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人] 유승호 “경영자와 개발자의 길, 함께 걷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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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정말 개발이 좋습니다. 평생 하고 싶어요.”

유승호 디벨로피언스 대표는 평생 개발자로 살고 싶어 회사를 차렸다. 개발자로 직장생활을 하면서 나이 마흔이 넘으면 어쩔 수 없이 관리자의 일을 겸하는 선배 개발자를 많이 지켜봐왔던 그였다. 선배들처럼 되진 않겠노라고, 꼭 평생 개발자로 살아남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회사를 세웠다. 자신이 좋아하는 개발을 실컷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러나 웬걸. 현실은 너무나도 달랐다.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하기 싫은 일을 더 많이 해야 했다. 개발자면서 회사 대표라는 건 개발 지식보다 책임감을 더 필요로 하는 자리였다. 익숙하지 않은 회사 매출, 운영 관리를 몸소 챙기고 신경써야 했다.

두 마리 토끼 잡긴 어려워

“깨달았지요. 대표는 개발을 해서는 안되는 거라고. 제가 정말 개발을 좋아하지만, 회사를 운영하려면 대표와 개발 일을 동시에 같이 하기란 정말 힘들다는걸요. 대표는 깊고 좁게 한 분야를 파는 게 아니라 전 분야를 넓게 두루 알아야 하는 것이더군요.”

처음 회사를 세웠을 때, 유승호 대표는 개발도 맡고 회사 의사결정권도 가진 기술 이사(CTO)로 활동했다. 그러나 본인이 새로운 기술 개발에 깊이 빠지면 빠질수록 결재해야 할 서류가 쌓여갔다. 프로젝트 진행이나 아이템 선정 같은 중요 결재 서류부터 직원들 휴가 결재 서류까지 챙겨야 할 게 적잖았다. 새로 사업을 추진하고 싶어도 운영진 설득과 서류 작업이 우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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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껏 개발하고 싶어서 차린 회사인데, 오히려 맘껏 개발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더라고요. 아이폰이 국내에 보급되려고 할 시점에 ‘모바일 예약 앱’을 개발하면 좋을 거라고 운영진을 아무리 설득해도 먹히지 않았어요. 그래서 지분 정리하고 뜻 맞는 동료와 함께 새로운 회사를 차렸지요. 이번엔 잘 해보겠다고 생각하면서요. 그게 바로 디벨로피언스입니다.”

유승호 대표는 회사를 2번 세우고서야 개발자면서 대표를 같이 할 수 없다는 교훈을 얻었다. 그는 현재 모바일 예약 응용프로그램(앱)과 ‘와치두잉’이라는 홈 오토메이션 솔루션을 개발하는 디벨로피언스 대표로 활동 중이다. 기술 이사로 활동한 첫 회사와 달리, 두번째 회사에선 아직까지 운영 부분에 더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평생 개발자로 남으면서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는 처음의 꿈은 변치 않았다. 지금이야 회사 기초를 튼튼히 다지기 위해서 운영을 먼저 챙기고 있지만, 유승호 대표는 언제라도 다시 개발자로 돌아갈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독학으로 배운 프로그래밍에 빠져들어

유승호 대표는 대학교 들어가서야 코딩과 프로그래밍에 재미를 붙였다. 그의 전공은 산림을 다루는 ‘임학과’다.

“임학과 수업에서 산림자원 관리다 임도 구축법을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 다루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프로그래밍에 재미가 들렸습니다.”

유승호 대표는 곧 프로그래밍에 빠졌다. 심하게 빠져 있을 땐 2박3일간 한자리에서 코딩하면서 먹고, 마시고, 졸았을 정도다. 때론 전산과 수업도 수강 신청하면서 프로그래밍을 배웠다. 모르는 내용은 구글 검색엔진을 이용해 찾았다.

“전 꼭 컴퓨터공학이나 전산학과 나와야지만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좋아하면 하는 겁니다. 끌리면 시작해야죠. 제게 프로그래밍은 그런 학문이었어요. 비록 전공과목은 아니었지만, 언제든지 스스로 공부해서 배워나갈 수 있는.”

그는 마이크로소프트 MSN 메신저로 사람들과 지식을 주고받으며 공부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유승호 대표는 스스로 멘토를 구했다.

“MSN으로 채팅을 나누는 사람 중 한 명이 마이크로소프트 인증 프로페셔널 자격증이 있다고 얘기하는데, 멋져 보이더라고요. MCSE부터 시작해서 MCA, MCTS까지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증한 공인 자격증을 따서 활동중이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저도 해보자는 생각이 들더군요.”

대학교 3학년 때였다. 그 때부터 워드프로세서, 정보처리기사 1급부터 시작해 마이크로소프트 인증 프로페셔녈(MCP) 자격증, 오라클 데이터베이스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나중엔 웹마스터 공부를 하면서 웹 관련 자격증도 땄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는 학원에 들어가 강의를 할 정도로 실력을 닦았다.

2005년부터는 MS MVP로 활동을 시작하기도 했다. MS MVP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공인한 IT 전문가로, MS 주요 제품과 기술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을 가리킨다.

“왜 개발을 하냐고 물으면 사실 할 말이 없습니다. 이게 가장 재미있었고, 가장 관심이 갔습니다. 그래서 하게 됐지요. 마치 뭐에 홀린 듯 말입니다. 이 때부터 평생 개발자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컴퓨터 학원 선생님으로 출강한 지 2년이 조금 넘었을까. 유승호 대표는 실무를 배우기 위해 시스템통합(SI) 회사로 들어갔다. 학문적 지식을 넘어 실전에선 어떻게 개발하는지 배우기 위해서다.

“그렇게 회사를 들어갔고, 더 오래 개발을 하기 위해서 다시 회사를 나왔지요. 전 이 결정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기술력 자랑하는 회사 대표 되고파

개발자를 꿈꾸기 때문일까. 유승호 대표는 유독 기술력을 강조한다. 대기업과 부딪혀도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솔루션을 선보이기 위해서다. 유승호 대표는 아이디어 회의에서도 부지런히 자기 생각을 공유한다.

“좋은 콘텐츠를 앞세워 시장을 선점할 수 있지만, 나중에 대기업에 내주기 십상이더군요. 그래서 생각했지요. 우리만 가질 수 있는, 우리만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고민 끝에 나온 게 ‘와치두잉’이라는 홈 오토메이션 솔루션이다. 와치두잉은 스냅챗 기능을 이용해 POS나 PC 화면을 사용자 모바일 기기로 전송한다. 모바일 앱으로 POS 화면이나, 집에 있는 컴퓨터 화면을 볼 수 있다. 스마트 기기에 무선 센서를 부착하면 와치두잉 앱으로 같은 공간에 있는 에어콘이나 보일러 전원도 켰다 끌 수 있다. 유승호 대표 아이디어였다.

“제가 집에 아이가 있습니다. 아이랑 외출하고 집에 들어갈 때, 집이 따뜻하면 좋지 않겠습니까. 화면 전송 기능도 중요하지만, 무선 센서를 이용해 집 보일러를 미리 작동시키면 얼마나 좋을까 고민했지요. 그 결과물입니다.”

유승호 대표는 사업 아이템 개발을 위해 특허 등록까지 마쳤다. 국내 시장에만 한정해 서비스하지 않고 세계 시장을 두드릴 심산이다.

“아직 시작입니다. 기술력도 기반이 돼야 하지만 주변 상권과 연계해 와치두잉을 널리 알려야겠지요. 그 과정에서 회사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투자도 받아야 하고요. 뭐니뭐니해도 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가 이루고 싶은, 즐길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