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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4비트 고음질 음원, 귀로 구분되나요?”

2013.12.29

‘음질’은 영원한 논란거립니다. 꼼꼼히 따지면, 음질은 기술 용어는 아닙니다. 소리의 품질을 설명하기 위한 말일 뿐이죠. “이 이어폰을 쓰면, 더 좋은 소리로 음악을 들을 수 있다”라거나 “이 장비로 음악을 들으면 감동이 배가 된다”는 식입니다.

논란이 심심찮게 나오는 까닭은 음질을 ‘느낌’이 아니라 ‘기술’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받아들이는 소리의 품질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누구는 좋다고 느끼고, 또 다른 누구는 다른 것과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논란이 멈추지 않는 까닭이기도 하지요.

고해상도 음원이 과연 효과가 있을까요. 실제 음원 품질이 좋아지는 것과 좋은 음원을 사람이 받아들일 수 있느냐 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업계와 학계의 도움을 받아 고해상도 음원의 비밀을 파헤쳐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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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해상도 음원이 뭐길래

음원의 주파수와 비트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려면, 소리가 무엇인지 먼저 알아야 합니다. 소리는 아날로그 신호입니다. 파동이죠. 이 파동은 주파수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주파수 파동이 1초에 한 번 물결치면, 이를 1헤르츠(Hz)라고 부릅니다. 1천번 왔다갔다하면 1킬로헤르츠(kHz)라고 씁니다.

우리가 듣는 음원은 아날로그 신호인 음악을 디지털 신호로 바꾼 것을 다시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통해 아날로그 신호로 듣는 것을 말합니다. 원래 현실 세계에서 음악 소리는 끊김 없이 연결된 아날로그 주파수 파동입니다. 하지만 디지털 신호는 아날로그 신호를 분절된 점으로 나눠 기록합니다. 저장매체에 디지털 파일 형태로 기록하기 위함이죠. 파일 그 자체는 음악이 아닙니다. 음원 재생 장비는 디지털로 기록된 아날로그 음악을 다시 아날로그 소리 형태로 바꿔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고해상도 음원이 무엇인지 따져봅시다. 현재 유통되는 고해상도 음원 대부분은 24비트/192kHz 주파수를 갖고 있습니다. 비트는 기록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을 뜻합니다. 24비트는 2×2^24개의 정보를 기록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총 1677만2200개의 디지털 신호를 저장할 수 있다는 얘기죠. 192kHz의 의미는 아날로그 음악을 1초에 19만2천개로 잘라 표현했다는 뜻으로 읽으면 됩니다.

고해상도 음원을 기존 MP3 혹은 CD와 비교해 보면, 차이가 극명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보통 CD나 MP3는 아날로그 소리를 디지털로 담을 때 16비트 규격을 씁니다. 16비트는 2×2^16을 뜻합니다. 따라서 16비트 음원이 기록할 수 있는 디지털 정보는 6만5500개입니다. CD나 MP3의 주파수는 44.1kHz입니다. 1초에 4만4100개의 디지털 신호로 음악을 기록했다는 뜻이죠.

고해상도 음원이라고 불리는 녀석과 CD, MP3의 품질이 비교가 되시나요? 24비트/192kHz짜리 고해상도 음원은 16비트/44.1kHz짜리 기존 음원과 비교해 1024배 더 많은 정보를 기록할 수 있는 셈입니다. 음악을 디지털 신호로 바꿀 때 더 촘촘히 기록할 수 있으니 원래 아날로그 음악이 가진 파동과 더 가까운 소리를 낸다는 것이 고해상도 음원의 장점입니다. 물론, 1024배 라는 숫자는 이론적인 계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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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율에 따른 음원의 해상도 차이(비트 수가 높을수록, 원래 아날로그 신호에 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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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와 고해상도 음원의 주파수 샘플링 비교

“고해상도 음원은 맹벽히 뛰어난 음질을 선사한다”

자, 그럼 고해상도 음원이 진짜 더 좋은 소리를 들려주나요? 고해상도 음원을 서비스 하는 업계 관계자에게 도움을 받았습니다.

“디지털 음원의 해상도가 세밀해진 것이니 그만큼 소리의 ‘디테일’이 살아있다는 뜻입니다. 고해상도 음원이 기존 CD나 MP3 파일보다 더 품질 좋은 음악 소리를 들려주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논란이 이는 부분은 바로 인간의 가청주파수 영역입니다. 가청주파수는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의 주파수 영역을 뜻합니다. 인간의 귀는 20Hz~2만Hz(20kHz) 영역의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20Hz보다 낮은 저음이나 2kHz보다 높은 고음은 들을 수 없는 것이죠.

고해상도 음원은 96kHz까지의 소리를 포함하고 있다고 합니다. 192kHz로 기록된 디지털 음원을 다시 아날로그 소리로 바꾸면 96kHz 영역의 소리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가청주파수 영역을 훨씬 뛰어넘는 소리가 나온다는 뜻입니다. 상황이 이러한데, 고해상도 음원은 쓸모없는 것 아닌가요? 이 관계자가 말을 이었습니다.

“CD나 MP3 파일의 주파수가 44.1kHz로 만들어진 것은 당시 신호처리 학자 중 하나인 나이퀴스트가 주장한 이론 때문입니다. 인간의 가청주파수 영역이 20kHz 수준이니, 아날로그 신호인 음악을 이보다 2배 더 높은 주파수로 디지털로 바꾸면, 나중에 다시 아날로그 음악소리로 바꿀 때 원래 아날로그가 가진 소리를 100%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이론입니다.”

조금 어려운 얘기가 나왔습니다. ‘나이퀴스트 이론(Nyquist Theory)’은 정보통신이나 컴퓨터공학과에 다니는 대학생이 2~3학년 정도에 배우는 신호처리의 이론 중 하나입니다. 원래 음악 신호를 위한 이론은 아니었습니다.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바꿀 때 원래 아날로그 주파수의 2배 헤르츠로 샘플링 하면, 나중에 다시 아날로그 신호로 바꿀 때 원본 아날로그 신호를 모두 재현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나이퀴스트 이론은 30여년 전에 나온 이론일 뿐”이라며 “높은 주파수로 디지털화되는 고해상도 음원은 더 좋은 소리를 들려주며, 직접 들으면 바로 차이를 알 수 있을 정도”라고 주장했습니다.

말하자면, CD와 MP3 등이 44.1kHz로 만들어진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것이죠. 나이퀴스트 이론을 받아들여 인간의 가청주파수인 20kHz보다 2배 높은 주파수로 디지털 음악을 만든 것이 바로 CD와 MP3라는 얘기입니다.

이 주장은 사실입니다. CD의 기술 표준은 나이퀴스트 이론을 따랐습니다. 그것이 표준으로 자리잡았을 뿐입니다. 이 관계자는 30년이 넘은 표준 때문에 고해상도 음원이 쓸모없는 것이라고 쉽게 치부할 수는 없다는 얘기를 하는 것입니다.

이 관계자는 “나이퀴스트 이론에 따른 기존 음원의 주파수(44.1kHz)는 인간이 들을 수 있는 모든 소리를 담을 수는 있지만, 충분히 고해상도 소리를 담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라며 “실제로 고해상도 음원을 통해 더 많은 주파수를 담아보면, 소리의 품질은 더 좋아진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즉, 나이퀴스트 이론에 따른 인간의 가청주파수 영역과 고해상도 음원의 주파수는 다른 개념이라는 얘기입니다. CD의 44.1kHz 표준이 인간이 들을 수 있는 모든 소리를 기록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192kHz로 음원을 만들면 더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쉽게 설명해 봅시다. 모눈종이 2장을 떠올려 봅시다. 두 모눈종이의 눈금은 매우 세밀합니다. 매우 미세한 펜을 이용해 한 장에는 1cm 공간 안에 점을 1천개 찍고, 다른 한 장에는 1만개를 찍습니다. 사람의 눈은 두 모눈종이에 찍힌 점의 개수를 구분할 수 있을까요? 고해상도 음원 업계는 1만개 찍은 모눈종이가 더 부드럽고, 세밀한 선을 표현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품질이 좋으면 뭐해? 들을 수 없는걸”

학계의 의견은 산업계와 조금 다릅니다. 학계는 여전히 24비트/192kHz 음원에 물음표를 찍습니다. 이번엔 배명진 숭실대학교 소리공학연구소 소장님께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교수님, 업계 관계자는 음악 품질이 더 좋아진다는데, 정말인가요?

“아날로그 음악을 디지털로 만들고 다시 음악을 들을 때 아날로그로 풀어내면, 고주파 영역에서 소리가 뒤집히는 엘리어싱(Aliasing) 효과가 나타납니다. 디지털 신호가 미처 다 담지 못한 아날로그 신호가 디지털로 바뀌었다가 다시 아날로그 신호로 바뀌는 과정에서 소리가 뒤집히는 현상이죠. 주파수 규격을 기존의 44.1kHz보다 높은 192kHz 규격으로 디지털 음악을 만들면, 만약 주파수가 뒤집히는 형상이 나온다고 해도 인간의 가청주파수 범위 밖에서 일어나는 일이 됩니다. 그러니 음악에는 엘리어싱 효과가 영향을 주지 않죠. 그러니 소리 품질이 좋아진다는 얘기는 맞습니다.”

배명진 교수는 엘리어싱 효과를 들어 고해상도 음원이 가진 장점을 먼저 설명했습니다. 앨리어싱 효과란 아날로그 소리를 디지털로 만든 파일을 다시 아날로그 소리로 만드는 과정에서 디지털 신호가 미처 담지 못한 아날로그의 신호 영역이 중첩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44.1kHz 주파수로 만들어진 기존 디지털 음원은 아날로그 신호로 바꿀 때 19~20kHz 주파수 부근에서 엘리어싱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소리의 품질이 떨어지는 것이죠. 44.1kHz보다 더 높은 주파수 규격으로 디지털 음악을 만드는 고해상도 음원은 엘리어싱 현상이 일어난다 해도 20kHz보다 더 높은 영역에서 소리가 뒤집힙니다.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소리 범위를 벗어나 문제를 일으킨다는 뜻입니다.

보이지 않는 문제는 문제가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들리지 않는 소리에 문제가 발생해봤자 실제 들리는 음악에는 영향이 없습니다. 192kHz 고해상도 음원이 기존 음원보다 좋은 까닭입니다. 하지만 배명진 교수가 이어서 설명한 부분은 고해상도 음원 업계에 찬물을 끼얹습니다.

“사람의 귀가 20kHz 범위의 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태어나는 순간부터 노화가 진행돼 10대만 돼도 18kHz 영역을 넘는 소리는 거의 들을 수 없습니다. 20대 중반을 넘어서면, 사람의 가청주파수 영역은 18kHz보다 더 아래로 떨어집니다.”

정리해 봅시다. 192kHz로 녹음된 음원은 분명 품질이 좋은 소리를 들려줍니다. 하지만 그 좋은 소리를 과연 사람이 들을 수 있느냐 하는 물음에는 물음표를 찍을 수밖에 없는 것이죠.

비트도 마찬가지입니다. 비트는 음원에서 다이내믹 레인지와 관계가 깊습니다. 다이내믹 레인지 범위가 넓은 음원은 소리 크기를 키워도 소리가 깨지지 않습니다. 소리의 디지털 정보가 담긴 영역을 공간이라고 봤을 때 같은 공간 안에 더 많은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이죠. 24비트가 끌어낼 수 있는 소리는 이론적으로 144데시벨(dB) 정도, 16비트짜리 음원은 보통 100데시벨 까지 구현할 수 있다고 합니다.

배명진 교수는 “비트를 높여 다이내믹 레인지를 확보한다고 해도 휴대용 음악 재생기 등은 전압을 크게 높일 수 없어 소리를 높은 데시벨로 끌어낼 수 없다”라며 “진공관 시절에는 높은 전압을 바탕으로 다이내믹 레인지를 확보해 더 넓은 영역의 소리를 확보할 수 있었다지만, 현대의 음악 재생기에서 높은 다이내믹 레인지 기술이 필요한지는 의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높은 다이내믹 레인지가 필요하냐 아니냐의 문제는 다른 곳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소리의 레벨(데시벨)이 높아질수록 소리 크기도 함께 커지는데, 사람이 참고 들을 수 있는 소리는 고작 70~80데시벨 정도입니다.

예를 들어 거리의 확성기 소리가 80데시벨 이상이면, 경찰 단속의 대상이 됩니다. 소음이라는 얘기죠. 기차가 지나갈 때 나는 소리가 100데시벨 정도, 비행기 엔진이 내는 소리가 120데시벨쯤 된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 음악이 이토록 높은 데시벨 레벨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데시벨이 너무 높으면, 청력에 손상을 입을 위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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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사진: http://www.flickr.com/photos/ume-y/9757280893/ CC BY 2.0)

음질 논란, 이제는 음원 시장에서도

사람과 달리 고주파로 대화하는 돌고래는 사람보다 10배 정도 더 높은 200kHz 대역에서 소리를 만들어 냅니다. 들을 수도 있죠. 사람은 돌고래가 아닙니다. 24비트/192kHz짜리 고해상도 음원이 필요할까? 의문부호가 찍히는 까닭입니다. 혹여 MP3 시장에서 더이상 높은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음원 업체의 상술인 것은 아닐까 의심해 볼만 합니다.

실제로 고해상도 음원은 일반 MP3보다 몇 배나 더 비쌉니다. ‘HD 음원’이라는 이름으로 고해상도 음원을 서비스 중인 네이버뮤직을 기준으로 잡아봤습니다. 네이버뮤직에서 ‘그린데이’의 ‘아메리칸 이디엇’ 앨범을 HD 음원으로 구입하려면 2만4천원을 내야 합니다. 보통 MP3로 구입하면, 한 곡에 600원이면 살 수 있습니다. 게다가 네트워크 스트리밍으로 고해상도 음원을 서비스하는 방식은 이동통신업체에까지 이득을 가져다 줄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에서 그만큼 많은 데이터를 써야 하니까요.

보통 음질 논란은 장비 쪽에서 많이 얘기가 오간 주제입니다.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비싼 이어폰 시장이나 수천만원에 이르는 고가의 음향장비가 대표적이죠. 최근에는 음원 시장에서도 음질이 중요한 주제입니다. 아이리버가 개발한 휴대용 음악 재생기 ‘아스텔앤컨’이 2012년 등장했죠. 아스텔앤컨은 24비트/192kHz로 만들어진 음원을 재생할 수 있는 고해상도 음원 전용 재생기입니다. 아이리버는 사용자가 직접 고해상도 음원을 구할 수 있도록 음원 장터 그루버스도 서비스 중입니다.

삼성전자도 고해상도 음원 시장에 팔을 뻗었습니다. 11월 들어 ‘삼성뮤직’에서 24비트/192kHz 음원을 서비스하기 시작했습니다. ‘갤럭시노트3’가 고해상도 음원을 재생해준다고 합니다. 팬택과 LG전자도 고해상도 음원 시장에 한 발 걸쳤습니다. 팬택은 ‘시크릿노트’에서, LG전자는 ‘G플렉스’에서 고해상도 음원을 지원합니다.

스마트폰 제조업체뿐만이 아닙니다. 고해상도 음원 시장에서 한몫 단단히 잡아보려는 이들이 부지기숩니다. 음원 서비스업체 멜론과 엠넷닷컴, 네이버뮤직, KT 지니 등이 고해상도 음원을 서비스하는 대표적인 국내 업체입니다. 음원 시장이 장비 시장으로부터 고해상도 음질 마케팅 바통을 이어받은 형국입니다.

전문가들은 24비트/192kHz짜리 음원이 더 좋은 소리를 낸다면, 그건 아마 기분 탓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합니다. 음원 시장에서도 음원의 음질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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