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이 배운 1년,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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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사이에 흰머리가 많이 는 것 같다는 기자의 농담에 김재욱 지사장은 "정말 그런것 같다. 흰머리 느는게 장난이 아니다"라고 바로 대답했다. 농담을 던졌는데 돌아온 답변은 그동안 1년을 보낸 알짜배기 대답이다. 

가볍게 시작하려했는데 수가 틀어졌다. 그렇다고 바로 정색하고 시작할 수는 없는 노릇. 가벼운 농담이 오가고 김사장은 "정말 많이 배웠다"라는 말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는 말을 건낸다. 김재욱 리버베드테크놀로지코리아 지사장은 1년을 갓 넘긴 외국계 IT 지사장이다. 지사장으로 살아온 1년이 어떤지 듣고 싶었다.

"배운게 많다"
김재욱 지사장은 컴퓨터 공학과를 졸업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대기업과 국내 진출한 IT 업체에 근무하긴 했지만 국내 지사를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기술 그 이외의 것들이 훨씬 많이 필요했다. 외국계 지사장의 기본 업무는 국내 매출 목표를 수립하고 이를 달성할 수 있도록 채널들을 관리하고 본사와 조율하는 일이다. 지사를 설립할 정도면 그만큼 국내 시장에서 확실한 성과를 요구하게 된다.

가장 큰 고민은 국내 시장을 냉정히 분석하는 일이다. 김 사장은 "최소 목표와 최대 목표치를 산정해 보고해야 한다. 분기별로 이를 달성할 수 있는 계획들을 수립하고 이를 단계별로 적용하고 꾸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 그 때 그때의 시장 변화에 대해서는 수시로 본사와 의사소통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고 전한다. 바로 이런 부분이 큰 기업에 있을 때와 비교해 크게 다르다. 지원부서들이 많고, 인력들도 풍부해 시장 분석과 영업 방침을 정할 때 오히려 의견조율에 많은 시간을 보낸 것을 생각하면 하늘과 땅 차이를 느끼게 된다.

채널을 선정하고 이들과 관련 시장을 함께 만들어 가는 부분은 매출과 직결돼 있어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다. 김사장은 "대부분의 IT 업체가 그렇듯이 리버베드도 해외 본사에서 물건을 직접 받을 수 있는 디스트리뷰터와 이들로부터 물건을 공급받는 리셀러가 있다. 이런 체계는 초기 기업들은 물론 큰 기업들도 유효하다"고 전하고 "시장을 이해하는 기술적인 능력과 적극성 등을 기준으로 파트너들을 선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트너들의 능력은 이미 검증됐다. 리버베더는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LG전자에 제품을 공급했다. 해외 구축 사례가 없는 신생 벤처 기업이 국내 대기업에 제품을 공급한 선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만큼 리버베드 제품을 이해하는 국내 파트너사가 존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리버베드가 속한 시장은 시스코나 주니퍼와 같은 거대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도 발을 담그고 있다. 거대 업체들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나기 위해서는 본사가 그만큼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어야만 한다. 김사장은 "주니퍼와 시스코의 인수를 거절할 정도였다. 그만큼 해외 시장을 이끌어갈 기술과 관리 인원들이 포진해 있다"고 전한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기술력 있는 벤처보다 오랜 기간 같이할 파트너가 필요하다. 큰 기업이 유리한 대목이다. 이런 틈바구니 속에서도 고객을 확보할 만큼의 경쟁력을 고객들이 높이 사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운이 좋았다"
채널 관리와 계획 수립과 수정 문제들로 눈코 뜰새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다보니 어느 새 1년이 지났단다. 그 과정에서 위기도 분명히 있었다. 지금부터 불과 한 두달 정도였다. 매출을 제대로 달성하지 못했나? 김재욱 사장은 "대부분 의사소통 문제"라고 전한다. 좀더 고객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국내 목소리를 전달하면 전세계적으로 필요한 기능을 먼저 개발하기 때문에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또 가격정책을 놓고 파트너와의 협상도 빈번하다. 이런 과정에서 본사와 오해가 생기기 쉽다. 왜 유독 한국 고객들은 그런 기능을 원하는지, 왜 파트너 정책은 그렇게 하는지 등등 국내 상황을 전달하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은가보다. 이럴 때 영어를 좀더 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한다. 

대기업 출신에 외국계 기업에서 그렇게 오래 근무해도 영어에 대해서 스트레스를 받나? "기술 용어는 몇개 안된다. 정말 내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기가 그리 쉬운게 아니다. 그나마 알고 지내던 인물들이 본사에 있어 다행히 문제가 해결됐다"고 전한다. 김 사장은 LG정보통신 해외 영업팀에 배속된 엔지니어로 근무하면서 영어로 말하는 용기를 얻었다. 영업팀을 지원하는 엔지니어로 다된 밥에 꼬를 빠트릴 수는 없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감도 붇었다. 영어가 는 것은 애로우포인트라는 네트워크 4계층 장비 회사에서 근무할 때. 싱가포르에서 근무하면서 개인 교습까지 받았다. 자신감은 기본이고 적절한 투자를 스스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최근 리베베드가 공급하는 장비는 IT의 경향을 반영한다. IT 시장은 지금 통합 열풍이 불고 있다. 스토리지, 서버, 애플리케인션, 네트워크 통합이라는 큰 흐름속에서 가상화 기술도 선보이고 있다. 분산됐던 기업내 IT 자원들은 이제 점점 중앙집중해지고 있다. 국내 시장에 머물던 기업들이 어느 새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안전하고 빠르게 수많은 정보들을 전세계 지사에 보내야 한다. 통합 전사자원관리 프로젝트부터 서비스 지반 아키텍처는 물론 웹서비스 기반의 플랫폼이 도입되면서 네트워크 장비에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처리할 수 있는 기능들이 속속 탑재되고 있다. 구글과 같은 거대 포털들이 개인 대상 애플리케이션 제공 서비스를 하거나 웹 2.0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도 이런 장비들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네트워크 엔지니어였는데 다행히 애플리케이션 분야와 접목된 분야를 일찍 시작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지사장은 리버베드코리아에 합류하기 전 시스코시스템즈 아태본부에서 기술 마케팅과 콘텐츠 네트워킹 제품군 관련 프로덕트 매니저 등을 역임했다. 특히 CDN(Content Delivery Network) 기술을 국내에 소개하는 작업을 주도했으며 한국 교육부 주관의 EBS 수능강좌 VoD(Viedo on Demand)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끈바 있다. 김재욱 사장은 "중앙화됐던 IT 시스템들이 분산됐다가 다시금 중앙집중화되고 있다"고 전하고 "오래 전부터 운이 좋게 이 분야를 담당하게 돼서 고객 요구 사항도 많이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재욱 지사장은 간신히 1년을 넘겼는데 그 공을 파트너와 고객, 현재 지사에 합류해 같이 일을 하는 동료들에게 돌렸다. 어떻게 달려왔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다는 김 사장이 새로운 1년을 위해 다시금 도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