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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구글은 ‘환영’ 애플은 ‘외면’

2013.12.11

가상화폐 비트코인이 보편화되려면 결제수단으로 활발히 사용돼야 한다. 비트코인에 가장 잘 어울리는 결제수단은 스마트폰이다. 모바일 플랫폼은 언제 어디서나 손만 뻗으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트코인이 모바일 플랫폼에 안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직 관련 규정도 없다. 애플이나 구글이 말하는 가상화폐는 모바일게임에 쓰는 골드나 보석 같은 아이템에 가깝다. 이 아이템은 특정 게임 외에는 쓸모가 없다. 비트코인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확실한 규정이 없는 회색지대에서 애플과 구글은 대조적인 태도를 드러냈다. 애플이 비트코인 앱 등록을 거부하고 이미 등록된 앱도 앱스토어에서 끌어내리는 동안 구글은 가만히 있었다.

bitcoin

한동안 심사를 무난히 통과하던 앱이 어느날 앱스토어에서 사라진다면, 앱 개발자 입장에서는 황당할 테다. 메시지와 비트코인 중개 기능을 결합한 앱 ‘글리프’를 개발한 롭 버나갈리는 그런 일을 겼었다. 그는 12월9일 블로그에 앱스토어에 최신판 앱을 올리며 겪은 우여곡절을 털어놨다.

그는 최신판으로 판올림한 앱을 애플스토어 심사에 맡겼다가 등록을 거부당했다. 오히려 기존 버전 앱을 수정하지 않으면 앱스토어에서 내리겠다는 통보까지 받았다. 비트코인 관련 기능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애플 앱스토어 심사 가이드라인 22-1절(열람하려면 개발자 계정 필요)은 다음처럼 규정하고 있다.

“앱은 반드시 앱이 유통되는 모든 장소의 법적 요구사항을 준수해야 한다. 모든 지역의 법률을 확인하고 이해하는 것은 개발자의 책임이다”

글리프는 이미 올해 초부터 비트코인 관련 기능을 제공해 왔다. 글리프는 판올림을 거듭하며 메신저 안에 비트코인 계정을 첨부하거나, 비트코인 지갑 서비스에 접속해 지갑을 개설하고 여기서 송금을 요청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애플은 한동안 글리프를 인정하다 갑자기 태도를 뒤집은 것이다.

버나갈리는 애플에 항의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원래 애플에서 허용한 앱이라는 말도, 비트코인 거래에는 관여하지 않고 중개만 한다는 설명도 소용 없었다. 앱스토어 직원은 ‘네 앱이 법규를 어겼다’는 말만 거듭했다. 어느 법에 저촉됐는지는 설명해주지 않았다. 버나갈리는 비트코인 중개 기능과 메신저에 비트코인 계좌를 첨부하는 기능을 빼는 수 밖에 없었다.

버나갈리는 자신과 비슷한 사례를 찾아 나섰다. 애플 앱스토어에서 쫓겨난 비트코인 앱은 한두 개가 아니었다. ‘비트코인 익스프레스’, ‘빗팍’, ‘블록체인.인포’, ‘코인베이스’ 등이 등록을 거부당하거나 등록된 뒤에 삭제됐다. 이 앱 개발자가 애플로부터 받은 설명도 버나갈리와 같았다.

버나갈리는 애플이 비트코인을 잠재적으로 불법으로 여긴다고 해석했다. 제대로 된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비트코인 관련 앱을 앱스토어에서 끌어내렸기 때문이다. 버나갈리는 “지금으로서는 애플의 결정에 따르고, 애플이 훗날 마음을 바꾸길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구글은 애플과 대조적이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비트코인은 기술적 걸작”이라며 “이게 결국 합법으로 인정받을지 어떨지 나는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비트코인에 관한 명확한 규정 없이도 구글은 구글플레이에 비트코인 앱을 계속 등록해주고 있다. 이것이 구글이 비트코인을 합법적이라고 여긴다는 간접 증거라고 버나갈리는 풀이했다.

애플이 전자결제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견제한다는 추측도 나오지만, 버나갈리는 이것이 헛소문이라고 일축했다. 버나갈리는 애플이 비트코인을 견제하려 한다면 “앱 삭제를 강요하거나 애매한 규정을 적용하기보다 애초에 앱스토어에 받아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봤다. 회색지대에 놓인 비트코인을 서로 달리 보는 두 회사의 시각차가 드러났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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