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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가 게임과 화해하는 법

2013.11.13

요즘 게임 업계는 신의진 의원이 두렵습니다. 지난 4월 그가 국회에 발의한 ‘중독∙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 이른바 ‘중독법’ 때문이지요. 중독법은 게임과 문화 콘텐츠를 중독을 유발하는 물질로 규정했습니다. 이에 빠지는 것을 나라가 관리하겠다는 게 중독법의 취지입니다.

게임을 즐기는 이들이 가장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도 중독법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뜨겁죠. 중독법과 신의진 의원에 돌팔매질하는 언론의 보도도 거침이 없습니다. 중독법을 대하는 e세상 여론은 냉담하기 그지없지요.

중독법 자체에 관한 논의는 이미 숱하게 이어진 만큼, 여기선 넘어가고요. 이제 우리의 역할을 생각해 볼 때입니다. 게임을 위해 사회와 가정, 업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꼽아보자는 얘기입니다. 국회에 돌을 던져 중독법을 끌어내리겠다고요? 그건 반쪽짜리 도전이 아닐까요. 게임을 제대로 된 문화 콘텐츠로, 또 놀잇거리로 생각하지 않는 이들이 생각을 바꾸지 않는 한 제2, 제3의 중독법은 또 나옵니다. 이미 2년 전에 게임 셧다운제가 국회를 통과했지요. 중독법은 그 뒤를 이은 법안이라는 점을 생각해야 합니다.

정부가 야구나 영화 관람 시간을 제한하려 하지 않는 것처럼, 아버지가 아들에게 야구방망이와 글러브를 사 주는 것이 나쁜 일이 아닌 것처럼. 가까운 앞날 삼촌이 조카에게 게임 아이템을 선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사회와 게임이 화해의 악수를 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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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법 반대 목소리, 돈 얘긴 그만

지난 2011년 게임 셧다운제에 반대했던 이들도, 중독법에 핏대를 세우는 사람도 주로 게임 산업이 돈을 많이 벌어준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게임 산업이 매년 수출하는 돈이 K팝의 몇 배를 뛰어넘는다는 둥, 산업 전체 규모가 얼마나 된다는 둥 말이지요. K팝은 장려하면서 왜 게임은 못살게 구느냐는 식이었죠.

옳은 말입니다. 게임은 산업의 일꾼이요, 효자 상품입니다. 하지만 돈 얘기는 이제 그만 합시다. 중독법에 반대하는 피켓에 산업논리와 돈 얘기를 걷어내야 합니다. 우리가 게임을 중독법으로부터 구제해야 하는 까닭은 게임 산업이 돈을 잘 벌어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병찬 법무법인 정진 변호사의 말을 들어봅시다. 이병찬 변호사는 게임개발자연대 고문 변호사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 전반에 ‘게임 산업이 위축될 우려가 있으니 규제하지 말라’ 식의 프레임이 짜여 있어요. 하지만 이 같은 틀은 중독법에 반대하는 이가 스스로 중독법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꼴입니다.”

중독법 문제의 본질은 정부가 게임을 문화 콘텐츠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중독법에 반대하는 이들은 정부의 이 같은 왜곡된 시각에 맞서야 합니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소녀시대’를 소개할 때 “한 명당 수억 원의 가치가 있는 그룹”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K팝 문화의 선두에 선 아이들”이라고 소개하지요.

게임도 마찬가지입니다. 게임은 복합 문화 콘텐츠입니다. 시나리오와 문학, 음악은 물론 디자인과 영상 기술의 총체가 바로 게임입니다. 게임에 산업논리를 가져가는 순간 게임이 갖는 문화 콘텐츠로서의 위상은 사라집니다. “돈을 많이 벌고 있으니 중독 치료 기금을 내라”는 정부의 압력에도 할 말이 없어집니다.

돈 얘기는 게임이 중독법을 비롯한 정부의 규제를 벗어날 수 없도록 합니다. 만약 정부 말 대로 게임이 정말 중독물이라고 칩시다. 그렇다면 아무리 돈을 잘 벌어다 줘도 규제해야지요. 이런 식의 주장은 오히려 정부의 규제 논리에 힘을 실어줍니다.

이병찬 변호사는 “산업 보호 차원에서 재벌 총수의 비리를 눈감아주자는 식의 논리와 같은 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버는 재벌 총수도 잘못을 했으면 구속해야 합니다. 게임 산업이 거대하니 규제를 하면 안 된다는 얘기는 잘못을 저지른 재벌을 사회가 용서해야 한다는 얘기와 같습니다. 하지만 게임은 죄가 없습니다. 돈 얘기는 한쪽으로 치우고, 문화 콘텐츠로서 게임이 갖는 가치를 얘기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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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게임 할 때는 규칙을 정해요

중독법에 게임이 포함된 것을 누가 가장 환영할까요? 바로 우리 부모님입니다. 우리와 가장 가까이 있는 분들이죠. 가슴으로 이해는 됩니다. 자녀가 공부해야 할 시간에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고, 아직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가 스마트폰 화면만 보고 있으니 부모님은 얼마나 답답하시겠어요. 지난 11월11일 EBS가 개최한 중독법 토론회에선 한 어머니가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우리 아이가 평일에 한 시간씩, 주말에 세 시간씩 게임을 해요. 제발 게임 좀 못 하게 막아주세요.”

하루에 한 시간, 주말에 세 시간 게임 하는 것도 못 봐주는 것이 바로 우리 부모님입니다. 자녀가 노는 것이 싫어서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냥 게임이 미운 겁니다. 게임만 없으면 공부도, 운동도 다른 모든 생활도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것이죠.

부모님이 게임에 이 같은 시각을 갖게 된 것은 게임에 관한 이해도가 낮기 때문입니다. 게임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저 싸우고, 죽이고, 칼질하는 것이 게임이라고만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닌걸요. 가정에서는 부모님이 먼저 게임에 가진 편견을 씻으려 노력해야 합니다. 중독법에 찬성하는 이들이 없으면, 신의진 의원처럼 게임을 규제하려는 국회의원도 더는 나타나지 않을 것입니다. 가정에서 참고할 만한 몇 가지 게임 이용 사례를 소개합니다.

임현호 파이드파이퍼스 게임 개발자는 5살, 4살 자녀를 키우고 있습니다. 직접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인 만큼 자녀가 게임을 하는 것에 큰 거부감은 없습니다. 다만, 아이가 게임만 하도록 방관하지는 않습니다. 임현호 개발자는 몇 가지 규칙을 정해 자녀의 게임 이용을 지도합니다.

첫째, 게임 하는 아이를 혼자 놔두지 않는다. 둘째, 게임을 이용하는 시간을 사전에 약속한다.

임현호 개발자는 아이가 게임을 할 때 항상 옆에 있습니다. 아이패드에 설치된 다른 콘텐츠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게임을 조작하는 아이를 도와주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함께 게임을 한다는 것이죠. 이때 게임은 아이에게 그저 자극적인 콘텐츠가 아니라 아빠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거리가 됩니다.

“아직 아이가 어리다 보니 엄마나 아빠한테 게임 조작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고 혼자 두면 콘텐츠 선택을 통제를 할 수 없으니, 항상 옆에서 같이 보는 편입니다.”

아이가 게임을 그만두도록 하는 방법도 기발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패드 배터리를 10% 정도로 만들어 두는 것이지요. “아이패드가 꺼지면 그만하자”라고 아이와 타협하기 위해서죠. 이 밖에도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임현호 개발자는 “아이가 게임을 그만두지 않으려 할 때는 다른 놀이를 하자고 말하거나 자전거를 타러 나가자고 한다”라며 “강압적인 방법이 아니라 아이가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는 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성완 부산게임아카데미 교수의 게임 지도 방법도 많은 부모가 귀를 기울일만합니다. 김성완 교수는 초등학교 6학년 아들과 초등학교 3학년 딸을 두고 있습니다. 한창 게임 때문에 잦은 싸움이 벌어지는 나이이죠. 김성완 교수도 “아이의 게임을 이해하는 것이 첫 번째”라고 설명했습니다.

“일단 우리 집 아이들이 하는 게임은 모두 제가 권해준 것입니다. 먼저 보고 판단해 아이가 하도록 할지 말지를 결정하죠. 아이들이 하는 게임을 계속 파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김성완 교수의 두 자녀는 ‘마인크래프트’를 즐겨 합니다. 김성완 교수는 ‘마인크래프트’가 가진 교육적인 기능에 주목했습니다. 게임 속에서 회로를 만들고, 물건을 창조하는 재미에 푹 빠진 것이지요.

김성완 교수의 두 자녀가 이 같은 게임만 즐기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게임도 즐겨 합니다. 아빠가 봤을 때 아이가 해도 되는 게임이라는 판단이 서면 아이가 즐길 수 있는 게임에 한계는 없다는 게 김성완 교수의 설명입니다. 가정 안에서 자체적으로 게임 등급을 정하는 셈입니다.

물론, 임현호 개발자나 김성완 교수는 직접 게임을 만들거나 게임 만드는 법을 가르치는 이들입니다. 게임에 관한 이해도가 높은 편이죠. 또 어떤 부모는 아이가 게임을 즐기는 동안 적절히 개입할 여유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김성완 교수는 “사회가 아이를 옥죌 뿐 아니라 부모도 맞벌이하면서 가정을 돌볼 만한 여유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이는 게임을 대하는 부모의 태도가 바뀌어야 하는 것 이상의 문제인데, 사회 전반적인 근로시간이나 노동조건이 바뀌지 않는 한 게임을 둘러싼 잡음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귀띔하기도 했습니다.

여유가 없다고 아이를 방치하다니, 안 될 말입니다. 아이의 게임 이용을 통제하는 일, 중독법이 아니라 가정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게임에 가진 오해와 편견만 벗어버린다면, 아이 책상에 놓인 컴퓨터가 다르게 보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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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플리커 저작자표시사진 변경사용 금지 jimsheaffer님이 일부 권리를 보유함

게임 만드는 게임업체도 반성해요

게임을 나쁜 것인 양 취급하는 국회의원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게임을 만드는 업체도 책임이 있습니다. 일이 이렇게까지 되는 동안 업체는 무엇을 했나요. 아무것도 안 한 것이 문제 아닌가요? 목소리를 내야 할 땐 적극적으로 말하고, 합법적인 타협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국내에서 온라인게임을 바탕으로 게임 산업이 성장한 것은 이제 십수 년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산업 전체로 따지면, 아직 청년인 셈입니다. 이제 청년의 탈을 벗고 완숙한 산업의 한 축으로서 행동해야 할 때입니다.

김성곤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 사무국장은 게임 업체가 노력해야 할 방법의 하나로 게임 자율규제를 꼽았습니다. 현재 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법률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여성가족부의 강제적 셧다운제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선택적 셧다운제가 그것이죠. 김성곤 사무국장은 “누구나 지켜야 하는 의무적인 법률 외에 게임업계 스스로도 게이머가 게임 이용을 조절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게이머와 부모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게임 이용 도구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임만 제공할 것이 아니라, 부모와 자녀가 합의하면 어느 정도 게임 이용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하는 자립적인 시스템 말입니다. 현재 시행 중인 선택적 셧다운제를 자율규제 중 하나로 도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성곤 사무국장은 이어서 “의무적인 법이 정해지니 오히려 게임 업체는 무책임해지고 마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다”라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법을 따라 게임 업체가 선택적 셧다운제 시스템을 구축했으니 “할 일은 다 했다”라며 한 발 뒤로 물러서는 현상을 꼬집은 설명입니다.

밖으로는 게임을 보는 부모의 편견을 씻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게임개발자연대가 준비 중인 사업이 의미가 있습니다. 게임개발자연대는 2014년부터 일부 도시와 협력해 이른바 ‘게임 바로 보기’ 운동을 전개할 예정입니다. 게임 이용법을 가르치는 전문 강사를 초등학교, 중학교에 파견하는 일이죠. 게임을 올바르게 가르치는 안내서도 일부 학교에 배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김종득 게임개발자연대 대표는 지난 10월 창립총회에서 “사회적으로 게임 콘텐츠에 덮여 있는 편견과 오해를 씻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자치단체와 학교와 협의해 게임을 이용하는 방법을 교육할 예정”이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국정감사 때 한 게임업체 대표가 증인으로 불려 나간 적이 있습니다.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하는 국회의원의 억압적인 태도에 게임업체 대표는 제대로 된 반박 한 번 못 하고 증인석을 내려왔습니다. 그만큼 두렵다는 얘기겠지요. 자신감을 잃었다는 뜻으로도 비칩니다. 한켠에서는 국내 굴지의 게임업체가 해외 이전을 검토 중이라는 소문까지 들리니까요. 맞아요. 바다 건너 도망가면 끝입니다. 하지만 삼십육계 줄행랑 전략은 국내 게임 규제는 피할 수는 있어도 국내 게임 생태계를 살릴 수는 없습니다. 게임업계도 이제 당당히 어깨를 펴고 사회와 대화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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