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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서스Q에서 크롬캐스트까지…구글이 바라보는 TV

2013.12.17

구글은 참 재미있는 회사다. 막연한 목표에 대해서 나름 치밀하게 접근하긴 하지만, 고민하기보다는 일단 먼저 움직인다. 그게 단번에 성공하기도 하지만 잘 안 된다고 바로 접어버리지도 않는다. 어떤 일에는 다각도로 마구 접근하기도 한다.

그래서 간혹 비슷한 프로젝트가 겹치기도 하고, 서로 통합하거나 한쪽은 없어지기도 한다. 구글은 엄청나게 큰 회사지만 어떻게 보면 그 어떤 스타트업보다도 빨리 움직인다. 그건 곧 구글의 경쟁력이기도 하다. 구글이 TV에 접근하는 방식이 지금 딱 이 모양이다.

nexusQ

“안드로이드를 TV에 쓰자”

구글과 TV의 만남을 거슬러올라가 보면 ‘안드로이드’를 만나게 된다. 안드로이드는 모바일 기기에 쓰이긴 했지만 그 자체로 하나의 온전한 운영체제다. 스마트TV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몇몇 발빠른 회사들은 안드로이드를 TV에도 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TV는 스마트폰과 달랐다. 기대했던 것처럼 매력적인 경험을 주지 않다 보니 눈에 띄는 성과를 만들어내진 못했다.

뒤늦게 스마트TV 시장에 뛰어들려는 회사들은 운영체제를 직접 만들 지 스마트폰처럼 구글에 기댈 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제조사로서는 구글이 TV 플랫폼을 만들어주겠다고 나서면 한결 부담을 덜 수 있을 게다. 어쨌든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TV에서 쓰기 편하게 ‘구글TV’를 만들었다. 소니와 LG전자가 여기에 재빨리 올라탔다.

LG_U+_TVG

그런데 그것도 정답은 아니었나보다. 플랫폼이 자리잡는 걸 조급하게 판단할 필요는 없지만, 생각보다 반응이 크진 않다. 구글TV는 현재 3.0까지 업데이트됐고 4.0이 준비중이다.

구글TV의 역할은 뭘까? 이용자들은 넷플릭스나 HBO, CNN 등 영상 콘텐츠를 스트리밍해 주는 용도로 가장 많이 쓰고 있다. 이를 확장하기 위해서 안드로이드 기반의 앱을 이용했다. OTT를 비롯한 콘텐츠 수급에는 열심이었지만 콘텐츠 업체가 직접 뛰어들어오는 것에 대해서는 인색했다. 구글TV 4.0은 앱 설치에 제약을 풀어 OTT를 비롯한 앱들을 직접 설치할 수 있긴 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구글TV는 콘텐츠를 통제하는 듯한 눈치다. 서비스를 만들고 통제하는 수단은 앱이다.

“스마트TV, 스트리밍만 쓰더라”

그 다음 TV를 두드린 것은 ‘넥서스Q’다. 이 낯선 기기는 아직도 그 용도가 알쏭달쏭하다. 이 기기의 가장 큰 역할은 안드로이드폰에 담긴 음악 콘텐츠를 TV와 큼직한 스피커에 무선으로 전송하는 기기다. TV에 ‘내가 갖고 있는 콘텐츠를 전송해 스트리밍’하는 역할인 것이다. 파티 문화가 잘 잡혀 있는 나라에서는 소셜 주크박스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런데 가격이 299달러로 꽤 비쌌다. 결국 넥서스Q는 제대로 빛도 보지 못하고 발표와 동시에 취소됐다.

하지만 넥서스Q가 완전히 끝난 건 아니었다. 구글은 비슷한 개념을 가진 기기를 전혀 다른 기기로 옮겼다. 크롬캐스트다. 크롬캐스트는 다양한 웹서비스를 스트리밍해 TV에 뿌려주는 기기다.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보다가 크롬캐스트로 전송하면 TV로 화면을 보여준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다 처리하진 않는다. 웹 기반 콘텐츠에 대해 주소만 넘겨받아 이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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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롬캐스트는 크롬 웹브라우저 안에서 돌아가는 웹 앱을 기반으로 TV에 맞는 서비스만 골라서 구성한 것이다. 그래서 크롬으로 캐스트해준다는 의미의 이름을 가진 듯하다. 역시 주 용도는 넷플릭스와 유튜브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이다. 이후엔 안드로이드폰 콘텐츠를 미러링하는 역할도 포함될 계획이긴 하다. 구글로서는 성능이나 가격면에서 그리 부담스럽지 않게 TV의 용도를 확장할 수 있는 기기를 만들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셈이다.

지금 중요한 건 콘텐츠, 다음은?

겉으로 보면 구글TV와 크롬캐스트는 꽤나 달라보이지만 그 방향은 서로 닮아가고 있다. 차이점이라면 접근 방식 정도다. 구글TV가 안드로이드와 설치형 앱 기반이었다면, 크롬캐스트는 크롬 웹브라우저와 HTML5를 바탕으로 한 웹 앱을 TV에 접목하려는 시도다. 안드로이드와 크롬OS의 관계와 닮았다. 서로 다르지만 둘 다 기존 컴퓨팅을 대체하겠다는 목적은 같다. 대신 구글은 두 제품으로 앱이든 서비스든 그에 대한 답을 더 천천히 얻을 수 있게 되긴 했다.

구글TV가 나오던 때에는 스마트TV에서 뭘 해야 할 지에 대해 판단이 다소 모호했다. 하지만 TV에 앱을 깔 수 있으면 필요한 것들을 만들어 올릴 수 있다. 구글이 할 수 있는 선택은 안드로이드를 올리고 여기에 이용자와 시장이 용도를 만들어가길 바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직 스마트TV의 주된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답을 내기 어렵다. 업계는 현재 상황에서 가장 잘 되는 서비스인 스트리밍 서비스부터 특화해나가고 있는 모양새다. 결국 이용자들은 TV에 방송 콘텐츠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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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넥서스TV’를 준비중이라는 소식이 연일 이어진다. 구글은 뭘 또 내놓을까? 아쉽게도 아직 알려진 건 아무 것도 없다. 지금으로서는 발표가 미뤄지고 있는 구글TV 4.0을 올릴 셋톱박스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진짜 기대하는 부분은 구글이 읽어가고 있는 스마트TV의 분위기가 어떻게 넥서스TV에 반영될 지다. 스트리밍이라면 이제 지긋지긋할 정도로 거의 모든 TV 연결 플랫폼에 깔려 있다. 넷플릭스가 아닌 다른 승부수를 낼 지, 어떤 OTT든 들어와서 방송을 유통할 수 있도록 스트리밍을 더 강화할 지, 그도 아니면 제 3의 또 다른 무엇인지를 판단할 지표가 바로 넥서스TV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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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