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인텔, 쿼크 쓴 아두이노 플랫폼 발표

2013.10.04

인텔이 ‘갈릴레오’라는 이름의 개발자 보드를 발표했다. 이 보드의 역할은 시스템 마이크로 콘트롤러다. 인텔로서는 ARM의 코어텍스-M 시리즈 칩과 대적하는 플랫폼에 가장 먼저 새 칩을 적용한 것이다.

그 칩은 인텔이 지난 9월 인텔 개발자 포럼(IDF)에서 발표한 ‘쿼크’다. 쿼크는 아톰보다 더 작고 저전력으로 움직이는 프로세서로 칩, 센서 등의 콘트롤러 역할을 맡는다. 흔히 말하는 기기간 통신의 두뇌를 맡는 것이다.

intel_galileo

이 쿼크 칩을 쓴 갈릴레오 메인보드의 가장 큰 특징은 호환성이다. 갈릴레오는 오픈소스로 움직이는 마이크로 콘트롤러인 아두이노 규격으로 설계했다. 아두이노는 보드 설계가 간단하고 작동이 쉬워 장난감부터 산업용까지 두루 쓰인다. 대표적인 것이 레고다. 아두이노 자체가 기기 콘트롤러 뿐 아니라 센서 정보를 쉽게 처리할 수 있는 덕분에 레고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는 키트들이 나오고, 레고도 관련 프로그래밍 교육을 한다.

애초 아두이노 관련 메인보드는 AVR의 칩을 두뇌로 썼는데 점차 인기를 끌면서 여러 회사들이 갖가지 칩을 써서 제품들을 만들어냈다. AVR 칩을 이용한 시스템 콘트롤러는 가격이 싸고 구조가 간단하긴 했지만 시리얼·패럴렐 포트가 필요했고 다루기가 번거로웠다. 아두이노는 USB 포트를 이용해 펌웨어 업데이트를 하는 식으로 비교적 간단하게 프로그램을 올릴 수 있게 됐고, 오픈소스로 운영되다 보니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빠르게 채워졌다. 개발할 수 있는 운영체제도 윈도우, 맥, 리눅스 등 거의 모든 환경에 열려 있다.

아두이노가 인기를 끌면서 지난해 말에는 ARM의 코어텍스-M을 쓴 ‘아두이노 듀'(Arduino Due)라는 이름의 플랫폼이 시장에 나오기도 했다. ARM의 코어텍스-M3 칩은 크기나 전력 소비는 적으면서도 콘트롤러, DSP 등 여러가지 역할을 할 수 있는 명령어 세트를 갖고 있다. 아두이노는 전력 소비량만 적다면 어떤 칩이라도 넣을 수 있다. 인텔이 갈릴레오 보드를 내놓은 배경은 대략 2가지다. 쿼크 칩의 역할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기 쉽고, 이미 만들어져 있는 생태계에 어렵지 않게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갈릴레오에 쓰이는 쿼크 프로세서는 400MHz로 작동하는 ‘쿼크 X1000’이다. 인텔은 ARM 기반의 프로세서 설계를 하지 않기 때문에 당연히 x86 기술에 뿌리를 둔다. 쿼크를 한마디로 말하자면 ’32nm 공정의 펜티엄 400MHz 프로세서’다. 후기 펜티엄에 썼던 P54C 아키텍처에 펜티엄과 거의 같은 다이 구조를 갖고 있다. 안정성이 보증된 펜티엄에 트랜지스터 집약도를 높이고 공정을 미세하게 한 칩으로 보면 된다.

초기 펜티엄이 800nm 공정에서 만들어졌고 쿼크가 32nm 공정을 갖고 있는 것을 비교하면 흥미롭다. 공정이 미세해지면서 얻는 전력, 성능, 발열 등의 문제를 잡고 아키텍처의 안정성까지 확보할 수 있다. 전력 소비량은 20mW 정도로 아톰의 10분의 1 수준이다.

하필 펜티엄이냐고 물을 수도 있겠으나, 펜티엄은 이미 20여년간 쓰이면서 안정성이 확보됐다. 절대 먹통이 되면 안 되는 우주선이나 인공위성 시스템에도 쓰일 정도다. 쿼크는 저전력과 안정성, 그리고 실시간 응답성이 중요한 곳에 쓰여야 한다. 또한 쿼크가 쓰이는 환경은 최신 아키텍처가 쓰일 만큼 높은 성능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비슷한 역할을 하는 ARM의 코어텍스-M 시리즈 정도의 성능만 내도 충분하다. 인텔이 마음만 먹으면 코어 마이크로 아키텍처를 손본 저전력 칩을 만들 수도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보조 프로세서 역할을 하기에 펜티엄 이상의 것은 필요가 없다.

인텔은 갈릴레오를 60달러 미만에 판매할 계획인데, 판매와 함께 향후 18개월동안 세계 1천개 대학에 5만개의 갈릴레오 보드를 기부할 예정이다.

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