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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HDD에 파일이 꽉 차면 무거워지나요?

2013.10.31

화장실 스티커 광고로 자주 볼 수 있는 흥신소는 돈을 받고 남의 뒤를 밟는 일을 주로 한다고 합니다. ‘네가 못 하는 일, 내가 대신 해 주겠다’는 뜻이죠. ‘블로터 흥신소’는 독자 여러분의 질문을 받고, 궁금한 점을 대신 알아봐 드리겠습니다. 전자기기를 쓰다 생긴 궁금증, 잠자리에 들었는데 불현듯 떠올랐던 질문, 몰라도 되지만 그래도 궁금한 것, 누구한테 물어봐야 좋을지 답이 안 나오는 의문까지. 아낌없이 물어봐 주세요. e메일(sideway@bloter.net)이나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Bloter.net), 트위터(@bloter_news) 등 어떤 방법이든 좋습니다. ‘블로터 흥신소’는 언제나 영업 중입니다.

“1TB의 하드디스크 2개가 있을 때, 빈 하드와 파일이 꽉 찬 하드의 무게 차이가 있나요? 차이가 없다면 왜 그런지, 무언가가 기록되는데 왜 차이가 없는지, 파일이 저장매체에 어떻게 기록되는 건지 알고 싶어요. 다른 저장매체의 저장 원리도 함께 알려주세요.” – 구지회(서울, 서초구)

조금 긴 질문이 들어왔습니다. “다양한 저장매체의 정보 저장 원리가 궁금하다”라고 줄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컴퓨터의 저장매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 입니다. 책상 위에 있는 데스크톱과 노트북 대부분이 HDD를 쓰고 있죠. 솔리드스테이트 드라이브(SSD)도 있습니다. 하는 일은 HDD와 같지만, 동작 원리는 다릅니다. 가격도 싸지고 저장공간도 커지면서 SSD를 쓰는 이들이 늘어났습니다. 그럼에도 HDD는 큰 용량과 상대적으로 값이 싸다는 점 때문에 아직은 없어서는 안 될 컴퓨터 부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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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플리커 저작자표시 JosefRousek님이 일부 권리를 보유함

HDD의 정보 저장 원리를 먼저 알아봅시다. HDD는 회전하는 원형 판 ‘플래터’와 플래터에서 정보를 읽고 쓰는 ‘헤드’, 헤드를 플래터 위에서 움직일 수 있도록 해주는 ‘암’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플래터를 돌리는 모터도 핵심 부품이죠.

컴퓨터가 정보를 처리하는 기본 원리는 1과 0으로 이뤄진 디지털 신호입니다. HDD는 플래터 위에 1과 0을 만들어 정보를 저장하고 지우는 역할을 하죠. 플래터에 디지털 신호가 기록되는 원리는 바로 자성입니다. 플래터 위에는 자성체가 코팅돼 있는데, 헤드가 플래터 위를 움직이며 전류를 흘려보내 자기장을 만들어 정보를 읽고 쓰는 방식입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헤드의 끝 부분에는 전류가 흐르는 코일이 감겨 있습니다. 1과 0의 디지털 신호는 코일에 흐르는 전류의 방향을 정의합니다. 코일에 전류가 흐르면, 헤드 주변으로 일정한 방향을 갖는 자기장이 만들어진다는 뜻입니다. 이 자기장의 방향이 플래터에 저장되는 원리입니다.

헤드가 플래터 위를 움직이는 동안 플래터도 빠른 속도로 회전합니다. HDD의 읽기・쓰기 속도는 플래터의 회전 성능에 좌우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5400rpm(1분에 5400바퀴 회전) 성능을 가진 HDD도 많이 쓰였는데, 요즘 데스크톱 안에는 대부분 7200rpm 성능의 HDD가 들어 있습니다. 대용량 서버 등 특별한 환경에서는 1만 rpm이 넘는 제품도 쓰입니다. 생각해보면 HDD는 컴퓨터 본체 속에 있는 다양한 부품 중 유일하게 물리적으로 운동하는 부품입니다.

플래터가 회전하는 제품이다 보니 회전 속도가 빨라질수록 전기도 많이 소비하고, 시끄러운 소리도 나고, 열도 많이 발생한다는 단점도 갖고 있습니다.

HDD가 정보를 저장하는 원리를 알았으니 구지회 독자님께서 질문하신 부분 중 “빈 하드와 파일이 꽉 찬 하드의 무게 차이가 있나요?”를 답변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HDD는 자성화 여부로 정보를 저장하는 방식이니 빈 HDD와 가득 찬 HDD 사이의 무게 차이는 없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정보를 읽거나 쓸 때 플래터가 자성화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HDD 안에 전자가 더 많이 들어갔다고는 볼 수 있겠지만, 이것이 실제 무게 차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HDD의 플래터를 콤팩트디스크(CD)와 비교해 봅시다. CD는 알루미늄판 위에 플라스틱을 코팅해 만듭니다. CD에 정보를 기록할 때는 레이저가 플라스틱을 녹여 알루미늄판을 드러나게 하죠. 알루미늄판이 드러난 부분이 디지털 신호 1이 됩니다. 실제로 물리적인 변화가 생긴다는 얘깁니다. 보통 CD를 ‘굽는다’고 표현하는데, 이는 올바른 표현인 셈이죠. 하지만 HDD의 플래터에는 이 같은 물리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 관계자는 재미있는 비유를 들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공부를 많이 한 사람과 비교적 일찍 학업을 그만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보죠. 두 사람의 머리 크기와 뇌 용적 등 모든 부분이 똑같다고 했을 때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의 머리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무거울까요?

이 관계자는 “공부를 더 많이 한 사람의 뇌가 더 촘촘한 뉴런을 갖거나 전기 신호를 많이 주고받을 수는 있지만, 무게는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전기 신호로 동작한다는 점은 HDD와 사람의 머리가 똑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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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D의 헤드와 플래터 (사진: 플리커 저작자표시동일조건변경허락 _ulmos_님이 일부 권리를 보유함)

자, 그렇다면 SSD는 어떻게 동작하는 것일까요. 이번엔 인텔에서 도움을 받았습니다. HDD와 같이 정보를 저장하는 기본 원리는 0과 1로 이루어진 디지털 신호입니다. 다만 SSD는 HDD와 달리 반도체가 정보를 담는 그릇 역할을 합니다. 반도체는 트랜지스터로 구성돼 있죠. 트랜지스터는 전류가 흐르면 1, 전류가 흐르지 않으면 0으로 판단합니다.

SSD의 구조는 일반적으로 메모리 셀이라고 부르는 부분과 컨트롤러라고 부르는 부분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메모리 셀은 정보를 담는 그릇입니다. 컨트롤러는 그릇에 담긴 정보를 판별하는 역할을 합니다.

SSD는 메모리 셀에 담긴 정보를 판별하는 방식에 따라 싱글레벨셀(SLC)과 멀티레벨셀(MLC)로 나뉩니다. SLC 방식의 SSD는 셀 하나에 하나의 정보(1비트)만을 담는 기술을 말합니다. 전류가 흐르면 1, 그렇지 않으면 0이죠. MLC는 이보다 더 정교하게 정보를 판별합니다. 셀 하나에 1비트를 담는 것이 아니라 두 개의 정보(2비트)를 담기 때문이죠. 셀에 흐르는 전하량을 측정해 디지털 신호를 11, 10, 01, 00으로 판별한다는 얘기입니다.

인텔 기술지원부 관계자는 “메모리 셀을 우물이라고 본다면, 우물 안에 전하가 얼마나 채워져 있느냐를 따져 1이나 0을 판별한다”라며 “MLC는 SLC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정교하게 전하량을 판단해 총 4가지 신호를 구분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SLC는 1이나 0만 구별하면 되는데, MLC는 11부터 00까지 총 4가지 다른 신호를 구별해야 하니 정교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현재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SSD는 대부분 MLC 기술이 들어간 제품입니다. 인텔과 SSD 시장에서 경쟁하는 한 국내 업체는 MLC를 넘어 TLC, 즉 트리플레벨셀 기술을 상용화했다고 합니다. TLC도 기본 개념은 SLC, MLC와 같습니다. 다만 111부터 000까지 총 8가지 디지털 신호를 구분해야 하므로 MLC보다 더 정교하게 전하량을 측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컴퓨터에서는 기본 비트(bit) 8개가 모여 1바이트(Byte)를 만듭니다. SLC 기술은 메모리 셀 8개를 읽어 1바이트를 만드는 것이죠. MLC는 4개 셀만 판별하면, 1바이트를 만들 수 있습니다. TLC는 3개 셀만 읽으면, 9비트를 만들 수 있습니다. 8비트로 1바이트를 만든 다음 남는 1비트를 활용해 에러를 검출하는 용도로 쓸 수도 있습니다.

SSD 업계가 싱글에서 멀티로, 멀티에서 트리플로 기술을 개발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비용 때문입니다.

인텔 기술지원담당 관계자는 “SLC로 1기가비트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구성하려면 트랜지스터 1억개가 필요하지만, MLC는 트랜지스터 5천만개만 있어도 1기가비트를 구성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즉, 16기가비트(=2GB) 저장공간을 확보하려면, SLC 기술은 16억개의 트랜지스터를 집적해야 합니다. MLC는 트랜지스터 8억만 있으면 됩니다.

플래시 메모리 면적 중 가장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부분이 바로 메모리 셀입니다. 지금보다 더 적은 공간에 더 많은 메모리 셀을 집적할 수 있다면, 값도 낮출 수 있을 것입니다. 크기가 줄어드는 만큼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등 모바일 기기의 크기도 줄일 수 있겠죠.

그렇다면 속도는 어떨까요. 싱글에서 트리플로 기술은 발전하고 있는데, SSD의 읽기・쓰기 속도도 3배 빨라질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특히 정보를 쓰는 속도는 SLC가 가장 빠르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SLC는 셀 속에 전하가 흐르는지 아닌지만 보면 됩니다. 즉각적인 판단이 가능하다는 얘기죠. 하지만 MLC는 4가지 경우의 수를 고려해 전하량을 판단해야 합니다. 1이냐 0이냐를 판단하는 데 계산 과정이 추가되는 셈입니다. TLC는 총 8가지 경우의 수를 고려해야 합니다. SSD 업계가 셀 집적도를 높이는 쪽으로 기술을 발전시키는 까닭은 속도를 올리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비용을 줄이고 용량을 늘리기 위함이라는 얘기입니다.

물론, 셀 레벨을 올린다고 해서 SSD의 속도가 현격하게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MLC 기술이 상대적으로 SLC보다 전하량을 판별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그 시간을 짧게 줄여 속도 저하를 상쇄하는 기술이 함께 발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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