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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노트3’도 벤치마크 조작 의혹

2013.10.03

삼성전자의 벤치마크 테스트 결과가 또 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해외 매체들이 ‘갤럭시노트3’의 긱벤치 테스트 결과가 조작됐다는 의혹들을 잇따라 제기했다. 똑같은 스냅드래곤 800 프로세서를 쓴 여타 제품들에 비해 테스트 결과가 거의 20~30% 가량 더 나온다는 게 주된 의혹 내용이다.

이미 삼성은 벤치마크 테스트 조작 의혹 건으로 한 차례 홍역을 겪은 바 있다. 엑시노스5 프로세서를 쓴 갤럭시S4는 일반 앱보다 특정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유난히 더 높은 성능을 냈다. 평소에는 최고 성능을 내지 않는 프로세서가 최고 클럭을 내고, 그래픽 칩은 순간적으로 오버클럭까지 했다. 특정 벤치마크 테스트 프로그램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앱 이름을 바꾸면 그만큼의 성능을 내지 않는다는 것이 그 증거로 꼽혔다.

이는 조작 논란으로 번졌다.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내도록 하드웨어를 순간적이지만 최대한 돌린다는 것이다.

Galaxynote3_antutu

갤럭시노트3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9월25일 열린 갤럭시노트3 발표회에서 안투투 벤치마크 테스트를 돌렸더니 기존 갤럭시S4 LTE-A에서 돌린 것보다도 30% 가량 높은 점수가 나왔다. 둘 다 2.3GHz로 작동하는 스냅드래곤 프로세서인데도 큰 차이가 나는 점이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안투투 외에 긱벤치 테스트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이쯤 되면 조작이 빈번하다는 비난도 억지는 아니다.

두 가지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먼저 최적화냐 조작이냐부터 따져보자. 이 둘은 종이 한 장 차이다. 하드웨어 제조사가 특정 소프트웨어를 더 잘 돌릴 수 있도록 하드웨어 설정을 손보는 일은 PC에서도 흔히 일어나곤 한다. 포토샵을 더 잘 돌릴 수 있도록, 혹은 영상 편집 프로그램이 빠르게 돌도록 소프트웨어도 하드웨어에 맞추고, 운영체제도 하드웨어의 성능을 최대한 끌어내도록 맞춘다. 프로세서의 작동 속도를 조절하고 메모리를 더 할당하기도 한다. 이런 것들을 ‘최적화’라고 부른다.

하지만 벤치마크 테스트와 최적화는 늘 논란을 낳는다. 이전 기사에서도 밝힌 것처럼 CPU나 그래픽카드 업체들은 벤치마크 테스트 결과를 최대한 끌어내도록 최적화를 하면서 지금도 논란을 빚고 있다. 특정 칩이나 특정 제조사의 제품에 더 높은 점수를 매기도록 뭔가를 조작했다는 소문이 비일비재했다.

최적화라는 입장에서 보면 특정 하드웨어가 그 프로그램에서 최대한의 성능을 내도록 튜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 있다. 벤치마크 테스트라는 것 자체가 하드웨어의 성능을 할 수 있는 한 100% 끌어내야 한다. 특히 전력과 열 때문에 최고 속도를 잘 내지 않는 모바일 프로세서들은 최고 클럭을 유지하는 것으로 큰 성능 향상을 얻을 수 있다. 그런 앱에서 최고 성능을 끌어내 보여주는 것은 맞는 일 같기도 하다. 다만 그게 벤치마크 앱이 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OS의 프로파일이 한다는 점이 논란이 된다.

그렇다면 두 번째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하드웨어가 벤치마크 테스트에 최적화를 할 필요가 있느냐 없느냐다. 실제 프로세서 제조사도 스마트폰 제조사도 특정 앱에, 그러니까 벤치마크 테스트 프로그램까지 포함해 최적화를 하고 있다. 벤치마크 테스트 앱도 최고 성능을 끌어내려고 노력한다. 벤치마크 테스트라는 것이 일상적인 상황의 성능이 아니라 할 수 있는 한 최고 성능을 내는 것이 맞기도 하다. 다만 연산을 건너뛴다거나 특정 코드를 집어넣어 결과를 조작할 수 없다는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 클럭만 최고로 뽑아낼 수 있다면, 그리고 실제 상황에서도 벤치마크 테스트 정도의 부하가 걸리면 비슷한 시나리오로 작동한다는 것이 필요하다. 삼성은 이런 점에서 신뢰를 얻지 못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긱벤치지만 안투투도 똑같이 유독 갤럭시노트3에서 빠르다. 갤럭시노트3가 같은 칩을 쓰고도 더 빠르게 기기 최적화가 잘 되었느냐, 아니면 일상 성능은 똑같지만 벤치마크 테스트만 잘 나오느냐는 점이 확인돼야 할 것이다.

한 가지 풀리지 않는 의문점이 있다. 갤럭시노트3은 다른 회사의 기기 뿐 아니라 얼마 전에 내놓은 갤럭시S4 LTE-A와 비교해도 적잖이 빠르다. 칩, 작동속도, 디스플레이 해상도까지 사실상 똑같은 ‘컴퓨터’인데 왜 차이가 나는 걸까. 벤치마크 테스트에 최적화하는 프로파일이 변경됐을 가능성이 있다.

한 칩셋 제조사 관계자는 “똑같은 이름의 칩이라고 해도 제조 시기에 따라 소프트웨어적인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리콘은 똑같아도 이를 콘트롤하는 소프트웨어에 따라 운영체제, 응용프로그램 성능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한다. 갤럭시노트3에는 가장 최근에 만든 스냅드래곤 800 프로세서가 들어가면서 각종 벤치마크 테스트 프로그램에서 좀 더 빠릿하게 작동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이 아니라 칩 자체가 벤치마크 테스트에 더 잘 맞춰져 있을 가능성도 있다.

갤럭시노트3이 벤치마크 테스트 결과를 조작했냐 아니냐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삼성도 이쯤되면 어떤 이유로 성능이 더 잘 나오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지난 십수년간 PC시장이 겪었던 논란인데 안드로이드 자체가 PC와 마찬가지로 고성능을 이끌어 내며 성장하고 있는 운영체제인 만큼 칩이나 하드웨어 업체 모두 적극적이고 투명하게 해명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벤치마크 테스트 결과를 마음껏 믿을 수 없는 원인은 삼성인가, 퀄컴인가, 긱벤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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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