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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속 비트코인 창시자, 정체 밝혀지나

2013.11.25

베일에 싸인 비트코인 창시자에 관한 연결고리가 발견됐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실크로드’라는 온라인 장터의 운영자가 비트코인 창시자로 추정되는 사람에게 비트코인을 받았다고 11월 23일 밝혔습니다. 나이, 국적, 성별도 알려지지 않은 비트코인 창시자가 모습을 드러낼까요.

비트코인은 2009년 등장한 가상화폐의 이름입니다. 각종 게임에 있는 화폐와 비슷한데 사용자끼리 거래할 수 있다는 게 특징입니다. 실제 돈처럼 말이죠. 계좌이체하고 돈을 빌려주고, 환차익을 얻을 수도 있는 화폐입니다. 결제할 곳이 많지 않아서 그렇지, 돈과 비트코인을 바꾸는 거래소, 현금입출금기, 결제대행사(PG) 등 있을 건 다 있습니다.

CC_BY_SA http://www.flickr.com/photos/zcopley/7459091840/sizes/k

이 가상화폐가 유럽 중앙은행부터 실리콘밸리, 월스트리트, FBI에서 주목을 끌고 있는데요. 작동방식이 독특하고 최근 가치가 올랐기 때문입니다. 1비트코인은 2009년 10월만 해도 0.85원(0.0008달러)이었는데 2013년 11월 95만원이 됐습니다.

비밀 계좌에 예치하던 돈이 비트코인으로 몰리고, 마약 거래가 비트코인으로 이루어진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실제로 마약류가 은밀하게 거래되는 실크로드란 웹사이트에선 비트코인이 결제 수단으로 쓰입니다. 특이한 작동방식 때문입니다.

비트코인 거래는 P2P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발행처와 관리하는 회사가 없지요. 그러니까 원화이면 한국은행과 조폐공사가 돈을 만들고, 이자율을 조절하고, 달러화 대비 가치를 관리할 텐데요. 비트코인엔 이런 기구가 없습니다. 비트코인재단이란 곳이 있지만, 이곳이 비트코인을 만든 건 아니죠. 누가 만들었는지도 모르는 화폐라니까요.

비트코인은 P2P로 거래되고, 비트코인을 주고받는 가상지갑은 한 사용자가 무한대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이때 한국처럼 금융실명제가 있어서 실명과 주민등록번호, 집주소 등을 적어낼 필요가 없습니다. 모든 건 익명으로 이루어집니다. 물론, 거래내역이 공개되므로 완벽한 익명으로 작동하는 건 아닙니다.

누구도 소유하지 않고, 누구도 장악할 수 없는 화폐. 그리고 익명으로 거래할 수 있는 화폐. 비밀 거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관심을 쏟을 만합니다.

P2P로 거래되는 화폐를 만든 비트코인 창시자

그런데 비트코인을 만든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앞서 말했듯이 아무도 모릅니다. 추측컨대, 정부와 소수 엘리트가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걸 못마땅해하는 사람이 아닐까요.

사토시 나카모토는 2009년 비트코인을 설명하는 논문 한 편을 공개했는데요. 누구도 휘두룰 수 없는 화폐에 대한 아이디어를 담았습니다. 바로 비트코인 창시자입니다.

그는 비트코인 발행처를 만들지 않는 대신에 사용자가 발행하는 시스템을 제안했습니다. 아주 복잡한 암호를 맞추면 비트코인을 얻을 수 있게 했지요. 그런데 이 암호는 혼자 힘으로 풀기 어렵습니다. 컴퓨터 몇 대로 작업해야 풀 수 있는 수준입니다.

비트코인을 발행하는 사용자는 비트코인을 공짜로 얻지 않습니다. 자기 시간과 컴퓨터 자원, 전기를 쓴 대가를 비트코인으로 받은 셈이죠. 비트코인 생태계는 이 사용자가 만든 비트코인으로 굴러가고요. 그래서 비트코인을 거래할 때마다 약간의 수수료를 내게 돼 있습니다. 수수료는 비트코인을 발행한 사람에게 가고요.

수수료를 내지 않는다고 비트코인 거래를 할 수 없는 건 아닙니다. 수수료를 낸 거래와 비교하면 처리 속도가 느릴 뿐이죠. 10분이면 완료될 거래가 며칠 걸릴 수도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발행하고 운영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제공한 사용자에게 약간의 혜택을 주는 게지요.

비트코인 거래가 이루어지는 방식

비트코인을 발행할 수 있는 문제는 점차 어려워져, 초기보다 비트코인 발행량이 많이 줄었습니다. 이것도 사토시 나카모토의 계획입니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총 2100만 비트코인이 발행되도록 비트코인을 만들었는데요. 발행 속도가 점차 줄도록 했습니다. 지금껏 1200만 비트코인이 발행됐으니 앞으로 900만 비트코인이 나올 겁니다.

발행량이 정해진 까닭에 비트코인은 돈과 다른 특징을 갖습니다. 가치가 오른다는 점입니다. 지금 10만원과 30년 전 10만원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은 다릅니다. 30년 전보다 돈의 가치가 떨어진 거죠. 이런 저런 이유로 그동안 돈을 많이 찍었기 때문입니다.

비트코인의 가치는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도 안 쓴다면 모르지만요. 비트코인이 지금처럼 가치가 오를 때를 대비했는지, 사토시 나카모토는 1비트코인을 쪼개서 쓸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창시자 정체를 아는 이가 없다

이 기가 막힌 시스템을 고안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항상 궁금증을 일으켰습니다.

이름만 보면 일본사람 같습니다. 그런데 논문과 초기 비트코인 커뮤니티에서 사토시 나카모토가 구사한 영어 실력이 아주 유창합니다. 그래서 미국인일 거란 추측도 있었습니다.

헌데 사토시 나카모토는 종종 영국식 영어도 구사했습니다. 이렇게 되자, 1명이 아닐 거란 추측이 나왔습니다. 어차피 익명일 텐데 팀이나 특정 조직일지 모른단 의견도 있고요. 비트코인 작동 방식을 고안한 걸 보면 개발 지식이 있고, 시스템 뒤에 숨은 철학을 보면 경제 지식이 제법 있는 학자일 거란 주장도 있습니다.

이 모든 건 추측일 뿐입니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2010년 이후로 비트코인 커뮤니티에서 자취를 감췄습니다.

사토시 나카모토를 찾을 실마리 하나 없는 가운데 이스라엘의 두 과학자가 사토시 나카모토의 흔적을 찾아낸 것입니다.

사토시 나카모토의 흔적, 홀로 활동한 무렵 생성된 계좌

컴퓨터 공학자인 도릿 론과 아디 샤미르는 FBI가 2013년 10월 체포한 실크로드 운영자의 계좌를 살폈습니다. 실크로드는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쓰는 온라인 장터입니다. 주로 마약류처럼 법 테두리를 벗어난 물품이 거래됩니다.

FBI는 실크로드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운영자인 로스 윌리엄 울브리히트를 체포했습니다.

두 과학자는 울브리히트의 비트코인 계좌에서 수상한 거래를 찾았습니다. 울브리히트가 2009년 1월 만들어진 가상 지갑에서 비트코인을 받은 겁니다. 비트코인의 모든 거래는 공개됩니다. 두 사람이 비트코인 계좌를 살필 수 있는 것도 이때문입니다.

2009년 1월이면 비트코인이 막 세상에 나온 때입니다. 지금처럼 아는 사람이 많지도 않았죠. 초기에는 사토시 나카모토 홀로 비트코인을 발행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시기에 만들어진 지갑이라니, 수상합니다.

울브리히트는 수상쩍은 계좌에서 1천 비트코인을 받았습니다. 지금 시세로 약 10억원입니다.

두 과학자는 이렇게 한꺼번에 많은 금액이 오가는 건 실크로드에서 흔한 모습이 아니라고 봤습니다. 실크로드 사용자는 거래를 할 때 수십만원을 주고받고 나서, 믿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 때에 잔금을 치른다고 합니다. 헌데 한꺼번에 10억원을 주고받았다니요.

수상쩍은 계좌엔 채굴로 얻은 7만7600비트코인이 들어 있었습니다. ‘채굴’이란 비트코인 세계에서는 돈을 발행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이건 이러저러한 거래를 하며 쌓은 비트코인이 아니고, 초기 사용자가 열심히 캐서 얻은 비트코인이란 뜻이지요. 울브리히트는 사토시 나카모토와 과연 어떤 관계일까요. 혹시 사토시 나카모토는 아닐까요.

FBI는 두 과학자가 제기한 의혹에 대해 아직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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