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人] 조한구 “인정받는 개발자로 평생 살고파”

가 +
가 -

‘컴퓨터를 좋아해야 한다.’ 개발자가 되기 위한 필수조건이 아닐까. 지금까지 인터뷰한 ‘개발人’ 모두 어린 시절부터 컴퓨터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 관심은 흥미가 되고, 흥미는 개발자가 되는 계기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이번에 만난 조한구 라온시큐어 이사도 이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 역시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컴퓨터와 사랑에 빠졌다. 소풍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 청량리 맘모스 백화점에 전시된 컴퓨터를 본 순간 순식간에 일이 이뤄졌다.

“베이직 언어로 작동하는 8비트 컴퓨터. 사실 그날 전 컴퓨터를 처음 봤는데, 어찌나 신기하던지요. 근처 서점으로 달려가 바로 컴퓨터 관련 책을 샀습니다.”

지금이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컴퓨터지만, 이 때만 해도 컴퓨터는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귀한 물건이었다. 조한구 이사는 매일같이 백화점으로 출근했다. 집에서 책으로 공부한 뒤 백화점에 전시된 컴퓨터로 실습했다.

“시간 흐르니까 용산에도 컴퓨터가 판매되기 시작하더군요. 하지만 컴퓨터는 여전히 비싼 물건이었어요. 섣불리 부모님께 사달라고 조를 수 없는 그런 귀중품이었습니다.”

조한구 이사는 비용의 벽 앞에서 컴퓨터를 향한 사랑을 잠시 접었다. 틈틈이 책으로 공부를 했지만 예전같은 열정은 없었다. 그렇게 고등학교 3년을 보내고 대학생이 됐다. 물리학도로 4년을 공부했다. 개발자라는 꿈과는 점점 멀어져만 갔다.

developer

보안 부문 한우물 판 15년차 개발자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고등학교 때 알고 지낸 선배가 그에게 ‘개발자로 일하지 않겠냐’라고 제안했다. 조한구 이사는 앞뒤 생각지 않고 달려들었다. 개발자로서의 그의 꿈이 첫 발을 디뎠다.

“중학교랑 고등학교 때 학교 수업으로 컴퓨터를 배우고, 대학교 땐 전산물리를 배우면서 프로그래밍 감은 놓지 않고 있었거든요. 이 모습을 그동안 지켜봤던 선배가 자기가 일하던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같이 일해보지 않겠냐고 하더군요. 기뻐서 소리친 것도 잠시, 현실은 정말 냉혹했습니다.”

조한구 이사는 약 7년 동안 컴퓨터를 손 놓고 있었다. 프로그래밍 감을 잃지 않았을 뿐, 어린시절부터 컴퓨터를 배우고 대학교에서 관련 학과를 전공한 입사 동기와는 실력 차이가 컸다. 주변 동기들과 비교해 이제 겨우 기본기를 뗀 학생이었다.

“심지어 저보다 나이가 어린 신입사원이 있었는데, 실력은 저보다 월등했어요. 입사 동기들로부터 계속 무시당하니 자존심이 상하더군요. 그렇다고 누가 친절하게 ‘이거 공부해라’라고 가르쳐주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요.”

조한구 이사는 독하게 마음 먹고 공부했다.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는 주변 선배들을 탓하기보다 실력이 부족한 자신을 탓했다. 서점에 들려 관련 서적을 매일 읽고, 인터넷에서 정보를 검색하는 식으로 머리속에 지식을 쌓아갔다.

조한구 이사는 개발자로 사회에 첫발을 디딜 때부터 공인인증서 분야를 집중해서 공부했다. PKI기술이나 인증기술 등을 중점적으로 공부해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때론 너무 어려워 곤혹스럽기까지 했다.

“보안 프로그램을 개발하려면 프로그래밍 하는 법 외에 지식도 필요합니다. 해킹이나 암호화 같은 지식 말이지요. 사실 이런 분야 지식은 혼자 공부해 깨우치기는 어렵습니다. 업계 종사자로 꾸준히 일해야만 익힐 수 있는 지식이 많지요.”

이런 사실을 깨우치기까지는 7년이 걸렸다. 그 전까지만 해도 어느정도 공부하면 보안 프로그램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첫 자만은 입사 4년차, 대리가 됐을 때 찾아왔다. 기획안을 보면 어떻게 개발해야 할 지 그림이 그려졌고, 선임이나 선배가 요청하는 사항을 바로 적용해 개발할 수 있다고 믿을 때였다. 이때만 해도 조한구 이사는 그 누구보다 보안 프로그램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건방졌지요. 감히 4년차면서 상사에게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볼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을 정도니까요. 상사에게 혼나고 3~4년을 더 공부해 입사 7~8년차가 됐을 때였어요. 경력이 쌓이면 코딩은 잘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프로그래밍을 잘 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험난한 공인인증서도움 앱 개발기

조한구 이사는 좋은 개발자가 되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겸손해졌다. 지금 그의 모습에선 젊은 시절 치기 어린 자만심은 사라진 지 오래다. 주변 사람 말에 귀 기울이고, 사용자가 좀 더 편하게 쓸 수 있는 보안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개발자 조한구’만 남았다.

“공인인증서를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얘기가 나왔을 때 저도 참 고민 많이 했습니다. 액티브X 같은 플러그인 방식을 두고 말이 많은 걸 보면서 이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를 생각했지요. 해결책은 플러그인 방식을 쓰지 않는 것 뿐이었거든요. 그런데 이게 은근히 어렵습니다.”

조한구 이사는 별도의 중계서버 없이 웹서버에서 간단한 스크립트 수정만으로 공인인증서를 사용할 수 있는 비액티브X 방식 ‘터치엔 앱프리’ 기술을 개발했다. 터치엔 앱프리를 사용하면 모바일 웹브라우저에서 별도의 플러그인을 설치할 필요 없이 공인인증서를 불러와 사용할 수 있다. 현재는 iOS와 안드로이드OS 기반 웹브라우저에서 동작한다.

액티브X 없이 공인인증서를 다양한 운영체제와 웹브라우저에서 불러올 수 있게 하긴 쉽지 않았다. 다양한 테스트 환경, 특정 웹브라우저 버전에서 갑자기 작동하지 않는 하위호환성, 계속해서 늘어만 가는 다양한 모바일 기기를 해결하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OS를 설치하고, 각 모바일 기기의 하드웨어 사양도 고려하고, 웹브라우저 버전도 따지면서 개발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그것도 적은 비용으로 말이지요. 기업은 적은 비용으로 보안도 따지면서 인증 서비스를 제공하길 원하거든요.”

개발 과정에서 협의를 위해 시간을 더 많이 쏟을 때도 있었다. 조한구 이사는 윈도우8 모던UI용 ‘공인인증서 관리’ 앱도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한국인터넷진흥원과 마이크로소프트, 은행과 수차례 회의까지 했다.

“윈도우8 모던UI는 웹브라우저에서 액티브X를 실행하지 않습니다. 액티브X가 보안에 취약하다는 이유 때문이지요. 그런데 국내에서 공인인증서를 사용하려면 가상키보드, 방화벽, 백신 프로그램 같은 보안 기능 뒷받침돼야 합니다. 저흰 이걸 모두 플러그인을 구현하지 않고 하려다보니 많은 도전에 부딪혔지요.”

조한구 이사는 가상 키보드는 앱에서 바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백신은 iOS에서도 지원하지 않는 점, 방화벽은 윈도우8에서 기본으로 지원한다는 점을 들어 은행 보안팀과 인터넷진흥원을 설득했다.

“사실 제품 개발 환경은 쉬웠어요. 윈도우8은 C#, 자바 등 자양한 언어를 지원하거든요.  소프트웨어 개발도구(SDK)로 제공하는 기능도 괜찮고요. 문제는 국내 법규였지요. 사실 지금도 공인인증서 사용 여부를 놓고 말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단 우리 팀은 공인인증서 관련 개발을 전문으로 하고 있습니다. 공인인증서를 대신할 수 있는 인증서를 내놓는 것도 좋지만, 우선은 현행법 안에서 공인인증서를 그나마 편리하게 쓸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15년 개발자를 넘어 평생 개발자로

조한구 이사는 개발자로 일정 경력을 넘어서면 관리자로 자리를 옮기는 사람을 많이 보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시간과 회사가 허락하는 한 계속해서 개발자로 남을 생각이다. 어려운 개발 문제를 풀었을 때의 짜릿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는 그 과정에 중독돼서다.

“지상파 디지털TV 보안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했을 때 입니다. 시간은 정해져 있고, 해야 할 일은 많을 때였지요. 새벽3시에 야근을 하는데, 이날 작업을 다 끝내지 않으면 마감 일정을 지키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떻게서든 개발을 하고 있는데….”

조한구 이사가 과장 명함을 단 지 2년차 됐을 때였다. 야근하며 개발을 하고 있는 갑자기 쾅 소리가 나면서 그의 컴퓨터 전원이 나갔다. 컴퓨터뿐만 아니라 건물 전체가 깜깜해졌다.

“알고보니 지나가던 택시가 저희 회사 앞 전신주와 충돌하면서 전신주가 넘어간 거예요. 일은 해야 하고, 컴퓨터 전원은 없고, 노트북을 들고 주변을 헤매다가 PC방에 들어가서 일을 했습니다. 7시. 조용히 동틀 무렵 작업이 다 끝났지요. 그 순간의 쾌감을 전 잊을 수 없습니다.”

힘들게 작업해서일까. 조한구 이사가 개발한 프로그램은 잘 작동했다. 상사를 비롯해 주변 동기가 그의 프로그램을 칭찬했다.

“개발자는 누군가 자신을 인정해줄 때 보람을 느낍니다. 그 때의 성취감과 뿌듯함도 아무것과도 비교할 수 없습니다. 전 계속 개발자로 살 겁니다. 매번 도전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개발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