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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음란 사이트는 어떻게 차단하나요?

2013.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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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란 사이트에 가려고 했는데, 경고 사이트가 나타나요. 어떻게 차단한 거죠?” – 익명 독자(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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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한 친구 얘기를 들려 드릴게요. 어느 날 친구가 한 웹사이트에 접속할 수 없다며 하소연했습니다. 원하는 웹사이트 대신 파란색 경고 웹사이트(www.warning.or.kr)만 모니터에 나타난 것이죠. 친구가 가려던 그 웹사이트는 불법·음란 콘텐츠를 제공하는 웹사이트였습니다. 집에서 혼자 컴퓨터를 하던 날이면 이따금 들르던 곳이었죠.

국내에서는 법에 근거해 인터넷 사용자가 불법·음란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에 접근하는 것을 막고 있습니다. 친구가 가려던 웹사이트도 차단 목록에 포함된 것이지요. 인터넷 회선 속에 귀신이라도 살고 있는 것일까요. 친구가 그 웹사이트에 접속하려는 것을 어떻게 알고 차단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귀신은 없습니다. 불법·음란 콘텐츠 웹사이트를 차단 목록을 관리하는 곳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입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연락해 어떻게 웹사이트를 차단하고 관리하는지 물었습니다.

“우리가 심의에 착수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신고에 의해 심의를 하고요. 자체 모니터링도 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관계기관이나 경찰청, 여성가족부 쪽에서 들어오는 제보를 받기도 합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대부분의 민원은 시민 제보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불법 콘텐츠를 포함한 웹사이트 신고가 접수되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해당 웹사이트를 실질적으로 조사합니다. 신고대로 불법 콘텐츠가 포함돼 있는지 검사하는 단계죠. 유해성이 있다고 판단된 웹사이트는 따로 분류해 심사위원의 심의를 거치게 됩니다. 그 이후 불법 콘텐츠를 삭제해 웹사트를 서비스할 것을 요청합니다. 시정요구입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서비스 중인 웹사이트에는 시정요구를 할 수 없지요. 해외 웹사이트는 해당 국가의 문제니 관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해당 웹사이트 접속을 막는 조처를 하게 되는 겁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일종의 거름망 역할을 하는 장비를 각 인터넷 서비스 제공 업체가 운영하고 있다”라며 “장비에 차단 사이트를 등록하면, 문제의 URL을 차단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차단 웹사이트를 고르고, 차단하는 절차에 관해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기술이 쓰이는지는 못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거름망 장비를 개발해 각 인터넷 서비스 업체에 제공한 국내 장비 개발업체에 도움을 구했습니다.

이 장비 개발업체 관계자는 “국내에서 해외로 나가는 망을 일반적으로 국제망이라고 부르는데, 모든 국제망에 필터링 장비가 설치돼 있다”라며 “국내에서 해외로 나가는 모든 트래픽을 감시하는 장치”라고 설명했습니다.

국제망은 몇 개나 있는지, 설치된 필터링 장비는 몇 개나 되는지는 인터넷 서비스 제공 업체만의 비밀이기 때문에 들을 수 없었습니다.

필터링 장비의 역할은 간단합니다. 차단 목록에 이름이 올라간 불법 콘텐츠를 제공하는 해외 웹사이트에 접속하려는 시도를 중간에 끊는 역할이죠. 자동으로 경고 웹사이트로 접속하도록 하는 것도 필터링 장비의 역할입니다.

간단한 과정이지만, 기술적으로는 퍽 재미있는 일이 일어납니다. 어떤 국내 인터넷 사용자가 ‘X닷컴’에 접속하려고 시도하는 상황을 가정해 봅시다. ‘X닷컴’은 예시일 뿐 실제 차단된 웹사이트는 아닙니다.

사용자가 컴퓨터 웹브라우저 주소창에 ‘X닷컴’ 주소를 입력하고, 키보드 ‘엔터’ 키를 치는 순간 컴퓨터는 X닷컴 서버에 요청을 보내게 됩니다. 사용자가 보낸 요청에 서버가 응답하는 것이 웹사이트 접속의 기본입니다.

필터링 시스템은 이때 사용자의 요청을 잡아냅니다. 서버가 사용자의 요청에 응답하기 전에 인터넷 연결 세션을 끊어버리는 것이죠. 그냥 끊고 끝내는 것은 아닙니다. 서버 쪽에 ‘사용자가 연결을 정상적으로 종료했다’는 메시지를 보냅니다. 사용자 쪽에도 ‘서버 쪽에서 세션을 끊었구나’라고 인식할 수 있는 신호를 보냅니다. 사용자가 자동으로 경고 웹사이트로 이동할 수 있도록 리다이렉션 신호를 보내는 것까지 필터링 장비의 몫입니다. 이 인터넷 사용자는 불법 콘텐츠를 담은 웹사이트 대신 경고 사이트를 보게 되는 것이죠.

필터링 시스템의 데이터베이스(DB) 속에는 차단 사이트 목록도 있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정기적으로 이 DB를 수정합니다.

이 업체 관계자의 설명을 따르면, 이 같은 시스템이 국산 기술로 개발돼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에 지원된 까닭은 더 효율적으로 해외 불법 콘텐츠 웹사이트를 막기 위함이었다고 합니다. 기존에는 인터넷 서비스 업체가 따로 웹사이트를 차단하는 기술을 쓰고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해당 웹사이트의 IP 접속을 막는 방법이 많이 쓰였죠. 하지만 막힌 웹사이트를 우회해 접속하는 방법이 암암리에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새 필터링 시스템이 적용되면서 이 같은 우회 방법에 대응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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