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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리뷰] 잘 만든 문제작, ‘GTA5’

2013.10.20

게임계의 문제아 ‘GTA’의 5번째 시리즈가 나왔다. 광활한 도시를 뛰어다니며 온갖 ‘나쁜짓’은 다 해야 하는 엽기적인 그 게임이다. 대개 게임 콘솔이 차세대로 바톤을 넘겨줄 때에서야 게임기의 성능을 십분 발휘하는 게임들이 나오곤 하는데, ‘GTA5’ 역시 그 공식을 증명이라도 하듯 굉장한 그래픽과 시스템, 시나리오를 담고 있다. 출시 한 달만에 이 게임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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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한 달 지나도 구입 어려울 만큼 큰 인기

대단한 인기만큼 구입 자체가 쉽지 않았다.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 매장을 찾았다가 몇 번이고 발걸음을 돌렸고 예약조차 쉽지 않았다. 언제 들어오냐고 묻는 사이에 몇 명이고 찾아와서 똑같은 질문을 한다. “GTA5 있어요?”, “언제 들어와요?”

물량이 다시 공급된다는 날짜를 확인하고서야 겨우 ‘GTA5’ 패키지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 날도 매장에는 ‘GTA5’를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긴 줄을 섰다. 가치 있는 게임에 대한 수요는 확실히 있다. ‘GTA5’때문에 곧 세대 교체를 앞둔 플레이스테이션3 하드웨어가 품귀를 겪는 희한한 상황도 벌어졌다.

국내 게임 업체들은 ‘패키지 게임 시장은 죽었다’라며 캐주얼게임이나 온라인게임만 만들어낸다. 당장 수익을 쉽게 끌어올릴 수 있는 위주의 게임만 찍어내고 있다. 그림 맞추고, 달리고, 쏘고, 피하는 것 외에 새로운 이야기가 담긴 게임을 언제 해봤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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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구입 가격 너무 비싸

구입이 여의치 않아서 PSN을 통해 온라인 구입을 해볼까도 생각했다. PSN 버전은 화면 로딩 속도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도 있어서 걱정이 되긴 했지만, 빨리 해보고 싶어서 PSN에 접속했다. 하지만 그 가격에 놀랐다. 오프라인에서는 패키지를 대개 6만3천원에서 6만5천원 선에서 살 수 있는데 온라인에서는 7만3천원이다. 패키지는 정가가 6만5천원이라는데 온라인에서 더 비싸게 팔면 얼마나 많이 살까.

가격 차이는 기존 패키지 게임 유통 시장을 배려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든 게 아닐까. PSN은 형식적인 유통 채널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차세대 게임기들이 온라인 유통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만큼 게임 구입 자체가 언젠가는 스마트폰처럼 온라인으로 갈 수밖에 없을텐데 게임 유통 업계도 예전과 다른 수익 사업을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영화같은 진행, 스토리와 자유도 방대

게임은 여느 콘솔 게임처럼 영화같은 진행이 이뤄진다. 시작하면서부터 주인공들의 배경을 설명하는 영상이 꽤 길다. 별로 한 일도 없는 것 같은데 1시간이 지났다고 PSN이 경고한다. 요즘 콘솔 게임들의 특징이긴 한데, 지루하진 않다. 시리즈 중에 가장 스토리가 강조되는데 몰입할 수 있게 한다.

사실 ‘GTA’에서 해야 할 일들은 시리즈 처음부터 지금까지 똑같다. 특정 인물을 암살하거나, 차량을 훔쳐오고, 누군가를 목적지에 데려다주는 일이다. 그 역할의 당위성을 만들어주는 것이 스토리인데, 유명 게임 리뷰어들이 만점을 주었던 것이 이해된다. 여러가지 반전과 생각지 못했던 스토리의 흐름이 게임하는 내내 깜짝깜짝 놀라게 한다. 내가 직접 게임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남들의 플레이를 동영상이나 게시물로 보는 것조차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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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한동안 이슈가 됐던 사이비 종교 미션은 이 게임이 그리는 세계가 얼마나 거대한지 알 수 있는 예다. 게임 속에 포함된 테니스나 골프의 수준도 상당하고, 온라인을 더하면 본래 게임 외에도 이용자들끼리 목적지를 정해두고 달리기를 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등산을 하는 진풍경도 벌어진다.

그래픽이나 사운드 모든 면이 만족스럽다. 같은 기기로 나왔던 4편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래픽의 완성도가 높다. 또한 구석구석 이른바 ‘디테일’이 살아 있다. 이미 다들 알고 있는 것처럼 ‘GTA5’의 내용은 각종 욕설과 범죄로 이뤄져 있다. 심지어 영어 대사보다 한글 번역이 더 생생할 정도로 한글화가 잘 돼 있다.

통신기기의 발전

‘GTA’의 미션은 직접 의뢰인과 만나는 경우도 있지만 적잖은 것들이 통신으로 이뤄진다. 시리즈2에서는 삐삐와 공중전화로 미션을 전달했는데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휴대폰과 문자메시지가 쓰였고, ‘GTA5’에서는 처음으로 스마트폰을 쓴다.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미션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주식투자, 인터넷 검색도 할 수 있고 셀카도 찍을 수 있다. 시대가 변하는 것에 따른 게임 환경 변화도 재미있는 볼거리다.

실제 아이폰과 게임을 연동해서 애완견을 돌보거나 자동차를 구입할 수 있는 보조 앱도 있다. 안드로이드와 윈도우폰용도 나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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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선정성 논란 여전히 남아 있어

게임과 범죄를 연결시키려는 이들에게 ‘GTA’ 시리즈는 가장 좋은 이야깃거리일 것이다. 강력한 범죄를 소재로 삼고 있고 그 내용도 아주 구체적이다. 길거리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총을 쏘거나 시내 한복판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살인을 한다. 성적인 표현도 과감하게 이뤄진다.

문제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여타 영화나 드라마 등 다른 콘텐츠에서 봤던 것과 비교해도 더 심하다거나 지나친 부분은 없다. 성인들이라면 납득할 수 있을 정도다. 물론 생생한 욕설은 실제 자막으로 보니 약간 놀랍긴 했지만, 생각해보면 요즘은 영화 자막에서도 볼 수 있는 수준이다. 워낙 게임에 심의가 강하게 적용되니 나 스스로도 게임에 색안경을 끼고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과 범죄의 상관 관계가 전혀 없다는 입장은 아니지만 이 정도 게임에 범죄 충동을 느낀다면 영화나 소설, 심지어 뉴스도 충분한 자극거리다.

물론 미성년자에게는 위험한 내용이 그득하다. 매장에서는 어려보이는 구매자에게는 성인인지 묻는 모습을 봤는데 판매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이런 게임쯤 하나 있는 것도 좋겠다. 인기 게임들이 몇 차례 심의 때문에 진통을 겪었던 바 있는데 상대적으로 ‘GTA5’는 아예 청소년 이용 불가로 정했던 것 때문인지 심의 논란은 없었다. 규제 당국이 게임을 ‘나쁜 것’으로 바라보고 있는 시기에 되돌아보니 게임물등급위원회의 심의 통과와 무삭제 판매는 새삼 큰 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통과되지 못했다면 북미판을 개별적으로 수입 판매하는 구매대행 업체들이 큰 덕을 봤을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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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