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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의 눈 차버린 ‘갤럭시기어 찼어?’

2014.01.14

광고는 단순히 신제품이 나왔다고 알리는 기본 효과를 떠나, 제품의 특징을 짧고 강렬하게 보여줄 수 있는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다. 비슷한 기능을 갖고 있어도 광고를 얼마나 잘 만드냐가 제품의 인상을 결정하고 제품을 구입한 이들에게 확신을 던져주기도 한다. 직접적으로 매출에도 영향을 끼친다. 제조사들이 광고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삼성과 애플은 스마트폰 업계의 가장 큰 라이벌이지만, 광고 시장에서도 비슷한 듯 다른 느낌으로 입에 오르내린다. 평가는 엇갈린다. 그것도 광고의 전략일 수 있다. 요즘 눈에 띄는 두 회사의 광고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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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당신의 시’

애플이 아이패드의 새 광고를 공개했다. 애플의 광고는 시간이 지나도 입에 오르내리곤 하는데, 요즘 애플 광고는 그 어느 때보다 호평이다. 억지스럽지 않으면서도 메시지를 잘 전달하기 때문이다.

이번 광고는 ‘당신의 시(Your Verse Anthem)’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바로 이전의 아이패드 광고였던 ‘삶, 그리고 아이패드(Life on iPad)’의 연장선에 있다. ‘당신의 시’의 내레이션은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대사를 인용했다. “시가 아름답기 위해서 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에 시를 읽고 쓰는 것”이라는 내용인데, 아이패드로 시를 쓴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아이패드로 창작활동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문구다. 이는 태블릿이, 아이패드가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뒤엎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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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 광고 유튜브에서 보기

광고 속에선 인도의 영화 촬영장에서 안무가가 아이패드로 춤을 촬영해 현장에서 최적의 동작을 구상하고, 중국의 한 록밴드가 아이패드를 이용해 곡을 쓰고 녹음에 공연까지 하고, 아이들이 아이패드로 자연 공부를 한다. NHL 경기에는 전략을 분석하고 스모 경기장에서는 약점 분석을 한다. 매스게임을 할 때도 아이패드가 쓰인다. 1분30초짜리 광고 안에는 이처럼 아이패드가 실제 현장에서 쓰이는 과정을 짧고 간명하게 보여준다.

그간 애플이 아이폰 광고에서 음악, 사진 등 일상 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쓰이는 내용을 담았다면 ‘삶 그리고 아이패드’부터는 아이패드를 통한 실제 전문적인 활용 사례들이 소개된다. 이 내용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상세하게 설명해 두었다. 실제 애플은 이 광고를 위해 전세계를 뒤져 사례를 찾아낸다. 인위적으로 사례를 만들지는 않는 대신, 오디션처럼 심사 정도는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기가 활용되는 사례를 보여주는 광고는 요즘 광고업계의 흐름이기도 하다. 워낙 기능이 많기 때문에 어떤 기능이 있는지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것은 중요한 요소다. 삼성도 이처럼 이용 사례를 보여주는 광고를 하고 있다.

하지만 요즘 삼성전자의 광고는 썩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말 이야깃거리가 됐던 스키장 ‘갤럭시기어’ 광고와, 최근 방송을 타고 있는 ‘갤럭시S4 액티브’다.

삼성, ‘갤럭시 기어 찼어?’

갤럭시기어 광고는 사용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기어가 있으면 굳이 가방이나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아도 편리하게 쓸 수 있다는 메시지를 꾸준히 전달해 왔다. 그런데 유튜브를 통해 공개됐던 갤럭시기어 광고는 갤럭시기어를 쓰지 않는 사람과 직접 비교를 했는데 결국 갤럭시기어가 없으면 연애조차 할 수 없다는 메시지로 오해하기 십상이다. 적잖은 불쾌감을 준다는 평과 실제로 잘 쓰지 않을 것 같은 억지스러운 설정이 보기 불편하다는 평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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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기어’ 광고 유튜브에서 보기

SK텔레콤과 함께 하는 ‘갤럭시S4 액티브’ 광고 역시 뒷맛이 깔끔하지 않다. “나랑 똑같은 갤럭시S4 샀네?”라고 하자 주인공은 아주 불쾌한 표정을 지으면서 화풀이하듯 갤럭시S4 액티브를 물에 씻어낸다. ‘난 너와 달라’라는 자신감을 표현하고 물기를 탁탁 털어낸 뒤 전화를 받는다. 물론 메시지는 기존 갤럭시와 달리 물에 닿아도 문제 없다는 것이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어디 갤럭시S4랑 비교해’라는 느낌이 든다. “갤럭시S4 액티브가 갖고 싶다기보다 갤럭시S4 이용자로서 불쾌하다”는 이야기를 더 많이 듣는다. 갤럭시S4는 불과 6개월 전까지 삼성의 자랑거리였던 제품이다.

최근 삼성의 광고는 아주 적극적인 비교광고 형태를 띄고 있다. 문제는 그 대상이 누구인지를 가리지 않는다. 아이폰을 사기 위해 줄 서 있는 이들을 놀리는 광고는 재미있고 유쾌했다. 약간 조롱하는 느낌이 없진 않지만 그 정도는 재미있게 봐줄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의 광고는 너무 공격적이다.

그 공격성이 누구를 향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광고가 시청자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제품을 주인공으로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쓰는 사람’과 ‘안 쓰는 사람’ 둘로 편을 가르고, 안 쓰는 사람은 곤욕을 치르거나 우스꽝스럽고 심지어 모욕적인 눈빛까지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경쟁사 뿐 아니라 이미 삼성의 제품을 구입한 사람도 대상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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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S4 액티브’ 광고 유튜브에서 보기

광고 하나에 소비자들은 상반된 이미지를 갖게 된다. 더구나 제품에 동질감을 느끼고 제품 선택에 실패하지 않으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요즘, 공격적인 광고가 좋은 인상을 주기는 쉽지 않다. 두 회사 모두 더 많은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것보다 이미 깔려 있는 제품들을 어떻게 사용하고 그 제품을 쓰면서 얻는 이득을 차분하게 설명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다. ‘좋다고 해서 샀는데 생각만큼 잘 쓰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여러 분야에서 들려오는 요즘이다. 고장난 것을 잘 고쳐주는 것은 기본이지만, 꾸준히 오랫동안 자부심을 갖고 잘 쓰게 해주는 것이 요즘 진짜 필요한 ‘애프터서비스’가 아닐까.

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