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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파수 경매, 시원하거나 섭섭하거나

2013.09.02

1년 가까이 통신 시장을 시끌시끌하게 한 주파수 경매가 8월30일 마무리됐다. 가장 뜨거운 감자였던 1.8GHz대 15MHz 주파수는 KT에 돌아갔다. SK텔레콤도 35MHz의 1.8GHz 주파수를 가져가며 실속을 챙겼다. 1.8GHz가 필요했던 LG유플러스는 2.6GHz를 손에 쥐었다.

이로써 LG유플러스는 대역폭을 80MHz나 가져갔고, KT와 SK텔레콤은 55MHz를 가져갔다. 2011년 주파수 경매처럼 서로 치고받는 긴박함은 없어서 그런지 결말은 싱겁게 나 버렸다. 경매가 종료된 뒤 통신 3사는 모두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이 구도의 경매안이 처음 나왔을 때 얼굴을 붉히던 것과는 상반되는 반응이다. 치열했던 주파수 경매를 마무리한 지금, 통신 3사 속내는 어떨까. 이제부터 독심술사가 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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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 D블록 1.8GHz(15MHz), 9001억원

일단 한시름 놨지만, 이거 제대로 산 건지 잘 모르겠어. 15MHz 대역폭을 받는 데 9천억원이나 쓰다니, 요즘 적자인데 너무 많이 썼나? 1조원은 안 넘겼으니 비싸게 주고 산 건 아닐거야. SK텔레콤은 2배나 넓은 35MHz 대역을 나보다 1500억원 더 쓴 1조500억원에, LG유플러스는 40MHz를 4788억원에 가져갔어. 뭔가 손해보는 느낌이 없진 않지만, 꼭 갖고 싶던 주파수였으니 마음만은 기뻐.

괜찮아. 속도를 높이기 위해 기지국을 더 세우지 않아도 되니, 이 주파수의 효과를 감안하면 사실 1조원도 아깝지 않아. 기지국 한 번 까는 것도 힘들었는데 어떻게 이걸 또 몇 달만에 깔아? 차라리 주파수를 사는 게 나았지. 더 높게 불러야 하나 싶어 밤잠을 못 잤는데, 다행이야. 막판에 은근슬쩍 밴드플랜2로 넘어와 1.8GHz 주파수를 싸게 가져간 SK텔레콤 녀석들은 밉지만, 덕분에 나도 더 비싸게 사진 않았으니 조금은 고맙기도 해.

어쨌든 그동안 손 놓고 있던 150Mbps 짜리 LTE를 남들보다 더 쉽게 시작할 수 있게 됐어. 가입자 절반이 몰려 있는 수도권은 제한이 없으니 9월부터 바로 광대역을 시작할 생각이야. 2014년 7월까지는 전국에서 쓰지 못하는 건 안타깝지만, 일단 수도권 지역에서는 시작하니 남들보다 더 빠른 LTE라고 광고해도 문제는 없겠지? 그 동안 이 황금 주파수를 별 것 아니라고 깎아내리면서 사실 입이 간질간질했다고. 빨리 말하고 싶어. “여러분, KT의 LTE는 특별해요. 갤럭시S3나 아이폰5도 75Mbps가 아니라 100Mbps 속도로 가장 빨라요~! 하하하.”

이제 다음 차례는 900MHz야. 광대역 주파수 때문에 LTE-A의 우선순위를 조금 미뤄 두었지만, 이제 이것만 붙이면 우리는 기본 150Mbps, 최고 225Mbps의 속도를 내는 수퍼 LTE가 된다고. 참, 여러분! 데이터 2배 혜택은 10월말까지예요, 리얼리~.

KT-LTE

SK텔레콤 : C블록 1.8GHz(35MHz), 1조500억원

자…잠깐. 표정관리부터 하고. 흠흠, 그것 봐. 누가 LG유플러스랑 짜고 경매에 들어간다고 그랬어? 우리도 실속을 챙길 수밖에 없는 사업자라고. 원래 짜고 시작했던 것도 아니고 LG유플러스를 배신하려고 했던 것도 아니야. 여러 상황으로 봐서 우리로도 최선을 다한 경매였어. 이것도 사업이니, 부디 날 욕하지 말아줘.

2.6GHz든 1.8GHz든, 뭘 할당받아도 어차피 둘 다 주력 주파수(850MHz)와 묶어 쓰려면 캐리어 어그리게이션을 해야 했어. KT처럼 주력 주파수에 묶는 건 물리적으로 어려우니 보조 주파수라도 좋은 게 필요했거든. 하지만 오해는 말아줘. 1.8GHz가 LG유플러스에게 필요했다는 말은 진심이었어. 다만 경쟁이 너무 과열되면서 주파수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것을 막아야 했기에 울며 겨자먹기로 KT쪽의 밴드플랜으로 바꿀 수밖에 없었다고.

갑자기 1.8GHz로 바꾼 이유가 궁금해? LG유플러스에게 1.8GHz를 줘야 한다는 건 밴드플랜1로 가져가야 한다는 이야기였을 뿐이야. 밴드플랜2로 마음을 돌렸으니 이야기는 새로 시작되는 거라고. 우리는 원래 1.8GHz로 전국에 기지국을 깔고 있는데, 이왕이면 기지국을 처음부터 새로 깔아야 하는 2.6GHz보다는 이미 깔아둔 1.8GHz의 주파수를 조정해서 쓰면 비용이 줄어들지 않겠어? LG유플러스는 우리가 반납할 20MHz 대역 1.8GHz를 할당해주면 되겠네.

어쨌든 주력망에서 주파수만으로 150MHz 속도의 LTE 서비스를, 그것도 전국망으로 할 수 있게 된 KT를 보면 배가 아픈 게 사실이야. 그래도 황금 주파수를 비교적 싸게 샀으니 우리도 손해볼 것도 없어. 정말이야. 나 좋아서 웃는 거 아니야. 그냥 살짝 간지러워서 그래.

LG유플러스 : B블록 2.6GHz(40MHz), 4788억원

1.8GHz가 없어도 괜찮아. 나는 원래 ‘유니크’한 주파수에 익숙해. 미래부가 나한테 2.6GHz는 아무도 쓰지 않았던 ‘청정 주파수’라고 귀띔해 줬어. 뭐든 새 것이 좋은 것 아니겠어? 쩝.

그래도 그동안 SK텔레콤이 사람들을 모아 놓고 나도 잘 살아야 한다며, 그러려면 1.8GHz 주파수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해 줘서 고마웠어. 그 주파수를 SK텔레콤이 덥석 가져가긴 했지만, 일부러 그런 건 아닐거야. 나에게 차세대 글로벌 주파수인 2.6GHz를 주려고 그랬던 거였겠지? 근데 다른 나라들은 2.6GHz를 언제부터 차세대 주파수로 쓴대? 혹시 내가 제일 먼저 산 건 아니지?

2.6GHz는 40MHz니 이전에 갖고 있던 850MHz, 2.1GHz의 20MHz와 합치면 80MHz로 우리가 제일 많은 주파수를 갖고 있다고. 남들보다 더 빠른 300(75×4)Mbps의 빠른 속도로 LTE-A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됐어. 기지국을 하나 더 세워야 하지만 말이야. 전국망 LTE 두 번 깔아봤는데, 세 번이라고 못하겠어? 기지국 깔 돈은 이제부터 벌어야지. 누구, 2.6GHz 주파수 기지국 세워본 적 있어?

아, 눈 화장이 번졌다고? 가을이 오니까 알레르기가 심해졌네. 난 괜찮아. 정말 괜찮아. 나는 100% LTE니까.

LT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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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