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장 뜰 기술로 ‘웨어러블 기기’를 꼽는 사람들이 많다. 올해 CES 2014에서도 많은 웨어러블 기기가 선보였다. 비슷비슷한 컴퓨터, TV, 스마트폰만 보이던 전시장은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연결해서 쓰는 온갖 기기들이 선보이면서 이전과 다른 활기가 돌았다.

CES가 개막하자 LG전자는 라이프 밴드를 내놓았고 소니도 스마트밴드를, 게이밍용 PC 액세서리를 만들던 레이저도 ‘나부’라는 이름의 피트니스 밴드를 내놨다. 인텔은 더 나아가 스마트폰에 연결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여러 기능을 쓸 수 있는 스마트워치, 그리고 이어폰과 아기용 옷까지 발표했다.

이 제품들은 전 세계 IT 미디어를 통해 뉴스로 쏟아졌고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CES의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대체 웨어러블 기기가 뭐길래 이런 관심을 얻고 올해를 이끌 트렌드로까지 꼽힐까.

Intel_Smart_Headset_Reference_Design

웨어러블 기기들을 뜯어보면 모든 제품의 기능은 비슷하다. 움직임을 인식하는 센서를 달아 운동량을 재는 정도의 역할이 대부분이다. 스마트시계는 시간을 보여준다는 것 정도뿐이다. 전용 앱 장터를 운영하는 페블 정도가 눈에 띄지만, 대체로 아직 나와 있는 웨어러블 기기는 피트니스 센서와 블루투스를 이용한 스마트폰 통신 정보에 치중한다.

이번 CES가 흥미로웠던 것은 입는 IT에 대해 시장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디자인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물론 개중에는 ‘남들이 하니’, ‘이게 앞으로 먹거리가 된다고 하니’ 시작한 회사들도 있을 것이다. 일단 IT 기업들은 ARM 코어텍스M 칩이나 인텔 쿼크 칩 등으로 스마트시계든 밴드든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갖게 됐다.

하지만 아직 용도를 보면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사실 이 기기들이 처음 보는 것일 뿐 기능적인 것은 전혀 새롭지 않다. 시계와 스마트폰 알림 확인, 피트니스 정보를 주는 기기로 거의 한정된다. 이를 어떤 디스플레이에 어떻게 적용하고, 어떻게 통신하냐 정도가 전부다. 이건 이미 나이키가 퓨얼밴드로, 소니와 페블이 스마트워치로 했던 것들이다. “너도 나왔냐” 정도랄까. 아직 이 시장은 절대적으로 잘 하는 회사도 없고, 그렇다고 기능 면에서 영 부족한 곳도 없다. 그냥 많이 내놓았다는 것이 트렌드로 비춰진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

LGE_Lifeband

장기적으로 보면 웨어러블 기기들의 가능성은 몸의 정보를 주기적으로 측정하고 이를 다른 기기를 통해 분석하는 기기 역할에 달려 있다. 나이키 퓨얼밴드만 해도 밴드가 운동 정보를 측정하고 이를 수치 및 점수화해 스마트폰에 전송한다. 스마트폰은 이 내용을 나이키 클라우드에 보관하고 앱이나 PC 웹사이트에서 볼 수 있도록 관리해 준다. 혈압, 맥박, 혈당 등 건강 정보와 결합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 어떤 방향이든 기술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가장 고무적인 것은 IT 기업들이 디자인의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디자인 업체들도 IT의 필요성을 느끼는 움직임을 보인다. 그 동안 나왔던 웨어러블 기기들이 관심만 받다가 사라져간 것은 거의 대부분은 디자인 때문이다. 대부분의 제품들이 팔목에 차면 운동기구나 장난감 같아 보였다. 때론 너무 과도한 디자인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디자인 논란에 대한 단적인 예가 ‘갤럭시기어’다. 갤럭시기어는 기능만 놓고 보면 현재 나와 있는 웨어러블 기기 중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스마트시계는 ‘시계’와 직접적으로 경쟁을 해야 하는 제품이다. 기능적으로는 그 어떤 시계와 겨뤄도 압승이겠지만 사람들이 시계에 기대하는 가치, 그러니까 패션과 브랜드로서의 상징성까진 잡지 못했다. IWC나 태그호이어, 아니 더 내려와 티쏘 시계를 풀고 그 팔목에 갤럭시기어를 찰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기능적인 면보다 이 수요를 끌어들여야 했다.

nike_fuelband

차라리 관련 API와 간단한 플랫폼을 시계 제조사에 제공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스와치에서 나오는 갤럭시기어, 테크노마린의 소니 스마트워치 같은 제품들을 협력해서 만들거나 플랫폼 공급을 하면 된다. 시계는 시계를 만드는 회사가, 팔찌는 팔찌 회사가, IT는 IT 회사가 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다행히 그런 움직임이 CES를 통해 드러났다. 인텔은 스마트 밴드를 소개하면서 패션 업계와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핏빗은 패션 브랜드 토리 버치와 디자인 제휴를 맺는다. 기존 핏빗 밴드의 역할을 그대로 하되 토리 버치의 디자인으로 팔찌, 목걸이가 나온다면 패션 업계로서도 시장을 넓히면서 액세서리 시장을 IT 업계에 빼앗기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웨어러블 기기에 대한 시장이 금세 눈 앞에 다가올까? 결과는 스마트TV와 비슷한 것 같다. 누구나 하나씩 몸에 차고 다닐 것은 확실 하지만 ‘뭘 할지’, ‘어떤 형태를 가져갈지’, ‘언제 자리잡을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확실한 건 올해 한방에 오지는 않는다는 것 정도다. 이제 슬슬 볼만한 제품이 나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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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