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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갤럭시기어’ 광고도 애플 따라하기

2013.10.08

“세계 최고의 애플 팬보이(Fan boy)는 삼성전자다.”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다. 삼성전자가 제품이나 광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애플을 모방하는 것을 조롱하는 말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애플과 전세계 법정에서 특허를 둘러싼 분쟁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팬보이’라는 단어는 삼성전자의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전략을 잘 설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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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애플 팬보이’ 노릇을 그만둘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미국 현지시각으로 지난 10월6일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첫 번째 ‘갤럭시기어’ 광고를 내보냈다. 광고는 ‘전격 Z 작전’과 TV 드라마 ‘스타트렉’ 등 옛 SF 영화 장면을 짧게 잘라 보여준다. 영화 속 주인공은 하나같이 손목에 시계를 차고 있다. 시계로 본부와 교신하기도 하고, 시계에서 작전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도 한다. 갤럭시기어가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스마트 시계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광고임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삼성전자의 갤럭시기어 광고가 6년 전인 2007년 미국 TV에서 전파를 탄 애플의 ‘아이폰 2G’ 광고와 매우 비슷하다는 점이다. 당시 애플의 아이폰2G 광고도 각종 영화와 드라마,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이 전화기를 쓰는 장면을 편집해 보여줬다. 험프리 보가트, 스티브 맥퀸, 마이클 J. 폭스, 더스틴 호프만, 존 트라볼타, 캐머런 디아즈 등 영화 속 배우가 전화기를 붙들고 ‘헬로(Hello)’라고 말하는 장면만 잘라붙인 광고다. 비슷해도 너무 비슷한 두 업체의 광고를 차례로 감상해보자.

2013년 10월 삼성전자 ‘갤럭시 기어’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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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애플 ‘아이폰 2G’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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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광고를 보면, 패러디나 모티프, 표절, 저작권 침해 등 저작권자와 이를 따라 한 ‘카피캣’ 사이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여러 단어가 떠오른다. 과연 삼성전자는 6년 전 애플 광고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일까. 저작권 침해로 보기엔 어렵다는 게 전문가의 생각이다.

정우성 임앤정국제특허사무소 변리사는 “삼성전자 광고는 누가 봐도 애플의 광고와 같은 콘셉트라는 것을 알 것 같다”라면서도 “하지만 이런 모방이 저작권 침해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저작권 침해 문제는 기존 작품의 영상을 나중에 나온 작품이 그대로 썼을 때 발생한다. 두 광고 영상을 비교해보면, 겹치는 장면은 없다. 상업적인 광고가 기존 광고의 콘셉트를 빌려왔다고 해도 법적으로 책을 묻기 어렵다. 지나친 창작의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삼성전자의 광고가 6년 전 애플 광고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보기엔 어렵다.

정우성 변리사는 저작권 문제 외에 다른 쪽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카피캣 이미지, 그리고 삼성전자와 애플의 법정 특허공방이 감정적으로 흐를 우려다.

정우성 변리사는 “광고의 법리적 문제 외에 소비자와의 관계 속에서 삼성전자가 카피캣 이미지를 그대로 안고 갈 위험이 있다”라며 “현재 법정에서 특허 소송 중인 두 업체가 서로 감정적으로 대치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아이폰 광고를 따라 했다는 주장은 어제오늘 나온 말이 아니다. 현재 삼성전자가 애플과 특허 문제로 전세계 법정에서 설전을 벌이는 까닭도 여기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또 비슷한 광고를 만든 까닭이 뭘까. 애플이 가진 ‘혁신’ 이미지를 갖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2007년 출시된 애플 아이폰2G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삼성저자의 갤럭시기어는 그동안 스마트폰 시장에서 패스트 팔로워 전략을 이어온 삼성전자가 애플보다 먼저 내놓은 사실상 첫 번째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광고를 비슷하게 만들면서까지 2007년 당시 애플의 혁신가 이미지를 갤럭시기어에 입히고자 한 것으로 풀이된다.

갤럭시기어가 혁신적인 제품인지 아닌지는 광고가 아니라 앞으로 시장과 사용자가 판단해 줄 일이다. 광고든 제품이든 누군가의 아이디어를 빌려와 자기 것인 양 포장하는 일은 이제 그만둘 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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