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의 저장 장치로 하드디스크는 어떨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특히 동영상을 잔뜩 넣어서 보는 이들에게 32GB나 64GB는 여전히 부족하다. 어차피 태블릿도 자그마한 컴퓨터이고, 내부는 거의 배터리로 가득 차 있다. 한쪽 귀퉁이를 하드디스크에 약간 할애하는 것 쯤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실제 그런 제품이 나왔다. 지난 6월 씨게이트는 ‘랩톱 울트라씬’이라는 5mm 두께의 하드디스크를 발표하면서 태블릿에도 들어갈 만큼 얇다며 시제품을 보여준 바 있다. 씨게이트가 또 다시 이 하드디스크를 태블릿 환경에 최적화한 ‘울트라 모바일 HDD’를 9월10일 실제로 발표했다. 전력 소비나 속도는 기존 플래시 메모리와 비슷하며, 용량은 500GB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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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들어가는 플래시 메모리는 성능이 그리 뛰어나진 않다. 운영체제 자체가 파일을 불러오는 속도에 큰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하드디스크는 이제 전송 속도를 1초당 100MB 가량 전송할 수 있을 만큼 빨라졌다. 이전에 선보인 두께 5mm의 ‘랩톱 울트라씬’의 경우 실제 읽기 쓰기 속도가 100MB 수준이니, ‘울트라 모바일’도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씨게이트의 태블릿용 하드디스크는 울트라북용 초슬림 하드디스크와 기계적으로는 닮아 보인다. 두께는 5mm이고, 2.5인치 플래터에 최대 500GB의 저장 공간을 품는다. 씨게이트는 ‘다이내믹 데이터 드라이버’라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태블릿의 플래시 메모리와 하드디스크를 유기적으로 결합한다. 마치 씨게이트가 이전에 내놓은 하이브리드 하드디스크 ‘모멘터스XT’처럼 하드디스크의 데이터 일부를 이용 빈도에 따라 플래시 메모리에 캐싱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 태블릿은 8GB 혹은 그보다 더 작은 플래시 메모리만 지녀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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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게이트는 몇년 전부터 하드디스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하드디스크에 플래시 메모리를 접목하는 노력을 해 왔다. 대표적인 것이 ‘모멘터스XT’ 시리즈인데, 4~8GB의 플래시 메모리를 넣고 자주 읽고 쓰는 파일들을 플래시 메모리에 스스로 할당해 둔다. 주로 운영체제의 파일들이나 라이브러리가 보관되는데, 8GB 정도면 안드로이드를 통으로 깔아도 넉넉한 용량이다. 이 울트라 모바일 HDD도 이용자가 직접 플래시 메모리 영역에 접근하지는 못하지만 실질적으로 성능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운영체제 파일들이 태블릿의 플래시 메모리에 캐시되기 때문에 반응 속도가 빠르다. 씨게이트는 기존 태블릿에 쓰이던 가장 큰 용량인 64GB 플래시 메모리에 비해 성능은 거의 같고 용량은 7배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전력 소비량과 소음, 그리고 충격이다. 하드디스크는 아무리 느리게 돌아도 1분에 디스크를 4200번 이상 돌린다. 이 제품도 5400RPM의 속도로 회전한다. 뭔가 돌아가는 게 있으면 모터 소음이 나고 열도 뒤따르게 마련이다. 무엇보다 진동이나 충격에 약할 수 있다. 노트북의 경우 상대적으로 외부에서라도 어딘가에 올려두고 쓰지만 태블릿은 주고 들고 쓴다. 씨게이트는 열과 모션 센서 등을 달아 제품이 떨어지는 순간 회전을 멈춘다거나 열이 심해지면 성능이 떨어지지 않는 한에서 회전 속도를 줄이는 등 플래시 메모리에 비해 안정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전력 소비량도 대기시에 0.14W로 플래시 메모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평균 전력 소비량은 1.7W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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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디스크는 PC의 CPU 성능이 100배쯤 빨라지는 동안 읽기·쓰기 속도를 10배도 끌어올리지 못했다. 늘 PC 성능이 빨라지는 데 발목을 잡는 장본인으로 지적되고, 플래시 메모리가 대중화되면 SSD와 함께 사라질 물건으로 꼽혔지만 꾸준히 진화하고 있다. SSD를 비롯한 플래시 메모리 가격은 계속 내려가고 있지만 그만큼 운영체제나 동영상, 음악 등의 파일 크기가 커지면서 더 큰 용량이 필요하게 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큰 미디어 파일들을 많이 보관해야 하는 태블릿 같은 기기에는 오히려 큰 용량의 저장장치가 더 현실적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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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