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제조사와 구글의 기묘한 동거, ‘구글플레이 에디션’

2013.12.11

구글이 새로운 안드로이드 기기 두 가지를 내놓았다. 소니 ‘엑스페리아Z 울트라’와 LG전자 ‘G패드8.3’이다. 이미 시중에서 판매하고 있는 제품인데, 차이점이라면 제조사의 안드로이드가 아니라 구글의 레퍼런스 안드로이드가 깔린 ‘구글플레이 에디션’이다.

구글은 이미 지난 7월에 삼성전자 ‘갤럭시S4’와 HTC의 ‘원’에 제조사 런처 대신 넥서스 시리즈와 비슷한 기본형 안드로이드를 얹어서 판매한 바 있다. 하드웨어는 똑같지만 소프트웨어가 다른 기기인 셈이다. 구글은 이 제품들에 구글플레이 에디션이라고 이름 붙이는데, 이 목록에 소니 스마트폰과 LG전자의 태블릿이 추가된 것이다.

Sony_Experia

소니는 엑스페리아Z 울트라의 구글플레이 에디션에는 ‘엑스페리아’라는 이름을 뗀다. 공식 이름은 ‘Z 울트라’로 조금 썰렁해 보인다. 6.44인치 풀HD 디스플레이와 2.2GHz로 작동하는 퀄컴 스냅드래곤 프로세서가 들어간다.

Z울트라는 700, 850, 900, 1700, 1900, 2100, 2600MHz의 7가지 LTE망에 접속할 수 있다. 국내에 직접 판매되지는 않는데, 언락돼 있는 만큼 해외에서 구입해 국내에 가져와서 쓰는 데는 문제는 없다. 가격은 649달러다. ‘넥서스5’와 비교하면 비싸지만, 갤럭시S4와 같고 599달러에 파는 HTC 원에 비해서는 조금 비싸다.

구글은 LG전자의 G패드8.3도 구글플레이 에디션으로 내놓는다. G패드는 8.3인치 화면에 1920×1200픽셀 해상도를 내는 태블릿이다. 애초 LTE나 WCDMA 등 셀룰러 모델이 없이 무선랜용으로만 나온 기기여서 구글플레이 에디션도 마찬가지로 무선랜 버전만 나온다. 기본 저장공간은 16GB다.

태블릿이 구글플레이 에디션으로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가격은 350달러다. 넥서스7가 16GB 229달러, 32GB 269달러인 것과 비교하면 비싼 편이다.

LG전자는 넥서스4, 넥서스5에 이어 구글과 세 번째 합작품을 만들어냈다. 발표 전에 새로운 넥서스 태블릿이 LG전자를 통해 나올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자체 제품이 나온 것이다.

이 제품들은 넥서스5나 넥서스7처럼 기본 상태의 스톡 안드로이드가 깔린다. 초기 버전은 안드로이드4.4 킷캣이다. 이로써 구글은 4가지 구글플레이 에디션 기기를 내놓게 됐다.

LG_Gpad_google

왜 구글은 넥서스 외에 새로운 기기들에 표준 안드로이드를 얹어 내놓는 것일까.

구글플레이 에디션은 분명 ‘넥서스’ 시리즈와 다른 목적을 갖고 있다. 넥서스는 사실 개발자들을 위한 레퍼런스폰이다. 많이 판다고 구글에 직접적인 이익을 주지는 않는다. 다만 다음 한 해 동안 기준이 될 새 운영체제와 하드웨어를 제시하는 것이다. 그래서 하드웨어 제조사를 끼고 제품을 개발한다. 넥서스라는 브랜드로 나오지만 제조사 레이블을 함께 표기한다. 넥서스는 결과적으로 각 제조사의 안드로이드폰 개발 기술을 높여줄 뿐 아니라 그 제조사의 위상도 달라지게 하는 효과를 낳았다. 넥서스 태블릿의 경우에는 흐릿했던 안드로이드 태블릿 시장에 뚜렷한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그런데 넥서스에 뜻하지 않게 큰 인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깔끔하고 가격이 싼데 운영체제 업데이트까지 빠르다. 기기도 점점 잘 만든다. 이렇게 레퍼런스폰의 인기가 많아지고 새 운영체제 업데이트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새 안드로이드가 나오면 넥서스는 며칠 내에 깔리지만 정작 시장 주인공인 제조사 제품은 적어도 반 년은 지나야 업데이트를 해주곤 했다. 구글은 넥서스를 파는 것보다 제조사들이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굳혀나가는 편이 훨씬 나은데, 업데이트의 편차 때문에 ‘구글 때문에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 갈등은 넥서스4에 이르러 더 커지기 시작했다. 그 자체로 상품성이 생기기 시작했고 인기도 많아졌다. 넥서스를 함께 만들고자 하는 회사들이 하나둘 나오면서 지난해에는 한 번에 여러 회사가 넥서스를 만들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그건 안 될 일이었다.

그래서 구글은 원하는 제조사들에 안드로이드를 열기 시작했다. 넥서스를 더 만들 수도 있겠지만 그건 누구에게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넥서스와 비슷한, 하지만 각 제조사의 특징이 살아 있는 기기를 만들고 넥서스와 비슷한 조건으로 판매해 제조사의 부담은 줄이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는 갤럭시S4와 구글의 지원을 받는 갤럭시S4를 고를 수 있게 하려는 전략이다. 넥서스와 닮았지만 다른 목표를 품은 기기인 셈이다.

이용자화면(UI)이 차별점이자 자존심인 스마트폰 제조사 입장에서는 좋을 수도, 씁쓸할 수도 있는 게 구글플레이 에디션 기기다. 어찌 보면 껍데기만 다를 뿐 똑같은 기기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구글을 통해 운영체제와 판매 지원이 뒤따르는 만큼 얻는 것도 많다. 넥서스와 구글플레이 에디션 지붕 아래에서 이뤄지는 제조사와 구글의 기묘한 동거는 장기 체류가 될 가능성이 높다.

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