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동상e몽] 새 아이패드, 만져보니 ‘에어’

2013.12.16

참 고민스러운 제품들이다.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품은 아이패드 미니냐, 가벼워진 아이패드 에어냐. 지난 10월22일, 애플이 두 아이패드를 꺼내 놓던 순간 현장에 참석한 기자들에게 연락해서 이 질문을 던졌던 바 있다.

답은 한결같이 ‘아이패드 에어’였다. 그래도 아이패드 미니에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넣은 게 더 낫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남아 있었다.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만져보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직접 보니 누가 나에게 물어봐도 똑같은 답을 했을 것 같다.

ipad_mini_thumb_500

쉬워진 듯 어려워진 선택

가만히 보면 지난해와 올해 아이패드 구성의 변화는 매우 크다. 가격을 제외하면 4세대 아이패드와 아이패드 미니는 철저하게 성능과 휴대성이라는 측면으로 나뉘었다. 더 빠르고 좋은 화면, 아니면 절반의 무게였다. 그런데 올해는 아이패드 에어와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 디스플레이로 나뉘었는데, 화면 크기만 빼면 거의 똑같다. 언뜻 선택이 더 쉬워진 것 같은데 생각할수록 고민은 더 커졌다.

나 역시 두 제품을 만져본 뒤 아이패드 에어쪽에 마음이 기울었다. 작은 화면은 스마트폰으로, 큰 화면은 아예 확실하게 9.7인치로 보는 편이 낫다는 생각 때문이다. 아이패드 에어와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 디스플레이에 무게 차이가 별로 없다. 아이패드 에어를 그 자체로 보자면 가벼워진 아이패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아이패드는 왜 더 작고 가벼워져야 했을까.

아이패드의 상당 부분은 배터리가 차지하는데, 아이패드 에어를 만드는 기술이라면 이전 제품과 비슷한 두께로 24시간씩 가는 배터리를 넣을 수도 있다. 사람들이 쓰는 아이패드의 용도와 역할이 달라지고 있고 아이패드도 부품 기술 발전에 따라 시장 요구에 맞춰가고 있는 모양이다.

ipad_air_04

소파에서 걸어 나온 아이패드

아이패드가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를 떠올려보자. 스티브 잡스는 이 묵직한 9.7인치 태블릿을 손에 들고 무대 위 소파에 앉아 제품을 소개했다. 애플은 메시지를 흩뜨리는 도구를 쓸데없이 무대에 올리지 않는다. 소파는 아이패드에 중요한 메시지였다. ‘아이패드는 이렇게 쓰는 겁니다’라고 스티브 잡스가 몸으로 설명한 셈이다.

아이패드가 처음 나왔을 때는 넷북이 세상을 휩쓸었던 시기다. 애플은 스마트폰과 노트북 사이의 중간점을 넷북이 아니라 태블릿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아이패드는 집에서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를 켜는 대신 소파에 아무렇게나 앉아서 혹은 누워서 책을 읽듯 쓰는 기기였다.

ipad_air_01

아이패드가 갖고 있는 정체성은 그랬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를 들고 다니고 싶어했다. 실제 갖고 다니기도 했고 한편으로 더 작고 가벼운 아이패드를 요구하기도 했다. 아이패드 미니가 그래서 나왔고 올해 9.7인치까지 아이패드 에어로 덩치를 줄였다. 지난해는 성능과 휴대성으로 제품을 구분했다면 이번 제품들에서는 그 두 가지를 기본으로 하고, 용도에 따른 화면 크기 정도로 다른 선택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아주 건조하게 보면, 기술이 좋아졌기 때문에 프로세서는 전기를 덜 쓰고 디스플레이는 더 얇아질 수 있었다. 그래서 극단적으로 얇고 가벼운 제품이 나올 수 있었던 것도 맞다. 이유야 어쨌든 그 결과물로 나온 9.7인치 아이패드를 들고 있는 일이 전혀 아무렇지도 않게 되었다는 건 큰 의미가 있다.

무게 3분의 1이 바꿔 놓은 가치

자, 그럼 이제 내가 아이패드 에어를 고른 이유를 설명해 보자. 가장 큰 건 아이패드 에어가 들고 다니기에도, 집에서도 두루 쓰기에 나쁘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돌아보면 지난해 나왔던 ‘4세대 아이패드’와 ‘아이패드 미니’에 뭘 더 기대했느냐도 연결된다. 4세대 아이패드같은 디스플레이와 성능을 가진 기기를 더 가볍게 쓰고 싶었냐, 아니면 아이패드 미니에 더 좋은 성능과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원했느냐는 것이다. 4세대 아이패드쪽이 조금 더 간지러웠던 것 같다. 아이패드 미니는 아쉽긴 했지만 사실 그리 느리지도 않았고, 화면이 작다보니 아이패드2처럼 큼직한 픽셀들이 눈을 괴롭히지도 않았다.

ipad_air_05

그런 상황에서 새 옷을 갈아입은 아이패드 에어는 가려운 곳을 잘 긁어줬다. 토트백 같은 가방에 넣고 다니겠다면 크기가 걸릴 순 있지만 백팩이나 서류가방 같은 데 넣고 다닐 수 있다면 아이패드 에어도 부담스럽지 않다. 해상도는 같다고 하지만 아직도 디스플레이의 색 표현력은 아이패드 에어쪽이 더 낫다.

숫자로 보면 기존 4세대 아이패드는 두께 9.4mm에 무게는 652g이었다. 반면 아이패드 에어는 두께 7.5mm, 무게 469g이다. 그리고 이제껏 아이패드를 들던 느낌 때문인지 보기보다 가볍다. 아이패드 미니에 비해서는 100g정도 무겁지만 더 큰 것 때문인지 더 가벼운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아이패드 에어를 며칠 쓰다가 다시 이전 아이패드를 들어보니 그 차이는 더 크다. 하지만 화면 크기만큼 테두리를 둘러싼 레이저 커팅도 더 넓어졌다. 예쁘긴 하지만 혹시라도 어디엔가 찍힐까 싶어 똑같은 옷을 입은 아이폰, 아이패드 미니보다 마음을 더 졸여야 했다. 하지만 디자인으로 보면 지난 4년간 가장 잘 만든 아이패드다.

ipad_air_06

넓어질 활용도에 기대

디자인에 가려졌지만, 성능도 빨라졌다. 다만 4세대 아이패드도 많이 빨랐기에 일반적인 부분에서 엄청나게 빨라졌다는 느낌은 없다. A7 프로세서를 적극적으로 쓰는 몇몇 앱들은 이전 제품에서 안 되던 기능이 더해지기도 했고 아이무비나 오토캐드 같은 앱들에서는 여러가지 효과를 실시간으로 처리해도 멈칫거리지 않는다. 나는 평소 아이워크나 아이무비를 자주 쓰는데 이번에 앱들도 싹 업데이트되면서 키보드만 하나 있으면 OS X에서 쓰는 것과 비슷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게 어렵지 않았다. 윈도우와 액티브X에만 묶이지 않는다면 노트북을 대신해서 쓰기에도 좋을 것 같다. 언젠간 그렇게 되지 않을까.

ipad_air_03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이름이다. ‘아이패드 에어’라는 이름이 참 잘 어울린다. 몇 년 전 맥북에어를 처음 마주했을 때 ’내가 알던 그 맥북이 어떻게 이런 폼팩터에 들어갔지?’라는 충격을 받았는데, 아이패드 에어도 비슷하다. 이미 아이패드는 웹서핑이나 동영상을 보는 태블릿을 넘어 수술실, 농장 관리, 교실 등으로 그 범위를 넓히고 있다. 아이패드 에어는 작고 가벼워지면서 큰 화면을 유지하고 있기 떄문에 일반 이용자들을 넘어 더 다양한 산업군에서 활용할 수 있으리라. 발표 4년만에 모양과 의미 면에서 아이패드는 가장 큰 변신을 했다.

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