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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에 걸었다 코에 거는 법원의 ‘판매용 음반’ 해석

2013.12.03

해석하기에 따라 저작권자에게 유리할 수도, 이용자에게 유리할 수도 있는 법이 있다면 누구의 이익을 더 보장해야 할까. 법원은 저작권자의 손을 들었다.

현대백화점은 KT뮤직의 매장용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를 이용해 13개 지점에 음악을 튼다. 현대백화점이 KT뮤직에 내는 이용료에는 KT뮤직이 저작권자에게 줄 저작권료도 포함돼 있다. 그런데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이하 음실연)와 한국음반산업협회(옛 한국음원제작자협회, 이하 음산협)는 현대백화점이 마땅히 내야할 저작권료를 내지 않는다며 청구소송을 2013년 4월 제기했다.

저작권법은 판매용 음반을 틀면 음악 연주자와 가수, 음반제작자에게 저작권료를 내도록 한다. 음실연과 음산협은 현대백화점이 쓴 스트리밍 음악이 판매용 음반이므로 저작권료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백화점은 판매용 음반이 아니므로 저작권료를 낼 까닭이 없다고 맞섰다.

1심은 현대백화점의 승리로 끝났다. 서울지방법원은 현대백화점이 판매용 음반을 튼 게 아니므로 저작권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봤다. 그런데  서울고법은 1심을 뒤집고 현대백화점에 밀린 저작권료를 내라고 11월28일 판결했다.

매장용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는 저작권료 대상

1심에서 법원은 현대백화점의 손을 들어줬다. 그 근거로 디지털 음악이 ‘음반’이 아니라는 점을 들었다. 현대백화점이 스트리밍 음악을 매장에 튼 게 저작권료를 내야 하는 ‘판매용 음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저작권법은 판매용 음반을 틀 때에 실연자와 음반제작자가 저작권료를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한다. 때문에 이 소송에서 쟁점은 판매용 음반의 정의였다.

음반 국립국어원 이미지

▲서울지방법원은 LP와 CD와 같은 것만 ‘음반’으로 봤다. 스트리밍 음악은 음반으로 보지 않았다. 서울고법은 스트리밍 음악도 판매용 ‘음반’으로 판결했다.(이미지: 국립국어원)

서울고법은 1심을 뒤집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도 판매용 음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현대백화점은 그동안 내지 않은 공연보상금을 내라고 명령했다. 디지털 시대에 맞지 않는 1심의 오류를 바로잡은 판결이다.

그런데 서울고법은 같은 단어가 저작권자를 위한 조항에 있을 때와 이용자를 위한 조항에 있을 때의 뜻을 다르게 봤다. 판결을 내리는 과정에서 저작권법을 저작권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까닭이다.

저작권자에게 유리하도록 같은 단어를 법 조항마다 다르게 해석

저작권법에는 실연자와 음반제작자가 판매용 음반에 대한 저작권료를 받는 규정이 있지만, 이용자가 저작권료를 내지 않고도 판매용 음반을 틀 수 있게 한 규정도 있다.

제76조의2(판매용 음반을 사용하여 공연하는 자의 실연자에 대한 보상) ① 실연이 녹음된 판매용 음반을 사용하여 공연을 하는 자는 상당한 보상금을 해당 실연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실연자가 외국인인 경우에 그 외국에서 대한민국 국민인 실연자에게 이 항의 규정에 따른 보상금을 인정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83조의2(판매용 음반을 사용하여 공연하는 자의 음반제작자에 대한 보상)판매용 음반을 사용하여 공연을 하는 자는 상당한 보상금을 해당 음반제작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음반제작자가 외국인인 경우에 그 외국에서 대한민국 국민인 음반제작자에게 이 항의 규정에 따른 보상금을 인정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29조(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공연ㆍ방송) ②청중이나 관중으로부터 당해 공연에 대한 반대급부를 받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판매용 음반 또는 판매용 영상저작물을 재생하여 공중에게 공연할 수 있다. 다만,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한쪽은 저작권자를 위한 규정이고 다른 한쪽은 이용자를 위한 규정이다. 저작권법 제72조의2와 제83조의2는 판매용 음반에 대하여 저작권료를 내게 한 규정이고, 제29조2항은 제72조의2와 제83조의2가 적용되지 않는 예외를 규정한 예외 조항이다. 이 조항 덕분에 카페나 식당이 저작권료 걱정 없이 음악을 틀 수 있다.

서울고법은 저작권자를 위한 제72조의2와 제83조의2에 쓰인 판매용 음반을 ‘어떠한 형태이든 판매를 통해 거래에 제공된 모든 음반’이라고 풀이했다. 반면 제29조 제2항에서는 판매용 음반을 다르게 해석해야 한다며 시판용 음반에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법 제29조 제2항과 저작권법 제76조의2, 제82조의2의 ‘판매용 음반’의 개념을 동일하게 ‘시판용 음반’으로 제한 해석한다면, 동일한 내용의 해석임에도 전자는 저작권자의 정당한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취지가 되는 반면, 후자는 저작인접권자가 경제적 손실을 보게 되는 경우에도 그 권리행사를 제한하는 결과가 되어 그 입법 의도에 어긋나게 된다.” – 서울고법 판결문에서 발췌

판매용 음반에 대해 저작권료를 내야 하는 경우엔 폭넓게, 저작권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경우엔 좁게 규정한 셈이다. 즉, 같은 스트리밍 음악이라도 저작권료를 낼 때는 ‘상업적으로 발행된 모든 음반’이고 저작권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때에는 그보다 더 좁게 대중에게 판매하는 음반으로 의미가 달라진다. 이용자보다 저작권자에게 유리하게 판매용 음반을 정의했다고 볼 수 있겠다.

이 판결 때문에 지금껏 문제 없이 음악을 틀던 카페나 식당이 새로운 걱정거리를 안게 됐다. 이들은 지금껏 예외 조항에 따라 매장용 음악을 틀고 영업해 왔다. 하지만 이번 판결에 따라 저작권료를 따로 내야 할 소지가 생겼다. 이들이 지금껏 튼 매장용 음악은 카페나 식당과 같이 매장용으로 나온 것이지, 누구나 살 수 있는 시판용 음반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울고법이 이용자를 위해 마련된 법 조항조차 저작권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했다는 비판은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사단법인 오픈넷을 비롯한 시민단체는 “저작권 제도의 취지를 망각하고 대다수 이용자에게 미칠 파장을 간과하는 판결을 내린 데에 실망”스럽다고 12월2일 논평을 발표했다. 오픈넷은 “이번 판결의 1심 판결의 오류를 바로잡기는 하였으나 […] 동일한 표현을 다르게 해석”했다며 “판결에 영향을 받는 다수의 이용자인 수백만 자영업자와 영세 사업자에게 이중삼중의 저작권료 부담을 지우는 잘못된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서울고법은 같은 단어를 두고 저작권자에게 유리하도록 저작권자를 위한 조항과 이용자를 위한 조항에서의 뜻을 다르게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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