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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테라 ARM 프로세서, 인텔이 생산한다

2013.10.30

“인텔의 공장에서 ARM 칩을 생산한다.” 귀를 의심케 하는 정보다. 이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알테라가 직접 설계한 64비트 ARM 프로세서를 인텔의 파운더리에서 생산한다는 소식이다.

알테라의 새 프로세서는 64비트 쿼드코어 프로세서다. ARM v8에 기반한 칩이라는 이야기다. 정확히는 코어텍스 A53 칩이다. 알테라는 ‘스트라틱스10’ 시스템 온 칩(SoC)에 코어텍스 A53 아키텍처를 통합한다고 밝혔다. 인텔은 생산만 맡는다. 인텔로서는 처음으로 64비트 쿼드코어 ARM 프로세서를 생산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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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단순한 위탁 생산일 뿐 인텔이 직·간접적으로 ARM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아니다. 인텔 관계자는 “파운더리 사업의 일환으로 기존에 알테라의 칩을 생산해 왔던 과정에서 알테라가 ARM 아키텍처를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텔은 2년 전부터 외부에 팹을 제공하고 반도체를 대신 생산해주는 파운더리 사업을 시작했다. 알테라는 인텔의 파운더리 고객사 중 하나이다. 그 동안 인텔은 알테라의 여러 칩을 생산해 왔다. 알테라는 주로 FPGA 설계에 강세를 보였다. FPGA는 제조업체로부터 칩을 구입한 업체가 직접 기능이나 성능을 조작할 수 있는 칩을 말한다. 칩을 구입한 업체가 일부 기능을 바꾸거나 개선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실제 칩을 양산하기 전 시험용으로 많이 쓴다. 알테라는 FPGA 칩을 주로 만들어 왔는데, 이번에는 ARM 칩을 직접 SoC 안에 그려 넣고 이를 인텔에 맡겨 반도체 칩으로 생산하는 것이다.

인텔은 원래 애플과 함께 ARM의 성장을 이끌었던 기업이다. 지난 2006년 ARM 칩인 스트롱암 브랜드를 포기하기 전까지 인텔은 가장 많은 ARM 프로세서를 생산했고, 성능면에서도 인정받았다. 하지만 ARM 칩이 쓰이는 PDA 시장이 시들해졌고, 스마트폰 역시 신통치 않았다. 고성능 PC와 노트북 시장의 붐이 일면서 인텔은 가격이 저렴한 ARM 칩 대신 x86 시장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ARM 진영과는 경쟁자가 됐다. 인텔로서는 거의 8년만의 ARM 칩을 다시 생산하게 됐다.

알테라가 설계한 칩은 ‘스트라틱스10’이다. 스트라틱스10은 FPGA 칩 중 가장 고성능이자 고가의 라인업이다. ARM의 아키텍처가 적용되긴 하지만, 일반 프로세서와는 달리 프로그램을 새로 해서 써야 하는 SoC 형태의 제품이다.

알테라는 인텔의 트라이게이트 반도체 설계에 관심을 갖고 인텔과 파운더리 계약을 했다. 인텔은 반도체 집적 능력이 뛰어나고 구조가 복잡한 x86 프로세서도 22nm로 생산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구조가 단순한 ARM 칩은 좀 더 미세하게 만들 수 있다. 이번 스트라틱스10은 14nm 공정으로 생산한다.

사실 알테라는 지난 2월부터 인텔과 협업해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당시 알테라는 인텔의 14nm 트라이게이트 기술로 FPGA 칩을 제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존 데이터 알테라 CEO는 당시 “14nm 기술로 기존 20nm 공정 제품에 비해 성능, 대역폭, 전력 효율 등을 높일 수 있는 제품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인텔의 COO를 맡고 있던 브라이언 크르자니치는 “공정 기술 분야에서 인텔이 확보하고 있는 인텔의 선도기술로 알테라와 협력해 첨단 FPGA를 제조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크르자니치는 그 사이 인텔의 CEO가 됐다.

당시에는 ARM v8이나 코어텍스 A53같은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던 만큼, 큰 화제가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인텔은 애플에 이어 두 번째로 64비트 ARM 프로세서를 만드는 데 일조했고, 쿼드코어로는 첫 제품을 만든 것까지 더해 화제가 되는 듯하다.

인텔은 최근 파운더리 비즈니스에 적극적인 눈치다. PC시장의 축소를 상쇄할 수 있는 수단으로 아톰을 이용한 모바일 칩도 있지만 한편으로 인텔의 팹 기술을 이용한 파운더리 비즈니스도 고려할 수 있다. 이번 알테라의 칩이 사례가 돼 다른 ARM 칩을 주문생산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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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