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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터포럼] 비트코인, 실험에서 화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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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IT) 기술이 발전하면서 국경을 뛰어넘는 제도가 등장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 가능성은 상상에 그치지 않는다. 현실로 성큼 다가왔다.

‘비트코인’이란 가상화폐는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고 P2P 방식으로 작동한다. 원화나 달러처럼 돈을 찍는 조폐공사가 없다. 관리하는 중앙은행도 없다. 그렇다고 싸이월드 도토리나 OK캐시백처럼 특정 회사가 운영하는 가상화폐도 아니다. 중앙서버가 없고, 사용자가 결제 서비스를 만들 때 허락을 구할 곳도 없다. 시스템이 오픈소스로 공개됐고, 결제 내역도 투명하게 공개된 화폐다.

비트코인은 상상 속 돈이 아니다. 실제로 작동한다. ATM 기기가 있고, 비트코인과 달러, 원화, 엔화를 바꾸는 거래소가 있다. 신용카드처럼 비트코인으로 음식을 파는 상점도 있다.

모습을 갖춰가며 비트코인은 가치가 높아졌다. 2010년 한 사용자가 피자 2판과 1만 비트코인을 맞바꾼 뒤로, 비트코인의 가치는 약 20만배 올랐다. 이 거래는 당시 겨우 성사됐다. 1만 비트코인이 피자 2판의 가치가 있는지조차 의문이었다. 지금 1만 비트코인은 97억원이 넘는다. (2013년 11월24일 기준)

비트코인의 가치가 올라가자, 유럽중앙은행은 2012년 가상화폐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비트코인에 대한 각국 정부가 관심을 보인다는 신호였다. 2013년 11월 미국의회는 비트코인을 주제로 한 청문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밴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의장이 비트코인을 ‘장기적으로 희망적’이라고 평가해, 1비트코인은 90만원대까지 가격이 올랐다. 바로 앞 달만 해도 20만원대였다.

비트코인은 과연 작동방식이 특이한 가상화폐에서 기존 화폐제도의 단점을 보완한 대안화폐가 될 수 있을까.

비트코인(bitcoin)은 2009년 나온 가상화폐다. 관리하는 주인 없이 P2P 방식으로 작동한다. 원화나 달러에 있는 중앙은행이 없고, OK캐시백이나 도토리처럼 운영하는 회사도 없다. 사토시 나카모토란 사람이 창안했지만, 그가 누군지는 베일에 싸였다. 사토시 나카모토가 한 사람인지, 둘 이상의 팀인지, 어느 기업이나 국가인지가 불분명하다. 이름은 일본식이지만, 미국인 또는 영국인이라는 설이 있다.

이밖에도 비트코인에 기존 화폐에 없는 특징이 있다. 비트코인은 발행량이 정해져 있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2100만 비토코인까지만 발행되도록 설계했는데 벌써 3분의1 이상이 만들어졌다. 비트코인 발행량은 앞으로 점차 준다.

비트코인의 작동방식은 오픈소스로 공개돼, 누구나 새 돈을 찍고 비트코인을 거래하고 결제하는 수단을 만들 수 있다. 비트코인 사용자는 익명으로 거래할 수 있지만, 거래내역은 투명하게 모두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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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시: 2013년 11월 20일 수요일 오후 4시
  • 장소: 블로터닷넷
  • 참석자: 강정수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연구소 박사, 김건우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김진화 한국비트코인거래소 최고운영책임자, 정보라/안상욱 블로터닷넷 기자

정보라 블로터닷넷 기자 비트코인은 이론적인 화폐인 것 같다. 비트코인을 잘 모르는 사람으로서 비트코인이 사둬야 하는 투자 대상으로 보인다. 현금이나 신용카드와 같은 결제 수단으로 쓰기에는 아직 미덥지 않다. 그래서 오늘 자리에서 비트코인이 이름대로 화폐로 쓰일 수 있는지 얘기를 나누고 싶었다. 비트코인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이상적인 화폐가 맞는가.

김진화 한국비트코인거래소 이사 그 질문보다 기존 화폐 제도나 금융 시스템 중에서 사람들의 의지와 노력이 반영된 시스템이 있었느냐가 더 중요하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만드는 것’이란 말이 있지 않은가. 지금껏 금융의 미래는 특정 엘리트 집단이나 국가가 만들고 강요한 것이다. 비트코인이 이상적인 화폐냐에 대한 답은 아직 물음표다. 사람들의 의지로 그런 화폐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정보라 다수의 사람이 관심을 갖기 전에 정책결정자가 먼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렇게 되면 기존의 화폐와 같은 길을 걸을 것 같다. 기존 화폐는 소수 엘리트와 국가에 따라 가격이 변화하지 않는가.

김진화 비트코인을 통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비트코인은 참여형 네트워크이고 민주적인 시스템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이전의 금융 도구보다 통제력이 훨씬 약하다고 전망할 수 있다.

비트코인을 대안화폐라고들 하는데 돈은 ①지불성 ②가치저장수단 ③계산의 척도라는 기능 3개를 갖춰야 한다. 비트코인은 이 3가지를 만족한다. ①지불수단으로 뉴욕의 레스토랑에서 쓸 수 있다. 온라인상에서도 실험적으로 진행된다. 지불수단으로서의 가치는 증명했다. ②가치저장수단이라는 기능은 최근 비트코인의 가치가 급증하는 시세를 보면 알 수 있다. ③계산의 척도라는 기능도, 비트코인이 환율처럼 계산되지 않는가.

지금까지 국제적인 지배력은 달러와 유로화가 갖고 있었다. 대안화폐 운동을 주로 하는 사람이 비판하는 대목은 미국 같은 한 국가의 정책에 의해서 돈의 양이 결정되다보니 전세계 소비자의 이해가 반영되는 게 아니라 한 국가의 이해만이 반영되는 점이다. 여기에 비트코인의 탈중심적 네트워크 구조가 하나의 대안적 구조다. 인류 역사상 이렇게 빠른 속도로 보편성을 획득한 화폐는 이제까지 없었다. 국가로 시작하지 않는 화폐 말이다. 대안화폐가 가진 가능성은 단계별로 갖고 있다고 보고 있다.

김건우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비트코인을 기술적으로 이해하려고 하면 굉장히 어렵다. 기술을 아는 사람이 보면 시스템이나 네트워크, P2P 등 좋은 개념을 모아서 아름다운 작품을 만든 것 같은데, 일반인은 이해하기 어렵다.

비트코인을 대안화폐로 보고, 화폐로 작동하는가를 볼 필요가 있다. 가치는 신뢰에서 나온다. 내가 어디엔가 저장한 가치를 누군가 받아주고 교환해준다는 신뢰가 있으면 화폐로서 가치를 만들 수 있다. 비트코인은 그런 기능을 하고 있다.

비트코인이 나온 배경을 보자. 비트코인은 기존 글로벌 금융체제를 비판하는 의식을 담는다. 사토시 나카모토가 비트코인을 만들었을 때 영국에서 구제금융한다는 사실을 심어놓지 않았나. 현존 금융시스템을 비판하면서 거대한 비전을 담고 있다. 이는 공상에 가까울 수 있고, 기술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워 일부 마니아의 장난이 통할까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그런데 버냉키와 같은 사람의 발언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비트코인의 가치가 상승하는 작용을 만들었다. 그동안은 비주류였기 때문에 주류가 어떻게 대하는지에 따라 가치가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강정수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연구소 박사 중국에서 비트코인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게 비트코인의 시세를 끌어올린다. 지금 이렇게 시세가 오르는 것은 비트코인에 좋지 않다. 비트코인의 관리 방법에 대한 논의가 나오기 전 대중적인 관심이 먼저 터졌다. 내가 300달러에 1비트코인을 샀는데 햄버거 가게에 가서 쓰려는데 주인이 시간단위로 가치를 바꿔야 한다면, 비트코인은 당분간 오프라인에서 쓸 수 없는 수단이 될 것이다.

비트코인은 금과 비슷한 가치 저장 수단으로 볼 수 있다. 채굴(마이닝)이란 개념이 있고, 중국에서 비트코인을 구매하는 수요가 가치 저장 수단, 투자 수단이라는 시선이 있다.

<비트코인 채굴이란>
누구나 비트코인을 발행할 수 있다. 수학문제를 풀면 비트코인을 얻을 수 있는데 이 과정을 ‘채굴'(마이닝)이라고 부른다. 비트코인을 얻기 위해 풀어야 하는 수학 문제는 꽤 어려운 편이다. 일종의 암호 풀기인데, 일반 PC 1대로 5년이 걸려야 풀 수 있다. 그래서 비트코인을 캐는 전용 프로그램, 기기, 힘을 모아 비트코인을 캐자는 모임(채굴 풀)이 있다.
이 방식으로 사람들은 최대 2100만 비트코인까지 캘 수 있다. 비트코인 창시자인 사토시 나카모토가 2100만 비트코인만 발행할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2009년부터 지금까지 1200만 비트코인이 발행됐다.

정보라 그럼 지금은 비트코인을 쌓아두는 게 가장 잘하는 것인가.

강정수 그렇다. 단계별로 성숙해야 하는데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는 건 크게 위험하다. 나라별로 제도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 마치 미국 연방준비제도에서 이자율을 올리냐 안 올리냐하는 것처럼 시세에 영향을 줬다. 그렇게 되면 일부 국가에서는 비트코인을 법적으로 금지할 수도 있다.

정보라 일반에 퍼지기 전에서 몇몇 국가가 비트코인에 관해 언급하는 것은, 비트코인이 통제받는 화폐로 가는 단계라는 생각이 든다. 김진화 이사가 보기에는 지금의 속도가 적당한가.

김진화 비트코인은 지금 회계 척도로 작동하지 못한다. 가격 불안정성 때문이다. 그 대안으로 상인을 위해 비트페이 같은 업체나 코인덱스 같은 지표를 만들어 페이먼트를 조정하는 기능이 있다. 우리 같은 거래소가 생기는 것도 비트코인의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우리는 성장하는 화폐를 처음 보고 있다. 모든 화폐는 근대국가 이후 국가가 강제해 쓰였는데 신뢰를 얻으며 성장하는 화폐를 보는 건 세계적으로 비트코인이 처음이다. 따라서 성장하는 아이에게 어른처럼 균형 있길 바라는 것은 무리다. 진화가 끝난 화폐와 진화하는 화폐를 동일한 잣대로 보는 건 무리다. 지적한 문제는 인정하지만, 다른 잣대가 필요하다.

나는 버냉키 발언이 우발적으로 나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독일과 미국이 치밀하게 연구해 타협에 나선 거라고 본다. 독일의 입장은 2012년 나온 유럽중앙은행 보고서에 근거한다. 미국은 연방행정연구처에서 의회와 국세청에 제언한 보고서가 있는데 납세에 대해 홍보해야 한다는 의견 같은 게 있다. 연구 결과가 영향을 줬을 거라고 보기에 두 나라에서 나온 발언은 우발적이지 않고 즉흥적이지도 않다. 비트코인을 한 국가가 막기 어렵고 관활권이 애매해 타협에 나선 것이지, 국가가 관리하기로 했다고 보기 어렵다. 관리 영역을 최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면 되겠다.

강정수 그런 발언이 왜 나왔는지 봐야 한다. 북미나 유럽에서 스마트폰에 기반한 지불체계의 변화가 일고 있다. 이 변화에 따라 소비자의 습관이 바뀌면 비트코인의 파급력은 커지고 제2, 제3의 대체화폐가 나와서 달러나 유로화를 위협할 수 있다. 독일과 미국은 일단 소비자의 수요가 있기 때문에 자기들이 주도권을 가지고 발을 한번 담그려는 게다. 비트코인의 이상에 동의한다기 보다 새로운 위협을 인정한다는 거다.

김진화 연구결과를 축약해서 청문회하는 식으로 제도화 수순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보라 한국 정부는 어떤 것 같나.

강정수 한국 정부는 미국이나 유럽이 관심을 가지고 연구한다고 하니 검토하는 수준이다. 깊은 이해 없이 규제하려고 덤빌까봐 걱정이다. 예를 들어 코빗에 대해 관리에 들어간다든지.

대안화폐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는 속도가 급속도로 빨라지고 관심이 커지는 걸 보면, 우리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뛰어넘은 북미나 유럽을 쫓아가야 한다. 지갑에 현금을 넣지 않는 상황에서 달러냐, 유로냐, 원화냐, 비트코인이냐는 상관 없다. 어떤 매개체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월급을 받고 그걸로 결제할 수 있으면 그걸로 된 거다. 이걸 ‘허가하냐, 금지하냐’라고 논의할 시기는 넘어섰다.

한국 정부가 올해 안에, 내일 당장 입장을 발표할 필요는 없다.

김진화 비트코인이 망하더라도 기술은 비가역적이라, 한 번 진보하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러니까 ‘불안하니까 일단 규제하자’식의 정책은 아니다. 그렇다고 사회적기업을 육성하듯이 비트코인 생태계에 돈을 뿌릴 필요는 없다. 막지만 않으면 된다.

강정수 정부는 이런 얘기를 들으면 ‘뭔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지금은 정부가 굳이 반응을 보일 단계가 아니다. 버냉키만큼 긍정적인 태도까지는 아니라도, 두고 보는 게 낫다.

김건우 기술적으로 비트코인은 막을 수 없게 설계돼 있다. 토렌트나 토르도 기존 시스템으로 막지 못한다. 비트코인은 이와 같은 속성이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태국처럼 아예 금지를 해도 막을 능력이 없다. 비트코인은 특정 국가의 정부가 규제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인정하겠다’라는 게 주류의 입장인 것 같다.

앞으로 비트코인이 활성화하려면 아까 말한 난제가 해결돼야 한다. 비트코인에서 순기능을 발견하고 실생활이나 경제에 어떻게 적용할 지 연구가 필요하다

강정수 동의한다. 열린 자세로, 실험적인 자세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상상력이 경제에 피해를 주지 않는 이상, 자유롭게 새로운 상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국내외에서 풀어야 할 숙제는 비트코인이 화폐로서의 역기능을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이다. 이런 역기능이 비트코인의 근본적인 한계라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비트코인은 ‘가상 금’(사이버골드)이다. 사이버골드가 사이버머니로 작동하려면 비트코인이 넘어야 할 한계가 무엇인지를 얘기해야 한다. 이용자 커뮤니티도 커질 필요가 있다.

정보라 비트코인이 국가나 공신력 있는 기구의 인정을 꼭 받아야 하나. 싸이월드 도토리만 해도 국가가 인정하든 말든 사용자끼리 인정해 쓰지 않았나. 국가의 인정, 발언이 중요한 까닭이 무엇인가?

김진화 비트코인을 비판하는 진영이 국가의 발언을 중요시한다. 이쪽은 3가지 문제를 제기해 왔다. 보완성이 취약하지 않냐, ‘은행은 겹겹이 보안하는데’라는 식이었다. 그런데 비트코인 시스템이 알려지면서 이런 비판은 자취를 감췄다. 물가가 지나치게 낮아지는 하이퍼디플레이션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이 비판은 타임즈나 유럽중앙은행 보고서가 나오면서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기축통화가 위협받는 걸 각국 정부가 방치하겠냐는 걱정이 있다.

지지자가 보기에 국가의 발언은 비트코인에 대한 심리에 영향을 끼칠 뿐이다. 비트코인을 막을 순 없다. 방파제가 해일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순 있지만, 해일을 막을 순 없듯이 말이다.

비트코인 지지자는 정부의 발언보다 실래콘밸리의 사업자를 신경쓴다. 사업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싶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의 진영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다. 경제학적으로는 보수적인 오스트리아 학파에 뿌리를 두고, 정치적으로는 미국 자유주의론자(리버테리언), 문화적으로 줄리안 어샌지와 같은 사이버 펑크나 해커 문화, 사회적으로는 반권위주의, 반글로벌금융, 비즈니스적으로는 실리콘밸리와 월스트리트가 붙었다.

국가가 비트코인에 대해 발언하는 데 환영하는 쪽은 비즈니스 영역에서 비트코인을 바라보는 사람들이다. 나머지는 밴 버냉키가 뭐라고 하든지 상관 안 한다.

강정수 비트코인의 역기능이 새롭게 보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나 유럽중앙은행이 입장을 바꾸는 건 시간 문제다. 그렇게 되면 화폐로 작동할 지 미지수다.

정보라 코빗은 아직 정부의 규제를 받은 적은 없나.

김진화 아직 압력이나 규제를 받은 적은 없다. 오히려 정부의 여러 부처에서 설명해 달라고 한다.

김건우 정부나 규제당국은 비트코인을 이해하기 바쁜 듯하다. 논의를 좀 더 하는 게 올해의 화두다.

김진화 어느 부처・기관・담당자의 소관인지도 아직 서로 모른다.

김건우 전자금융거래법이 전자화폐를 규정하고 있어, 전자화폐는 규제할 대상이다. 그런데 비트코인은 한국에서 발행하지도 않고 관리도 하지 않기 때문에 법의 사각지대에 있다.

전자금융거래법

제16조(전자화폐의 발행과 사용 및 환금) ① 전자화폐를 발행하는 금융기관 또는 전자금융업자(이하 “전자화폐발행자”라 한다)는 전자화폐를 발행할 경우 접근매체에 식별번호를 부여하고 그 식별번호와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제2조제4호에서 규정한 이용자의 실지명의(이하 “실지명의”라 한다) 또는 예금계좌를 연결하여 관리하여야 한다. 다만, 발행권면 최고한도가 대통령령이 정하는 금액 이하인 전자화폐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전자화폐발행자는 현금 또는 예금과 동일한 가치로 교환하여 전자화폐를 발행하여야 한다.
③전자화폐발행자는 전자화폐보유자가 전자화폐를 사용할 수 있도록 발행된 전자화폐의 보관 및 사용 등에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④전자화폐발행자는 전자화폐보유자의 요청에 따라 전자화폐를 현금 또는 예금으로 교환할 의무를 부담한다.
⑤제1항 내지 제4항의 규정에 따른 전자화폐의 발행ㆍ교환의 방법 및 절차에 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강정수 독일은 2차대전 이후 3년 정도 담배를 화폐로 썼다. 물가 상승이 심하니까 돈이 화폐로 작동하지 못했다. 당시 양을 조절할 수 있던 유일한 게 담배였다. 독일은 돈이 아니라도 비트코인이든, 제3의 무엇이든 수용할 수 있는 개방적인 태도가 있다. 우리나라도 그렇다. 세계에서 주머니에서 종이돈이 우리나라만큼 빨리 사라진 나라가 없을 거다. 기프트콘이나 사이버머니에 대한 저항감이 작다. 안정성만 갖추면, 원화 세계 외에 비트코인의 세계가 생길 거라고 본다.

정보라 우리는 이미 온라인에서 결제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보면 비트코인이 새로울 것도, 신기할 것도 없다. 물론 이면을 보면 대단히 생소하지만, 수단만 있으면 바로 쓸 수 있을 것 같다.

강정수 새로운 행동 양식이 생겨야 비트코인이 제대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스타벅스에서 비트코인으로 커피를 사 먹을 정도로 환율 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고 결제할 수 있는 기술이 나올 것이다. 비트코인이 원화를 죽이지는 않지만, 원화만큼 거래가 많아질 가능성은 존재한다.

김진화 김건우 연구원은 화폐로서의 비트코인을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다.

김건우 비트코인은 지급결제수단으로 가능성이 크다. 케냐에 엠페사(M-Pesa)라는 전자화폐가 통용된다. 케냐는 기존 화폐 인프라가 미약한 상황에서 모바일 인프라가 갖춰져, 중간 단계를 건너뛴 새로운 금융시스템을 만들었다. 은행체계도 발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모바일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비트코인이 연계된다는 기사가 최근 나왔다. 이렇듯 인프라가 낙후된 나라가 비트코인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더 빠르지 않을까.

가치 변동이 심하다는 단점을 극복하면 비트코인은 지급결제수단으로서 가능성이 있다. 페이팔도, 미국이 땅은 넓은데 사람들이 금융 인프라에 접근하기 어렵고, 미국 특유의 수표 문화를 반영해 확산됐다고 한다.

김진화 비트코인은 쓰기가 쉽다. 송금하거나 쪼개기에 좋다. 비트코인이 아니면 불편한 영역이 많은데 이 부분을 먼저 파고들 것으로 본다. 이주자 송금 시장이 연간 570조원이다. 이는 세계은행이 밝힌 규모인데 비트코인이 이 시장을 파괴적으로 혁신해 10%만 가져와도 57조원이다.

비트코인이 만들 새로운 행동양식을 보자. 어느 블로그를 보고 논문을 쓰는 데 도움을 받았다면,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 그에게 비트코인으로 팁을 줄 수 있다. 이렇게 국가를 뛰어넘는 소액 결제가 활성화할 것이다. 이런 것부터 차근차근 진행될 것이다.

강정수 소액결제 시스템으로 페이팔도 있다. 비트코인을 쓸 지 고민하는 것 자체가 진입장벽이다. 비트코인을 이미 쓰는 사람은 어렵지 않겠지만, 비트코인으로 쓰기 위한 진입장벽은 여전히 있다.

김진화 보관만 할 거란 뜻인가.

강정수 원-달러 환율이 외환위기 때 큰폭으로 변했는데, 비트코인의 상승폭은 그때보다 더 크다. 주식시장처럼 비트코인도 투기심리를 발동한다. 지금 심리가 투기심리인지, 비트코인을 화폐로 본 사람이 들어온 건지를 봐야 한다.

시장이 커지려면 투기가 들어오는 건 당연한데, 비트코인이 대중화되기 전에 한국에선 언론이 투기 가치가 있다고 알리고 있다. 이건 성장에 장애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의 초기 수요가 비트코인을 투자수단으로 보게 되면 수익률을 고민하게 되고 이게 실제적인 거래를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김건우 가치 변동은 가장 큰 난제다. 그걸 풀지 못하면 비트코인은 지불 수단으로서의 한계를 벗지 못한다. 그런데 기존 화폐를 보면 3가지 기능 모두가 작동하지 않을 때가 있다. 유로존이 위기를 겪자, 스위스 프랑이 안전자산으로 떠올랐다. 가치 저장 수단으로 인정받으면서 화폐가치가 급등해 스위스 경제가 어려워졌다.  그렇지만 위안화가 가치가 절상될 거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무역화로 입지를 다지는 모습을 보면, 비트코인도 순간의 가치변동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걸로 본다.

강정수 비트코인의 화폐가치를 올리는 요소를 보자. 중국에서 비트코인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실물 경제와 연관성이 없다. 금도 실물경제에서는 가치가 없다. 사회가 인정한 추상적인 가치가 있을 뿐이다. 이런 점에서 비트코인은 금과 비슷하다. 앞으로 중국의 수요에 따라 가치가 결정되면 비트코인의 구조가 탈중심적이라고 해도 비트코인의 정신이 위협받을 것이다.

김진화 비트코인의 거래가 달러로 가장 많이 이루어지고 그 다음이 위안화다. 중국은 아직 비트코인을 위협하는 요소가 아니다. 실제 비트코인 거래량은 하루 100만 비트코인이다. 지금까지 1200만 비트코인까지 채굴됐다.

정보라 비트코인이 화폐가 아니라 사이버 금으로 자리매김하면, 코빗은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나.

김진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다. 내가 비트코인을 보고 느낀 매력이 떨어지겠지만. 난 비트코인이 인류 역사상 최초의 참여형 글로벌 네트워크의 가능성을 가졌다고 본다. 사실 국가가 발행하는 화폐는 국가가 신뢰를 담보한다 뿐이지 투기 상품에 가깝지 않나. 그렇지만 우리가 실생활에서 체감하지 못할 뿐이다. 엔화 가치가 오르면 일본 관광객이 늘어난다지만, 우리 주변의 실물 경제에는 크게 영향이 없다.

김건우 그게 장점이자 치명적인 단점이 될 수 있다. 명목통화는 중앙은행이 환율을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비트코인을 통화로 받아들이는 커뮤니티가 생기면, 통화정책이나 환율정책을 어떻게 펼칠 것인가. 화폐로 환투기를 하지만, 무역 결제 수단으로도 쓴다. 자본 이동이 활발해지면 화폐가 금융 거래에 많이 쓰이는데, 비트코인은 여기에 대비를 못하는 것 아닌가.

지금은 중앙은행이나 은행 시스템이 필요 없는 상황이지만, 비트코인이 더 많이 쓰일수록 나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문제가 될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화폐가 먼저 생기고 예금과 대출이 필요해 은행이 생기고, 예금과 뱅크런이 생기니 중앙은행이 생겼다. 비트코인도 기존 화폐의 단계를 밟을까. 그러면 또 근본적으로 충돌하는 게, 비중심화된 구조가 비트코인의 정체성인데 기존 시스템과 호환할지 의문이다.

강정수 정확한 지적이다. 나는 비트코인이 가상 금(사이버골드)이라고 비판하는 게 아니다. 비트코인을 확대된 돈으로 보기 어렵다는 거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은 수중에 있는 돈을 다 써야 한다. 그게 돈의 가장 보편적인 속성이다. 이걸 비트코인이 얼마나 확보할지에 따라 비트코인의 파급력이 달라질 거다. 지금은 투기 심리가 아니라, ‘비트코인을 사두면 쓸 데가 많아’라는 게 화두가 돼야 한다.

그런데 일부 언론은 ‘버냉키가 얘기해서 떼부자 되다’란 식으로 보도한다. 이런 건 화폐가 진화하는 데 좋지 않은 성장 곡선을 그린다.

그보다 스마트 시대가 왔는데 스마트폰으로 지불하는 방식이 왜 가장 제약적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한국은 신용카드의 편리성이 너무 강해, 비트코인이 한국에서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가 관건이다. 투기 성격이 커진다는 문제는 2차적인 문제다.

김진화 비트코인이 가치가 계속 올라가도, 사람들이 가지고만 있진 않을 거다. 구글 주식이 꾸준하게 올랐지만, 파는 사람이 있다. 그것처럼 비트코인을 쓰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하이퍼디플레이션처럼 돈을 안 쓰는 문제는 없을 것이다.

강정수그렇게 되려면 사람들이 비트코인 시세 변동에 민감하지 않아야 한다.

김진화 통화량 조절이나 이자율 조정이 비트코인에 영향을 주는 건 먼 미래의 얘기다. 비트코인은 원화나 달러를 대체하는 식으로 발전하지 않을 것이다. 비트코인은 법적으로 얽매인 화폐에 선택지를 더하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가 있기 때문에 대체화폐가 아니고 기존 화폐를 보완해 갈 것이라고 본다.

강정수 지금 비트코인은 가치 상승폭이 너무 크다.

정보라 한국에서 비트코인 쓸 일이 있나. 좀체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곳이 보이지 않는다.

강정수 오픈넷은 기부금을 비트코인으로 받으려 한다.

김건우 운동 차원인가.

강정수 국가 통제에 얽매이기만 하면 안 된다는 걸 보여주려는 상징적인 차원이다.

김진화 곧 비트코인을 받는 상점이 생기리라 본다. 최근 결제에 대한 문의를 받고 있다. 두 달에 한 번 비트코인 모임을 여는데, 지난 모임부터 회비를 비트코인으로 받는다. 비트코인으로 내는 사람에게 이익을 주려고 비트코인으로 받는 회비는 원화보다 싸게 했다. 그런데 모임할 때가 되니 원화보다 더 비싸졌다.

비트코인의 코드를 본 개발자는 다들 확장성이 무한하다는 데 놀란다. 비트코인에 다양한 기능을 붙이면 지불의 경제학을 바꿀 수 있다. 블로그 글에 돈을 주고, 와이파이를 사용할 때 돈을 내고, 술집에서 주크박스로 음악을 틀 때 결제하고, 노래방에서 비트코인으로 결제해 저작권자에게 바로 돈이 가게 할 수 있다. 소액 결제가 활성화되면 우리가 돈을 지불하지 않아 사업성이 없던 시장을 키울 수도 있다.

강정수 그건 원화로도 가능한 일 아닌가. 쉽게 결제하기는 신용카드 회사도 고민하는 영역이다. 문제는 달러나 원화가 아니라 왜 비트코인인지를 명확히 해야한다는 점이다. 투기성 커뮤니티가 생겨날까 걱정된다.

김진화 비트코인은 그 자체에 응용프로그램(앱)을 붙일 수 있다.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 반면 신용카드는 중앙집중화된 시스템이다. 시스템에 주인이 있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이와 다르다. (자유롭게 다양한 수단을 시도할 수 있다.)

정보라 비트코인은 시스템 구조가 오픈소스로 공개돼 있다. 비트코인과 작동방식이 비슷한 대안화폐가 나올 수 있을까.

김진화 이미 다양한 전자화폐가 있다. 비트코인보다 채굴 과정을 쉽게 만든 ‘라이트코인’, 100년 전 실비오 게젤이란 경제학자가 만든 안 쓰면 가치가 1%씩 깎이는 ‘자유화폐’, 매튜 그린 존스홉킨스대학 교수가 만든 ‘제로코인’이 있다. 비트코인의 블록 체인을 플랫폼으로 삼은 다양한 대안화폐가 나올 수 있다.

정보라 그 화폐는 비트코인 만큼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김진화 돈의 본질이 신뢰이기 때문이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이 쓰느냐의 문제가 있다.

강정수 과거에 비해 대안화폐를 만들기가 쉬워졌다. 비트코인을 능가하는 또다른 대안화폐가 나올 거라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은 열린 자세로 볼 필요가 있다.

김건우 논의의 초점이 교환가치에 집중되는 것 같다. 나는 다른 다른 얘기를 해보고 싶다. 실물화폐와 예금화폐의 규모는 차이가 크다. 2012년 원화 발행액은 54조원, GDP의 4.3%다. 현금에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등을 포함한 규모는(M1) 470조원, GDP의 36.9%다. 여기에 정기예적금, 수익증권까지 포함하면(M2) 1863조원, GDP의 144.3%다. 돈을 결제수단으로 쓰는 것보다 금리를 받기 위해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 게 경제에서 더 큰 영역을 차지한다. 이처럼 화폐는 교환수단 뿐 아니라, 예금이나 대출에 쓰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화폐가 결제보다 자본 거래 수단으로 더 많이 쓰이는 측면을 어떻게 키울지가 중요하다.

김진화 그 부분을 채우는 게 기업가정신과 비트코인 관련 기업이다. 우리도 거래소 이후의 다른 사업을 준비한다. 미국은 비트코인 생태계를 완성하려고 한다. 비트코인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오는 것에 비하면, 비트코인 생태계는 규모가 작다. 초기 도입 문화가 투기 문화가 되면 장기적으로 좋지 않다.

김건우 저축이 역설이다. 돈의 가치가 너무 오르면 소비를 안 하고 가지고만 있는다. 순환이 이루어지지 않고 가격만 오르는 셈이다. 이런 모습이 장기적으로 가면 문제다. 통화 정책과 금융 시스템과 연계돼야 할 부분이다.

김진화 앞으로 비트코인 파생상품 거래소가 나올 거다. 지금 비트코인으로 돈 버는 방법은 3가지다. 채굴, 비트코인 벌기, 비트코인 회사에 투자하기다. 실리콘밸리는 투자, 중국은 채굴 쪽으로 갔다.

김건우 채굴에 대해 궁금한 게 있다. 비트코인을 채굴하기 위해 전기를 쓰지 않나. 지금은 그 비용보다 비트코인 시세가 높지만, 나중에 역전될 수 있다. 그리고 채굴을 독점하는 문제가 생기지 않겠나.

김진화 금반지 하나 만들려면 땅 30톤을 파야 한다. 그것과 비교하면 비트코인은 친환경적이다. 또, 채굴하는 데 전기를 많이 쓰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라이트코인이 등장했다. 채굴하는 집단은 어느 한 곳이 점유율 25%를 넘지 않으려고 한다. 만약 한 집단이 25%를 넘으면 비트코인에 대한 신뢰도가 깨지게 된다. 이걸 잘 알기 때문에 어느 곳도 점유율을 늘리려고 하지 않는다. 이렇게 비트코인은 설계 자체가 경제적 관점을 반영한다. 시스템을 공격하는 것보다 참여해서 이익을 나누는 쪽이 더 효율적이도록 설계됐다.

안상욱 지금이라도 비트코인 시장에 뛰어드는 게 맞는 건가?

김진화 비트코인으로 투자수익을 얻는다는 것보다는 비트코인에 투자해서 생태계를 들여보고, 혁신의 흐름을 체감하고 공부하는 가치가 더 클 것이다. 인터넷을 처음 접한 사람이 선구자가 된 것처럼, 그런 가치가 더 크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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