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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전기 작가, ‘집단지성’으로 새 책 쓴다

2013.12.30

고 스티브 잡스의 전기를 집필한 월터 아이작슨이 새 책을 크라우드소싱으로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크크런치는 월터 아이작슨만큼 유명한 작가가 크라우드소싱으로 집필 과정을 공개한 사례는 처음이라고 12월29일 전했다.

크라우드소싱은 ‘대중(crowd)’과 ‘외부 자원 활용(outsourcing)’의 합성어로, 일반 대중을 프로젝트에 참여시키는 것을 말한다. 책을 쓰는 데 크라우드소싱 방식을 채용한 것은 대중의 힘을 빌려 아이디어를 추가로 얻거나 취재 과정에서 틀린 부분을 확인하고 더 효과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해서다.

월터 아이작슨

▲고 스티브 잡스 전기를 쓴 월터 아이작슨 (출처 : 위키미디어 커먼즈 CC-BY)

월터 아이작슨은 “디지털 시대의 혁신을 다룬 새 책의 초안을 구성 중”이라며 ‘개인용 컴퓨터를 낳은 문화’, ‘온라인의 탄생’ 등 챕터 2개 분량의 원고 초안을 블로그 서비스 ‘미디움’에 공개했다. 그러면서 “어떤 코멘트나 교정 사항도 환영한다”라고 아이작슨은 말했다.

아이작슨은 지난 11월 말 라이브저널스크라이브드에도 책의 서로 다른 일부분을 공개하고 누리꾼의 의견을 구했지만, 활발한 반응은 얻지 못했다. 미디움은 달랐다. 공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많은 누리꾼이 책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누리꾼이 미디움에 가장 많이 호응하는 까닭은 본문에 곧바로 즉각적인 반응을 남길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디움은 트위터 공동 창업자 에반 윌리엄스가 만든 블로그 서비스다. 사용자는 트위터 아이디로 로그인만 하면 책 본문에 바로 주석을 달 수 있다. 다른 프로그램 창을 띄워 e메일을 보내거나 낯선 서비스에 가입하는 불편함 없이 곧바로 집필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사용자가 남긴 댓글은 본문을 쓴 작가가 공개하기 전까지는 작가와 댓글을 쓴 본인에게만 보인다. 미디움에 글을 올린 작가는 댓글의 수준을 직접 통제할 수 있고, 일반 사용자는 글 본문에서 트위터 아이디만으로 작가와 직접 소통할 수 있다. 이런 특성 덕분에 미디움은 개인 블로그뿐 아니라 협동 집필에 편리한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월터 아이작슨은 이를 몸소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월터 아이작슨 미디움 화면 갈무리

월터 아이작슨의 미디움 갈무리. 오른쪽 박스 안에 아이작슨과 독자의 피드백이 보인다

월터 아이작슨이 12월18일 아침 미디움에 올린 원고에는 10여일 만에 댓글 수십개가 달렸다. 챕터 제목에 단어 몇 개를 바꿔달라는 요청부터 자기 얘기의 사실 관계 확인까지 다양한 형태로 의견 교환이 이뤄진다. 아이작슨은 적극적으로 누리꾼과 협업하고 있다. 댓글을 일일이 확인하고, 유용한 의견에는 ‘책에 반영하겠다’는 댓글도 남긴다. ‘타임’ 편집장과 CNN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했던 아이작슨은 각계각층의 반응을 상대하는 데 능숙하다. 크라우드소싱 집필에 자신있게 뛰어들 수 있던 이유다.

월터 아이작슨은 테크크런치와 e메일 인터뷰에서 크라우드소싱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크라우드소싱은 놀라울 정도로 유용하다. 벌써 12개 사실을 재확인했고, 최종 원고에 반영할 만한 추가 사항도 꽤 많이 얻었다.”

월터 아이작슨은 크라우드소싱으로 책을 쓰는 이유로 두 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독자들과 협업하는 것이 즐겁다는 것이다. “내가 초안을 쓰듯 독자들이 책의 일부를 편집하고 교정하도록 하고 싶다.” 두 번째 이유는 좀 더 의미심장하다. “인터넷이 처음에 탄생한 이유는 각종 프로젝트에 (사람들이) 협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인터넷 본연의 정신을 까맣게 잊고 산다. 특히 월드와이드웹(www)에서 사람들은 협동하는 대신 각자의 글을 써 올리기만 한다. 나는 사람들에게 협력할 기회를 주는 서비스를 찾고 있다.” 아이작슨은 어떤 서비스가 최적의 협업 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아이작슨은 뉴욕 지역매체 ‘캐피탈뉴욕’에 책을 반 정도 썼으며, 1년 안에 출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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