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a ‘아이폰5’에선 통화 중 음악소리가 안 들린다고?

2013.11.18

화장실 스티커 광고로 자주 볼 수 있는 흥신소는 돈을 받고 남의 뒤를 밟는 일을 주로 한다고 합니다. ‘네가 못 하는 일, 내가 대신 해 주겠다’는 뜻이죠. ‘블로터 흥신소’는 독자 여러분의 질문을 받고, 궁금한 점을 대신 알아봐 드리겠습니다. 전자기기를 쓰다 생긴 궁금증, 잠자리에 들었는데 불현듯 떠올랐던 질문, 몰라도 되지만 그래도 궁금한 것, 누구한테 물어봐야 좋을지 답이 안 나오는 의문까지. 아낌없이 물어봐 주세요. e메일(sideway@bloter.net)이나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Bloter.net), 트위터(@bloter_news) 등 어떤 방법이든 좋습니다. ‘블로터 흥신소’는 언제나 영업 중입니다.

“아이폰5에서 스피커폰으로 통화할 때 음악을 틀면, 상대방한테는 음악 소리가 전달이 안 돼요. 왜 그럴까요?” – 오원석(서울시 서대문구)

순전히 우연이었습니다. ‘아이폰5’에 더해진 ‘빔포밍(Beam Forming)’ 기술을 몸과 귀로 체험한 것은요. 그동안은 그런 기술이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을 뿐이죠. 친구와 스피커폰으로 전화하던 중 아이폰에서 재생한 음악 소리는 친구에게 전혀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챈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원래 블로터 흥신소는 독자 여러분이 궁금해 하는 것을 기자가 대신 알아봐 드리겠노라 만들어진 코너입니다. 기자가 궁금한 것은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요. 그래서 이번 블로터 흥신소 의뢰인은 ‘오원석’입니다. 자문자답인 셈입니다. 아이폰5가 통화 품질을 높인 비결, 체험을 계기로 좀 더 깊이 알아봤습니다. 아이폰5나 5S, 5C를 갖고 계신 독자 여러분은 직접 실험을 해 보셔도 좋습니다. :)

iphone_lightning

“음악 소리? 안 들리는데…”, 비결은 ‘빔포밍’ 기술

애플은 ‘아이폰4’부터 통화 품질을 높이기 위한 기술을 더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잡음을 줄이는 기술을 ‘노이즈 캔슬링(Noise Cancelling)’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아이폰5부터는 잡음을 줄이기 위해 빔포밍 기술도 더해졌습니다.

상황은 이러했습니다. 집에서 아이폰5 스피커폰을 켜고 친구와 전화 통화를 하던 중이었죠. 통화 중 요즘 유행하는 ‘개그콘서트’ 유행어가 생각나 동영상을 찾아 친구에게 들려주려고 했습니다. 동영상을 들려준다니 이상하게 들리지만, 유행어 소리만 들려주려는 의도였습니다.

아이폰5에서 동영상을 찾아 재생 단추를 눌렀습니다. 헌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전화기 너머에 있는 친구는 동영상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동영상 소리는 분명히 아이폰5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데도 말입니다.

반대로도 실험해봤습니다. 똑같이 아이폰5를 쓰는 친구에게 스피커폰으로 바꾸게 한 다음 음악을 하나 틀어달라고 했죠. 역시 저에게도 친구의 목소리를 제외한 음악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습니다. 멜론 음악 앱이나 애플 기본 앱으로 음악을 틀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마이크와 가장 가까이 있는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가 통화 중인 상대방에게 전달되지 않다니.

이처럼 아이폰5가 음악 소리를 빼고 사람 목소리만 또렷이 전달할 수 있었던 것은 ‘빔포밍’ 기술 덕분입니다. 빔포밍 기술이란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마이크가 감지하는 것을 말합니다. 빔포밍 기술은 마이크가 2개 달린 기기로도 어느 정도 구현할 수 있다고 합니다. 목소리가 어느 쪽에서 들려오는지 마이크 2개로 방향을 감지하는 식입니다.

아이폰5는 마이크를 3개 갖고 있습니다. 밑면 스피커 바로 옆에, 상대방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수신부 스피커의 밑에, 그리고 뒷면 카메라 옆에도 하나 있죠. 각기 다른 방향에 탑재된 마이크는 사람 목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계산해 목소리만 소리를 집중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통화하는 이의 목소리 외에 다른 소리가 섞이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함이죠. 국내 빔포밍 기술 전문업체 전문가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구했습니다.

이 전문가는 “빔포밍 기술은 무지향성 마이크가 소리를 받을 때 말하는 사람 쪽에만 축을 설정을 소리를 더 명료하게 만드는 기술”이라며 “마이크 하나로는 불가능하고, 2개 이상의 마이크를 사용해 마이크가 각기 받아들이는 소리의 위상차이를 계산해 구현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마이크가 받아들이는 소리에 디지털 필터 알고리즘을 적용해 소리의 차이를 반복적으로 계산하는 과정을 거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i_5_mic_speak_500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감지하는 빔포밍 기술 덕분에 바로 옆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를 거를 수 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방 안에서 손전등을 하나 켰다고 상상하면 조금 이해하기 쉽습니다. 손전등에서 나간 빛은 부채꼴 모양으로 퍼집니다. 빛이 비추는 벽은 또렷이 볼 수 있지만, 빛이 닿지 않는 주변은 보이지 않겠죠. 소리가 오는 방향을 감지하는 아이폰5의 빔포밍 기술도 이와 같습니다.

친구와 저는 다른 실험 환경을 꾸며봤습니다. 다른 컴퓨터에서 음악을 켜봤습니다. 이때는 컴퓨터에서 나오는 음악 소리가 어느 정도 상대방에게 전달됐습니다. 아이폰5 스피커가 아니라 다소 거리가 떨어진 외부 음향기기에서 나오는 소리는 손전등이 비춘 것과 같은 좁은 빔포밍 영역을 통과했다는 뜻입니다. 아이폰5가 부채꼴 모양을 만들어 소리가 들리는 지점을 감지하는 덕분에 마이크 바로 옆에 있는 아이폰5 외장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는 쉽게 거를 수 있었던 것이죠.

아이폰5의 노이즈 캔슬링 기술은 빔포밍 기술과 개념은 반대지만 목적은 같습니다. 통화 품질을 높이는 기술이죠. 아이폰5 뒷면 카메라 옆에 달린 작은 마이크는 통화 중 주변에서 들려오는 잡음을 감지합니다. 이때 아이폰5는 잡음이 내는 주파수와 정반대 신호를 가진 주파수를 실시간 계산해 보내줍니다. 잡음을 상쇄하는 개념입니다. 뜨거운 물이 들어왔을 때 차가운 물을 흘려보내는 기술이라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노이즈 캔슬링이 소리에 낀 잡음을 상쇄해 제거하는 기술이라면, 빔포밍 기술은 들어야 하는 소리만 듣는 기술인 셈입니다.

iphone5_nc

노이즈 캔슬링 기술을 구현하는 뒷면 마이크

sideway@bloter.net

기술을 이야기하지만, 사람을 생각합니다. [트위터] @Sideway_s, [페이스북] facebook.com/sideways86, [구글+] gplus.to/sideway [e메일] sideway@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