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터포럼] 신출내기 스타트업, 실패해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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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만 거듭하는 사람이 존재할까요. 아이가 혼자서 걷게 되기까지 수십, 수백번 넘어지기를 반복합니다. 실패 한 번 거치지 않는 사람이 없다면, 기업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남모르게 실패하고, 시행착오를 겪고, 고민하느라 지새운 밤을 모으면 한 달, 두 달, 1년도 될 것입니다.

지난해 ‘글로벌 K-스타트업’의 2주 해외 일정을 따라다니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얘기도 성공이 아니라 실패였습니다. “스타트업 99%는 실패한다.” 그런데 정작 실패한 기업보다는 성공한 기업 얘기가 눈에 띕니다.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사례도 성공담이지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데, 성공담만 들어서 될까요. 서비스를 만들 때에 시행착오를 거듭할 텐데, 잘못을 바로잡으려면 무엇이 잘못인지도 알아야 할텐데요.

마침 좌충우돌한 경험을 나눠줄 분들을 만났습니다. 모두 현업 스타트업 대표이고, 창업자입니다.

김미균 대표는 시지온 공동창업자입니다. 창업때부터 줄곧 이사로 있다가, 올해 들어 단독 대표가 됐습니다. 김범섭 드라마앤컴퍼니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공동창업자 겸 대표였는데, 얼마 전 외부에서 CEO를 영입했습니다. 황룡 사이러스 대표는 블레이어라는 음악 오픈마켓을 만들고, 라우드박스란 음악 서비스를 태국에 출시했습니다. 두 서비스 외에도 황룡 대표는 ‘루프’라는 사진 공유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 일시: 2013년 12월 23일 (월)
  • 장소: 블로터닷넷 사무실
  • 참석자: 김미균 시지온 대표, 김범섭 드라마앤컴퍼니 최고기술책임자, 황룡 사이러스 대표

김미균 시지온 대표, 황룡 사이러스 대표, 김범섭 드라마앤컴퍼니 CTO

‘잘못됐다’고 인정하는 것도 어렵다

정보라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란 말이 있다. 그동안 이 얘기를 으레 하는 말로만 들었는데, 지난해 글로벌 K-스타트업의 해외 심사위원에게 ‘실패에서 배운다’라는 말을 들었다. 심사할 때 실패한 경험이 있는지도 평가했다고 말해, 의아하게 생각했다. 헌데 다들 성공담을 나누지, 실패담은 잘 얘기하지 않는 것 같다. 오늘 모신 세 분께 어렵지만,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공유해주길 부탁드린다.

김범섭 우리가 얘기를 안 해서 그렇지, 대표들은 거의 다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위태로운 것처럼 보일까봐 얘기를 못한다. 외부에도, 내부에도 말을 못 한다. 처음에는 ‘하자’라고 지른다. 잘 될 것 같으니까 밤새워 개발했는데 최종 결과물이 안 나왔을 때, 대표의 가장 큰 일은 책임을 지는 것이다. 실패했다고 얘기하는 것은 참 어렵다. 그 다음 무엇을 할지 준비하지 않은 상태에서 ‘내가 잘못했다’라고 얘기하는 것은 ‘집에 가자’라는 말처럼 들릴 수 있다.

실패했다고 깨닫는 그 순간에 솔직하게 얘기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잘못했다고 생각한 다음에 할 일은 어떻게 할지에 대한 대응을 정립하는 것이다. 그래야 사람들에게 ‘이번에는 실패했는데 이렇게 가면 될 것 같다’라고 얘기를 할 수 있다. 그 사이에는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못한다.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잘 될 것 같다는 말은 하지만, 서비스를 접는다는 얘기를 하면 ‘우리 잘못했어요’라고 알려지고, ‘회사를 정리하겠구나’라고 비칠 수 있다. 잘못된 결정이었다는 걸 내가 인지하고 판단하는 시점에 솔직하게 얘기하는 건 정말 어렵다. 친한 주변 사람들에게도 얘기하지 않는다. 황룡 대표에게도 말 안 한다.(웃음) 그런 얘기는 사업과 관계 없이 친한 사람이나 동네 친구에게 털어놓는다.

그냥 가는 경우도 있다. 아닌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는데도 그냥 간다. 연애로 치면 헤어지지 않고 그냥 사귀는 경우다.

김미균 정말 그럴 때가 있다. 적절한 비유다.

김범섭 그게 말을 못해서 그러는 것이다. 성공할지에 대해서 100% 확신이 없고, 실패했다는 확신도 100% 안 드는 것이다. 100% 확실한 것이 아니니까.

황룡 (실패했다고) 인정하면 되는데, 인정하는 게 제일 어렵다. 잘못된 선택을 하거나 비전을 잘못 볼 수 있다. 저기 ‘원피스’가 있는데 잘못 봤을 수도 있다. 공동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데 그곳에 아무 것도 없을 수 있다. 여기에선 신기루인데, 가봐야 아는 것이다. 가다가 중간 쯤에 보일 수도 있다.

문제는 (실패했다는 걸) 인정해야 하는데 인정하지 못함으로써 많은 시간과 비용, 여러가지를 소모하기 시작하면서 위기가 오는 것 같다. 차라리 인정해야 할 시점에 인정하면 회사가 어려움을 겪지 않고 다음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 그런데 아집 때문에 인정하기가 어렵다.

처음 창업하는 사람이 가진 공통적인 상황인 것 같다. 끝까지 가본다라는 게 뭔가를 합리적으로 생각해서 끝까지 가는 게 아니라, 어떻게 보면 ‘아직…’이고 인정할 수가 없어서다.

김범섭 관성도 있는 것 같다. 결정 안 한 상태로 있으면 시간이 흐르고 자원을 투입하게 된다.

황룡 그 상황이 지속되면 선택지가 좁아지고, 나중에는 접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 전에 솔루션화해 팔거나 하는 식으로 여러 선택지가 있을 수 있다. 회사 규모를 빠르게 줄인다든지. 그런데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이 지나면 돈은 떨어지고, 투자처를 찾는 데 혈안이 되고, 그런 서비스는 티가 난다. 업데이트가 없다.

김미균 소셜댓글 ‘라이브리’를 끝까지 밀어붙이기 전 3년 정도 수많은 작업을 했다. 우리에겐 온라인 테러, 사이버 테러를 없애자는 큰 목표가 있었다. 신상털기와 같은 걸 없애려면 무엇이 바뀌어야 할지 고민했다. 다음 ‘아고라’가 있었는데, 게시판 형태의 토론은 해결 방법이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토론 플랫폼을 생각했다. 게임처럼 토론자가 토론방에 입장하는 것이다. A팀과 B팀을 나누고 사회자가 있다. 그리고 패널도 있다. 오프라인 토론을 온라인으로 옮겨와, 이 플랫폼을 강의용으로 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김범섭 언제 그 서비스를 만들었나.

김미균 시지온 대표김미균 2007~2008년께다. 이름은 ‘온토론’인데, 지금도 도메인을 가지고 있다. 이 서비스로 사회적기업 경진대회에 나가 상도 받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만드는 게 어려웠다. 사용자에게 주려는 선택지가 너무 많았다. 사회자를 지정하는 과정, 사회자가 보는 화면과 토론에서 찬성쪽·반대쪽이 보는 화면, 패널이 보는 화면도 다르게 하려고 했다. 패널이 토론자에게 의견을 내는 것도 만들었다.

황룡 세이클럽의 채팅방 정도이면 충분하지 않았을까.

정보라 아까 황룡 대표는 목표를 향해 가다 보면 중간 지점에서 그 목표가 진짜 있는지, 아니면 없는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중간에 원하는 목표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되면, 바로 멈출 수는 있는 것인가. 아니면, 목표가 있다는 걸 발견해 열심히 달리면 되는 것인가.

황룡 목표를 향해 가는 중간에 잘 될지 안 될지가 보인다. 그런데 그곳에 도달할 수 있는 때가 2018년 7월인데 수중의 돈이 2018년 3월 다 떨어진다면 도달할 수 없다. 잘 되면 대충 뭔가 보이는데, 잘 된다는 신호가 없는 상황에서 확신만 가지고 버틸 수는 없다. 목표에 아무 것도 없을 수 있고 실제로 있을 수도 있지만, 누구도 알 수 없다. 처음엔 모른다. 중간에 돈이 떨어지고 사람도 떨어지는 게 보이면 그때 현실을 본다.

김범섭 중간에 깨닫게 되면 투자 유치와 같은 징검다리를 놓고 싶어진다. 그런데 그것 하나 놓는 것도 엄청 어렵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사업에 실패하는 것은 당연하다. 영화만 본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영화를 찍겠다고 했다. 그렇게 만든 영화가 성공하리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예산은 1억원밖에 없고, 배우도, 시나리오 감독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면 반드시 실패한다.

처음 사업할 때 옆에서 지켜만 보고 서비스가 나오는 것만 보고선 ‘나도 만들 수 있겠는데’라고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실패한 게 너무도 당연하다. 어쩌면 영화 한 편 찍는 것보다 어렵다. 그런데 한 번 실패하면 대충 감이 생긴다. 한 번 실패하면 업계를 알게 된다. 어느 정도 규모의 사업인지, 이 정도 사업을 하기 위해서 어떤 자원이 필요한지를. 그리고 다 갖춰도 흥행이 안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영화도 그렇지 않은가. 투자자, 감독, 배우, 마케팅이 완벽해도 안 될 때가 있다. 사업은, 사업 초짜지, 들어오는 멤버도 초짜지, 투자자도 같이 헤매는데 잘 되는 건 정말 기적이다. 진짜 열심히 했는데 운이 안 맞으면 어쩔 수 없다. 영화로 치면, 우리가 개봉했는데 할리우드에서 대작이 나오면 안 되는 것이다.

초짜 대표는 필패한다

황룡 처음 사업할 때는 확률이 아니다. 확률은 최선의 결과를 만들고 나서 시장에 통할지 계산하는 것이다. (일동 웃음) 제로에서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확률적으로 된다는 것을 말하기 어렵다. 필패한다는 얘기다.

대학생 친구들이 창업할 때 가장 큰 패착 중 하나는 그 일을 처음 해본다는 것이다. 그 친구가 나중에 스티브 잡스가 되고, 뛰어난 CEO의 자질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인턴과 능력 자체는 차이가 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니 선수가 만든 것 같은 제품이 나올 수 없다. 우리가 얘기하고 얘깃거리가 될 만한 친구들은 그 단계를 넘어섰거나 그 단계에 이른 친구다. 대부분은 망한다. 의지가 있는데 확률적으로 망하는 게 아니다. 못 만들어서 망하는 것이다.

김범섭 100% 그렇다.

황룡 앱은 구동돼야 하는데 그조차 안 되는 친구들이 어마하게 많다.

김범섭 마켓에 앱 등록 자체를 안 하고, 팀도 깨진다.

황룡 그런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정부 지원금을 받았는데 제품을 못 내놓는 팀도 있다. 제품을 만들어도 잘 될 수가 없는 게, 아웃소싱을 한다.

아웃소싱은 내가 잘하는 걸 효율적으로 하려고 남에게 맡기는 거다. 그럴려면 내가 잘하는 게 먼저다. 개발을 아웃소싱하려면 개발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내가 요구할 게 명확하다. 다 만들었는데 ‘왜 이게 안 되죠?’라고 하면 서로 당황하고 끝나는 거다. 대부분은 그 단계에서 사장된다.

아이템이 되고 안 되고는 나중 얘기다. 제품을 만든 사람은 어떻게서든 막노동을 해서라도 내놓은 거다. 그런데 돌뿌리 하나에 걸려 넘어져서 실패라고 여기고 제품을 내놓지도 못하는 친구들이 많다.

김범섭 이런 걸 충분히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론도 그렇고, 주변에서 2~3년 안에 성공하길 바라는 것 같다. 그런 건 없다. 난 사업한 지 5년 됐는데 2~3년은 짧은 기간이다. 배우도 무명 10년은 해야 이제 충무로 왔구나 이런 느낌이다.

회사의 대표는 종합예술의 감독에 가깝다. 연기도 알아야 하고, 촬영 기술도 알고, 사람 관리도 해야 한다. 그런데 시작한 지 2~3년 안에 흥행작을 내놔야 한다고들 생각하는 것 같다.

사업 시작하고 2~3년 안에 성공하는 건 로또 당첨된 것이다. 그런 사례도 있겠지만, 따져보면 그 사람은 이전에 여러가지를 갖춘 사람이다. 보통 사람은 시작했다고 하면 5년은 일을 익힌다. 대표를 하면서 성공하는 게 아니라, 서비스 여러개를 실패하면서 자기에게 필요한 기본 기술을 익히는 것이다. 웹이나 모바일 서비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하고, 서버는 어떻게 설정하고, 도메인은 어떻게 사는지를 알고, 개발자와 얘기할 정도는 돼야 한다. 이런 게 갖춰지고 나서야 기대하는 게 맞다.

황룡 필드에 나온 사람 중엔 드물지만 창업하는 모든 팀의 대표 중에 능력 없는 친구가 많다. 개발할 수 있는 사람을 개발자라고 하고, 디자인할 수 있는 사람을 디자이너라고 한다. 아무리 좋은 촬영감독을 붙여도 이끄는 사람이 초짜이면 정말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그 사람이 충분히 성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업은 요행을 바라는 게 아니다. 사업은 요령이다. 어떻게 해야 실패와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목표까지 가는지 요령을 터득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경험이 중요한 것이다.

창업 초기에만 지원하는 정부

김범섭 그에 비하면 정부 지원은 너무 단기적이다. 올해, 내년 쏟아 붓고선 내후년에 ‘돈 쏟아부었더니 도망가더라’라는 식으로 얘기가 나올 것이다.

김미균 단계별로 지켜봐주면 좋겠다.

김범섭 지금 정부 지원은 3천만원 주면서 법인 설립하는 게 의무사항이다.

황룡 사이러스 대표

황룡 좋은 방법은, 처음에 돈을 주지 않는 것이다. 처음부터 돈을 주는 것은 아웃소싱하라는 뜻이다.

김미균 동감이다.

황룡 정부 지원금은 내역이 있어야 한다. 내부 인건비로는 쓸 수 없다.

김미균 마케팅비나 기기를 산다든지, 그 돈을 외부에 써야 한다.

황룡 그래서 외주를 줄 수밖에 없다. 개발 역량이 없어서 외부에 맡기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차라리 3년차일 때 지원하면 어떨까. 사실 창업 3년부터가 사각지대다. 정부도 기술보증기금도 3년 된 회사는 써주지 않는다. 솎아질 친구는 3년 버티라고 해도 못 버틴다. 대부분 6개월에서 1년 안에 접는다. 숨이 깔딱거릴 때 건져주는 게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다. 돈을 쓸 데 없는 데 안 쓰는 것만 해도 정말 큰 배움이다.

처음 창업한 사람은 가능성에 많은 투자를 한다. 직원이 6명으로 늘어날 거란 생각에 컴퓨터를 6대 산다. 잘 될 생각만 하는 거다. 경험이 많은 사람은 안 될 생각을 하면서 ‘현금 흐름을 6개월 가져가야지’라고 생각한다.

김범섭 PT 한 번 보고나서 법인 설립하라는 건 돈을 쓰고 망하란 얘기다.

김미균 초기 벤처가 정부 자금을 쓰는 것에 저도 반대한다. 서류 작업이 장난 아니다. 정부 자금을 쓰면 하나하나 서류를 남겨야 한다. CEO가 할 일은 서류 작업이 아니다. 3년까지 살아남은 회사는 인력을 갖췄을 경우가 확률상 높다. CEO 대신 주변 인력이 서류 작업을 하면서 정부 자금을 요긴하게 쓸 수 있다. 이렇게 되기 전에 정부 자금을 받으면 서류 작업에 치여 죽는다.

황룡 서류 작업을 할 새가 없다. 빨리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사업계획서만 들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서류 작업하는 데만 혈안이다. (창업 초기에는) 팀을 만들어야 한다. 나도 그런 오류를 겪었다. 팀을 못 만들면 사업을 접어야 한다. 왜냐, (사업 자체를) 못하니까.

김미균 지금 우리에게 자금이 들어온다면 잘 쓸 수 있다.

황룡 돈을 준다면 고마운데, 어느 시점에 주느냐가 중요하다.

김미균 황룡 대표가 제품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얘기했다. 빨리 만들어 빨리 (소비자에게) 팔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온토론은 만드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려서 정작 판매를 못했다. 서비스를 출시하는 경험이 중요하다. 500원이라도 판매 경험이 있어야 한다. 사탕이라도 만들어서 팔고, 차익을 넘기는 게 기본이다. 그런데 다들 판매보다 만드는 데 혈안인 것 같다. 팔아봐야 어떻게 해야 돈이 벌리는지 아는데, 그걸 못하면 끝까지 못한다. 정부 사업은 그것까지 돌보지 않는다.

황룡 정부는 3년을 안 기다려줄 것 같다.

김범섭 어느 회사이든, IPO를 하려면 최소 5년은 봐야 한다. 나도 처음 사업 시작할 때, 2~3년 안에 결과가 나오리라 생각했다.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정책은 정권 내 타임라인이 아니라 실제 스타트업의 주기에 맞춰 짜야 하는데, 다들 급하다. 돈 받으면 당장 몇 개월 뒤에 프로토타입(시제품)이 나와야 한다. 헌데 돈 받을 생각에 서류 작업하는 데 2~3개월 쓰고 나면 어설픈 팀이 만들어진다. 1년 뒤면 돈이 떨어져 해체될 팀이다.

김미균 그런 친구들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취업을 한다. 그럼 ‘IT 회사 성공율 떨어진다’라는 인식이 생긴다. 정부 자금이 성과를 못 낸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사회적기업은 인건비를 지원하니까 사람을 뽑아서 버티는데 그 지원은 2년까지만이다. 그 뒤에는 도산이다. 그러면 ‘사회적기업에 투자 안 한다’고들 한다. 지금 정부 사업은 실패를 양산하기 위한 사업 같다. 추후 성공을 위한 밑거름이 아니다.

우리는 운이 좋았던 게, 온토론이 실패했다. 그 프로젝트를 2년도 안 했는데 2명(시지온의 공동창업자인 김미균 대표와 김범진 이사)만 남은 경험을 두 번 했다. 내부에서 나오는 신호는 사람이 버티냐 안 버티냐인 것 같다. 모든 선택지 중 마지막은 이걸 같이 할 사람이 없어서 그만두는 게 최정점이다.

처음에는 우리가 팀을 꾸리는 기술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결국 제품이 안 나와서 실패했다. 그러고 나서 사람들에게 온라인 토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그걸 처음부터 했어야 했는데. 대답이 ‘댓글’이었다.

답안지를 봤을 때 인정할 수가 없었다. 온토론에서 텍스트 입력란만 남기고 다 뺀 게 지금의 소셜댓글이다. 엄청 커다란 구조에서 핵심을 발견해서 살아남았다. 우리에겐 온토론이 밑거름이다. 자칫 절단된 경력일 수 있었다. 이제 거꾸로 소셜댓글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창업자의 DNA에는 도전 요소가 더 많다

정보라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인정하기 어려운 것은 직장인도 마찬가지 아닐까. 애써 들어간 회사 또는 고른 직업이 나와 맞지 않을 수 있다. 김범섭 대표가 말한 헤어지지 않는 연인처럼, 그냥 회사를 다니게 되지 않나.

김범섭 행정고시에 합격한 지인이 있다. 막상 붙고 나니 하는 일이 너무 마음에 안 드는데 가족에게 미안해 그냥 산다. 사업도 그렇다. 투자한 게 아깝다. 이걸 좀비라고 할 순 없고 ‘언데드’다. 하려고 하는 것과 별개로, 그만두지 못하는 상태다.

애매하게 버는 때가 있다. 거래처가 있고, 직원도 있다. 안 되는 것도 아니고 잘 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딴 살림 차리는 대표가 많다. 이 회사를 그만두지 못하고 다른 걸 한다. 실패는 아니지만, 밖에서 보면 괜찮다.

황룡 작은 성공이다. 작은 실패보다 무서운 게 작은 성공이다.

김미균 나는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창업자는 프론티어다. 도전 인자가 있는 사람이다. (사업이나 회사가) 어느 정도 굴러가면 열정이 떨어진다. 취업보다 창업자 쪽에 이런 경우가 많은데, 0에서 무엇인가를 만드는 데 쾌락을 느낀다.

김범섭 커브가 있어야 한다. 유지는 되고, 월급도 나오고, 주변에선 괜찮다고 하는데 기울기가 없으니까 자기 삶을 밋밋하다고 느낀다.

김미균 그걸 극복하려고 딴 살림 차리는 걸 인정한다.

김범섭 (그래서) 엑시트하는 걸 인정해야 한다. 이 상태에서 더 잘 할 수 있는 사람에게 넘겨줘야 한다.

김미균 그런데 안 하지 않나.

김범섭 어느 단계가 되면 헤어지는 것도 마음대로 못한다. 이 단계에서 창업자가 떠나는 걸 무책임하다고 여긴다. 우리나라는 오너(소유주) 개념이 있다. 그 사람이 회사를 만들었으면 죽을 때까지 한다. 심지어 대를 물려서까지 한다. 그런데 창업 DNA와 운영 DNA, 키우는 DNA가 다르다.

김미균 주변을 보니 사내 프로젝트를 열거나 사내에 추가 프로젝트를 꾸려서 운영한다.

김범섭 큰 회사로 치면 신사업개발본부장이 창업자에게 더 맞는 자리 같다.

황룡 그렇게 하면 대부분 무책임하거나 집중하지 못한다는 평을 받는다.

김미균 요즘은 창업가보다 사업가가 되란 얘기를 한다. 그런데 내가 대표직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신사업 부문으로 간다고 하면, (주변에서) 밀렸다고 생각할 수 있다. 성공한 사람이 실패할 수도 있다. 성공 2연타는 어렵다. 김범수 의장도 카카오 이전에 실패를 거듭하지 않았나.

황룡 ‘캐즘’이라고 한다. 안 되다가 잘 되면, 남들이 봤을 땐 캐즘이 좁게 보이지만, 겪는 사람에겐 지옥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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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룡 자기 머릿속을 뒤지는 사람과 시장을 뒤지는 사람이 있다. 초기 사업하는 사람은 자기 머릿속을 뒤진다. 자기가 필요해서 (사업을) 하는 건데 자기 중심적인 사고 방식이다.

김미균 한 사람일지라도 수많은 제품의 소비자다. 대학생 창업은 대학생이 소비자인 시장에서 강점이 있다. 그렇지 않으면 한계가 있다.

황룡 모든 사람은 저마다의 우물에 산다. 그 우물이 얼마나 크냐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대부분은 좁은 데서 하면서 굉장히 크다고 착각한다. 특히 자기 머릿속을 뒤져서 하는 사람의 경우가 그렇다. 창업한다고 찾아오는 친구 보면 ‘나에게 필요한데 너도 필요하지 않느냐’라고 말한다.

김미균 사회적기업은 어찌됐건 자기가 필요한 것보다 사회가 필요한 걸 한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는 게 더 경쟁력이 있는 게 아닌가. 예를 들어 환경 문제는 관심을 갖는 섹터가 여럿이다. 그런 벤처는 더 주목을 받는다.

황룡 그런 것 같다. 창업한 사람과 창업한 경험이 없는 사람 사이에 통찰력 차이가 크게 난다. 그 차이가 정말 크다. 대학생 친구가 가져온 아이템은 굉장히 트렌디하다. 소비적이다.

정보라 2년 전 너도나도 소셜쇼핑 창업 열풍이 있었다. 그런 현상을 말하는 것인가.

황룡 트렌드에 역행할 정도다. 차라리 영문 기사를 보면 나을 텐데. 한국어로 기사가 나오고 네이버 메인에 뜨면, 그제서야 ‘이 사업을 해야겠다’라고 생각한다. 제품을 만드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대부분 그런 것 같다. 지금은 비트코인 회사가 엄청 만들어질 것이다. 이제 와서.

창업 초기와 성장기, 안정기에 필요한 리더가 다르다

김범섭 나는 사명감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내가 삼성전자에서 일한다고 치자. 그곳은 내가 없어도 나랑 비슷한 사람 또는 나보다 나은 친구가 그 일을 잘할 것 같다. 내가 없어선 안 될 것 같은 일을 하는 게 좋다. 그리고 이걸 스킬업해야 한다. 야구선수는 피칭 연습하면서 자기 마음에 들 때까지 공을 던진다.

사업도 업이라고 하면, 운동선수가 시합에 나가서 질 수 있다. 연봉을 많이 받는 선수가 있고 후보 선수도 있다.

김미균 김범섭 이사는 대표였다가 CTO가 됐다. 다른 사람에게 대표직을 넘겼다.

김범섭 드라마앤컴퍼니 CTO

김범섭 회사 대표로서 경영을 전반적으로 하는 것보다, 대표가 할 일 중에서 특정 영역을 좋아한다. 적절한 타이밍에 좋은 대표와 공동대표로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의 인식에는 ‘밀려난 게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김미균 내부에서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김범섭 우리나라에서 성공하는 벤처가 나오려면 훨씬 자유로워야 한다. 영화도 시스템이 제대로 된 건, 각 분야에 전문가가 있어서다. 대표도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 스타트업 시작하면, 자기가 잘하는 것 빼곤 모듈처럼 갖다 붙일 수 있는 기능자가 있어야 한다. 대표적인 게 ‘꼬날님’이다. 어떤 스타트업 창업자이건 홍보하면 꼬날님을 생각한다. 스타트업계에 꼬날님 같은 사람이 10명은 있어야 한다. CTO를 맡을 수 있는 사람도 10명 정도 돼야 하고.

스타트업에서 자기 전문성을 발휘하는 사람이 있어야 스타트업이 성공한다. 영화도 그렇다. 우리나라는 (스타트업을) 시작했다고 하면, 생초짜부터 한꺼번에 다같이 고생한다. 당연히 실패 확률이 높다. 성공은 천운이 된다.

김미균 저도 그런 모셔오고 싶은 CEO가 있다면 모셔오고 싶다. 회사가 성장하는 데 따라 잘하는 부분도 다르다. 역량도 다르고. 그런 생각을 해봤다. 우리가 먼저 해보고 싶었다. 우리 내부에 있는 사람의 스타성을 키우는 것이다. 언론에 나 대신 브랜드 매니저를 내보내고 있다. 그런데 CTO나 비즈니스 매니저, 디자이너는 스타성을 키워놓으면 다른 데서 데리고 갈까봐 못하겠다. 오픈할 거면 다 같이 해야 한다.

김범섭 페이스북 하면 주커버그가 있지만, 그 회사에 누가 CTO로 가고 COO로 갔는지가 의미가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창업자의 회사인 것 같다. 제 생각에 김범수 의장이 카카오에 이니셔티브가 있지만, (구성원) 각각의 비중이 있을 텐데 그런 게 드러나지 않는다. 삼성 하면 ‘이건희’ 하듯이 말이다. 구성원을 스타로 키워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대표만 똑똑한 게 아니라 스타트업에 똑똑하고 좋은 사람이 들어와 이 영역에서 잘할 거란 생각을 할 것이다. 난 이게 이상하다. 스타트업하면 다 대표하려고 한다.

어느 정도 성장해 전문경영인이 오면 ‘창업자가 밀렸구나’라고 인식한다. 우리(드라마앤컴퍼니)는 ‘우린 앞으로 얼마든지 더 많은 변동이 있을 수 있다’, ‘우리가 하는 모든 판단의 기준은 우리의 성공 확률을 높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작은 데서 대표 놀이, 사장 놀이를 해봐야 아무 의미 없다. 지분도 M&A나 IPO를 해야 의미가 있다.

김미균 나는 김범섭 대표와 반대로 이사였다가 대표가 됐다. 그랬더니 사람들이 ‘축하한다’라고 말했다. 사실 난 공동창업자이기 때문에 승진이 아니라 스위칭이다. 역할이 바뀐 것이다. 드라마앤컴퍼니는 CTO로 바꿀 수 있는 인력이 CEO란 게 대단하다.

김범섭 맨파워가 있다는 생각에 행복하다. 제대로 된 CEO풀이 인연이 돼 (이렇게) 됐다.

김미균 요즘은 부담스럽다. 시지온은 성공했다고 알려졌고, 상도 많이 받았다. 지금 상황에서 치고나가려면 인력을 현명하게 쓰고 기술 개발을 잘해야 한다. 그런데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성공했다고 알려진 게 실패로 비칠까 두렵다. 회사가 커질수록 이 두려움도 커진다. 부담스러워 더 잘못된 선택을 할 것 같다.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실패할 줄 알면서 한발 한발 걸어가는 게 CEO다.’ 수많은 CEO를 보면서 대단하다고 느낀다. 잘되는 회사일수록 그렇다. 나는 그 두려움을 회사 사람들과 나누려고 한다.

김범섭 그렇게 하는 게 좋은 리더십일 수 있다. 고민을 직원들과 나눈다고 해서 리더십이 없는 게 아니다. 잘 찾은 것이다.

정보라 구성원에 따라서 그렇게 하는 걸 받아들이는 조직이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을 것 같다. 그동안 빙산에서 반짝거리는 빛만 바라보고 직업을 가지려는 친구들을 보면 안타까웠다. 이것저것 들어보고 고민하는 게 좋은데 다들 반짝거리는 끝만 바라본다.

김범섭 스타트업은 사실 창의력을 발휘하는 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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