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셔블이 “당장 태블릿이 PC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꿰차지는 않을 것”이라고 1월5일 주장했다. 오히려 PC시장이 조급한 마음에 널뛰면서 혼란을 낳고 있다고 매셔블은 지적했다.

분명 PC시장은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나오면서 하락세를 걷고 있다. PC시장을 이끄는 대표기업인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는 태블릿에 대항하는 운영체제와 노트북 만드는 데 열심이고, 기업들은 스마트 기기를 업무에 활용하는 데 대비해 개인용 기기를 관리하기 위한 MDM 솔루션 도입에 한창이다. 그렇다면 태블릿이 PC시장을 완전히 대체할까? 그건 어떤 면에서도 쉽지 않은 일이다. PC는 분명 PC만의 자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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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매셔블의 설명을 살펴보자. 태블릿 이용자의 90% 이상은 개인용 노트북을 갖고 있다. 현재 개인 이용자들에게 인기있는 태블릿은 8인치 미만의 디스플레이를 쓰는 제품들이다. 이 제품들은 대체로 업무용이라기보다 개인적인 용도로 쓰는 미디어 태블릿 개념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매셔블은 이용 시간 분석을 봐도 가장 열심히 쓰는 시간대가 PC는 낮 시간대, 태블릿은 저녁 시간대라고 이야기한다.

이 이야기를 풀어보자. 태블릿을 쓰는 이들은 거의 모두 PC를 갖고 있다. PC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PC를 보조하는 기기라고 보는 편이 맞겠다. 업무에 대체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직 태블릿에 넣을 콘텐츠도 PC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PC를 쓰고 있고 교체 수요도 꾸준하다. 예전처럼 폭발적이지 않을 따름이다.

그 이유에는 물론 태블릿도 있겠지만 PC 성능이 이미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와 있기 때문에 당장 교체하지 않아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 그래서 PC를 업그레이드하는 대신 동영상이나 전자책, 웹브라우징 등에 가볍게 쓸 수 있는 태블릿 수요가 생기는 것이다.

‘12~13인치의 안드로이드 태블릿이나 아이패드가 나오면 노트북 시장이 주저앉을 것’이라는 전망이 종종 눈에 띄는데, 과연 그럴까? 정말 그렇다면 아마 대부분의 제조사들은 이 태블릿을 안 만들 것이다. 왜 굳이 더 싸고 마진이 짠 제품을 만들어낼까. 시장이 PC를 태블릿 OS로 대체하려고 든다면 HP나 델이 만드는 20인치 남짓한 안드로이드 PC는 불티나게 팔려야 한다. 현실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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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업계의 가장 큰 착각은 노트북과 태블릿을 한 기기에서 쓸 수 있다는 하이브리드 전략이다. 매셔블도 이를 지적했다. “기업과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업무 환경에 가장 알맞은 PC와 태블릿으로 최고 수준의 기기 2개를 각각 갖는 것”이라고 매셔블은 설명했다. ‘윈도우8’과 함께 시장에는 키보드를 접었다 펼 수 있는, 혹은 분리할 수 있는 윈도우 태블릿 기기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 기기들은 모두 태블릿의 편리함과 노트북의 생산성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실제 제품들은 태블릿 용도로 쓰기에는 너무 크고 무거운데다 가격도 비쌌다. 독특한 디자인을 한 제품들이 나왔지만, 그렇다고 펼쳤을 때 노트북만큼 편리하지도 않았다. 현재 나와 있는 하이브리드 태블릿 타입의 PC들은 일반적인 노트북과 아이패드를 구입할 수 있는 가격이거나 그 이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드웨어 뿐 아니라 윈도우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운영체제 시장은 ‘윈도우7’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판매를 중단해도 윈도우7 점유율은 올라간다. 새 운영체제와 새로운 기술을 갈구하는 시장에서 윈도우8은 생각보다 폭발적이지 않다. 소비자들은 아직 운영체제 뿐 아니라 기존에 쓰던 PC 활용 습관을 바꾸고 싶어하지 않는다. 하지만 조급한 PC시장은 태블릿에 대한 위기감만 불리는 것이 요즘 분위기다. 요즘 나오는 플래그십 노트북 치고 태블릿처럼 생기지 않은 것이 얼마나 될까.

이미 소비자들은 전통적인 윈도우 노트북과 태블릿을 함께 구입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윈도우8도 그 안에서 활용한다. 다만 PC와 태블릿 두 가지를 단번에 구입하지 못할 뿐이다. 지금은 노트북이 불편하지 않으니 태블릿을 구입하지만, 곧 노트북을 쓰기 버거워지면 예산을 노트북쪽으로 옮길 수밖에 없다.

매셔블의 칼럼은 “저렴하고 혁신적인 제품이 나온다면 교체주기와 관계 없이 폭발적인 판매를 일으킬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PC보다 태블릿쪽이 더 가능성이 높다”고 마무리짓는다. 말할 필요 없이 대부분의 PC시장은 성숙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신흥 시장에도 태블릿이 차지하는 비중이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하지만 PC와 태블릿은 명확한 각자의 역할로 상호작용을 할 때 가장 이상적이다. PC시장은 태블릿과 가격이나 디자인으로 무모한 경쟁을 하기보다 좀 더 발전적인 성숙 단계를 준비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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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