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휴대용 빔 프로젝터, SKT ‘스마트빔 아트’

2013.09.16

“스마트빔 아트 어때?”

갑자기 요 며칠 사이에 몇 번이 비슷한 질문을 받았다. ‘빔 프로젝터는 만져본 적도 없고 기사를 써본 적도 없는데 왜?’ 아, SK텔레콤이 만든 거라서 물어보는 거란다. 그러고 나서 제품을 살펴보니, 재미있을 것 같다. 마침 빔 프로젝터를 쓸 일이 있을 것 같아 부랴부랴 제품을 빌렸다.

“짜잔~ 앗!” 상자를 열자마자 깜짝 놀랐다. 이게 빔 프로젝터라고? 블로터 창간 파티에서 영상을 틀까 했더니 이건 작아도 너무 작다. 이게 과연 빔 프로젝터 구실을 하긴 하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 만큼 작다. 크기만 보면 기가 막힌다.

smartbeam_03_s

일단 제품부터 뜯어보자. 이게 얼마나 작냐 하면 가로·세로·높이가 4.6cm다. SK텔레콤은 ‘골프공 크기’라고 하는데, 딱 적당한 표현인 것 같다. 무게는 배터리를 포함해 130g다. 전원을 연결하지 않고 2시간까지 쓸 수 있다고 한다. 라마 한 편 보는데 배터리가 속을 썩이진 않았다.

연결은 MHL이나 HDMI로 한다. 이걸 연결하려고 보니 참 스마트폰의 영상 출력 포맷이 제멋대로라는 생각이 든다. ‘대한민국 표준’격인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는 대체로 별 문제 없이 작동한다. 물론 삼성의 MHL 단자는 핀 배열이 달라 별도의 젠더가 필요하긴 했지만, 그나마 가장 속 썩이지 않았다. ‘넥서스4’는 슬림포트로 영상을 출력하기 때문에 연결이 쉽지 않다. 아이폰에선 HDMI로 출력하는 전용 출력 단자를 연결하고 여기에 다시 HDMI 케이블을 꽂아야 한다. 설명서에 나온 연결 방법만 해도 몇 개인지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MHL을 쓰는 기기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결국 사무실에서 굴러다니던 낡은 ‘HTC 센세이션’이 MHL을 쓴다는 정보를 확인했다. 이제는 느려서 쓰지도 못하겠는데, MHL 출력이 된다. 제품탓이라기보다는 디스플레이 표준이 정해지지 않은 탓이다.

일단 연결이 되니 벽에 스마트폰 화면이 그대로 비춰진다. 회의실이나 카페처럼 불빛이 있는 곳에서 쓸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밝기는 40안시 루멘스라고 하는데, 밝은 편은 아니다. 요즘 나오는 빔 프로젝터는 500안시 정도가 기본이고 3000안시 제품도 있다. 이런 제품들은 조명이 있는 곳에서도 제법 잘 보인다.

smartbeam_05_s

▲주변 빛이 있는 곳에서는 흐릿하게 보이긴 하지만, 저녁만 돼도 충분히 볼 만한 밝기는 된다. 원래 그렇게 쓰라고 나온 제품이니.

겨우 40인시로 뭘 할 수 있을까? 낮에는 그런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밤에 다시 켜 보니 깜짝 놀랄 만하다. 불 꺼둔 방에서 보기에는 충분히 밝다. 멀리 비춰도 어두워서 못 보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2.4m 뒤에서 70인치 화면이 나온다는데 46인치 TV과 비교해 대각선 길이를 2배 이상 빼도 잘 보인다 최대 100인치까지 출력할 수 있단다. 그래도 밝기나 선명도가 떨어지지 않는다. 요즘 고성능 프로젝터들은 1미터 남짓한 거리에서 100인치 화면을 영사한다는데, 그 정도는 아니지만 가격이나 크기를 생각하면 나쁘지 않다. 해상도도 640×480이다. 애초 큰 기대를 하진 않았지만 모니터나 TV로 보는 VGA 해상도처럼 거슬리지 않는다. 그나마도 찾아보기 전까지는 해상도가 얼마인지 몰랐다.

그런데 SK텔레콤이 왜 이런 걸 만들었을까. SK텔레콤은 스마트폰 액세서리로 만든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애초 기획은 어린이를 위한 콘텐츠들을 효과적으로 볼 수 있는 방법을 염두에 뒀다고 한다. 기획 단계에서 고려된 그림은 아이들이 밤에 잠들기 전 천장에 동화를 틀어주는 것이다. 그래서 SK텔레콤은 이 장치를 구입하면 대교의 동영상 100건, 뽀로로 구름빵 등 영상 120건을 무료로 제공한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이게 제대로 터진 건 캠핑족들 때문이었다. 한밤중 숲속에서 텐트 한구석에 스마트빔 아트를 틀고 영화 한 편 여유롭게 감상하는 그림들을 꿈꾸고 제품을 구입한단다. 실제로도 그 정도로 보기에 무게도 가볍고 충전지로 전력 걱정도 없으니 좋다는 반응들이다. 게다가 애니메이션을 틀어두면 아이들이 모여 앉아 잠잠해진다. 그 사이 어른들은 한숨 돌리고 여유롭게 담소를 나눌 수 있다.

smartbeam_09

▲뽀로로 보라고 만들었더니 어른들이 더 좋아한다.

그런데 소리가 문제다. 자체 스피커가 있는데, 있으나마나한 수준이다. 제대로 들으려면 이어폰 단자를 쓰거나 블루투스로 별도 스피커를 연결해야 한다. 비스듬하게 쐈을 때 사다리꼴로 영사되는 것을 보정해주는 ‘키스톤’ 기능도 없다. 그래서 높낮이 조절이 되는 삼각대가 있어야 제대로 볼 수 있다. 액세서리로 삼각대 받침도 있다. 애초에 침대 옆에 두고 천장에 영사하는 게 목적이었으니 키스톤을 빼고 값을 낮추는 편이 더 낫긴 하다.

해상도는 낮은 편이지만 영상을 보기에 거슬리지 않고, 불 끄고 보기에는 밝기도 괜찮다. 무엇보다 배터리가 들어있는 게 아주 편리하다. 자리를 차지하지도 않으면서 필요할 때 TV보다 더 큰 화면을 볼 수 있고 제법 기분도 난다. 자기 전에 누워서 티빙을 틀었더니 옆으로 누워서 TV를 보는 것보다 자세도 편하고 목도 편하다. 그리고 눈도 부시지 않다. 무엇보다 태블릿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편하다. 예전부터 TV를 천장에 달고 싶었는데 이게 간단하게 딱 그 역할을 해준다. 물론 고성능 빔 프로젝터와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장난감 삼아서 쓰기에는 기대 이상이다. 며칠간 아주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smartbeam_02_s

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