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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아이폰5S’ 출시 첫 날, “언락폰 주세요”

2013.10.25

10월 25일, ‘아이폰5S’가 국내에 정식 출시됐다. ‘아이폰5C’도 함께 나왔다. 미국에서 판매를 시작한 지 1개월만이다. 지금까진 전파 인증과 통신사와 가격 조정 등을 거치느라 통상 3개월 정도 걸렸는데, 이번부턴 시차가 훨씬 줄었다. 특히 올해부터는 통신사와 별도로 프리스비, 에이샵, 컨시어지, 윌리스 등 재판매 사업자들이 직접 약정 없는 제품을 동시에 출시한다. 판매 풍경도 많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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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들썩한 통신사 행사는 없어

통신사들이 경쟁적으로 벌이던 공식 출시 행사는 올해엔 없었다. 특히 아이폰에 공을 들이던 KT도 이번엔 조용히 출시했다. 온라인 판매도 KT와 SK텔레콤 모두 5천대씩, 총 1만대가 전부다. 2009년 아이폰3GS 이후 가장 조용한 출시 풍경이다.

통신사 관계자들은 “최근에는 제조사를 가리지 않고 신제품 단말기에 대한 이벤트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는데, 아이폰의 판매량이 떨어지고 있는 분위기를 의식해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눈치도 엿보인다. LTE-A의 캐리어 어그리게이션이 안된다는 점이나 애플이 출시일에 맞춰 직접 언락폰을 판매하는 것도 통신사들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KT의 검찰 압수수색이 분위기에 영향을 끼친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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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락폰 사려 줄 서

대신 애플 제품을 유통하는 공식 유통점들은 아침 일찍부터 예약자들에게 아이폰을 공급한다. 늘 애플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가장 붐비는 프리스비가 아침 8시부터 언락폰을 팔기로 하면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프리스비가 판매한 제품은 약정이나 그에 따른 할인 없이 정가를 다 주고 구입해야 하는 제품인데, 아침 8시까지 80여명이 줄을 섰고 그 이후에도 꾸준히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300~400명씩 줄 서던 예년에 비하면 확연히 줄었는데, 올해는 줄 선 사람들의 성격이 전혀 다르다. 지난해까지는 미리 통신사 예약을 해두고 아침 일찍 제품을 수령하기 위해 줄을 섰지만, 올해는 언락폰이 함께 출시되면서 이를 구입하려는 이들이 아침에 몰렸다. 통신사 판매분은 10시~11시부터 판매된다.

“약정 피하고 데이터 무제한 원해 언락폰 선택”

명동 프리스비의 첫 구매자는 여성이었다. 전날 저녁 10시부터 줄을 섰다는데, 날씨가 추워서인지 두툼한 옷과 목도리로 감싸고 별 말 없이 제품을 구입한 뒤 홀연히 사라졌다. 이 여성은 ‘아이폰5’를 쓰고 있었는데 새 제품에 흥미가 있어 언락폰으로 아이폰5S를 산다는 대답만 남겼다.

두 번째 구매자는 19살 학생이었다. 전날 밤 11시에 왔단다. 그는 실버 제품을 구입했다. 왜 골드가 아니냐고 물으니, 질릴 것 같아서 실버로 결정했단다. 이전에 쓰던 스마트폰은 ‘아이폰4’였다. 밤을 새우면서까지 언락폰을 일찌감치 구입한 이유를 물으니, 3G 무제한 요금제를 쓰기 위해서였고 인터넷 예약 판매는 통신사 약정 프로그램밖에 없어서 줄을 섰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다른 구매자들에게 물어봐도 상당수가 ‘약정이 싫고’,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쓰기 위해서’ 언락폰을 구입한다고 답했다. LTE-A나 광대역처럼 빠른 통신 속도보다는, 아직까지 인터넷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쪽에 대한 수요도 많다는 것을 통신사들이 알아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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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 품귀? 구입 비중은 비슷

이번 아이폰5S에는 새로운 색, 골드가 추가됐다. 사실 아이폰5S는 아이폰5와 디자인이 거의 똑같기 때문에 색으로 차별을 두려는 수요가 있다. 아이폰5S의 실버는 화이트와 완전히 같고, 스페이스 그레이는 블랙과 조금 다르지만 비슷한 느낌이다. 은은한 금색의 반응이 좋아서 세계적으로 품귀현상을 빚을 정도다.

하지만 현장에서 구매자들이 색깔을 고르는 비중은 엇비슷했다. 골드도 많이 구입하긴 했지만 검은 빛이 도는 스페이스 그레이나 실버를 선택하는 사람들의 비중도 적지 않았다.

반면 아이폰5C를 구입하는 소비자는 찾아보지 못했다. 아무래도 새벽부터 현장에 나와서 구입하는 이들이다보니 얼리어답터나 열혈팬이 많기에, 고급형 모델인 아이폰5S를 대부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한번씩 아이폰5C를 살펴보긴 했지만 아무래도 한번 살 때 좋은 걸 사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국내에서는 첫날 제품 출시를 기다려 가면서까지 기능적인 면에서 아이폰5와 큰 차이가 없는 아이폰5C를 구입하려는 이들은 적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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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밤부터 대리점은 미리 팔기 횡행

아이폰의 공식 판매일은 10월25일이다. 하지만 전날인 24일 저녁부터 제품을 미리 공급받은 판매점들이 아이폰5S를 풀기 시작했다. 찾아가서 아이폰5S를 구입하겠다고 하면 전산 개통만 내일 해준다며 제품을 미리 건네주는 식으로 편법 판매한 것이다.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아이폰5S의 구매 인증샷이 속속 올라왔고 어디에 가면 살 수 있다는 정보나 새로 바뀐 어댑터에 대한 사진도 공유됐다. 애플코리아나 통신사들이 수천개 대리점을 일일이 다 통제하기는 어렵겠지만, 관리의 묘미는 아쉽다. 정해진 시간부터 팔도록 하기는 어렵더라도 서둘러 구입을 예약한 이들이나 밤새 줄 서서 기다렸던 대기자들로서는 김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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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지 않는 차이점이 승부처

적지 않은 매체들이 취재를 위해 명동 프리스비를 찾았다. 특히 방송 카메라와 기자들이 많았는데, 아이폰5와 5S의 차이에 대해 썩 와닿지 않는 눈치들이었다. ‘똑같이 생겼는데 무슨 차이냐’라는 느낌을 받는 인상이었다. 아이폰4S 출시 때에도 비슷한 분위기였는데 사실상 듣고 보는 것과 직접 써본 것의 차이는 꽤 컸다. 마니아들 사이에서 ‘아이폰은 S 붙은 기기가 진짜’라는 이야기 듣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아이폰5S 역시 디자인을 제외하고는 아이폰5와 완전히 다른 기기다. 성능은 2배 가량 빨라졌고 카메라 센서가 커져서 사진 결과물에도 확연한 차이가 있다. 터치아이디는 보안 면에서 스마트폰을 쓰는 습관을 완전히 바꾼다. 하지만 생김새는 아이폰5와 똑같이 생겼다. 유심히 보지 않고서는 차이를 알기 어렵기 때문에 국내 소비자들이 이를 새로운 제품으로 받아들이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애플코리아가 새 제품의 강점을 단순히 속도, 카메라, 지문인식 같은 메시지만 반복하기보다 특징들을 어떻게 대중이 받아들이기 쉽게 설명하느냐가 아이폰5S 판매량을 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딱 봐도 다르지 않냐고? 그건 직접 써 봤거나 잘 아는 사람들 이야기다. 지난해 아이폰5가 디자인과 화면 비율을 바꿨을 때도 달라진 게 없다고 시큰둥하지 않았나.

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