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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능 GPU로 가늠해 본 비트코인의 채산성

2013.12.05

블로터닷넷이 요즘 장안의 화제인 ‘비트코인’을 직접 채굴해봤다. 처음 시작할 때는 채굴용 장비랄 것도 없었다. 인텔 샌디브릿지 쿼드코어 프로세서 중 비교적 저가형 제품이 탑재된 울트라북이 고작이었다. 이 울트라북으로 꼬박 닷새 동안 0.00000063 비트코인을 벌었다. 우리돈으로 바꾸면 약 0.5원 정도 된다.

결과가 우스웠다. 한편으로는 흥미롭기도 했다. 컴퓨터만 있으면 누구나 비트코인을 캐낼 수 있다는 얘기가 아닌가. 액수가 많고 적고와는 관계없이 말이다. 과정도 어렵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도전해 보기로 했다. 이번엔 좀 더 ‘빵빵한’ 장비를 활용해 보기로 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마련했다. 비트코인 채굴용 전문 장비까지 나오는 마당에 너무 수준 떨어지는 기기를 동원했다고 나무라지 마시라. 비트코인 채굴에 컴퓨터의 어떤 성능이 크게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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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http://www.flickr.com/photos/100239928@N08. CC BY-SA-2.0

비트코인 채굴, GPU 연산 성능이 좌우

비트코인은 매우 복잡한 암호를 막대한 컴퓨팅 파워를 동원해 풀어야 얻을 수 있다. 마치 금맥을 찾기 위해 땅을 파는 광부처럼. 그래서 컴퓨터로 비트코인을 얻는 것을 ‘채굴’이라고 부른다. 비트코인에 덤벼드는 채굴자가 모인 이른바 ‘마이닝 풀'(Mining Pool)에 가입하고, 사용자의 컴퓨터에 채굴용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면, 암호 해독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을 제공하게 된다. 암호를 푸는 데 컴퓨터가 기여한 것만큼 비트코인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비트코인 채굴에 성능이 좋은 컴퓨터가 필요한 까닭이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비로 비트코인을 캐려면, 높은 성능을 내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이번 실험에서는 엔비디아의 ‘지포스 GTX 780Ti’ 1개와 AMD의 ‘라데온 R9 290’ 2개를 썼다.

GPU는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보다 부동소수점 연산에 훨씬 유리한 성능을 낸다. 비트코인을 캐기 위한 암호 해독 작업은 일종의 수학 연산과 같다. 비트코인을 캐는 데 부동소수점 연산 성능이 뛰어난 GPU가 훨씬 유리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GPU의 발전 역사는 부동소수점 연산 성능을 개선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GPU는 컴퓨터에서 그래픽을 전문으로 처리하는 장치다. 게임이나 그래픽 소프트웨어에서 좌표를 계산하는 과정이 대표적이다. GPU는 이처럼 매우 단순하지만, 빠른 속도가 필요한 수학 계산을 하도록 발전해왔다. 반면, CPU는 GPU보다 더 복잡한 일을 처리한다. 시리얼 명령 등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도록 발전해 왔다. 부동소수점 연산 성능은 GPU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떨어진다.

실제로 실험에서 엔비디아 그래픽카드로 비트코인 채굴 소프트웨어를 실행했을 때 0.27기가해시가 나왔다. 해시레이트는 비트코인을 채굴 중인 컴퓨터의 연산 속도를 이르는 말이다. 비트코인 채굴 속도라고 쉽게 이해하면 된다.

AMD 그래픽카드는 어떨까. ‘라데온 R9 290’은 0.66기가해시, 크로스파이어X로 2개 연결하니 1.3기가해시를 확보할 수 있었다. 엔비디아 제품과 비교해 AMD GPU 1개가 약 2배, 크로스파이어X로 연결한 AMD 그래픽카드 2개로는 약 4배 속도로 비트코인을 캘 수 있었다. 200킬로해시 속도를 낸 샌디브릿지 i3 울트라북과 비교해서는 약 6500배 이상 속도를 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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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인치 레티나 맥북프로(2013)의 비트코인 채굴 성능, 51메가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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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디비아 지포스 GTX 780ti 그래픽카드의 채굴 성능, 0.28기가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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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MD ‘라데온 R9 290’ 1개의 채굴 속도, 약 0.66기가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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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D ‘라데온 R9 290’ 2개를 연결했을 때 채굴 속도, 약 1.32기가해시.

비트코인 채굴에 최적화된 주문형 반도체 봇물

보통 사용자는 GPU를 비트코인 채굴에 쓰는 것이 고작일게다. GPU는 게임에 최적화된 장비인 만큼 비트코인 채굴 효율은 떨어진다. 50만원을 호가하는 그래픽카드 2개를 꽂아도 하루에 벌 수 있는 비트코인이 고작 0.001개였으니 말이다. 비트코인 1개에 130만원 정도니 0.001개는 약 1300원에 불과하다. GPU가 전기를 많이 쓴다는 점에서도 효율이 떨어진다.

최근에는 GPU를 활용한 비트코인 채굴보다 전문 장비를 쓰는 추세다. 주문형 반도체(ASIC, 에이직)가 대표적이다. 주문형 반도체는 제조 업체에서 특별한 목표에 맞도록 논리회로를 설계한 것을 말한다. 논리회로가 어떻게 동작하도록 하는지도 결정할 수 있다. 범용 프로세서와 달리 비트코인 채굴 전용으로 제작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임 구현에 최적화된 GPU나 범용으로 쓰이는 프로세서와 달리 비트코인 채굴용 주문형 반도체는 효율이 매우 뛰어나다. 현재 비트코인 채굴용 주문형 반도체를 만드는 업체는 ‘아발론’과 ‘비트마인’, ‘버터플라이 랩스’ 등이 있다.

예를 들어 아발론이 만든 주문형 반도체 ‘클론 배치 #1’은 약 85기가해시 속도로 비트코인을 채굴할 수 있다고 한다. 가격은 우리돈으로 680만원 정도다. 비싼 편이지만, 50만원짜리 GPU 2개를 활용할 때보다 65배 이상 빠른 속도로 비트코인을 캘 수 있으니 효율은 더 높다.

반대로 매우 작고 값싼 형태로 제작되는 주문형 반도체도 인기다. 일반적으로 USB 포트에 간편하게 연결해 쓰도록 개발된다. USB 블록 주문형 반도체의 채굴 속도는 약 0.33기가해시다. 50만원짜리 AMD GPU와 맞먹는 성능이다. USB 주문형 반도체는 가격도 싸 수십개를 한꺼번에 연결해 쓰기도 한다. 전력 효율과 가격 측면에서 GPU보다 월등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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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채굴 전용 USB형 주문형 반도체(Asic)

비트코인 투기 과열은 누구 배를 불리는가

김진화 코빗 공동설립자는 그의 책 ‘넥스트머니 비트코인’에서 비트코인을 “네트워크 기반의 분권화된 디지털 미래화폐”로 정의했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아직 ‘미래화폐’라는 가능성보다는 돈 쪽에 쏠려 있다. 마치 금처럼 투자 목적으로 비트코인을 바라보는 이들도 있고, 일확천금을 꿈꾸는 이도 심심찮게 볼 수 있으니 말이다.

12월5일 기준으로 1비트코인의 가격이 우리돈으로 130만원을 호가한다. 불과 열 달 전인 지난 2월만 해도 1비트코인이 40달러 선이었으니 1년이 지나기도 전에 그 가치가 30배 가까이 뛰어오른 셈이다. 미래의 전자화폐라는 아득한 개념보다 겉으로 보이는 돈의 액수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누구나 비트코인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블로터닷넷에서 100만원짜리 GPU와 13인치 레티나 맥북프로 2013년형을 동원해 약 24시간 동안 비트코인 채굴에 참여한 결과 0.00126050 비트코인을 얻을 수 있었다. 돈으로 바꾸면 약 1500원 정도다. 수백만원에서 기천만원에 이르는 주문형 반도체를 쓰면 더 많은 비트코인을 캘 수 있겠지만, 지금은 아무나 구할 수 없을 정도로 주문이 밀려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비트코인 채굴에 참여하는 이들이 늘어날수록 암호 해독은 더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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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년대 미국 골드러시 시기. 실제로 금맥을 찾아 떠난 이들 중 금을 손에 쥔 이가 얼마나 될까. 오히려 금을 찾아 먼 땅으로 이주한 이들에게 청바지를 팔고, 음식과 술을 팔고, 더러는 총을 제공했던 이들이 돈을 더 많이 벌지 않았을까. 이미 레드오션인 비트코인 골드러시 시장에서도 주문형 반도체나 GPU 전문업체가 더 많은 이득을 볼 공산이 클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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