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말뚝] 인터넷 실명제, 뽑히지 않은 잔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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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실명제의 목숨이 질기다. 제한적 본인확인제가 위헌 결정을 받았는데도 2013년 지금 대한민국에서 인터넷 실명제는 살아 있다. 인터넷 실명제에 숨을 불어 넣는 5종 세트 때문이다. 공직선거법과 청소년보호법, 게임산업진흥법, 전기통신사업법, 정보통신망법상 실명제다.

선관위도 대략난감, ‘공직선거법상 실명제’

공직선거법 82조의6의 다른 이름은 ‘공직선거법상 인터넷 실명제’ 또는 ‘공직선거법상 실명제’다. 선거 운동 기간에 인터넷 게시판이 이용자의 실명을 인증하게 한다. 이 조항은 2004년 신설돼, 위헌 결정을 받은 정보통신망법상 실명제보다 3년이나 앞서 시행됐다.

공직선거법

제82조의6(인터넷언론사 게시판·대화방 등의 실명확인) ① 인터넷언론사는 선거운동기간 중 당해 인터넷홈페이지의 게시판·대화방 등에 정당·후보자에 대한 지지·반대의 문자·음성·화상 또는 동영상 등의 정보(이하 이 조에서 “정보등”이라 한다)를 게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경우에는 안전행정부장관 또는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제4호에 따른 신용정보업자(이하 이 조에서 “신용정보업자”라 한다)가 제공하는 실명인증방법으로 실명을 확인받도록 하는 기술적 조치를 하여야 한다. 다만, 인터넷언론사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5에 따른 본인확인조치를 한 경우에는 그 실명을 확인받도록 하는 기술적 조치를 한 것으로 본다.
②정당이나 후보자는 자신의 명의로 개설·운영하는 인터넷홈페이지의 게시판·대화방 등에 정당·후보자에 대한 지지·반대의 정보등을 게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경우에는 제1항의 규정에 따른 기술적 조치를 할 수 있다.
③안전행정부장관 및 신용정보업자는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따라 제공한 실명인증자료를 실명인증을 받은 자 및 인터넷홈페이지별로 관리하여야 하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그 실명인증자료의 제출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이에 따라야 한다.
④인터넷언론사는 제1항의 규정에 따라 실명인증을 받은 자가 정보등을 게시한 경우 당해 인터넷홈페이지의 게시판·대화방 등에 “실명인증” 표시가 나타나도록 하는 기술적 조치를 하여야 한다.
⑤인터넷언론사는 당해 인터넷홈페이지의 게시판·대화방 등에서 정보등을 게시하고자 하는 자에게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할 것을 요구하여서는 아니된다.
⑥인터넷언론사는 당해 인터넷홈페이지의 게시판·대화방 등에 “실명인증”의 표시가 없는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지지·반대의 정보등이 게시된 경우에는 지체 없이 이를 삭제하여야 한다.
⑦인터넷언론사는 정당·후보자 및 각급선거관리위원회가 제6항의 규정에 따른 정보등을 삭제하도록 요구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이에 따라야 한다.

공직선거법상 실명제는 역사가 긴 만큼 뿌리가 쉽게 뽑히지 않는다. 헌법재판소는 이 제도에 대한 위헌 소송에 2번이나 합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 제도가 인터넷 선거운동의 폐해를 막는 역할을 한다는 게 합헌 결정을 한 이유였다. 시행 1년 만인 2005년에 개정된 법안을 들고 또 다시 위헌 소송이 제기되자 이제 막 개정돼 실제로 시행되지 않은 법을 가지고 합헌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고 각하한 바 있다.

그러다 2012년 8월 정보통신망법상 실명제가 위헌 결정을 받으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두 제도의 목적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정보통신망법상 인터넷 실명제는 악플러의 활동을 위축하려고, 공직선거법상 실명제는 인터넷에서 흑색 선거운동을 막는다는 명분이 있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정보통신망법상 실명제가 위헌 결정을 받자, 이튿날인 2012년 8월24일 공직선거법상 실명제를 폐지해야 하는지 의논했다. 그리고 8월29일 국회에 공직선거법상 실명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진선미 민주당 의원도 공직선거법상 실명제를 폐지하는 법안을 동료의원 17명과 2012년 9월5일 발의했다. 공직선거법상 실명제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셈이다. 소관 부처가 폐지해야 한다고 보도자료로 밝힌 제도인데 지켜서 무엇하겠는가.

하지만 공직선거법상 실명제는 남았다. 2012년 대선 때 선거관리위원회는 딴지일보와 다음 아고라에 실명 인증 절차를 마련하지 않았다고 과태료처분을 내렸다. 그때까지 공직선거법이 개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거관리위원회는 법 집행기관으로서, 법을 개정하지 않은 국회의 의사를 존중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이 일이 있고 9개월이 지난 2013년 9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다시 물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보관은 “우리에게는 의견권만 있다”라며 “국회에서 법을 개정해줘야 (공직선거법상 실명제가 폐지) 한다”라고 말했다.

꼬박 1년 전 나온 공직선거법상 실명제를 폐지하는 법안은 아직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안 됐다.

10cm의 ‘오늘밤에’ 들으려면 ‘청소년유해매체물 접속 실명제’ 거쳐야

가수 10cm의 2집 앨범에 실린 ‘오늘밤에’는 오리지널 버전과 클린 버전, 2가지가 있다. 오리지널 버전이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돼 10cm는 ‘fuck’이란 영어 욕설을 빼고 클린 버전을 내놨다.

벅스와 다음 뮤직의 10cm 오늘밤에

이렇게 되자 버전마다 듣는 방법도 달라졌다. 클린 버전은 누구나 음원을 사기 전 미리 듣거나, 다운로드해 구매하고, 스트리밍으로 들을 수 있다. 반면 오리지널 버전을 들으려는 사람은 실명인증을 해야 한다. 청소년보호법 16조 때문이다.

청소년보호법 16조1항은 청소년유해매체물을 팔거나 빌려주고, 배포하려는 사람은 상대방의 나이와 본인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청소년유해매체물을 팔거나 다른 사람이 이용하게 할 수 없다. 청소년에게 해를 입히는 책이나 게임, 동영상, 음악 등을 청소년에게서 멀찍이 떨어뜨리는 제도인 셈이다.

청소년보호법

제16조(판매 금지 등) ① 청소년유해매체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매체물을 판매·대여·배포하거나 시청·관람·이용하도록 제공하려는 자는 그 상대방의 나이 및 본인 여부를 확인하여야 하고, 청소년에게 판매·대여·배포하거나 시청·관람·이용하도록 제공하여서는 아니 된다.

하지만 이 제도 또한 현재는 유명무실하다. 국내 음악 서비스는 이 제도를 지키지만, 같은 곡을 가지고 외국 서비스는 어떠한 실명인증 장치를 마련하지 않고도 팔고 틀어주기 때문이다.

벅스나 엠넷닷컴, 소리바다, 네이버, 다음 등 국내 음악 서비스는 오리지널 버전을 팔 때 이용자가 본인인지 확인한다. 이 곡을 들어도 되는 성인인지를 보는 것이다. 아니면 아예 클린 버전만 내놓기도 한다.

그런데 애플의 음악 서비스인 아이튠스는 다르다. 애플은 한국 정부가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한 10cm의 ‘오늘밤에’ 오리지널 버전에 ’19금’ 딱지를 붙이지도 않고 판다. 이용자가 미리듣기를 선택하면 문제가 된 ‘fuck’이란 가사가 나오는 부분을 틀어주기까지 한다.

▲애플 아이튠스에서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된 10cm ‘오늘밤에’ 오리지널 버전을 어떤 인증 절차를 거치지 않고 들을 수 있다.

같은 곡을 애플 아이튠스에서는 로그인을 하지 않고도 미리듣기를 이용해 들을 수 있지만, 한국의 음악 서비스에서는 내 나이는 물론 실명인증까지 해야 들을 수 있다. 실명인증을 하지 않으면 10cm가 따로 만든 클린 버전을 듣는 수밖에 없다. 청소년보호법은 국내 사업자를 해외 사업자와 차별하고, 이용자가 해외 서비스를 더 편하게 느끼게 만드는 셈이다.

또한 게임이든, 음악이든, 영화이든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되면 이용자나 시청자, 관객은 실명인증을 하지 않고서 접근할 수 없다. 굳이 보고, 듣고, 쓰겠다면 인터넷 서비스에 내가 누구인지를 드러내야 한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이 제도가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청소년보호법의 본래 취지에 맞지 않고, 성인이 익명으로 표현물에 접근할 수 있는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2013년 5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현재 헌법재판소는 청소년유해매체물 접속 실명제가 위헌인지 검토 중이다.

인터넷 실명제, 위헌 결정에도 게임 서비스에선 건재

▲던전히어로와 한게임의 회원가입 화면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제12조의3(게임과몰입·중독 예방조치 등) ① 게임물 관련사업자는 게임물 이용자의 게임과몰입과 중독을 예방하기 위하여 다음 각 호의 내용을 포함하여 과도한 게임물 이용 방지 조치(이하 “예방조치”라 한다)를 하여야 한다.

1. 게임물 이용자의 회원가입 시 실명·연령 확인 및 본인 인증

놀라지 말라. 회원가입을 받을 때 실명과 나이를 확인하고 본인 인증을 하라는 법이 있다. 제한적 본인확인제가 위헌 판결을 받았음에도 버젓이 시행 중인 이 법은 바로 게임산업진흥법이다.

한국의 게이머는 익명으로 게임을 즐길 권리가 없다. 익명 표현의 자유가 없는 셈이다.

게임에 익명으로 표현할 자유까지 내세우냐고 물을 수 있겠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2002년 게임물이 예술표현의 수단이 될 수도 있다며, 게임물을 만들고 팔거나 배포하는 행위가 표현의 자유로 보장받는다고 밝힌 바 있다. (99헌바117) 그리고 익명 표현의 자유, 특히 인터넷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익명표현은 강하게 보호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0헌마47)

  • 의사표현의 자유는 언론·출판의 자유에 속하고, 여기서 의사표현의 매개체는 어떠한 형태이건 그 제한이 없는바, 게임물은 예술표현의 수단이 될 수도 있으므로 그 제작 및 판매・배포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 제21조 제1항에 의하여 보장을 받는다. (99헌바117)
  • 익명이나 가명으로 이루어지는 표현은, 외부의 명시적·묵시적 압력에 굴복하지 아니하고 자신의 생각과 사상을 자유롭게 표출하고 전파하여 국가권력이나 사회의 다수의견에 대한 비판을 가능하게 하며, 이를 통해 정치적·사회적 약자의 의사 역시 국가의 정책결정에 반영될 가능성을 열어 준다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의 내용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인터넷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익명표현은 인터넷이 가지는 정보전달의 신속성 및 상호성과 결합하여 현실 공간에서의 경제력이나 권력에 의한 위계구조를 극복하여 계층·지위·나이·성 등으로부터 자유로운 여론을 형성함으로써 다양한 계층의 국민 의사를 평등하게 반영하여 민주주의가 더욱 발전되게 한다. 따라서 비록 인터넷 공간에서의 익명표현이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갖는 헌법적 가치에 비추어 강하게 보호되어야 한다. (2010헌마47)

게임산업진흥법이 한국 게임과 외국 게임을 차별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는 잠시 뒤로 미루자. 한국 게임 사업자에만 실명인증 장치를 붙이게 해 비용 부담을 안기는 거 아니냐는 얘기도 잠시 논외로 하자.

사단법인 오픈넷은 MMORPG와 같은 게임은 “그 자체가 의사 소통의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모든 온라인 게임이 청소년유해매체물인 것도 아닌데 회원가입할 때부터 모든 청소년이, 어떤 예외도 없이 친권자의 동의를 얻게 하는 게 청소년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말한다.

이 기구는 위 주장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 “게임산업진흥법은 법령이 정한 방법으로만 동의를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라며 게임산업진흥법 제12조의3이 사적자치의 원칙을 침해한다고 2013년 7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수사기관을 위한 실명제, 전기통신사업법

인터넷 서비스 회사는 이용자에게 받은 개인 정보를 잘 보관하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수사기관이 이용자의 인적 사항을 달라고 요청하면 내 정보를 수사기관에 넘긴다. 내 실명과 주민번호, 주소, 전화번호, 아이디, 서비스 가입한 날짜와 탈퇴한 날짜를 영장 없이도 보낸다.

수사기관이 영장을 보여준 것도 아닌데 내 정보를 냉큼 내어 놓다니. 이런 지적에 인터넷 서비스 회사는 이렇게 말한다. 법에 따른 거라고. 그리고 이 법에 따라 수사기관에 정보를 내줘야 하니 이용자에게 정보를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기통신사업법 83조 3항은 법원이나 검사, 국세청, 군 수사기관 등이 통신자료를 제공하라고 요청하면 전기통신사업자는 따를 수 있다고 밝힌다. 여기에서 전기통신사업자는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포털 사이트나 이동통신회사를 말한다.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통신비밀의 보호) ③ 전기통신사업자는 법원, 검사 또는 수사관서의 장(군 수사기관의 장, 국세청장 및 지방국세청장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 정보수사기관의 장이 재판, 수사(「조세범 처벌법」 제10조제1항·제3항·제4항의 범죄 중 전화, 인터넷 등을 이용한 범칙사건의 조사를 포함한다), 형의 집행 또는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정보수집을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자료의 열람이나 제출(이하 통신자료 제공)을 요청하면 그 요청에 따를 수 있다.

1. 이용자의 성명
2. 이용자의 주민등록번호
3. 이용자의 주소
4. 이용자의 전화번호
5. 이용자의 아이디(컴퓨터시스템이나 통신망의 정당한 이용자임을 알아보기 위한 이용자 식별부호를 말한다)
6. 이용자의 가입일 또는 해지일

전기통신사업법은 전기통신사업자가 수사기관의 요청에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수사기관은 전기통신사업법 83조 3항 덕분에 영장을 받지도 않고 네이버나 다음에 이용자 정보를 달라고 요청할 수 있었다. 그리고 포털 서비스는 전기통신사업법 83조 3항이 있어서 수사기관이 영장을 보여주지 않아도 이용자 정보를 내줬다.

다행히 영장 없이 이용자 정보가 오가는 이 관행에 경고를 보내는 판례가 나왔다. 서울고등법원은 수사기관에 이용자 정보를 넘긴 네이버가 해당 이용자에게 위자료 50만원을 내라고 2012년 10월 결정했다.

서울종로경찰서는 카페에 사진 1장을 올린 이용자의 인적 사항을 달라고 네이버에 요청했다. 이 이용자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선수단이 귀국할 때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김연아 선수가 피하는 듯한 모습을 편집한 사진을 네이버 카페에 퍼왔다. 당시 유인촌 전 장관은 이 이용자처럼 문제의 사진을 올린 이용자가 자기 명예를 훼손했다고 2010년 3월 고소했고, 서울종로경찰서는 이 사건을 맡았다.

네이버는 서울종로경찰서가 네이버 이용자의 인적사항을 달라고 요청하자 이틀 뒤 해당 이용자의 아이디와 주민번호, e메일 주소, 휴대폰 번호, 네이버 가입일자를 제공했다.

유인촌 전 장관은 한 달이 지난 2010년 4월, 해당 이용자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다.

일련의 사건을 겪은 이 이용자는 네이버에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위 판례가 나왔다고 해서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3항이 힘을 잃은 것은 아니다. 엄연히 법 조문으로 살아있다.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신자료 제공은 그 자체가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한 법 조항이라고 꼬집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3항, 꼭 유지돼야 하는 법인지 생각해볼 일이다.

각종 e실명제의 뿌리, ‘본인확인기관’

위 4개 법과 함께 인터넷 실명제 5종 세트에 포함되는 제도가 하나 있다. 바로 정보통신망법에 있는 본인확인기관 지정 제도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정보통신망법 제23조의3에 따라 본인확인업무를 할 기관을 지정한다. 인터넷 실명제를 기술적으로 뒷받침하는 업체를 법에 따라서 지목하는 셈이다.

정보통신망법에는 주민번호 수집을 금지하는 조항이 있지만, 특정 업체에 주민번호를 수집할 권리를 몰아주는 조항도 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3조의2(주민등록번호의 사용 제한) ①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용자의 주민등록번호를 수집·이용할 수 없다.
1. 제23조의3에 따라 본인확인기관으로 지정받은 경우
2. 법령에서 이용자의 주민등록번호 수집·이용을 허용하는 경우
3. 영업상 목적을 위하여 이용자의 주민등록번호 수집·이용이 불가피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로서 방송통신위원회가 고시하는 경우

제23조의3(본인확인기관의 지정 등) ① 방송통신위원회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심사하여 대체수단의 개발·제공·관리 업무(이하 “본인확인업무”라 한다)를 안전하고 신뢰성 있게 수행할 능력이 있다고 인정되는 자를 본인확인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다.
1. 본인확인업무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물리적·기술적·관리적 조치계획
2. 본인확인업무의 수행을 위한 기술적·재정적 능력
3. 본인확인업무 관련 설비규모의 적정성

정보통신망법 23조의2는 인터넷 서비스와 통신 회사가 주민번호를 수집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예외를 뒀다. 본인확인기관으로 지정받은 곳, 법령이 이용자의 주민번호 수집을 허락할 때, 방송통신위원회가 불가피하게 주민번호를 수집하는 업체로 밝히는 경우다.

이 예외 조항은 인터넷 실명제가 명맥을 유지하는 데 큰 힘을 발휘한다. 박경신 고려대 법대 교수는 “실명제를 가능케 한 주민번호 수집을 금지해서 실명제를 할 수 없게 됐는데 이 조항 덕분에 실명제가 작동한다”라며 “소수의 본인확인기관이 개인정보를 축적하게 해 빅브라더 출현을 가속화한다”라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공인인증서와 아이핀을 서비스하는 한국신용정보, 한국신용평가정보, 서울신용평가정보, 한국정보인증, 코리아크레딧 뷰로 등 5개 업체를 본인확인기관으로 뒀는데 2012년 12월 여기에 KT와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3개 통신회사를 추가했다. 정보통신망법 제23조의2와 개인정보보호법이 주민번호 수집을 금지한 상황에서 8개 업체에 주민번호가 모여 저장되는 상황인 게다.

그리고 8개 본인확인기관은 공직선거법과 게임산업진흥법, 청소년보호법에 있는 실명제가 작동할 수 있는 기술적, 법적 장치가 된다.

인터넷 실명제가 법으로 규정됐지만, 유명무실하기 때문에 필요 없는 제도라고 비판하려는 게 아니다. 본인확인 또는 본인인증을 하는 절차가 있는 것 자체가 이용자가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와 콘텐츠를 쓰는 데에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박경신 교수는 “온라인 게임 실명제와 청소년유해매체물 접속 실명제는 사상의 자유를 위축하고, 이용자에게 명찰을 달게 해 이용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여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는 문제가 있다”라며 “온라인 게임 실명제의 경우 실제 청소년의 게임 중독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증거는 없다”라고 인터넷 실명제가 제 목표대로 작동하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런데 인터넷 실명제를 꼭 없애야 하는 것일까. 이 의문은 인터넷에서 실명을 확인하는 모습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을 때 더욱 크게 든다. 여성가족부는 오픈넷이 제기한 청소년보호법의 헌법소원에 대해 의견서를 내며 이 물음을 파고 들었다.

여성가족부의 말대로 인터넷 실명제가 이미 우리에겐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가 된 건 아닐까. 그렇다면 이를 비판하고 계속 운영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건 이제 무의미한 일이 돼 버렸을 지도 모르겠다. 진짜 두려운 건 이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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