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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의 중심에서 ‘게임’을 외치다

2013.12.12

“진짜 문제는 안 보고 범인만 찾는 꼴이죠. 실제로 법이 시행돼도 문제가 해결이 안 되니 또 똑같은 법을 계속 들이밀 겁니다. 이게 강박입니다. 일종의 정신병이에요. ‘게임 뇌’ 말고, ‘법안 뇌’ 얘기를 꺼내 치료와 상담으로 이들이 법안 과몰입 증상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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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동양대학교 교수, 김정태 성균관대 교수, 이인화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이병찬 변호사, 김종득 게임개발자연대 대표(왼쪽부터)

12월11일 열린 ‘게임 마약법 반대 토론회’에서 진중권 동양대학교 교수가 연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유의 독설과 유머가 쉼없이 터져 나왔다. 듣는 이들 사이에서 웃음과 박수가 쏟아져 나왔음은 물론이다.

현재 국회에는 ‘중독∙예방 및 치료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 중독법)’이 올라가 있다. 게임 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나라서 나서서 관리하겠다는 법안이다.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4월 발의해 지금까지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이 같은 토론회가 열리는 까닭이다. 이날 열린 토론회도 마찬가지다. 아쉽지만, 게임 중독법에 찬성하는 의견을 내는 이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사실상 게임 중독법 규탄대회에 가까웠다. 그래도 재미있는 의견이 많이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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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교수

“게임 규제의 본질을 털 때”

진중권 교수는 “나는 게임은 잘 모른다”라는 말로 토론을 시작했다. 게임은 잘 모르지만, 현재 게임 중독법이 가진 문제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것이 진중권 교수의 주장이다.

“20세기 패러다임이 사진과 영화였다면, 21세기는 게임입니다. 21세기 문화적 행동에 적합한 사전 훈련을 아이들이 놀이 형태로 배우는 것이죠.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일종의 ‘게임포비아(공포증)’가 있어요. 이들의 무의식을 밖으로 드러내 털지 않으면, 앞으로 똑같은 법이 계속 올라올 겁니다.”

맞다. 게임 중독법 얘기할 때 게임을 잘 몰라도 된다. 현재 게임을 둘러싼 규제 문제의 본질은 게임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2년 전 ‘셧다운제’ 때를 생각해보자. 아이들의 밤잠을 뺏는 것이 게임이라며 이를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 찬성하는 이들의 논리였지만, 사실 진짜 문제는 게임이 아니었다. 아이들이 공부 안 하고 노는 모습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는 사회의 시선이 문제였다. 셧다운제 이후 ‘게임 쿨링오프제’도 잠깐 논의된 적이 있다. 게임이 학교폭력을 부르니 게임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는데, 이때도 문제의 본질은 게임이 아니었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는 진짜 원인은 다른 데 있었으니까.

진중권 교수는 “게임을 둘러싼 규제를 발의하는 주체를 보면, 새누리당이 압도적”이라며 “게임이라는 콘텐츠에 편향된 보수적 시각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임을 규제하려는 보수 여당을 뒷받침 하는 이들은 다름 아닌 학부모 단체다. 아이가 게임만 끊으면 공부를 잘 할 것이라 믿는 이들이다. 기독교를 선두로 한 종교단체도 이를 거든다. 학부모 단체가 ‘게임 vs 공부’ 구도를 만든다면, 기독교 단체는 ‘선 vs 악’의 시선으로 게임을 본다. 게임 중독법은 일부 정신과 의사도 참여하고 있다. 이때부터는 ‘정상 vs 질병’으로 게임을 얘기한다.

“게임 중독을 상담하고, 치유하겠다는 게 찬성하는 이들의 주장이죠. 어떤 치유사가 어떻게 치유를 하고 상담을 하나요? 그들의 방식으로 하겠다는 거죠. 그러면서 비용은 업계가 내야지. 이런 식이죠. 이 문제의 근원은 게임이 아니죠. 권력의 문제입니다.”

진중권 교수는 “진짜 문제는 안 보고, 범인만 찾는 꼴”이라며 “법안이 통과돼도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테니 또 똑같은 법안이 계속 나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규제를 해야 할 것은 행동하고, 좌절하고, 다시 행동을 반복하는 강박증세를 보이는 법안 발의자들이다.

이 같은 반복은 역사 속에서도 찾을 수 있다. 지금은 누구나 쉽고 편하게 즐기는 TV도 1950년대에는 ‘바보상자’였다. 밥을 먹을 때는 가족과 눈을 맞춰야 하는데, TV에 시선을 뺏기니 TV가 가족과 단절을 일으키는 주범이라는 주장을 한 학자도 있었다. 셧다운제와 게임 중독법도 낡은 주장의 연장일 뿐이다.

진중권 교수는 “진짜 문제는 학업 시스템에 있는데, 이 문제는 안 고친다”라며 “이 시스템을 만들고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이들이 현상만 고치려 반복적으로 똑같은 법을 내놓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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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준 씨

아이들 죽이는 것, “게임 아닌 공부”

“가정의 대화를 회복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게임 그만두라고요? 아니죠. 오히려 애들이 하고 싶은 것 하도록 배려해야죠. 지금 게임 중독법 찬성하는 부모는 대부분 가정에서 애들과 전혀 대화를 하지 못하는 이들일 거로 생각합니다.”

토론에 참여한 방승준 씨는 치과의사다. 법조계 혹은 게임 중독법과 관련 있는 의료계에 몸담고 있는 인물은 아니지만, 학부모 처지에서 말을 나누기 위해 참석했다. 방승준 씨는 “애들을 죽이고 있는 것은 게임이 아니라 공부”라며 “학부모들의 성적 중독을 규제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승준 씨는 다소 격양된 모습이었다. 중학교 3학년인 아이를 기르는 처지에서 초등학교 6년과 중학교 3년, 총 9년간의 교육 시스템이 가진 문제를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리라. 아이들은 컴퓨터 앞이 아니라 학교와 학원에서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게 방승준 씨의 지적이다.

“우리 어머니들에게 게임은 방해물일 뿐이죠. 어디 게임뿐입니까. 연애와 영화, 음악 기타 등등 모든 여가와 문화 콘텐츠가 방해물이죠. 뭘 방해하느냐고요? 공부죠. 부모는 아이가 집에 오면 ‘숙제했느냐’, ‘공부 안 하느냐’는 말밖에 안 합니다.”

부모가 아이의 여가와 문화생활을 일탈로 규정할 때 부모와 아이 사이의 대화는 끊어진다. 아이를 공부해야 하는 ‘학생’으로만 보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심하다. 실제로 국내 청소년의 사망사고 중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항목이 바로 ‘자살’이다. OECD에 가입한 나라 중 한국은 청소년 자살률로 1위를 달리고 있다. “평소 자살을 생각해 봤다”는 설문에도 10명 중 1명은 “그렇다”라고 대답한다. 우울증과 스트레스로 고통받는 청소년은 이보다 몇 배는 더 많다.

청소년을 수렁으로 끌어내리는 것이 과연 게임일까. 아니다. 오히려 게임은 청소년의 해방구다. 학교와 학원, 집으로 이어지는 단순한 일상 중 게임은 청소년이 즐길 수 있는 값싸고 쉬운 거의 유일한 취미생활이기 때문이다. 학생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것은 공부라는 방승준 씨의 외침에 수긍이 가는 까닭이다.

방승준 씨는 “게임 중독법 같은 법안을 발의하는 신의진 의원 같은 사람에 감정이 부글부글 끓는다”라며 “학원 가서 다 엎어져 자고 있는 전국 수십만 명의 불쌍한 학생은 어쩌고 게임만 두들기려 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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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중독법, 의학적 시각 아냐”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강용원 홀가분한의원 한의사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법대로 진학했다가 신학으로 진로를 바꿨다. 40대 들어서 한의학을 공부해 한의사가 됐다. 한의학 전문의지만, 본인이 앓았던 우울중 경험을 토대로 정신건강 상담도 병행하고 있다고 한다.

“게임 중독법을 제출한 대표 발의자(신의진 의원)가 정신과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상식적인 시각으로 봤을 때 법안 자체가 의학적 프레임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없거든요. 다분히 토건적이고, 경찰적인 법안으로 보입니다. 당신의 중독을 우리가 관리하고, 규제하고, 치료하는 것을 명령하겠다는 측면에서는 굉장히 수탈적이기까지 합니다.”

강용원 한의사는 “규제 중심으로 법안이 짜이는 것이 얼마나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인지 알 수 있다”라며 “아이들의 반복적인 게임 이용이 정말 문제고 중독이라면, 의학적인 관점에서 풀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적절한 시각에서 나온 법안이 아님을 따져 물은 것이다.

게임 중독법을 둘러싼 논란 중 큰 뼈대는 바로 법안의 과잉규제와 형평성 문제다. 현재 국내 정부가 게임에 씌운 규제안이 있음에도 또, 게임을 규제하려 한다는 게 과잉규제 원리 위반이고, 게임을 마약이나 술, 도박과 비슷한 중독유발 행위로 보는 것이 타당하냐는 물음에서 형평성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강용원 한의사의 주장도 의학적 시각이 배제된 경찰행적적인 규제라는 시각에서 게임 중독법을 바라보고 있다.

강요원 한의사의 주장도 게임 중독법에 반대하는 일반적인 시각과 비슷하다. 게임 규제로 청소년을 구제할 것이 아니라 대화와 소통으로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강요원 한의사는 “청소년은 기성세대와 달리 즉각적인 보상에 민감한데, 현실에서는 이 같은 만족을 얻을 수 없으니 게임으로 해소하는 상황”이라며 “청소년은 살아남기 위해 마음의 감각을 죽이고 있는 꼴”이라고 설명했다. 강요원 한의사는 “대화로 풀 수 있는 구조가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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