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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우리 아이 ‘몰컴’하게 내몰 건가?”

2013.11.28

“아이들에게 게임이 어떤 존재인가 되짚어보고, 그 공감대를 나누고자 합니다. 저는 두 아이를 키웠어요. 물론, 게임 때문에 갈등도 겪었지요. 하지만 아이들을 낙인 집단으로 만드는 게임 중독법에 반대합니다.”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중독∙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이하 게임 중독법)’을 가장 환영하는 이들은 누구일까. 두말할 것 없이 바로 우리 부모세대다. 게임 중독법은 마약과 술, 도박에 게임을 중독물로 한데 엮어 나라가 관리하겠다는 취지를 담은 법안이다. 아이를 어떻게 하면 게임과 조금이라도 더 멀리 떨어트려 놓을 수 있을까. 부모세대의 고민은 게임 중독법에 투사돼 있다.

권금상 문화연대 집행위원은 지난 11월21일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미디어교육학자이자 학부모 처지에서 나왔다”라며 “아이와 청소년 집단을 대상화하는 정부의 규제 정책에는 반대한다”라고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사실 따지고 보면, 게임 중독법은 오히려 부모 세대가 나서서 반대해야 한다. 아이를 양육하는 가정 고유의 권리에 나라가 공권력을 들이밀겠다는 법안이기 때문이다. 공대위 발족식 이후 권금상 집행위원과 따로 만나 의견을 물었다. 청소년과 부모 세대 모두 귀를 기울일만한 얘기가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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셧다운제, 게임 중독법…“청소년을 위한 정책은 없다”

“우리나라에는 유독 어린이나 청소년을 위한 정책이 없어요. ‘학생’이라는 신분에만 묶여 공부 이외에는 모두 가치 없는 행위로 규정되죠. 아이의 현재가 아니라 미래에 더 높은 가치를 두니 아이들이 현재 하는 모든 행위는 부정당하고 있습니다.”

2년 전인 2011년 한창 ‘셧다운제’에 관한 논의가 뜨거울 때 셧다운제를 찬성하는 이들이 앞세운 논리가 바로 청소년의 학습권과 수면권이었다. 게임 때문에 밤에 잘 시간을 빼앗기고 공부할 여유를 갖지 못 하다는 얘기가 가장 앞에 등장했다. 권금상 집행위원은 이 같은 주장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모든 청소년은 학생이니 공부만 하도록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한국 사회가 청소년을 공부만 해야 하는 집단으로 대상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청소년에게 학업은 마치 노동처럼 부과된 의무인 셈이다.

권금상 집행위원은 “지금의 내 아이에 만족하고, 지금도 내 아이가 완성된 자아라는 생각을 갖는 것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아이들은 지금도 완성된 인간이다. 공부로 더 나은 인간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사회와 어른들이 청소년을 학생으로만, 다시 말해 공부를 해야 하는 이들로만 규정지을 때 청소년을 위한 정책은 자취를 감춘다. 청소년이 손에 쥔 스마트폰은 일탈의 상징이 되고, 책상 위에 놓인 컴퓨터는 금지 필수 품목이 된다.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마치 90년대 잠깐 사회를 뒤흔은 책과 영화의 제목처럼, 우리 청소년은 하고 싶은 것을 하려고 할 때마다 끊임없이 죄를 저지르고 있는 꼴이다. 게임 중독법은 사회 모두가 청소년에 찍은 낙인과 굴레에서 나온 셈이다.

“부모가 게임 알아야”

가슴으로는 이해할 수 있다. 내 아이가 게임 좀 그만하고, 공부 좀 했으면 싶은 우리 부모 세대의 우려를. 권금상 집행위원도 두 아들의 어머니다. 어찌 잊었겠는가. 두 아들과 게임과 엄마가 끊임없이 삼각관계를 그려야 했던 그때 그 시절을.

“두 녀석 모두 집에 오면 게임하기 바빴죠. 밥 먹을 때도 TV로 게임 방송 틀어두고. 그때는 미치는 줄 알았어요. 그 꼴 보기 싫어서.”

게임뿐이 아니다. ‘공각기동대’니 ‘에반게리온’이니 권금상 집행위원의 두 아들은 그야말로 공부와 거리가 먼 매체에 푹 빠져 있었다. 게임하는 꼴을 도저히 봐줄 수 없었다던 권금상 집행위원은 그 이후 게임을 적극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 대전에 살던 권금상 집행위원이 미디어교육에 발을 들여놓은 계기가 됐다. 애니메이션과 연을 맺은 이후 EBS 애니메이션 ‘리아의 수학놀이’를 직접 기획하기도 했다. 2005년 한국콘텐츠진흥원 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지금은 160여개국에서 교육용 애니메이션으로 방영 중이다. 권금상 집행위원도 두 아들의 못마땅한 취미에 권금상 집행위원도 수혜를 입은 셈이다.

권금상 집행위원은 “지금 돌아보니 아이들에게 뛰어놀 곳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라며 “아파트에 학교에 학원까지, 어린이와 청소년이 놀기에 최악의 환경이었다”라고 추억했다. 두 아들의 게임을 이해하기 위해 게임과 미디어를 배우니 게임이 가진 가치가 눈에 보이더라는 것이다.

권금상 집행위원에 그때 아이와 싸웠던 것을 지금 돌이켜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 물었다.

“너무 강압적이었죠. 그럴 필요 없었는데 하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너무 미안하죠.”

권금상 집행위원은 “아이는 언제 게임을 그만둬야 할지 안다”라고 덧붙였다. 엄마와 아이가 굳이 게임 하는 것 때문에 다툴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아이는 어른이 생각하는 것만큼 수동적인 대상이 아니다. 아이도 스스로 자신에게 부과된 과업이 무엇인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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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금상 집행위원은 지난 11월21일 ‘게임 및 문화콘텐츠 규제 개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발족식에 참석해 의견을 내기도 했다.(왼쪽에서 세번째)

“게임업계도 자구책 마련해야”

2년 전 셧다운제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을 때, 그동안 게임업계가 목소리를 감춰온 것은 아닌가 하는 의견이 고개를 들었다. 게임업계가 앉아서 당했다는 얘기다. 그 때문에 그동안 너무 돈벌이에만 급급했다는 비판도 받아들여야 했다.

권금상 집행위원도 이와 비슷한 선에서 게임 중독법 대응 방안을 설명했다. 게임업계 스스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게임이 한국 사회에서 제대로 된 문화 콘텐츠 대접을 받는 데도 게임업계 스스로의 노력은 필요한 법이다.

“게임업계는 게임업계 나름대로 게임 수요층을 그동안 고객으로만 대했을 뿐이죠. 청소년과 아이들이라는 대상이 사회에서 가진 특수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번 기회에 게임업계와 사회가 함께 나아갈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이 오갔으면 좋겠어요.”

가장 일반적인 대안으로 떠오르는 방법의 하나가 바로 게임 교육이다. 청소년에게는 게임을 올바르게 이용하는 방법을, 부모 세대에는 아이의 게임을 이해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미디어와 문화를 판독하는 능력을 가르치듯, 게임도 문화로 교육하는 것이 절실하다.

권금상 집행위원은 “게임을 많이 하는 자녀를 둔 부모는 단기적으로 자기 아이가 게임에 몰입한다는 사실 자체로 고통받을 수밖에 없다”라며 “아이와 부모가 함께하는 게임업체의 워크샵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가족이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부모 세대가 아이의 게임을 죄악으로 규정할수록 아이들의 게임 놀이는 마치 범죄행위가 돼 더 음성적으로 변하게 된다.

실제로 지금도 밤에 잠 안 자고 몰래 게임 하는 것을 청소년은 ‘몰컴’이라는 은어로 부른다. 언어는 생활을 반영한다. 밤에 컴퓨터를 몰래 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에 내쳐진 청소년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지금도 이 같은 상황인데, 게임 중독법은 ‘몰컴’을 범죄행위로 낙인찍는 것 아닐까. “내 아이는 범죄자가 아니다” 오히려 게임 중독법에 성을 내야 할 이들은 청소년이 아니라 부모 세대 아닌가. 가정의 교육에 정부가 개입하겠다는 괘씸한 법안이니 말이다.

게임을 이용하는 방법을 교육하는 일은 아직 우리 사회에서 소원한 일로 보인다. 권금상 집행위원의 주장대로 게임 업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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