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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콘텐츠 규제, 작가로서 치욕스럽다”

2013.11.21

‘게임 및 문화콘텐츠 규제 개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가 출범했다. 공대위는 11월2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독∙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이하 게임 중독법)’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하나로 모았다. 공대위는 이날 게임 중독법을 국회에서 끌어내리고, 문화 콘텐츠를 규제하려는 정부의 시도에 조직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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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곤 K-IDEA 사무국장,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권금상 문화연대 집행위원, 박재동 작가, 김종득 게임개발자연대 대표, 호두악마(별명) 청소년인권행동아수나로 회원(왼쪽부터).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죽어”

게임 중독법은 지난 2013년 4월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다. 마약과 술, 도박 등 중독을 유발하는 물질을 나라에서 관리하겠다는 취지를 담은 법안이다. 문제가 된 부분은 게임 중독법 속에 게임과 인터넷 미디어 콘텐츠도 함께 포함됐다는 점이다. 게임업계와 학회, 누리꾼 등 사화 전반에서 게임 중독법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공대위 위원장을 맡은 박재동 작가는 이날 발족식에서 “작가의 상상력도 묶이고 문화 콘텐츠도 규제를 받는 시대 속에서 작가로서 위축감과 치욕감을 느끼고 있다”라며 “청소년을 위한 정책이라는 데 정작 정부가 청소년에게 원하는 것이 뭔지 물어보지도 않고, 규제라는 돌멩이만 던져 개구리가 맞아 죽는 상황”이라고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공대위는 게임 중독법에서 크게 세 가지 문제를 지적했다. 인터넷 중독과 게임 중독 통계를 혼용해 쓰고 있다는 점과 ‘인터넷게임 및 미디어 콘텐츠’를 법안에 포함시켰다는 점, 게임법이 기본법이라는 점 등이다.

게임 중독법이 제시하는 게임 중독 자료는 사실은 인터넷 중독 자료다. 게임 중독이 심각해 게임 중독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신의진 의원과 게임 중독법이 내포한 주장인데, 정작 게임 중독을 설명하는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는 설명이다.

게임 중독법이 정의한 중독물질인 ‘인터넷게임 및 미디어 콘텐츠’라는 문구도 모호하기 짝이 없다. ‘인터넷게임’을 과연 무엇으로 볼 것인가. 또한 미디어 콘텐츠는 어떤 미디어와 콘텐츠까지 포함할 것인가 의문이기 때문이다.

이날 발족식에 참여한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터넷을 통한 수많은 콘텐츠와 모든 표현물을 전부 규제하겠다는 것인지 법안의 취지에 의심을 거둘 수 없다”라며 “그렇다면 ‘악법 만들기 중독’은 과연 누가 관리할 것인지 되묻고 싶다”라고 꼬집기도 했다.

게임 중독법이 앞으로 수많은 법안에 영향을 끼칠 기본법이라는 점도 문제다. 공대위 발족식 성명 자료를 따르면, 게임 중독법은 기본법이므로 만약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이와 관련된 14개 법 개정을 위해 ‘국가중독관리위원회’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이나 ‘국가 정보화 기본법’, ‘청소년보호법’ 등 기존 법과 앞으로 등장할 미디어 관련 법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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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동 작가(게임 및 문화콘텐츠 규제 개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

– 중독법 중 일부

1. “중독”이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물질 및 행위 등을 오용, 남용하여 해당 물질이나 행위에 신체적, 정신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가. 알코올

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마약류

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에 따른 사행산업을 이용하는 행위 또는「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 특례법」에 따른 새행행위

라. 인터넷게임 등 미디어 콘텐츠

마. 그 밖에 중독성이 있는 각종 물질과 행위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

“가만히 당하지 않을 것”

최근 문제가 된 게임 중독법을 보면, 2년 전인 2011년 4월이 떠오른다. 16세 미만 청소년의 게임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이른바 ‘게임 셧다운제’가 국회를 통과한 그때 말이다. 이날 출범한 공대위는 셧다운제처럼 업계와 학회가 고분고분하게 당하진 않겠다는 의지의 결과물인 셈이다.

김종득 게임개발자연대 대표도 공대위 발족식에 참석해 “현재 게임 중독법에 예전 셧다운제 때와 똑같은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라며 “적어도 이번에는 그때와 똑같은 방식으로 정부의 폭압에 게임업계가 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김종득 대표는 “게임 중독법을 저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현재 국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문화 콘텐츠 전반에 관한 모든 규제를 철폐해 나갈 것”이라고 의지를 내비쳤다.

공대위는 게임 중독법 저지라는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우선 목표로 삼았다. 앞으로 공대위는 5가지 영역에서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이 5가지는 ▲게임 중독법의 국회 통과를 저지하고 ▲게임 중독 현상의 실질적 대안은 사회 구성원 모두의 돌봄∙배려라는 인식 확산 ▲게임 중독법은 게임 생태계에 위협이라는 경고 ▲민간이 주도하는 합리적 규제방안 연구 ▲과도한 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합리적인 대안 제안이다.

현재 공대위에 힘을 보탠 시민단체는 총 22곳이다. 게임업계와 관련이 깊은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 게임개발자연대, 한국인터넷PC방협동조합과 독립음악제작자협회, 문화연대, 우리만화연대 등 문화콘텐츠 전반에서 활동하는 연대가 참여했다. 청소년 인권행동아수나로 등 청소년 단체도 힘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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