레오로 쓸 수 있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따져보면 이렇게 스테레오 스피커가 들어간 태블릿은 흔치 않다. 그러고 보니 새 넥서스는 가로 배치를 더 신경 쓴 모습이다. 지난해 나왔던 넥서스7의 뒷면엔 ‘NEXUS’라는 문구가 세로 보기에서 똑바로 보이도록 새겨져 있었다. 새 넥서스7은 이 문구가 가로로 볼 때 제대로 보인다.

nexus7_6

독 커넥터는 사라졌다.Qi 방식의 무선 충전이 생겼으니 굳이 단자에 꽂아 충전하는 독이 필요하지 않다. 1세대 넥서스7의 전용 독은 구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Qi 무선 충전독이라면 뭐든 쓸 수 있으니 이 편이 낫다.

디스플레이는 다른 7~8인치 태블릿 사이에서 어떤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나다. 해상도를 먼저 주목하겠지만, 해상도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이전 넥서스7이 1280×800 해상도를 냈는데 이 정도로도 해상도엔 큰 불만은 없었다. 물론 더 높을수록 좋은 게 해상도이지만, 당장 더 아쉬운 건 색 표현력이었다. 지난해에 넥서스7 정도의 태블릿을 200달러 선에 만들려고 했을 때는 이 정도 디스플레이가 최선이었겠지만, 올해는 디스플레이 가격이 떨어졌는지 전혀 다른 수준의 디스플레이가 들어갔다.

해상도의 차이는 분명하다. 새 넥서스7 화면은 픽셀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선명하다. 이전에도 그리 도트가 튀어보이진 않았으니, 약점을 보완했다기보다는 자연스러운 고해상도의 흐름에 발맞춘 결과로 보는 게 더 정확하겠다. 하지만 16GB, 32GB 저장 공간은 풀HD 영상을 담기에 비좁아 보이고, 1920×1200으로 높아진 해상도는 의식하고 들여다보지 않으면 단번에 구분하긴 어렵다. 해상도는 높으면 좋지만, 좀 지나치다는 생각도 든다.

nexus7_1

오히려 넥서스7의 디스플레이가 탐나는 이유는 화면 색 표현력 때문이다. 첫 넥서스7은 대체로 가격에 비해 품질이 좋았지만 디스플레이의 색 표현력은 불만족스러웠다. 똑같은 그림을 표현해도 조금 물빠진 느낌이랄까. 빨간 걸 빨갛게, 파란 걸 파랗게 보여주지 못하는 건 아쉬웠다. 2세대 제품은 확실히 색을 진하게 보여준다. 그렇다고 눈에 튀게 과장하는 건 아니고 제 색에 가까운 느낌이다. 한눈에 봐도 선명해보인다는 인상을 받는 것도 결국 색 표현력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2012년 넥서스7의 배경화면은 약간 흐릿한 색이 많았는데 2013년 넥서스7의 기본 배경화면에는 다른 제품에 없는 강렬한 원색 바탕화면들이 있다. 새 넥서스7을 보다가 다시 1세대 넥서스7 화면을 보면 답답해 보이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넥서스7의 디스플레이에 기대하고 있다면 해상도보다는 색 위주로 보는 것이 낫다. 디스플레이로 보자면 7인치대 태블릿 중에서는 비교할 대상이 없다. 10인치대로 넓혀봐도 아이패드의 레티나 디스플레이 정도와 비교할 수 있겠다. 더구나 픽셀 밀도는 넥서스7이 더 높다.

nexus7_5

성능은 더도 덜도 아닌 딱 ‘스냅드래곤 S4프로’다. 1.5GHz 쿼드코어 프로세서를 쓰고 퀄컴의 아드레노 320 GPU를 얹었다. 벤치마크 테스트 결과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넥서스4와 컴퓨팅 성능은 같고, 해상도만 차이가 있다.

스냅드래곤 S4프로는 나온 지 1년이 다 돼 가는 칩이다. 스냅드래곤 600과 800을 쓴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성능이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할 수 있겠지만, 성능에 대한 불만은 조금도 없다. 최신 칩들에 비해서는 분명히 느리지만, 화면 스크롤이나 앱 실행 속도 등에서는 머뭇거리는 현상이 없다. 구글이 최적화한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아직 스냅드래곤 S4가 이 정도 성능은 충분히 받쳐준다는 뜻이기도 하다. 앱 제조사가 넥서스에서 안 돌아가는 앱을 굳이 만들 이유도 없다. 그러니 프로세서 성능 때문에 고민할 필요는 없다.

nexus_test
▲벤치마크 테스트 결과는 넥서스4와 거의 같다. 1세대 넥서스7보다 빠르다. LTE는 지역에 따라 20~40Mbps로 스마트폰과 엇비슷하다.

LTE 버전은 모뎀과 USIM 슬롯 때문인지 무게가 9g 늘어났다. 넥서스7은 기기 1대로 700/750/850/1700/1800/1900/2100MHz 등 7개 밴드를 잡을 수 있다. 국내에선 850MHz와 1.8GHz 주파수를 쓰는 만큼, 사용에 아무런 문제 없다. 해외에서 가져온 LTE 모델에 SK텔레콤의 USIM을 꽂았는데도 잘 연결된다. 지역에 따라 20~40Mbps의 속도가 나온다. LTE 어드밴스드(LTE-A)는 아니다.

가장 중요한 이야기. 1세대에서 2세대로 바꿀까? 아니면 아이패드 미니 대신 넥서스7을 살까? iOS와 안드로이드 가운데 뭘 고를지 고민 중이라면 그건 앱과 생태계 이용 습관을 고려해 결정할 일이기에 답하기 어렵다. 여전히 태블릿용 앱은 iOS에 비해 적지만 지난해 넥서스7이 처음 나왔을 때와 비교하면 안드로이드 태블릿의 역할은 매우 뚜렷해졌다. 기기만 놓고 보자면 아이패드 미니나 넥서스7이나 다 잘 나왔다.

특히 1세대 넥서스7에는 가격에 맞추려다 보니 재질이나 디자인이 장난감 같은 인상이 있었는데, 세대가 올라가며 완성된 제품이라는 느낌을 준다. 2012년 넥서스7을 일상에 매일같이 활용하고 있다면 2013년 제품으로 넘어가는 것도 괜찮겠다.

nexus7_8

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