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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수다떨기] IT산업 발전, ‘구호’로는 안된다
by 도안구 | 2009. 09. 06

지난 주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5차 회의에서 ‘IT 코리아 5대 미래전략’이 발표됐다. 대규모 투자계획과 비전이 발표됐다.

IT 업계에서는 이명박정부가 IT 산업을 홀대하고 있다며 볼멘 소리가 많았던 게 사실이다. 그런 가운데 IT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처음으로 공식 천명됐으니 비상한 관심이 쏠려야 마땅하다. 하지만, 정부의 발표에 반색을 하고 나서야 할 IT업계는 의외로 담담하다. 왜 일까.

발표에 따르면 정부는 정보기술(IT)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발전될 수 있도록 IT융합, 소프트웨어(SW), 주력IT, 방송통신, 인터넷 등을 5대 핵심전략으로 삼아 육성하겠다고 한다. 이를 위해 총 189조3천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투자금액이 상당하다. 천문학적이라는 표현은 이럴때 쓰는 것일 터. 이 정도 규모의 투자라면 금세기 최대규모의 사업이라 불러도 될 성 싶다. 4대강 사업의 전체 예산이 약 22조 정도이니 4대강 사업을 8번은 하고도 남을 규모다.

이 정도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겠다는 데도 왜 IT업계는 담담한 표정들일까. 무엇보다 이번에 발표한 미래전략의 구체성과 현실성에 의구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투자의 전체 규모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189조3천억원이라고 하지만, 정부 예산으로 마련할 투자금액은 14조1천억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175조2천억원은 민간부문, 즉 기업들이 투자할 몫이라는 얘기다. 정부 예산 14조1천억원에서 신규 투자분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다. 5년동안 집행될 IT 분야 예산을 한데 모아서 발표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얘기는 그래서 나온다.

민간 투자부문 역시 모두가 새로 투자할 것들은 아니다. 어차피 기업들이 매년 투자해야 할 금액은 있다. 이 가운데 신규 투자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정부가 이를 어떻게 강제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5년간 정부와 기업들이 IT분야에 애초 투자할 금액이 어느 정도인지, 애초 계획에서 추가로 얼마만큼의 신규 투자를 단행하고 이를 지키기위해 어떤 노력과 정책을 추진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니 더 지켜봐야 겠다는 소리가 나온다.

미래전략 발표를 뒷받침할 좀 더 구체적인 세부전략이 나오지 않는다면, 발표를 위한 숫자놀음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투자금액만큼이나 이번 발표에서 나온 비전을 바라보는 IT업계의 시선은 따갑다.

대표적으로 소프트웨어 분야를 좀 살펴보자. 정부는 국내 8개 기업을 ‘글로벌 100대 기업’으로 육성(IT서비스 6개, 패키지 SW 2개)하고, 1천억원 이상 매출기업을 27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를 접한 소프트웨어 업계는 “도대체 뭘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구체적인 것이 하나도 없지 않으냐”는 반응을 보였다.

한 업체의 대표는 “몇 년 안에 몇 개 회사를 육성하겠다는 발상부터가 웃긴다”면서 “제도가 없는 것도 아닌데 있는 제도라도 제대로 시행하면서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한 두 개 스타 기업이 나온다고 소프트웨어 산업이 활성화되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의 소프트웨어 기업 육성을 위한 해법을 보면 이런 목소리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정부는 글로벌 수준의 SW기업 육성을 위해 SW장학생을 선발해 차세대 SW리더를 양성하고, SW공학센터를 설립(‘09년 9월)해 품질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 휴대폰과 스마트폰 등에 사용되는 ‘개방형(Open Source) 모바일 OS 개발’에도 나선다. 마지막으로 불합리한 시장 구조를 혁파하기 위해 SW분리 발주를 의무화하고 불법복제를 강력히 단속할 방침이다.

SW장학생이나 SW공학센터가 없어서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이 발전하지 않는 것인가. 소프트웨어 산업이 중요하다며 늘 내놓았던 정부의 발표에 빠지지 않고 수년동안 등장하는 것이 SW분리발주와 불법복제 단속이다. 제도가 없는 것도 실행기관이 없는 것도 아닌데도 늘 똑같은 구호만이 재탕, 삼탕되고 있다면 왜 그런지에 대한 원인 파악과 개선책이 나와줘야 한다.

“말만 소프트웨어 분리발주를 의무화한다고 해놓고선 최근에도 통합발주를 하는 사례가 있다. 이것 하나만 제대로 강력히 시행하더라도 국산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는 업계의 목소리를 들어는 봤는지 궁금하다.

IT 업계는 그동안 정부가 벤처기업 육성에 치중하고 정작 이렇게 육성된 벤처들이 개발한 제품들이 시장에 안착될 수 있는 환경 마련에는 등한시해왔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정책 설정 부서와 집행 부서의 괴리도 업체들이 힘겨워하는 분야다. 초기 도입할 때도 제값을 주지 않고, 이 때문에 안정적인 수입인 유지보수료도 현실화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어제 오늘 발생한 것도 아니다. 그간 꾸준히 관련 업계가 정부에 요구해 왔던 내용이다.

소프트웨어 업계가 우려하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정부의 ‘글로벌 100대 기업 중 IT서비스 업체를 6개 키우겠다’는 대목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기업 계열 IT 서비스 회사들과 중소 소프트웨어 개발업체간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하며, 소프트웨어 산업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라는 것은 더 이상 말하기도 입이 아플 지경이다. IT 서비스 업계와 소프트웨어 업계가 공생할 수 있는 연구에 총력을 쏟아야 한다. 그걸 도외시한 채 글로벌 IT서비스 업체 키우겠다는 말은, 정작 소프트웨어 산업의 근간인 중소 개발업체들에게는 ‘공포’일 수 밖에 없다.

대부분의 문제들은 이미 정부나 기업들이 공감하고 다 아는 내용들이다. 문제는 항상 실행에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참여한 보고회 하나만으로 IT 코리아가 달성되는 건 아니다. 더 이상 ‘구호’는 됐다. 구호만으로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시대는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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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터닷넷 미디어랩장. 블로터TV와 소셜 분석, 전자책 등 새로운 콘텐츠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원피스'의 해적들처럼 새로운 모험을 향해 출항했다. [트위터] @eyeball, [이메일] : eyeball@bloter.net
1 Responses to "[IT수다떨기] IT산업 발전, ‘구호’로는 안된다"

이런 글을 접할 때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 – 즉,의미를 성과로 측정하는 개념적 도구가 얼마나 필요한가,를 생각해봅니다. IT 산업 뿐 아니라, 목표치를 결정하는데 ‘가시적’이라는 말이 얼마나 표피적으로 쓰이고 있는가 느껴지고, 어떤 구체화된 미래를 상상하고, 그 미래를 개념화하고, 개념을 세부항목으로 정의하는 것에 대한 이 사회의 무관심도 생각해 보게 됩니다. 좋은 글 잘 보고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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