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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말뚝] 아청법, 기울어지는 찬반 균형추

2013.09.13

국회는 언제나 ‘이슈’로 난리다. 누구는 된다, 또 다른 누구는 안 된다. 서로의 처지가 있고, 생각이 다르다. 국회에서 벌어지는 말다툼은 민주주의가 더 견고해지는 초석이라 믿는다. 헌데, 다툼이 길어지면 골치가 아프다. 서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는 얘기니까. 국회에서 이뤄지는 토론 모두 옳은 방향으로 합의가 이뤄지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사회적 합의는 결코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아동청소년성보호에관한 법률(아청법)도 마찬가지다. 법정에서는 지난 6월 개정안이 시행되기 시작한 아청법을 어떻게 해석할까 고민 중이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의 주요 소비층인 젊은 누리꾼은 아청법을 고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표현의 자유를 지키려는 만화 작가도 아청법을 비판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반대로 시민단체는 시민단체대로 아동이나 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의 위험성을 꼬집는다. 아동과 청소년의 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한 가지 주제 아래 이토록 많은 목소리가 얽히고설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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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청법은 위헌: “형평성과 표현의 자유 침해”

현재 아청법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만화를 본 사람을 마치 성범죄자처럼 취급한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규제 대상과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 양형 규정까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과연 이 법이 올바르게 작성됐고, 작동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법리적인 해석에 가깝다.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지난 8월 국회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열린 아청법 토론회에 참석해 “국제적인 상식선에서 아동 포르노를 규제하는 이유는 포르노 제작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아동에 대한 성적 학대를 예방하기 위함”이라고 꼬집었다.

bloter_forum_130530_3_500요컨대,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규제해야 하는 까닭은 아동이나 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을 볼 수 없도록 하기 위함이라기보다는 제작 과정에서 성적 학대를 받을 수 있는 실제 아동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얘기다.

헌데, 지금의 아청법은 어떤가. 실존 아동을 성 학대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아청법의 입법 취지와 다소 동떨어진 얘기가 많다. 예를 들어 어떤 만화에 등장하는 캐릭터에 성적 표현이 들어갔다고 생각해보자. 이는 실제 아동과 전혀 상관없는 가상의 캐릭터일 뿐이다. 아청법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아청법을 두고 ‘매체물’ 규제라고 주장하는 까닭이 여기 있다. 아청법은 만화, 애니메이션 작가에게 보장돼야 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나아가 작가의 상상력을 저해하는 올가미가 될 수도 있다.

논란의 한가운데엔 아청법 제2조 제5호가 서 있다. 아청법 제2조 제5호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이란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하여 제4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거나 그 밖의 성적 행위를 하는 내용을 표현하는 것으로서 필름·비디오물·게임물 또는 컴퓨터나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한 화상·영상 등의 형태로 된 것을 말한다.”

과연 어떤 표현물이 아청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실제 사람이 등장하는 것을 표현물로 볼 것인가, 만화나 애니메이션과 같은 가상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표현물까지 확대할 것인가. 아청법을 둘러싼 잡음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것은 모호한 정의 탓이다.

아청법의 과도한 처벌 조항도 문제다. 실제 아동이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가해자가 법원에 서면 5년 이상 징역이나 무기징역을 받는다. 아동 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제작하거나 배포, 소지한 혐의로 재판장에 선 이도 5년 이상 징역이나 무기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아청법은 만화를 보거나 이를 제작한 이를 실제 성범죄자인 양 취급할 뿐만 아니라 더 높은 처벌을 강요하고 있는 꼴이다.

현재 아청법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소송이 진행 중이다. 사단법인 오픈넷이 지난 3월 아청법 위헌소송을 제기했다. 음란물을 정의하는 규정이 명확하지 않고, 표현의 자유에 대해 과잉금지의 원칙을 어겼다는 것이 위헌소송을 제기한 이유다.

△ 양형규정 비교

● 실제 아동을 성폭행한 경우

– 형법 제297조(강간):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 아청법 제7조(아동, 청소년에 대한 강간 추행 등) – 폭행, 또는 협박으로 아동·청소년을 강간한 자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 아동이 등장하는 만화를 본 경우

– 아청법 제11조(아동·청소년 음란물의 제작·배포 등):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제작·수입, 또는 수출한 자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아청법은 정당: “아동과 청소년의 인권을 위해”

아청법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큰 목소리를 내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은 아청법이 아동과 청소년의 인권, 특히 성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법이라고 주장한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이 성을 과도하게 자극적으로 표현해 성범죄의 연결 고리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아청법을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법리적인 해석을 하고 있다면, 아청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현실적인 지점에서 문제를 찾고 있다.

이현숙 탁틴내일 상임대표는 교수는 지난 8월12일 국회의 아청법 토론회에 참석해 “음란물을 모니터링 하다 보면 매우 폭력적이고 사실과 다르게 성적으로 매우 과장된 애니메이션을 자주 볼 수 있다”라며 “실제 사람이 등장하는 것보다 더 자극적이고 끔찍한 그림이 이토록 많은데, 이는 어떻게 볼 것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폭력적인 매체나 성적으로 가학적인 표현물을 자주 접한 사람이 과연 실제 성범죄를 저지르게 될까. 지금으로서는 그렇다 혹은 아니다, 설왕설래하는 상황이다. 매체가 현실의 행동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인과관계를 증명한 연구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같은 연구를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만, 아청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아동이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아동이 등장하는 음란물과 상관관계가 있음을 근거로 삼는다. 결과가 일어나도록 한 직접적인 원인을 인과관계라고 부른다. 상관관계는 특정 사건이 결과와 연결고리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자료가 강간 통념 연구다. 강간 통념은 사회 구성원이 강간 범죄에 가진 잘못된 인식을 말한다. “강간 범죄는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여성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식의 사고나 “강간 피해 여성은 평소에도 평판이 좋지 않은 성관계를 즐기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 등이 여기 속한다.de_2

이현숙 대표는 “음란물은 강간 통념에 영향을 끼친다”라며 “음란물을 많이 본 사람은 일반적인 사람보다 강간 통념을 더 쉽게 수용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성폭력 범죄자도 강간 통념을 더 쉽게 받아들인다는 게 이현숙 대표의 설명이다.

이는 강간 범죄자가 자신의 범죄를 합리화하는 논리다. “야한 옷을 입은 여성을 보고 충동을 억제하지 못했다”와 같은 얘기다. 강간 통념을 쉽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 성범죄자는 있어서는 안 될 일도 쉽게 남 탓으로 돌린다. 음란물이 강간 통념 수용도에 미치는 영향과 성범죄의 상관관계에 주목해야 하는 까닭이다.

예를 들어 지난 2010년 발생한 초등학생 강간 살해사건의 범인은 당시 아동이 등장하는 음란물 약 50여 편 갖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영상을 보고 아동에 대한 성 충동을 억제하기 어려웠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고의수 여성가족부 과장은 국회 아청법 토론회에서 “가상 음란물(만화, 애니메이션)은 성범죄와 상관관계가 있으므로 가상 음란물을 규제하는 것은 아동 성범죄를 막고자 하는 아청법의 취지에 들어맞는다”라고 설명했다.

아청법 ‘손질’ 목소리, 법원은 판결 유보

아청법을 좀 더 명확하고 견고하게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아청법은 입법 취지의 적합성과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급히 만들어진 법이라는 오명을 씻기 힘들다. 아청법에 허점이 드러나는 것도, 아청법을 둘러싸고 무수한 논란이 일어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상훈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아청법이 2011년 18대 국회에서 개정됐는데, 처벌이 강해졌다”라며 “이 무렵 아동이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폭행 범죄가 사회적인 이슈가 된 적이 있는데, 국회에서 여론에 반응해 강력히 처벌하도록 만들어진 법안으로 기억한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0년 아동을 성폭행해 살해한 남성이 경찰에 붙잡힌 사건이 있었다. 또, 2008년에는 여자아이를 화장실에 가두고, 성폭행과 심한 폭행을 저지른 사건도 전파를 탔다. 대중은 보통 언론을 통해 접하던 사건과 다른 충격을 받았다. 이 사건의 피해자는 불과 8살짜리 아동이었다.

한상훈 교수는 이어서 “다른 한편으로는 학자 관점에서 너무 과도한 개정인 것은 아니었는지 하는 생각도 들고, 처벌 수위가 너무 과한 것은 아닌지 생각한다”라며 “이성적으로 차분히 법적으로 검토할 기회가 없었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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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청법을 둘러싼 상반된 의견과 달리, 법원은 아청법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밑그림을 그린 모양이다. 지난 8월12일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이 아청법에 위헌심판제청 결정을 내렸다. 현재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은 음란 애니메이션을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ㄱ씨 사건을 담당하고 있다. 검찰은 ㄱ씨가 공유한 애니메이션에서 교복을 입은 캐릭터가 노골적인 성행위를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는 점을 문제삼았다.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이 아청법에 위헌심판제청 결정을 내린 까닭은 아청법이 평등의 원칙, 과잉금지 원칙에 반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가상 캐릭터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은 실제 아동이 등장하는 아동 음란물과 똑같이 취급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다. 아청법을 고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뿐만이 아니다. 서울북부지방법원도 지난 5월 똑같은 결정을 했다. 당시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성인 배우가 교복을 입고 등장한 음란물이 아청법을 위반한 것인지 아닌지를 두고 재판을 벌이고 있었다.

변민선 서울북부지방법원 형사5 단독 판사는 위헌제청 결정문에서 “해당 조항은 표현의 자유에서 요구하는 명확성의 요청 및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라며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에 대한 의미가 정확하지 않아 다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다”라고 판단한 바 있다.

서울북부지방법원과 수원지방법원의 위헌제청 결정은 교복을 입은 성인 배우나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창작물이 아청법 테두리를 벗어날 길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아청법은 아직 시행된 지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았다. 법원이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다. 법원의 판결이 다음 아청법 관련 재판에 판례로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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