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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중독법’, 책무인가 규제인가

2013.11.08

“게임은 중독물이다.” “게임 개발자는 마약 제조자란 말인가?”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이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중독 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이하 중독법)’이 뜨거운 감자다. 마약과 술, 도박 등 중독을 유발하는 물질이나 행위를 나라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다. 그 속에 게임도 포함됐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반발이 거세다.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는 중독법 반대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누리꾼은 물론, 게임 업계도 중독법에 공동으로 대응하겠다고 약속했다. 중독법에 게임을 포함해야 한다는 쪽과 게임은 중독물질이 아니라는 쪽이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대립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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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독법 중 일부

1. “중독”이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물질 및 행위 등을 오용, 남용하여 해당 물질이나 행위에 신체적, 정신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가. 알코올

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마약류

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에 따른 사행산업을 이용하는 행위 또는「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 특례법」에 따른 새행행위

라. 인터넷게임 등 미디어 콘텐츠

마. 그 밖에 중독성이 있는 각종 물질과 행위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

찬성: “게임 중독, 나라에서 관리해야”

중독법을 둘러싼 논란 중 누리꾼의 가장 큰 이목을 끈 한마디가 있다. “게임을 마약과 같이 취급하고 있다”는 문장이다. 중독법 안에 마약과 게임이 함께 묶여 있다는 점을 가리킨 비판의 목소리가 섞여 있다. 신의진 의원실은 이 같은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맞서고 있다.

신의진 의원실은 “게임을 마약과 똑같이 취급하자는 얘기는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법을 활용해 게임 중독이 가져오는 폐해를 방지하고 완화하자는 취지”라며 “게임 중독은 뇌 손상이나 우울증 등 개인의 건강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관리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중독법은 게임을 즐기는 이를 처벌하는 법안이 아니라는 뜻이다. 마약을 복용하면 처벌하는 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게 신의진 의원실의 주장이다. 중독법의 핵심은 게임 중독을 의학적 관점에서 접근해 게임에 중독된 이들을 관리하고 치료하는 것이 목적이다. 보건복지부에서 게임 중독 예방센터를 세우고 치료 활동을 전개할 예정인 것도 게임산업을 규제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보기 어렵다.

정신의학계 일부 의사도 신의진 의원과 같은 의견을 냈다. 중독 전문가가 모며 만든 ‘중독포럼’은 지난 10월31일 성명을 발표했다. 중독법으로 게임 중독 현상을 예방하고 치료해야 한다는 게 중독포럼의 주장이다.

중독포럼은 성명서에서 “우리 사회는 알코올중독, 약물중독, 인터넷게임중독, 도박중독, 니코틴중독 등 다양한 중독에 심각하게 노출돼 있다”라며 “중독법은 여러 가지 중독현상을 정의하고 예방과 치료에 국가의 기본적 책무와 역할을 선언한 기본법으로 매우 시의적절한 입법”이라고 강조했다.

중독포럼도 신의진 의원실이 주장한 것처럼 “중독법은 게임을 규제하기 위한 법안이 아니라 게임 중독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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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명백한 게임산업 규제 법안”

중독법을 대하는 게임업계의 반발이 심하다. 신의진 의원이 중독법을 “규제법이 아닌 기본법일 뿐”이라고 설명했지만, 게임 업계는 “명백한 규제 법안”으로 풀이하고 있다.

기본법은 앞으로 나올 다른 법안의 기초다. 중독법이 통과되면 중독법을 바탕으로 게임을 규제할 수 있는 법이 얼마든지 양산될 수 있다. 중독법을 규제 법안이 아니라 기본법이라는 주장은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신의진 의원의 연막작전이라는 게 게임업계의 주장이다.

김종득 게임개발자연대 대표는 “말은 그렇게 하고 있지만, 법안을 보면 명백한 규제법”이라며 “이 법안이 통과돼 게임 중독이 법으로 정의되면, 앞으로 게임산업을 규제할 수단이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독법이 말하는 게임 중독 증상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법은 사회와 개인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이 때문에 명확하고, 합리적으로 정의돼야 한다. 하지만 중독법은 게임 중독을 명확하게 정의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게임 중독을 설명하기 위해 인터넷중독 지표를 들고 나오는 식이다.

김종득 대표는 “법을 입안할 때 정당성과 근거가 필요한데, 중독법은 제대로 된 통계나 근거를 인용하지 않고 있다”라며 “심지어 전세계적인 의학적 합의도 없는 상태에서 국내 일부 정신과 의사들만 게임 중독 증상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중독물질을 정의하는 부분도 중독법의 문제로 지적할 수 있다. 매우 포괄적이고 모호한 표현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중독법은 중독물질을 “인터넷게임 및 미디어콘텐츠”라고 정의하고 있다.

미디어콘텐츠는 어떤 콘텐츠를 말하는 것일까. 유튜브나 TV 드라마, 영화 등 수많은 미디어콘텐츠를 모두 포함하는 정의인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김종득 대표는 “이런 부분은 입법조사관이 법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이미 문제가 있다고 지적을 받은 부분”이라며 “법안이 갖춰야 할 과잉금지의 원칙이나 명확성의 원칙을 전혀 지키지 않고 있어 반대할 수밖에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의견을 가진 국회의원도 있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이 중독법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최민희 의원은 11월7일 발표한 성명에서 중독법이 가진 문제를 2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하나는 게임 중독 치유 부담금을 게임 개발 업체에 전가하고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교육을 활용한 중독 예방이 아니라 처벌을 통한 제재 성격이 강하다는 점이다.

최민희 의원은 성명에서 “게임중독에 대해 국가의 책임보다는 이용자와 사업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라며 “게임중독 문제가 사회문제화 될 수준이라면, 중독치료에 들어가는 비용은 기본적으로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중독법에는 게임 개발 업체로부터 ‘인터넷 게임 중독 치유 부담금’을 강제로 걷는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대형 게임 개발업체는 물론, 작은 게임업체에 큰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게임 중독을 나라에서 관리하겠다고 나서야 한다면, 예방과 치유에 들어가는 비용은 어느 쪽에서 내야 옳을까. 치료와 예방에 들어가는 비용을 업체에 협조해야 한다면, 이는 자발적성에 기초해야 한다는 게 최민희 의원의 생각이다.

중독법이 산업을 틀어 막는 법안으로 비친다는 것도 우려되는 점이다. 중독법은 예방과 치료 보다 제재 쪽으로 더 기울어 있다는 게 최민희 의원이 주장이다.

최민의 의원은 성명에서 “이미 중독된 사람들에 대해 치료책을 제시하고, 무엇보다 게임중독 예방교육과 그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정부와 여당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아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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