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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L 창시자 레식 교수가 저작권 침해?

2013.09.03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활동가인 로렌스 레식 교수는 얼마 전 황당한 일을 겪었다. 2010년 한국에서 강연한 모습을 유튜브에 올렸는데 이 동영상이 유튜브에서 내려갔다. 한 음반사가 저작권을 침해한 영상이라고 내렸던 게다. 저작물 사전 이용 허락 조건인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CCL)‘의 창시자인 레식 교수가 저작권을 침해했다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레식 교수는 CCL 활동가이자 창시자이다. 2001년 크리에이티브 커먼즈라는 비영리기구를 만들고 2002년 CCL을 만들어 배포했다. CCL은 몇 가지 조건만 지키면 모든 이가 저작물을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저작권자가 조건을 표시하는 제도다.

2010년 6월 그는 서울에서 열린 ‘CC 아시아’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아시아와 호주, 뉴질랜드의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운동가가 모여 각국의 공유 문화를 소개하는 행사였다. 이 콘퍼런스에서 레식 교수는 CCL의 정신인 ‘개방’을 주제로 하여 50분 정도 강연을 했다.

레식 교수는 강연을 하며 저작권이 느슨할 때 나타나는 모습을 소개했다. 그 예로 프랑스의 밴드 ‘피닉스’가 부른 ‘리츠토매니아’의 노래를 가지고 이용자가 만든 뮤직비디오를 소개했다. 저작권을 엄격하게 관리하면 생기지 못했을 작품이었다. 싸이 ‘강남스타일’이 패러디 문화를 만들며 사랑받은 것처럼 말이다. 그는 이날 강연한 내용과 발표한 자료를 유튜브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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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스 레식 교수의 ‘CC 아시아 콘퍼런스’ 강연 동영상 보기

그런데 이용자가 만든 ‘리츠토매니아’ 뮤직비디오가 문제였다. 리츠토매니아의 저작권을 가진 리버레이션이라는 음반사는 이 음악이 흘러나오는 걸 저작권 침해라고 판단했다. 레식 교수의 영상이 피닉스가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아니라, 그 노래에 맞춰 사람들이 새롭게 만든 뮤직비디오를 담았는데도 말이다. 강연 영상이 상업적으로 쓰인 것도 아니었다. 또, 리츠토매니아는 50분짜리 강연 중간에 아주 짧게 나왔을 뿐이었다.

헌데도 음반사는 레식 교수의 강연 동영상을 유튜브에서 차단했다. 유튜브에는 저작권자가 자기 저작권을 침해한 동영상을 접속 차단할 수 있는 관리 페이지가 있다. 이곳에서 저작권자는 저작권을 침해한 동영상을 간단하게 차단할 수 있다. 음반사는 바로 이 방법을 써서 레식 교수의 동영상을 내렸다.

로렌스 레식 교수의 강연 중 피닉스의 리츠토매니아를 패러디한 영상

▲로렌스 레식 교수의 강연 중

이 과정에서 레식 교수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유튜브의 시스템은 저작권자가 저작권을 위반했다고 판단하면 바로 차단하도록 만들어졌다. 이용자가 막을 방법은 없다.

레식 교수는 자기가 올린 동영상이 내려가자, 음반사에 항의했다. 그는 동영상에 피닉스의 노래가 쓰인 건 저작권을 침해한 게 아니라 ‘공정이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다행히 이 동영상은 지금 한국에서 제대로 보인다. 그렇지만 레식 교수는 이 문제를 가벼이 여기지 않았다. 동영상을 내린 음반사가 저작권을 남용했다고 8월22일 소송을 제기했다. 음반사가 전혀 상업적이지 않은 강연이고 영상에 포함된 노래 또한 강연의 내용 일부로 쓰인 것인데도 강연 영상을 접속 차단한 것은 저작권 남용이라는 얘기다.

저작권을 남용했다고 저작권자에게 소송을 건 레식 교수와 2분짜리 패러디 영상에 자기 노래가 쓰였다고 강연 동영상을 내린 음반사 리버레이션 중 누가 더 황당한 일을 한 걸까.

레식 교수 소송보다 앞선 ‘손담비 사건’

레식 교수의 소송과 비슷한 일이 한국에도 있었다. 바로 가수 손담비의 ‘미쳤어’ 사건이다.

우 모씨는 2009년 5살 딸아이가 ‘미쳤어’라는 노래를 따라 부르는 모습을 찍어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다. 그런데 어느날 네이버가 이 동영상을 내렸다.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이 동영상을 두고 저작권을 침해했으니 게시물을 삭제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우 모씨는 네이버에 복구해달라고 3번이나 요청했지만 묵살당했다. 결국 시민단체의 도움을 받아 네이버와 음저협에 소송을 제기했다. 레식 교수와 마찬가지로, 아이가 노래를 따라 부른 영상이 저작권을 침해한 게 아니며, 오히려 이 영상을 내린 것이 이용자의 권리를 침해한 거라고 주장했다.

1년 뒤 법원은 우 모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리고 동영상이 삭제돼, 일정 기간 권리 행사를 못한 우 모씨에게 음저협이 20만원을 손해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렇게 판결한 이유 중 하나로 법원은 저작권법의 목적을 들었다.

 이 법은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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