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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에 들뜬 서울대 캠퍼스

2013.10.31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서울대학교를 찾아 대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주제는 ‘How to prepare for what’s next’(미래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입니다.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만큼 어려운 이야기도 없겠지요.

행사는 서울대학교 문화관에서 열렸습니다. 에릭 슈미트 회장이 온다는 소식에 사실 대학생들은 꽤 흥분했던 모양입니다. 구글은 강연 일정을 발표하면서 홈페이지를 통해 학생들에게 미리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 중에서 선별된 학생들은 오늘 에릭 슈미트 회장에게 직접 질문을 던질 수 있었습니다. 꼭 서울대생이 아니어도 됐기 때문에 참여도도 꽤 높았다고 합니다. 뻔하지 않은 어떤 질문을 던져야 채택될 수 있을지를 두고 고민이 많았는지 돌아돌아서 제게 ‘좋은 질문이 무엇이냐’며 물어오기도 했으니 그 열기가 대단하긴 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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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슈미트 회장은 11시에 맞춰 문화관에 도착했습니다. 자리는 이미 한 시간 전인 10시부터 거의 찼고, 자리를 잡지 못한 학생들은 에릭 슈미트 회장이 입장하는 입구 앞에 줄을 섰습니다. 바로 앞까지 차로 올 줄 알았더니 미리 그 전에 누군가를 만나고 온 것인지 시간이 되자 저 멀리에서 한무더기의 사람들이 몰려 옵니다.

“에릭 슈미트다!” 한 학생이 외칩니다. 기다리던 학생들은 신이 났습니다. 성큼성큼 다가올수록 환호성을 지르고 박수를 치며 열광했습니다. 에릭 슈미트 회장도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화답했습니다. 그 동안 기자간담회나 발표회장에서 에릭 슈미트 회장을 본 적은 있었는데, 사실 국내 기자들은 특별히 박수를 친다거나 환영하는 것에 대해 멋쩍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모이는 자리이니 반응은 색다르더군요.

딱히 뭐라고 불러야 할 지 몰라서 ‘강연’이라고 불렀지만, 실제 행사는 ‘대화’ 형식으로 진행됐습니다. ABC뉴스의 조주희 서울지국장이 사회를 맡아 한 시간 동안 진행했습니다. 저는 행사장을 왔다갔다하다가 결국 ‘대화’가 시작될 때는 행사장 밖으로 나왔습니다. 문화관에 한정된 좌석은 400개였고, 안에 비집고 들어온 학생들은 계단에 앉아서라도 듣겠다고 아우성이었고, 바깥에서도 혹시 들어갈 수 있을까 싶어 문 앞에 붙은 학생들이 한참 기다리더군요. 이 자리는 사실 그들을 위한 자리이기에 저는 외부에 설치된 TV로 보려고 자리를 양보하고 바깥으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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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제 실수였을까요. 들어가지 못한 학생들, 그리도 뒤늦게 온 학생들이 엄청나게 몰려들어 TV 화면도 볼 수 없게 됐습니다. 아차 싶었습니다. 이렇게 TV 앞에 모여든 학생들도 한 시간 넘게 꼼짝하지 않고 숨죽이며, 때로는 함께 웃으며 에릭 슈미트 회장 얘기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저는 에릭 슈미트 회장의 이야기보다도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주로 반응은 “이렇게 재미있는 사람인 줄 몰랐다”, “딱딱하고 어렵다고만 느꼈는데 정말 재미있고 와닿는 이야기를 많이 해준다”로 쏠리더군요. 에릭 슈미트는 북한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얼마 전 북한에 다녀온 바 있지요.

“북한을 도와야 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자부심이 높은 국민이지만 모든 게 부족한 국가이기도 합니다. 인도주의적인 접근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여러분 그리고 세계에 좋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북한을 개방하는 데도 좋은 첫 걸음이라고 봅니다.”

이 이야기가 학생들에게는 꽤 크게 와닿았나 봅니다. 학생들도 “에릭 슈미트가 북한에 이렇게 관심을 가지고 있을줄 몰랐다”며 놀라기도 하고 그에 대한 호감이 더 좋아졌다고도 입을 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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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비즈니스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 기자들이 궁금했던 것들, 그리고 늘 물어보는 것들이었습니다. 학생들도 구글과 삼성의 관계에 대해 질문을 던졌는데 대답은 기자들에게 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더군요. 이것도 참고삼아 옮겨 적습니다.

“삼성과 LG전자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구글의 목표는 특정 기업이 아니라 더 많은 회사들과 강력한 생태계를 구축해서 더 많은 이들에게 구글의 서비스를 쓰도록 하는, 그렇게 1등 플랫폼이 되는 것입니다. 회사를 가리지 않고 안드로이드 기기가 하루 150만대씩 새로 개통되고 현재 10억명이 넘는 사람들이 쓰고 있지 않나요?”

이날 행사의 또 다른 주인공은 다음주부터 런던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멘토링을 받을 글로벌 K스타트업의 해외진출팀입니다. 모두 자리를 찾아 에릭 슈미트 회장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레진코믹스의 권정혁 CTO는 해외 진출의 노하우를 물었습니다. 특히 콘텐츠 산업을 해외에 전파하는 데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구글도 해외 진출이 마냥 녹록진 않지요.

“나라마다 모든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매뉴얼이나 규칙은 없습니다. 문화나 사회적인 차이에 따라 정책을 조율해야 합니다. 그게 미디어 산업이라면 더 어렵습니다. 콘텐츠가 동시에 다른 언어로 내보내져야 하는데 현지의 문화적, 법적 환경과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구글에는 이를 각각 현지화하는 팀이 있습니다. 한국의 예를 들자면 주민등록번호 같은 게 되겠지요. 현지 콘텐츠가 아니더라도 현지에서 만든 것 같은 느낌을 전달하는 게 중요합니다.”

대화가 끝나고 나서도 많은 학생들이 자리를 떠나지 못했습니다. 정말 이런 자리가 또 있나 싶을 정도로 다들 얼굴에 웃음과 가벼운 흥분이 어려 있었고, 에릭 슈미트가 앉아 있던 자리에서 기념사진도 찍고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하더군요. 한 학생과 잠깐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직접 한국에 와서 한국 문화와 다른 기업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던 것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수직적인 의사결정에 기반하고 있고 복장부터 문화가 경직되어 있는데 구글의 유연한 문화가 좋은 결과로 나타나는 것 같아 인상적이었습니다. 북한에 대한 언급도 기억에 남습니다.”(이화여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

글로벌K스타트업 해외 진출을 앞둔 엔씽의 김혜연 대표(아래 사진)도 만났습니다. 원격으로 화분 속 식물과 교감하는 비즈니스로 최종 5팀에 올랐지요.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구글에 대한 열정, 애정이 많이 느껴졌습니다. CEO로서 회사에 대해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는 자리였던 게 큰 도움이 됐습니다. ‘역시 구글이구나’라는 생각도 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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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학생들이 존경하는 인물로 기업가들을 꼽고 있습니다. 에릭 슈미트도 그 중 한 명이지요. 단순히 돈을 많이 벌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회사의 대표자라서가 아니라 그 사람 스스로 배울 점을 갖고 있다는 것을 되려 학생들에게 배우고 왔습니다. 이런 흥분과 열정들이 앞으로 여러 분야에서 펼쳐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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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