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이 상상하면 어린이대공원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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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뒤 서울 어린이대공원의 모습을 상상하는 자리가 11월30일 열린다. 100명이 참석하는 토론회인데 5시간30분 동안 진행된다. 강연회처럼 몇 명이 앞에 나서서 말하는 행사가 아니다. 100명 모두에게 발언권을 준다. 경제평론가 이원재 씨가 여는 ‘소셜픽션 컨퍼런스@어린이대공원’의 얘기다.

소셜픽션 컨퍼런스는 줄여서 ‘SF 컨퍼런스’라고 불린다. 공상과학 소설이란 뜻의 ‘SF’에서 빌린 단어다. 영상전화기, 우주여행, 시험관아기, 대형텔레비전 등 SF 소설과 영화에 나온 상상이 현실이 된 것처럼, SF 컨퍼런스는 미래의 삶을 상상하고 그 모습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방법을 같이 얘기하자는 자리다. 참석자 100명과 진행하는 데 필요한 자금 300만원은 크라우드펀딩으로 일찌감치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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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픽션 컨퍼런스 소개 동영상 보기

이원재 씨는 “당장은 구체적인 일이 없으니까 재미있고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라며 입을 뗐다.

이 무슨 한가로운 얘기인가. 이원재 씨는 ‘적’이 없다. 소속 말이다. 한겨레 기자에서 삼성경제연구소, 한겨레경제연구소를 거쳐 2012년 대선 캠프에 발을 담갔다가 지금은 ‘자유인’이 됐다.

한가로운 사람이 한가롭게 하는 소리 같았는데, 얘기를 듣다보니 그렇지 않았다.

“어린이대공원으로 여러 얘기를 할 수 있어요. 여의도 6분의1 크기인데 도시에서 관리하는 공간 중 그렇게 넓은 공간이 많지 않아요. 이 큰 공간을 어떻게 기획하느냐란 문제가 있죠. 서울이란 도시가 20,30년 뒤 어떤 모습을 띨 것인가와 연관됐고요.”

그는 어린이대공원이 갖는 의미가 몇 가지 더 있다고 했다.

“어린이대공원이 누구에게나 혜택이 돌아가는 녹지여야 하는가를 생각할 수 있어요. 그리고 한국에선 대도시의 모습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 공원은 크기가 얼마나 돼야 하는지 등 도시계획과 환경이라는 추상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어린이대공원에 관한 얘기는 곧 서울 전체의 모습을 그리는 것으로 커지고, 한국의 대도시에 관한 논의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얘기를 더 키우면 우리 삶의 조건까지 말할 수 있겠다.

경제평론가 이원재 씨

▲경제평론가 이원재 씨

그는 ‘지금 문제’를 따지자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대신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자고 했다.

“세대 갈등이 있다고 하는데요. 연금을 얼마 받을 건데 그 돈을 누가 부담할 거고, 노인을 공경해야 하고… 돈 가지고 얘기하니 치사한 논쟁이 돼 버렸죠. 그런데 미래에 대해선 누구나 관심이 있어요. 내가 지금 가진 걸 미래세대가 뺏어가는 게 아니라, 조그마한 애들이 나중에 어떤 삶을 사는 게 좋을지를 생각하면 어떨까요.”

미래를 그리는 것은 소셜픽션 컨퍼런스의 핵심이다. 토론 참석자들이 구체적으로 상상해야 한다. 이때 긍정적인 모습을 그리는 게 중요하다.

“개인도 20년 뒤에 뭘하고 싶은지 생각하면 막연해요. 그런데 막연한 건 도움이 안 됩니다. 명확해야죠. 제가 20년 뒤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해볼까요. 그럼 무슨 글을 쓰는지, 어떤 플랫폼으로 글을 쓰는지, 글로 먹고 사는 사람인지, 취미로 글을 쓰는 사람인지, 글을 써서 유명해지려는 건지, 사회에 영향을 끼치고 싶은지 등을 정해야 합니다. ‘나는 20년 뒤에 소설을 종이책으로 내서 내 수익의 3분의1을 그걸로 충당하고 싶다’라는 식으로요.”

여러 사람이 같이 상상하는 것 또한 소셜픽션 컨퍼런스에서 중요하다. 이원재 씨는 이 행사를 꾸리며 도시 계획 전문가나 시 공무원을 모으지 않았다. 어린이대공원에 관한 생각을 쏟아날 사람이면 누구나 참가신청을 받았다.

소셜픽션 컨퍼런스@어린이대공원 행사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참석할 계획을 세운 시 공무원이 있긴 하다. 그렇지만 이 사람도 참가자 중 한 명일 뿐이다.

헌데 전문가끼리 토론하면 더 나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서울시가 바로 받아들일 안도 나올 테고 말이다. 통제도 안 될 텐데 이원재 씨는 토론 참석자를 100명이나 모았다.

이 의문에 이원재 씨는 2012 대선 캠프에서 느낀 바를 들려줬다.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들이 정치를 욕하고 정책을 비판하는데 알고보면 그 분들이 얘기하는 게 이미 다 반영이 되어 있어요. (반영할 때) 제대로 된 과정을 거치지 않은 거예요. 그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사람들은 자기 의사를 반영하지 않았다고 느낄 테고, 그럼 내용을 알려고 하지 않고 반발감이 들죠. 의심도 생기고요.”

어디 정치뿐이겠는가. 아파트 주민회의, 초・중・고등학교 교무회의 등 구성원 일부가 정한대로 조직이 운영되는 게 일반적인 모습 아닌가. 소셜픽션 컨퍼런스는 정반대로 구성원이 의견을 내자는 거다. 이원재 씨는 “사소한 것부터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sfconference

▲이원재 씨는 소셜픽션 컨퍼런스가 위 모습처럼 진행될 거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하고 싶은 얘기가 다 있다. 그걸 어떻게 하게 만들어주느냐가 문제죠. 그걸 잘 하는 사회는 소통하는 사회이고, 잘 못하는 사회가 소통을 못하는 사회예요.”

슬그머니 의문이 들었다. 3개월 뒤, 1년 뒤를 예측하는 것도 어려운데 30년 뒤 어린이대공원의 모습이라니. 참가자의 상상력이 빈곤하면 소셜픽션 컨퍼런스는 어떻게 될까.

이원재 씨는 “사회는 우리가 사는 곳을 어떻게 바꿀지, 어떻게 하면 더 나은 곳으로 만들지를 상상하는 게 불온한 것 같고, 그런 상상을 하는 사람이 비전문가이고 아마추어인 것 같은 느낌을 준다”라며 “기업은 상상을 환영하는데 사회적 상상은 정말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상상은 이전까지 생각하지 못한 걸 만든다. 제주 ‘올레’가 서명숙 이사장의 상상에서 시작해 전국에 걷고 싶은 길을 만든 것처럼.

소셜픽션 컨퍼런스@어린이대공원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블로그텀블벅에서 살펴보자. 이원재 씨에게 페이스북으로 직접 물어보는 방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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