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해, 내 방식으로 공유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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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마지막 날, D.CAMP(디캠프)에서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CC코리아)가 ‘공유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보자’라는 주제로 마련한 ‘공유본색’ 행사다. 오후 2시부터 4시간 남짓 열린 행사에 50명 남짓한 사람들이 식곤증을 쫓으며 모였다.

이 행사엔 윤종수 북부지방법원 부장판사, 이진순 언론학 박사, 송호준 미디어아트 작가, 류형규 매니아DB 운영자, 한호 저작권위원회 팀장, 한상엽 위즈돔 대표, 도희성 원트리즈뮤직 대표가 참여해 공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사람들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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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은 시장을 이렇게 설명한다.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합리적으로 행동하고, 이 합리적인 행동이 이뤄지는 곳이 시장이라고. 경제학에서 시장은 철저히 사람의 자신의 이익을 우선 생각해 움직이고 행동하는 공간이다. 사랑이나 정을 핑계로 남을 위해 행동하는 일이란 없는 법이다.

실제 우리가 접하는 시장은 조금 다르다. 자동차를 공유하는 서비스인 ‘쏘카’나 빈방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에어비앤비’를 떠올려보자. 우리가 아는 시장에는 남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는 사람, 자신이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남을 위해 기부하는 사람이 넘친다. 이들은 굳이 자신에게 이윤이 돌아오지 않더라도 자신이 갖고 있는 무언가를 남들과 공유한다. 나눌수록, 베풀수록, 공유할수록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공유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누구도 자신이 만들거나 창조한 무언가의 권리를 포기하길 원치 않는다. 이왕이면 사람들이 자신이 만들었다는 걸 알아주길 바라고, 자신이 만든 것에 대한 댓가를 얻길 바란다. 그래서 사람들은 저작권법을 만들었다. 그리고 저작권법을 통해 자신의 창작물에 대한 이득을 지키려고 한다.

공유를 돕는 도구 ‘저작권’

“저작권은 전유와 공유가 섞여 있는 공간입니다. 권리를 어디까지 사용할 수 있느냐, 어디까지 사용함으로써 권리자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강연 시작은 윤종수 판사가 열었다. 그는 저작권법이 공유를 막는 도구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오히려 저작권은 원활한 창작을 도와주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작권을 얘기하면서 저작권의 대가로 금전적인 보상을 함께 떠올린다. 음악이나 책 등 다양한 창작물을 만들어내고, 이 창작물을 누군가 사용하려면 비용을 내야 한다는 식으로 저작권을 이해한다. 이윤을 추구한다는 시장의 논리대로 저작권을 이해한다고 할까.

“저작권은 사회 문화를 발전시키고 창작자에게 그에 따른 보상을 준다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이 때 이뤄지는 창작물에 대한 보상으로는 금전적 이득 외에도 명예, 다른 사람과의 의사소통,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것 등 다양합니다.”

윤종수 판사는 애초 저작권의 목적은 창작물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이란 창작물에 대한 원작자의 권리를 인정해주는 것 뿐이다. 지금의 저작권은 금전적인 보상만 얘기하지만, 저작권이 꼭 금전적인 보상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결국 저작권은 권리를 많이 사용하는 ‘전유’와 권리를 덜 사용하는 ‘공유’의 영역을 구분할 뿐입니다. 창작자에 따라서 자신의 창작물을 공유해 다른 사람과 더 많이 나눌수도 있지요.”

공유된 재료가 많으면 많을수록 새로운 게 탄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무언가 창작하려면 재료가 필요하다. 만약 모든 사람이 금전적 보상만을 고려해 저작권을 따진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저작권 침해가 걱정돼 새로운 재료를 구할 수 없게 될 것이고 새로운 창작은 나오지 못할 것이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의 패러디 영상을 구경도 하지 못할 것이다.

공유, ‘나만의 것’이어도 괜찮아

공유경제, ‘나누면 행복해집니다’라는 구호가 널리 퍼지고 있지만, 실제로 공유가 많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자신의 작품’이라는 이기심이 들어서가 아닐까. 자신이 가진 무언가를 남과 나누기는 선뜻 어려운 법이니까. 그럼 이렇게 생각해보자. 나만을 생각해서 시작한 공유는 다른 사람을 위한 공유가 될 수 없을까.

오픈소스 인공위성 프로젝트를 진행한 송호준 작가는 처음엔 자신을 위해서 공유했다. 송 작가는 인공위성을 어떻게 만들지조차 잘 몰랐다. 그래서 그는 오픈소스를 활용해서 인공위성을 만들고, 만든 인공위성을 오픈소스로 공개해 남들과 공유하면, 사람들이 최소한 자신에게 손가락질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순전히 전략적으로 저를 위해서 공유를 했습니다.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설마 나에게 돌을 던질까’하는 생각이 강했지요. 그런데 점점 하다보니 절 위한 행동이 남을 위한 행동도 되더군요.”

송호준 작가는 2008년 12월부터 올해 4월13일까지 오픈소스 인공위성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부품도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으로 골랐고, 인공위성을 쏘아올리는 기술도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졌다. 어떻게 인공위성을 쏘아올리는지, 어떤 기술을 활용해야 하는지 몰랐던 예비 과학도들이 송호준 작가의 프로젝트를 응원했다.

남에게 손가락질 받지 않으려고 모든 프로젝트를 오픈소스로 진행한 게 결과적으로는 남들에게 도움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송호준 작가는 이때 깨달았다고 한다. 남을 위해서 하려고 하지 말고, 자신을 위해서 먼저 행동하면 남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처음부터 남을 위해서 시작한 행동은 정작 남에게 도움이 안될 수 있습니다. 제가 행복하고 만족해야 남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더군요.”

차근차근 시작하는 ‘공유’

온라인 뮤직 메타 데이터베이스 서비스 ‘매니아DB’를 운영하고 있는 류형규 운영자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처음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걸 남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덕질’에서 매니아DB를 시작했다. ‘남을 위해서’라는 거창한 생각은 없었다. 자신이 좋아하고, 즐겨하는 일에서 시작한 행동이다.

그런 웹사이트가 현재 아티스 정보 23만3631건, 음반 정보 35만4762건, 악곡 정보 425만3654건을 담은 거대한 정보 창고로 컸다. 음악 서비스를 하려는 사람은 류형규 운영자가 무료로 공개한 API를 활용해 서비스를 만든다.

“대가를 바라고 시작한 일이 아닙니다. 음악계의 ‘링크드인’ 같은 서비스로 만들고 싶을 뿐이에요. 인터넷에 존재하는 박물관 같은 형태로요.”

한상엽 위즈돔 대표는 성공하고 싶어서 공유 서비스를 만들었다. 6년전까지만 해도 그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4년전엔 군인이었고, 2년 전에는 샐러리맨으로 회사에 몸담았다. 그러던 어느날 ‘돈이 없으면 교육을 못 받고, 교육을 못 받으면 돈이 없다’라는 사회 조사 결과를 보고, 이 결과를 바꿔보고 싶어 서비스를 만들었다.

이 때 나온 서비스가 위즈돔이다. 이왕이면 사람들이 서로 만나서 지식을 나누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고 팔듯, 사람들의 경험과 지식도 사고팔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시작했다.

“처음엔 공유경제라는 개념도 없었습니다. 만들고보니 사람들과 서로 지식을 나누는 저희 서비스가 공유경제 정신과 이어져 있더라고요.”

이들 모두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 일을 시작했다. ‘공유’는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한 과정이었을 뿐이다. 이번 행사를 준비한 CC코리아 강현숙 상근활동가도 공유에 대해서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공유, 새삼스런 신조어가 아닙니다.”

자신이 가진 것을, 자신을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내놓는 것. 그게 공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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